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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는 장애가 없다” 함께하는 즐거움을 위해, 소셜벤처 모두다

사회적기업 꿈꾸는 모두다 박비 대표

송예원(꼼신) 2015-10-19 10:34:40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일은 쉽지 않다. 하물며, 사회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건 더욱 어려운 일이다. 게임이 너무 좋아 게임을 널리 알리겠다며 게임사에 들어간 이가 있다. 무려 대기업이었지만, 더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 뛰쳐나와 중소개발사를 지원하는 게임인재단에 들어갔다. 그리고 현재는 소외계층에게 게임의 재미를 주고 싶다며 창업까지 했다. 소셜벤처 ‘모두다’ 박 비 대표의 이야기다. 

 

온라인게임에서 길드를 이끌고, 보드게임 동호회를 운영할 만큼 게임 마니아인 박 대표는 지난 6월 소셜벤처 모두다를 설립했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원대한 포부 같은 건 없었다.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의 좋은 가치를 믿고 함께 하는 즐거움을 많은 이들에게 주고 싶다는 작은 바람이 시작이었다. 

 

“주위에서 하다 하다 이제 장애인하고도 게임을 하느냐더라고요.(웃음) 알고 보면 게임이 정말 필요한 이들인데 말이죠.” 모두다를 통해 박 대표가 바라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디스이즈게임이 박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비 모두다 대표


 

■ 게임에는 장애가 없다, 소외 계층에 게임의 즐거움을!

 

모두다는 장애인, 노인과 같은 문화 소외 계층에게 게임을 통해 여가 생활을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지난 6월 시작된 소셜벤처다. 한국장애인개발원 발표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78%가 여가를 TV시청으로 보내고 있다. 비장애인과 젊은 세대에게는 손만 뻗으면 쉽게 즐기는 게임은 접할 기회조차 드문 게 현실. 이들에게 게임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다는 자칭 ‘게임 덕후’ 박비 대표의 작은 소망이 모두다의 시작이었다.

 

기존 재활치료법에 흥미를 갖지 못하는 장애인들의 모습도 박 대표의 고민을 건드렸다. 미술치료, 음악치료와 같은 전통적 방식의 재활 프로그램은 많지만 그 대상은 학생층으로 제한적이다. 특히 오랜 기간 같은 프로그램을 반복해온 성인들에게는 벽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봉사활동을 갔던 장애인 시설에 함께 게임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키넥트를 가져갔어요. 볼링을 쳤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던 거에요. 당시는 게임을 좋아해 그 즐거움을 알리고자 업계에 들어왔는데, 쉽지 않아 고민이 많던 시기였어요. 이 때 ‘게임이 정말 필요한 곳이 있었구나’ 깨달았죠.”

  

게임은 크고 작은 부분에서 장애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먼저 행동에 제약이 많은 장애인들에게는 게임을 통해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 또한 게임을 통해 야구, 볼링, 스키 등 평소 발달장애인들이 즐기기 어려운 다양한 장르의 스포츠를 체험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현실 스포츠와 달리 일정한 보정이 있기 때문에, 높은 성취감과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소 중 하나다. 자폐인에게는 다른 이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는 과정이 사회적 소통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사회화’는 박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꼽는 효과다. 

 

“발달장애인들은 자기 중심적인 성향이 강해요. 누구나 제일 먼저, 제일 많이 게임을 하고 싶어하죠.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규칙과 규율을 따라야 한다는 것을 몸소 배우게 되요. 양보하는 법도 알게 되고요. 더불어 함께 응원하고 잘하면 박수 쳐주면서 타인과 교류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요.”

 




■ “게임의 좋은 가치가 변화를 만든다” 업계 지원 절실

 

현재 모두다가 제공하는 ‘나를 찾는 게임’ 프로그램은 문화 소외 계층에게 적합한 게임을 찾아주고 올바른 이용법을 알려주는 커리큘럼이다. 자전거, 수영, 배드민턴 등 일반적인 운동을 시작할 때 주의사항부터 규칙이나 방법을 교육받듯, 참가자 상황에 맞는 게임을 설계하고 이용방법을 지도한다. 플레이 타임까지 철저히 관리하며, 게임중독 예방까지 함께하고 있다. 

