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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접만담 w/ 정상원] 정상원이 보는 2015년 한국 게임생태계

설탕 시장 같은 모바일생태계를 극복하고, 뉴페이스 스타 개발자가 나와야 한다

임상훈(시몬) 2015-05-28 14:27:50

넥슨 인큐베이션실에 대한 만담을 보셨는지요? 이번에는 넥슨 바깥에 관해 나눈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실제 나눴던 이야기보다 살짝 톤을 낮췄습니다. 위험해서. ^^;;

 

비슷한 공산품이 생산되는 '설탕 시장' 같은 모바일게임, 그래픽 비용 부담으로 신작이 나오기 힘들어진 온라인게임, 뉴페이스 스타 개발자를 보기 힘든 생태계의 구조 등등...에 대한 솔직하고, 비판적인 이야기를 만나보시죠. /디스이즈게임 시몬


① [허접만담 w/ 정상원] 넥슨 신규개발의 모토, 가축이 되지 말고, 야수가 되자

② [허접만담 w/ 정상원] 정상원이 보는 2015년 한국 게임생태계


 


 

'설탕 시장'이 되어버린 국내 모바일게임 생태계 

 

임상훈 디스이즈게임 대표(이하 시몬): 1년 반 전 만담에서 모바일게임 생태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미국 지인의 말을 인용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을 '설탕 시장'이라고 표현했다. 음악이나 영화 같이 각각의 개성이 있는 것이 판매되는 게 아니라, 비슷한 공산품이 판매되는 곳이라는 의미로.

 

정상원 넥슨 부사장(이하 띵): 이제는 완전히 결판이 났다. 누가, 어떻게 게임을 만드냐는 별로 관심이 없으니까. 지금은 돈 있으면 무조건 TV광고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들 하니까 안 하기는 힘들어지고. 돈이 많은 대형 설탕 가게들이 확실하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 

 

 

시몬: 나중에 기사도 쓸 예정이지만, 모바일게임 TV광고 보면 솔직히 속상하다. 우리한테는 맨날 보도자료 보내고, 행사장으로 호출하면서도 비싼 광고는 그 쪽에 몰아서 하니 말이다. 대중 유저가 타깃이니 그렇게 한다는 걸 알면서도 화가 난다. 얼마 전 만났던 종편 관계자는 게임 광고 덕분에 먹고 산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모바일게임 생태계가 계속 이렇게 갈 것 같나?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띵: <애니팡>처럼 단순한 게임류는 그것대로 살아남기는 할 테지만 과거처럼 폭발적으로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여전히 광고를 많이 쓰면서 버티고 사는 업체들도 있을 것이다. 당분간은 유효할 수도 있겠지만, 계속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비용은 엄청나게 드는데, 효과가 계속 나오리라는 보장은 없다.

 

여기서도 개발 진입장벽이 생길 것이라고 본다. 결국 차별성에서 평가받기 때문에, 게임 내 개발 콘텐츠 내용으로 승부하는 쪽에 더 포커싱해서 개발이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몬: 요즘 주위를 들여다보면 대부분 RPG를 열심히 파고 있다. 기존 게임을 조금씩 탈피하려는 노력도 보인다.  

 

띵: 일부 회사들 중에서는 파고 있는 회사들도 있겠지만, 그런 접근은 바로 내일을 보려는 쪽인 것 같다. <레이븐> 다음의 것을 준비하고 있는 인상이다.  

 

희망사항이긴 하나, 모바일게임의 진입장벽을 마케팅 쪽이 아니라 개발 쪽에 투자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본다. 글로벌 원빌드로 가야 한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할 것이고.

 

시몬: 새로운 시도들이 성공과 연결돼야 하는데, 성공 레퍼런스가 부족한 것이 문제 같다. 카카오톡 초창기의 <애니팡> 시대가 지나간 후 성공 레퍼런스가 드물다 보니 성공했던 것 따라 베끼기로 가는 것 같은데?

