“마구마구는 9월 테스트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2005 기대작 중 하나인 온라인 야구게임 <마구마구>의 개발사 애니파크의
돌아보면 애니파크는 지금처럼 2000년 3월 창업 이후 큰 흔들림 없이 달려온 것 같다. 3D 그래픽 전문가들이 모여 야심 차게 출발한 회사는 어느새 다섯 살이 됐다. 그 동안 액토즈와 함께 작업한 프로젝트 <A3>를 통해 소기의 성과도 거뒀지만, 단독 개발로 내놓은 <호버보드 ASDF>를 통해 뼈 아픈 실패도 경험했다.
그런 애니파크에게 활력를 불어넣어 준 게임이 바로 <마구마구>였다. 올해 초 깜짝 발표한 <마구마구> 덕분에 애니파크는 단숨에 유저들이 주목하는 개발사로 거듭났다. 그리고 CJ인터넷과의 합병.
2005년은 분명 애니파크 창사 이래 최대 전환점이 될 한 해로 남을 것이다. “다시 월급쟁이가 됐습니다”라며 ‘씨~익’ 웃는 김 대표와 함께 변화, 미래, 그리고 기대작 <마구마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한 달도 안 걸린 합병 결정
올해 초 <마구마구>의 유통권 협상을 위해 애니파크와 만난 대형 업체들은 조심스럽게 지분 투자나 자사 스튜디오 편집 의향을 타진해 왔다. CJ인터넷도 그 중 한 업체였지만 이야기는 첫 만남 자리부터 술술 풀려나갔다.
“사실상 처음 만난 자리에서 결정을 내린 거나 다름 없어요.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실무 단계를 밟게 됐죠.” CJ 인터넷과 합병이 발표되기 까지 걸린 세 달 남짓한 시간중 대부분은 유상증자 등의 금융절차였다.
“저희와 비슷한 규모의 개발사면 다 똑같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프로젝트를 끝까지 끌고 갈 수 있을까? 개발한다고 해도 좋은 서비스 체제를 갖출 수 있을까? 모두 불안한 문제죠.” 애니파크도 자금과 미래가 불안정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런 것들이 한결 안정된 지금, 애니파크는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김 대표의 대답이 간명했다.
“이제부터 색다른 개발팀을 꾸리는 데 집중할 겁니다. 예를 들면 통합 클라이언트 개발팀 시스템이나 한 팀에서 2개의 게임을 개발하는 등 누구는 놀고, 누구는 일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열심히 일해서 효율적으로 개발이 진행되는 환경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물론 물리적인 변화는 매우 많다. 일단 올해 말 CJ인터넷이 구로 디지털단지로 이사를 하게 되면 애니파크도 정든 성북구를 떠나 구로로 옮긴다. ‘CJ’와 ‘애니파크’를 모두 살린 방향으로 사명도 변경될 예정이다.
그렇다면 <마구마구> 이외에 준비하고 있는 게임은 무엇이 있을까?
야심차게 시작했던 <호버보드 ASDF>, 결국 서비스를 중단했다
◆ 마구마구, 그리고 축구, 캐주얼 RPG, 성인용 RPG
“개발팀 체제요? 사실상 변화는 없습니다. 지금은 3개 스튜디오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는데요, 각각 베이직, 엔티모, S3로 구분돼 있습니다.” 김 대표에 따르면 베이직 스튜디오는 <A3>의 뒤를 잇는 성인용 RPG를, 엔티모 스튜디오는 <마구마구>와 더불어 신작 캐주얼 RPG를, S3는 온라인 축구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축구게임? 귀가 번쩍 뜨였다. “애니파크는 꼭꼭 숨기고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호쾌하게 내용을 밝힌 김 대표는 “S3 스튜디오는 <마구마구>로 시작된 애니파크의 스포츠 라인업을 책임질 캐주얼 스포츠게임 전문 개발팀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직 프리-프로덕션 단계라 구체적은 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신작 축구게임은 캐주얼 하게 간다고 선수의 수를 3 대 3이나 4 대 4로 줄여서 즐기는 게임은 아닐 것이라고 한다. <위닝 일레븐>처럼 일단 유저간 1 대 1로 진정한 재미를 주는 것이 목표다.
그렇다면 내년 월드컵 특수를 노린 선택일까? “아닙니다. 저희 축구게임의 목표는 2008년 북경 올림픽 입니다. 개발팀에도 내년 월드컵 때 그걸로 돈 벌 생각하지 말라고 일러뒀습니다.”