 

조작의 접근성을 낮추기 위해 주로 사용되는 게임은 키넥트를 활용한 타이틀이다. 움직임만으로 플레이 가능한 만큼 누구나 쉽게 배우고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행동제약이 없는 이들은 조작이 필요한 닌텐도 3DS나 위유 타이틀도 즐길 수 있다. 고레벨은 어렵지만, <슈퍼마리오>와 <포켓몬스터>를 좋아한다. 

 

“약 3주간 정해진 게임을 배우고 플레이해요. 발달장애인은 학습 속도가 더디기 때문에, 3주라는 시간이 지겹게 느껴지지 않죠. 야구 게임의 경우 공을 맞추지 못한 채 컨트롤러를 휘두르기만 하거나, 반대로 투수를 따라하는 등 비장애인과 플레이 패턴은 조금 다르지만, 즐기며 집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자극이 되요.”

 


 

다만, ‘게임’을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은 장벽으로 남는다. 부정적인 인식이 강렬히 박혀있는 게임을 돈을 주고 배운다는 개념을 이해시키는 과정부터 난관이다. 박 대표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사회적기업가 MBA까지 준비하고 있지만, 반대로 게임을 잘 이해하고 있는 인력을 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 아쉬운 점은 사회복지와 관련한 자격증은 많지만 게임과 관련된 지도사 자격증은 보드게임 지도사 하나뿐이다. 올바른 게임 이용 교육의 중요성은 업계나 교육기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강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전문가 조차 없는 현실이다.

 

“지금 모두다에게 가장 필요한 건 게임 업계의 지원 사격이에요. 게임 교육도 그 중 하나죠. 사소하게는 장애인을 위한 배려도 필요해요. 예를 들면 장애인 추천게임 등급제 같은 거죠. 장애 유형에 따라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 다른데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거든요. <후르츠닌자>의 경우 기립이 안 되는 장애인이 유일하게 즐길 수 있는 키넥트 게임이라는 걸 미리 알려주면 좋지 않을까요?” 

 

청각장애인 작가가 모바일게임 <방탈출>​을 플레이하며 겪었던 어려움을 담은 에피소드.

 

 

■ 최종 목표는 장애인 고용 창출 가능한 사회적기업

 

이제 법인 설립이 6개월도 채 되지 않았지만, 박 대표의 행보에는 많은 이들이 응원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남궁훈 엔진 대표의 임팩트 투자를 통해 법인 설립이 이어졌으며,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는 사무 공간 지원하고 직원 대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행복한바오밥, 마이크로소프트사는 보드게임을 기부하거나 장비를 대여로 도움을 주고 있다. 

 

사업성을 인정받아 지난 8월에는 위키서울 사회적경제 아이디어 대회에 선정됐다. 최근에는 JP모간 청년 사회혁신가 인큐베이팅 지원 사업에서 수 백대 1의 경쟁을 뚫고 최고 단계인 인큐베이팅 과정에 뽑히기도 했다. 

 

‘소셜벤처’인 모두다는 사회적기업으로, 특히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장애인 표준사업장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직업 재활은 제조업에 치중돼 있는데, 이를 서비스 영역으로 확대하겠다는 게 박 대표의 꿈이다.

 

발달장애인 직원이 80% 이상인 사회적기업 베어베터 내부에 마련된 플레이룸. 12시부터 2시까지 모든 직원들이 이용 가능하다. 

 

이에 모두다는 보조강사에 장애인 고용을 준비하고 있다. 프로그램에서 게임 진행을 돕는 이른바 ‘게임 마스터’를 육성함으로써 직업 재활까지 돕는 것이다. 지난달 ‘2015 함께 서울 정책박람회’에 장애인 2명이 보조로 나서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무리한 경험도 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베어베터에서는 게임마스터를 자처하는 참가자도 벌써 여럿이다. 

 

“벽에 부딪칠 때마다 게임의 좋은 힘을 믿어요. 오랜 시간 봉사활동을 하며, 그리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무조건 좋은 영향을 받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했거든요. 세상을 바꾸고 싶다거나 하는 게 아니에요. 올바른 게임 이용을 통해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함께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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