 

띵: 넥슨이 저주받은 것인 동시에 좋은 것 중 하나가 너무 오랫동안 쉬었다는 것 같다. 즉 성공으로 인해 조급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 이미 성공을 경험한 회사들조차도 해외 등에서 벌어들인 돈을 너나 할 것 없이 쏟아 부으며 마케팅 경쟁에 동참하는 것은 다시 내려오기 싫기 때문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성공과 실패를 오르락내리락하며 견딜 수 있는 회사가 센 회사라고 생각한다.

 

시몬: 문제는 여전히 대규모 광고​나 크로스프로모션이 가장 중요하고 유효한 마케팅 전략이어서, 그것 이상의 딴 것을 통해 극복할 방법이 없는 게 현실적인 문제 아닌가?

 

띵: 그걸 극복할 수 없으면, 계속 유지해야 되고, 계속 유지하려면 돈을 발라야 하고, 심지어는 자기가 다운로드를 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인데, 그건 다 같이 망하는 길이 아닐까? 

 

시몬: 실제 그렇게 되고 있는 모양새가 아닌가?

 

띵: 그래서 괜찮은 게임이 나와야 한다는 거다. <듀랑고>만 해도 굉장히 이상한 게임이지 않냐. 그런 것들이 성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현재를 수성하기 위해 크로스프로모션을 돌리는데 돈을 쓸게 아니라 이것저것 개발하고 투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크로스 프로모션이 효용이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프로젝트가 괜찮을 때 인 것 같고, 나아가 프로젝트가 괜찮다면, 꼭 크로스 프로모션이 아니더라도 흥행시킬 수 있는 방법은 있다고 본다. 

 

 

시몬: 최근 마블 스튜디오의 IP의 활용해 성과를 보이고 있는 <마블 퓨처파이트>(위 이미지) 같은 전략은 어떻게 생각하나? 글로벌 공략 측면에서는 꽤 의미있는 시도고, 성과도 보이고 있는 것 같은데.

 

띵: 유명 IP를 활용해 글로벌로 나가는 것은 현재 해외 유저들에게 인지도가 별로 없는 회사로서는 전략적으로 매우 잘한 선택이다. 그 과정에서 성과를 얻은 것이 부럽다. 넥슨에서도 여러가지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론칭이 한발 늦었다. 

 

잘 되고 있다고 들었고, 또 잘 되기를 바란다. 다만 IP를 활용하는 것은 단기간의 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매우 매력적이고 훌륭한 방법이긴 하지만 그것에 중독되면 다시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IP의 힘을 적절하게 잘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찌되었던 한국에서 개발한 프로덕트들이 해외에서 선전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확률형 아이템, 로컬 시장과 글로벌 시장의 딜레마

 

시몬: 사실 최근 논란이 된 확률형 아이템도 레퍼런스와 연결되는 이슈다. 확률형 아이템은 매출을 올린다는 레퍼런스를 만들었지만, 난감한 확률 등으로 유저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띵: 현 상황상 확률형을 수익모델로 쓰지 않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얼마나 유저들의 과금을 유인하느냐가 문제인데,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방식은 기본적으로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ARPPU(과금 유저 1인당 평균매출)는 낮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기존 ARPPU가 5만원이라면 - 이도 상당히 높다고 생각하는데- 이를 20만원, 30만원까지 끌어올리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는 접근방식은 옳지 않다.

 

시몬: 문제는 소위 고과금 유저군과 저과금 유저군의 밸런스에 있다고 생각한다. 업계 관계자를 만나 이야기해보면 당위적으로 두 그룹의 밸런스를 맞춰야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력이 없는 일부 작은 개발사들은 게임 콘텐츠의 90%를 고과금 유저에 맞출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고과금 유저의 동기부여에 포커스를 맞추는 게 매출에 훨씬 도움이 되니까. 

 

회사의 생존을 위해 고과금 유저가 돈을 많이 지를 수 있는 방식, 즉 고과금 유저가 중심이 된 구조로 개발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던데. 

 

 

띵: 그런데 그렇게 해서 성공한 회사가 있는가, 라고 되물으면 사실 그것도 일종의 미신과 같은 얘기다. 고과금 유저가 돈을 더 많이 쓰게 만들겠다고 의도해도 그것이 생각처럼 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밸런스를 유지해야 하는 쪽에 훨씬 더 포커스를 두게 된다.

 

시몬: 그럼 국내 게임 시장에서 확률형 가챠가 없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는 무엇인가?