사실 애니파크는 2001년에도 온라인 축구게임을 개발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내부 시연버전까지 만들었다가 여러 가지 사정으로 프로젝트를 포기했다. 그만큼 애니파크의 개발팀은 야구, 축구를 가리지 않고 스포츠를 좋아한다고.
◆ 틈새를 노리지 않고 정면돌파 한다
축구 다음으로 자연스럽게 <A3> 후속작 이야기가 이어졌다. “일단 기존 <A3>와 세계관 측면에서나 성인용이라는 컨셉트면, 그리고 가능하면 이름까지 이어가고 싶어요. <A3>에서 구현하지 못했던 것들을 풀어내 보고 싶습니다.”
김 대표는 성인용 RPG의 효시였던 <A3>를 개발했던 만큼 이에 대한 생각도 뚜렸했다. “성인용이라고 해서 무조건 폭력이나 섹스어필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A3>를 만들면서 가장 중요시 했던 것은 커뮤니티였습니다.”
이어 그는 새로운 성인용 RPG는 비주얼 퀄리티면에서 충격적인 수준을 선보이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 중이라고 귀뜸 했다.
그리고 엔티모 스튜디오에서 개발하는 캐주얼 RPG는 <마구마구>처럼 만화 같은 캐릭터가 나오는 3D 횡스크롤 RPG로 개발 중이다. 그런데 최근에 쏟아지는 것이 바로 ‘포스트 메이플스토리’를 외치는 횡스크롤 RPG들이다. 과연 될까? 감이 잘 안 왔다.
“사실 캐주얼 RPG는 내부시연 이후에 가장 많이 기대하는 게임이 됐어요. 메이플 스토리와는 분명히 다릅니다. 일단 풀 3D이고 애니메이션으로 승부할 계획입니다.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만족스러운 수준의 비주얼이 나온 만큼 자신 있습니다.”
애니파크와 액토즈가 공동개발한 성인용 RPG <A3>
◆ 마구마구는 확실히 차별화된 야구게임
미래의 게임들도 기대되지만, 그래도 유저들의 관심사는 올해 선보일 <마구마구>에 집중돼 있다. 기자가 애니파크를 찾았을 때 <마구마구>의 알파버전 테스트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유저들이 많다”는 말에 김 대표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마구마구>의 현재 목표는 9월 초에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시작하는 겁니다. 일단 게임의 내용은 상당히 채워져 있고 경기의 진행도 가능하거든요. 지금까지도 궁극적인 목표는 9월 안에 오픈 베타테스트까지 달려보는 겁니다.”
역시 최근 오픈 베타테스트를 시작한 <신야구>를 의식한 탓일까? 공교롭게도 테스트가 늦어지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신야구>보다 늦게 나오는 만큼 강렬한 임팩트를 주지 못하면 안되잖아요. 그래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완성도를 끌어 올리는 중입니다.”
경쟁작인 <신야구>에 대해서도 물었다. “<신야구>가 잘 되는 것이 저희도 좋습니다. 스포츠 각축전이 될 시장에서 야구라는 종목의 주도권을 빼앗기면 안되잖아요.” 듣고 보니 맞는 소리.
그러나 <신야구>와 <마구마구>는 함께 패넌트 레이스를 뛰면서 야구의 인기를 높일 순 있지만, 결국엔 한 명의 승자만 살아남는 포스트 시즌를 치러야 한다. <마구마구>의 결정구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애니메이션, 카메라 시점, 선수 표정 등에서 확실히 차별화 된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과연 <신야구>와 <마구마구>의 승부는 어떻게 될까?
코믹한 캐릭터의 표정이 특징인 <마구마구>
‘경영’을 하고 싶어서 회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CEO의 입장에서 가장 큰 변화를 맞았다.
“이제 좀 장기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앞으로 눈 앞의 프로젝트에 연연해 하지 않고 개발팀을 튼실하게 꾸리고, ‘대작’이라 불릴만큼 완성도 높은 게임도 선보여야죠.”
김 대표는 앞으로 회사의 경영보다는 게임의 개발에 신경을 쓰는 이른바 ‘개발경영’을 할 예정이다.
앞으로 애니파크는 겉모습보다 안쪽의 체질이 많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변화와 노력의 결과가 성공적이라면 그 결실은 앞으로 선보일 게임을 통해 유저에게 전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