 

띵: 너무 매력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시몬: 과장스러운 이야기인 줄 모르겠지만, 시중에는 똑같은 아이템을 사는 시스템을 놓고 봤을 때, 비(非)가챠 기획과 가챠 기획이 있을 때, 심할 경우 가챠 쪽이 돈을 10배 정도 더 번다는 이야기까지 있던데 실제로 그렇게 보고 있는가?

 

띵: 배수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더 벌게 되는 것은 맞는 것 같다.

 

시몬: 그렇기 때문에 확률형 아이템을 게임에 넣는 것이 어쩔수 없는 거다?

 

띵: 이 부분은 사업적 판단이 들어가야 할 텐데, 어쩔 수 없다기보다는 남들 다하는데 우리만 안 할 수 없다는 것이 시장 저변에 깔려있는 상황인 듯 하다. 

 

시몬: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하고 확률형 아이템이 잘 되는 나라가 있나?

 

띵: 확률형 아이템을 도입한 나라가 별로 없다. 확률형이 매력적인 것은 맞는데, 여기에 집중하면 게임이 망가질 수 밖에 없다. 

 

 

시몬: 내가 이런 질문을 계속 하고, TIG가 이 이슈를 적극적으로 다뤘던 핵심 이유 중 하나가 그거다. 우리나라 모바일게임의 근본적인 문제는 수익성이 낮다는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매출을 덜어가는 단계가 많다. 그렇다면 해외 시장을 봐야 하는데, 부진하다. 국내 모바일업체의 매출 중 해외 비중은 온라인게임의 20% 수준 밖에 안 된다.

 

모바일게임 생태계의 선순환을 위해서는 해외에서 활로를 찾아야 하는데, 가챠는 해외 활로 개척과 역행한다. 글로벌 원빌드 전략이 이슈인데, 가챠 수익모델 중심의 원빌드는 결코 해외에서는 성공할 수 없는 것 아닌가?

 

띵: 맞다. 가챠는 서구 정서에 걸리는 부분이 있다는데 동감한다. 가챠 자체보다는, 결국은 가챠의 범위에 대한 얘기가 될 텐데, 돈 넣고 레어아이템을 뽑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본다. 대신 콜렉팅이나 합성 같은 게임 전반에 녹여져 있는 부분은 빼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또한, 현질 유도 수준을 적절하게 조정해야 할 것이다.

 

 

온라인게임, 그래픽이 이끌지 않는 성공의 중요성

 

시몬: 온라인게임은 계속 주제에서 밀렸다. 온라인게임 생태계는 어떻게 전망하는가?

 

띵: 생각해보면 콘솔이 망가지고, 온라인이 망가지고, 모바일이 망가지는 것이 똑같은 과정인 것 같은데, 바로 제작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콘솔이 처음에는 굉장히 재미있었지만 콘솔 안에서 새로운 재미를 못 찾고 계속 그래픽 경쟁이 되다보니까, 이전에 굉장히 넓은 스펙트럼에서 다양한 게임이 나오던 것들이 다 없어지게 된 것 아닌가. 

 

개발비가 안 나오기 때문에 가격을 올렸고, 가격을 올리니 전체 시장이 흔들리고, 몇 개 상위 타이틀 아래는 다 흥행에 실패하는 상황이 되었다. 온라인은 그런 틈을 타 접근성으로 시장을 키워나갔고. 

 

그러나 온라인게임 역시 몇 백 억 대의 개발비가 들어가게 되는데, 이러한 비용의 대부분은 그래픽을 예쁘게 만드는 데 쓰이게 됐다. 온라인게임도 더 이상 할 게 없다는 회의론이 나오고 상황이었던 것 같다. 모바일의 경우도 개발비는 상대적으로 적더라도 마케팅비가 거꾸로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시몬: 맞다. 온라인게임의 경우 그래픽 퀄리티 경쟁력을 위해 시간과 인력이 계속 많아지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온라인의 솔루션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띵: 그래픽 퀄리티에 집중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메이플스토리 2>만 해도 옛날 그림이라도 유저들이 좋아하고 기대하는 것은 기존과는 다른, 색다른 것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페리아 연대기>도 그렇다. 

 

한편으로 보면 그래픽으로 큰 진입장벽을 만들었었던 엔씨는 굉장히 스마트했었던 것 같다. 그래픽은 돈을 쓰면 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에 그 길을 다 따라갔고, 넥슨도 한 번 따라가려고 하다가(<제라>를 의미함. 편집자 주) 실패하고 아예 거꾸로 가는 길을 택했다. 그런데 엔씨의 루트를 따르던 프로젝트들이 다 좋은 성과를 못 내면서 투자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시장이 냉각됐다. 그냥 다른 방법을 모르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길을 잃은 셈이다. 

 

만약 <메이플스토리 2>가 잘 되면 또 바뀔 거라 본다. 개발비 얼마 안 들이고 나와도 저렇게 되는구나의 레퍼런스 될 테니. 어쨌든 그래픽 드리븐(graphic-driven, 그래픽이 이끄는)의 방식은 한계가 명확하게 보인다고 생각한다. 

 

시몬: 그럼에도 온라인에서 철수한 회사들이 많다. 한계를 느끼고 모바일로 갔다. <메이플스토리 2>가 잘 된다고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띵: 안타까운 것은 정말 다 해봤냐는 거다. 대부분 빨리 포기하고 모바일로 갔던 것 같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기도 한다. 모바일은 결과가 빠르지만, 온라인은 중장기 프로젝트라 성과가 천천히 나오니까. 개발자가 대표로 있는 엔씨소프트나 위메이드는 그런 면에서 온라인을 계속 가져가는 것 같고.

 

시몬: 회사 마인드의 문제도 있지만, 요즘은 온라인게임 개발을 하고 싶어도 개발자 수급에 문제가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대부분 모바일 쪽으로 옮겨서.

 

띵: 맞다. 능력있는 개발자도 많이 줄었지만, 뉴비들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시몬: 게임 및 유관 학과 등을 통해 매년 4,000명 정도가 게임 쪽으로 유입된다고 하는데?

 

띵: 반 정도는 모바일로 가는 것 같고. 옛날만큼 역량있는 인력이 들어오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게임 생태계 역량 있는 인력 유입의 조건과 C++의 중요성

 

시몬: 왜 예전에 비해 역량있는 인력이 게임 업계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보는가?

 

띵: 이 부분은 우리 회사 차원에서도 노력해야 할 부분이지만, 게임이라는 것이 잘 되려면 스타 개발자가 생겨야 한다고 본다. 1세대 개발자 이후 2세대, 3세대 이렇게 새로운 성공과 그 성공을 꽃피운 사람들이 계속 조명을 받아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부족했다. 

 

돈도 벌고, 조명을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계속 나와야 역량있는 인력들이 관심을 가지고 들어올 텐데, 현재는 그렇지 않은 상황이다. 

 

시몬: 모바일 시대는 스타 개발자가 나오기가 더 어려워진 환경 같다. 일선 개발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예전에는 사업 쪽에서 뭐 하자고 해도 개발자가 리드하며 만들었는데, 요즘은 사업이 완전 리드하는 경향이 많다고 한다. 게다가 <애니팡> 같은 사례만 해도, 흥행에도 성공했고 돈도 많이 벌었지만 개발자가 부각되지는 않았다. 유저들 대부분이 개발력이나 기획력보다는 벤치마크를 잘 한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도 강하고. 

 

띵: 사업이 드라이브하는 것도 맞지만, 오래가긴 힘들다고 본다. 똑같은 게임을 그림만 바꿔서 하는 것도 아니고. 언젠가는 한계가 올 것이다. 

 

미래를 위해서는 준비를 반드시 해야 한다. 좋은 게임을 개발하고 성공한 개발팀에게는 충분히 그 성과를 조명해주고, 또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몬: 현재 그런 조직 문화와 제도적 지원을 다 해줄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또한 최근 모바일게임을 리드했던 업체들은 개발력보단 영민한 감각으로 사업기회를 잘 포착했던 것도 있고. 

 

띵: 나는 기본적으로 성공은 행운의 영역에 있으며, 이 성공이 영원할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아무리 지금 큰 성공을 거두고 있어도 내년, 후년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이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준비가 사업적인 준비라기보다는 어찌 되었던 간에 개발에 대한 투자로 진입장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므로 스타 개발자는 회사에게 굉장히 중요한 자산이 된다. 물론 그렇게 키운 스타들이 나갈 수도 있으므로 회사 입장에서는 특정 몇 명에게 그러한 조명을 몰아주는 것이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새로운 스타가 나오지 않는 반대 상황이 더 치명적이다. 

 

1세대 개발자들을 보고 젊은 친구들이 롤모델로 삼기에는 성공에 대한 거리감이 너무 크지 않나. 그들에게는 너무 먼 얘기다.  

 

시몬: 그러므로 게임 생태계에 좋은 인력들이 유입되려면, 가까운 과거의 스타들이 나와줘야 한다?

 

띵: 맞다. 예를 들어 영화계만 해도 임권택 감독 하나만 보고 새로운 인재들이 유입되고 있지는 않다. 신흥 감독들이 계속 등장하면서 젊은 피들이 계속 수혈되고 있는 것 아닌가. 젊은 친구들 입장에서는 게임 산업이 늙은 산업이 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을 월급쟁이의 관점으로 보듯이, 게임 산업에 입문하는 것 역시 월급쟁이의 관점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들어왔을 때 정서적인 충격이 큰 것도 있고. 

 


신작이 뜸했기 때문도 있지만, 넥슨의 경우도 김동건, 이은석 이후 다음 세대의 스타 개발자가 마땅히 없다. 이러한 공백, 새로운 스타의 부재가 전반적으로 산업이 노화된 것 같은 이미지를 주는 것 같다. 그리고 콘텐츠 사업이라고 생각하면, 그 사람들이 만드는 부가가치에 대해서도 반드시 인정을 해줘야 한다고 본다.  

 

시몬: 동의한다. 모바일게임 초창기에는 아이디어나 기민함 등이 제대로 부각되지 못했던 점도 있었던 것 같다. 그게 미래를 보장하는 것도 아니고, 일시적인 것이긴 하지만, 그 나름의 베팅은 충분히 의미 있는 영역이었는데, 매체로서 우리도 제대로 커버하지 못한 것 같다.

 

그나저나 프로그램 개발 환경이 유니티로 많이 몰리는 듯한데, 신입 프로그래머 수급 현황은 어떤가?

 

띵: 유니티가 아무래도 프로그램 영역이 축소되어 있고 레고 블록처럼 조립해서 사용할 수 있게 되어있다 보니 열심히 파서 공부하는 경우가 드문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게임이 엇비슷해지는 경향도 생기고. 물론 유니티도 엔진쪽에 가깝게 파보면 공력이 세지긴 하는데, 잘 그러지 않는 것 같다. 그럴 필요가 없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유니티만 제한적으로 다룰 수 있는 프로그래머들이 많아진 것 같다. 

 

시몬: 지금 현재 개발중인 신작 모바일게임의 엔진은 어떻게 쓰고 있나?

 

띵: 유니티 반, 언리얼 반 정도 되는 것 같다. 

 

시몬: 그렇다면 넥슨 신규 개발팀의 추세는 언리얼 쪽으로 가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띵: 게임을 보는 관점이 게임의 본질로 가자, 액션도 강하게 넣고, 라면 언리얼 쪽으로 가는 게 맞다. 유니티쪽으로 가면 규모가 적되 개발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게임의 개발 방향에 따라 갈리는 것 같다. 아무래도 RPG는 언리얼로 가고, 비RPG는 유니티로 가는 듯하다. 

 

다만, 온라인게임을 개발하다 유니티로 가는 것은 비교적 쉬우니까 괜찮은데, 학교 다닐 때부터 유니티를 배운 친구들은 나중에 C++로 가기 힘들어 하는 경우가 다수 있다. 개발의 관점에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길게 봐서, 언젠가는 모바일 디바이스가 PC를 대체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보면, 결국은 언리얼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몬: 실제로 개발로 들어오는 자원들, 면접보는 자원들의 비중은 어떤가?

 

띵: 아무래도 유니티 쪽이 훨씬 많다. 언리얼은 온라인게임을 해봤던 사람들 중에 몇몇이고, 신입 중에는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인력난이 심각하긴 하다. 

 

시몬: 눈높이가 높은 것은 아닌가? 이러한 인력난은 유니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서인가?

 

띵: 리딩회사의 눈높이는 당연히 높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거기에 못 미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고.

 

그러나 더 큰 이유는 게임을 크게 보지 않고 빨리 만들어 버리는 것으로 생각해서인 것 같다. 요행수 아닌 요행수의 느낌으로 봐버리니까. 모바일게임 개발에 있어서 <블레이드>가 언리얼로 성공했으니까 모바일게임에서도 언리얼을 검토하기 시작했지 그 전엔 아무도 쓸 생각을 안 했었다. 

 

 

허접만담을 마치며

 

시몬: 1년 반 전, 당시에는 창업하겠다는 사람에게 사업을 끼고 가라는 조언을 하셨는데, 지금 창업하겠다는 사람에게 할 조언은? 

 

띵: 지금은 창업하면 험한 상태라고 본다. 선택을 받아야 할 입장에서 창업이 유효할 수 있는 환경은,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던가, 소싱이나 투자 등의 수요가 많다던가 등이 있을 것 같은데 지금은 중국에서 엄청나게 많이 나오고 있고 그 중에서 잘 나온 것들만 봐도 꽤 많이 있다. 그것들이 싸게 공급되고 있기 때문에 그들과 싸워서 이길 수 있다면 모를까 창업하기에는 좋지 않은 상황인 것이 현실이다.

 

시몬: 그래도 창업하겠다면?

 

띵: 남들 안 가는 데를 가는 것이, 그나마 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지금 <도탑전기> 같은 것은 백날 만들어봐야 중국회사에 당할 수가 없다. 어쨌든 더 싸게 만들 테니까.  뭔가 다른 형태의 엣지가 있는 것을 용기를 가지고 만들었을 때 그나마 퍼블리셔들의 이목을 끌 수 있을 테고 성공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시몬: 로컬 안 바라고 글로벌로 갈 수도 있지 않을까?

 

띵: 글로벌 론칭을 한다 해도 다운로드는 되어야 할 것 아닌가. 내가 만드는 게임이 굉장히 엣지가 있고 장르 등이 매우 좁지만 명확한 타겟층이 있다면 그래도 글로벌에서 입소문을 타고 성공할 수 있겠지만, 일반적인 RPG 이런 것으론 절대 힘들 거다. 

 

시몬: 1년 반전에 넥슨에 돌아 왔을 때, 딴생각 없이 개발에 전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는 어떤가?

 

띵: 아직까지는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회사가 성공에 대한 기대가 적다는 것이 나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성공에 대한 기대가 많으면, 스텝이 꼬일 수밖에 없고 무리수를 두게 된다. 예를 들어 올해 모바일 매출 2,000억을 해야 됩니다, 같은 목표가 있으면 이걸 어떻게 쥐어짜서 만들어야 한다. 

 

넥슨의 경우 올해, 내년에 대해 큰 기대가 없습니다, 라고 하는 게 역으로 엄청난 기회가 되고 있다. 그래서 이것저것 해볼 수 있는 거고. 게임 산업이란 게 흥행 산업이다보니 내부적으로 만든 것이 다 망할 수도 있지만, 무리수를 두고 있지 않고 순리대로 가고 있다면 그 중에 뭐 하나는 터지지 않겠나. 

 

그래서 단기 실적을 위해서 그런 무리수를 두지 않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실적을 위해서 몇 백 억을 어디서 땡겨야 하는데, 이렇게 생각하면 게임회사는 망하는 거라고 본다. 사실 상장사가 그런 스탠스를 갖기가 쉽지 않은데, 넥슨만 해도 상장 직후 2012년, 2013년에 그런 무리수를 두던 시점이 있었고. 그런 부분을 극복하고 있다는 것이 넥슨에 있어서는 큰 기회이고, 그러다 보니 우연치 않게 좋은 성과를 내는 것들도 서서히 보이는 것 같다. 

 

시몬: 행운을 빈다. 많이 배웠다. 즐거웠다. 앞으로 좀더 자주 만나서 이야기 나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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