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L게임즈 아지트는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어요. 자신의 바이오리듬에 따라 가장 능률이 잘 오르는 시간대를 각자 선택해서 일하는 방식으로 해나가고 있거든요”
전형적인 개발자 이미지는 여전하지만 날카로운 선이 매력이었던 얼굴은 부드러운 곡선으로 바뀌었다.
송 대표는 요즘 10년 동안 온라인게임을 만들어오며 쌓였던 노하우를 새로운 프로젝트에 스며들게 하기 위한 작업에 분주하다. 여기에는 온라인 레이싱게임 장르에서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겠다는 포부가 숨겨져 있다.
XL게임즈 송재경 대표
27일 대망의 1차 클로즈테스트 시작
송 대표는 최근 가제로만 놔뒀던 게임이름을 <XL레이스>에서 <XL1>으로 바꿨다. ‘포뮬라원’처럼 레이싱게임 냄새를 물씬 풍기면서도 모터스포츠 온라인게임 장르에서 ‘넘버원’이 되겠다는 뜻이다.
게임은 이미 공개할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4월에 공개된 게임영상과는 물리엔진을 완벽하게 적용했고 차량, 트랙 등에 대한 리소스 작업도 거의 끝났다. 클베 버전에서 보여줄 3개의 트랙과 24대의 차량에 대한 점검도 마친 상태.
퍼블리셔인 네오위즈와의 협의를 통해서 정한 클로즈베타테스트 날짜는 이달 27일이다.
1차 클로즈베타테스트가 수월하게 끝나면 3개월 후쯤 2차 테스트를 시작하고 다시 2~3개월 후에 본격적인 오픈베타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게임은 마니아와 라이트유저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
<XL1>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자신의 차고에서 차를 개조하는 ‘게러지 시스템’과 수백 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조합으로 차의 성능을 개선하는 ‘튠업 시스템’을 도입하고 최근 온라인게임의 추세에 맞춰 ‘아이템전’과 ‘미니게임’도 넣을 계획이다.
아이템전은 기존의 레이싱게임처럼 직접 상대방을 방해하는 아이템이 등장하지는 않고 횟수에 제한이 있는 부스터를 사용하거나 타이어를 교체하는 식으로 실제 레이싱게임의 맛을 높일 예정이다.
또 미니게임은 한바퀴의 트랙을 가장 빨리 돌거나 16명이 모두 같은 차종으로 대결을 펼치는 방법으로 삽입된다.
XL게임즈 구성원들은 실제 레이싱이 열리는 경기장을 자주 찾아다니면서 게임을 구상했고 지난해에는 강원도 태백에서 열린 ‘포르쉐 카레라 레이싱’을 직접 보기 위해 워크샵을 강원도로 가기도 했다.
지독한 레이싱게임 마니아인 XL게임즈
XL1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김민수 개발이사
레이싱게임의 핵심인 '물리엔진' 완벽구현
TIG> 유저들이 가장 궁금하게 생각하는 것은 게임 서비스 일정이다. 향후 일정이 어떻게 되나?
27일 3개의 트랙과 24대의 차량으로 1차 클로즈베타테스트를 시작한다. 이후 3개월쯤 지난 시점에서 한번 더 클로즈베타테스트를 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다시 2~3개월 후에 오픈베타테스트를 진행하고 적절한 시점에 정식서비스를 하게 된다.
TIG> <XL1>은 어느 정도 개발이 진행됐나?
레이싱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물리엔진’을 거의 완성했다. 다만 물리엔진의 난이도 설정이 아직 숙제로 남아 있다. 인터페이스를 직관적이면서도 게임분위기에 녹아들어가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예전에 <리니지>를 만들면서도 그랬지만 인터페이스를 잘 만드는 것이 가장 힘들다. 요즘 디자이너들과 하는 고민은 어떻게 하면 예쁘면서도 알기 쉬운 인터페이스를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다.
TIG> <XL1>의 게임컨셉이 궁금하다.
<XL1>은 사실성을 추구하면서도 쉽게 조작이 가능하도록 만들고 있다. 하지만 마니아들을 위한 요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차량 튜닝에 따라 성능이 개선된다거나 단계별로 부품을 세분화하는 등의 하드코어한 컨텐츠도 들어간다.
간편한 인터페이스는 기본
TIG> 레이싱게임이 마니아게임으로 인식돼 있어서 조작이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이 많다. <XL1>의 인터페이스는 어떤 식으로 설계됐나?
방향키 4개와 기어 업다운키 등 몇 개의 키만으로도 충분히 게임을 할 수 있다. 물론 레이싱게임용 ‘휠 조이스틱’이나 일반 USB 게임패드를 사용하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키보드만으로 좋은 드라이빙을 할 수 있게 만들고 있으며 실제로 주행을 하면서 드리프트를 하게 되면 휠보다 키보드나 게임패드가 훨씬 쉽다. 또 우리 게임은 마우스도 지원한다.
TIG> 국내에서 크게 인기를 끈 장르는 아니지만 기존에도 많은 레이싱게임이 있었다. 레이싱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들이 <XL1>에서 어떤 매력을 느끼게 되나?
PC-콘솔 플랫폼으로 나온 기존의 레이싱게임들은 많아야 2~4명이 즐기는 게 고작이었다. 물론 실사풍의 온라인게임이 있긴 했지만 기획이나 물리엔진 구현에 문제가 많았다고 본다.
국내도 그렇고 해외에서도 모터스포츠 시장이 점점 넓어지고 있고 게이머들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대박을 바라고서 게임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유저층이 두터워지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도 커다란 힘이다.
또 <XL1>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차량’이 등장한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다. <XL1>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우리가 직접 디자인한 차들을 계속 넣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TIG> <XL1>을 만들면서 벤치마킹한 게임이 있나?
해외에서 나오는 레이싱게임들은 빼놓지 않고 꼭 해본다. <XL1>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후 <그란투리스모>, <포르자> 등을 더욱 열심히 한 것 같다. 요즘은 <콜린 멕레이 랠리> 차기작하고 <그란투리스모 5> 발매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릿지레이서>도 4편까지는 좋아했는데 그 이후 게임컨셉이 약간 이상해진 것 같아서 안하고 있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좋아하는 게임이 <그란투리스모>이다 보니 <XL1> 개발에 간접적인 영향을 줬다.
아이템전은 NO, 새로운 게임모드 구상중
TIG> 레이싱게임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자동차는 어떤 방식으로 고를 수 있나?
계정을 만들고 게임에 접속하면 일단 C클래스부터 시작하게 된다. 그 이후 B-A-S 순으로 클래스를 높여나가게 된다. <XL1>에서 클래스는 마력에 따라 자동차를 구분한 것이다. RPG 요소도 들어간다.
애초에는 플레이어의 캐릭터인 레이서가 레벨에 따라 성장하도록 구현할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레벨에 맞게 차를 사도록 구현했다. 성능차이가 많은 차들이 한 곳에서 경주를 하는 것은 너무 재미없지 않나?
TIG> 요즘 대부분의 온라인게임에 게임흐름을 바꿀 수 있는 아이템들이 들어간다. <카트라이더>만 보더라도 바나나가 있지 않나? 이 부분에 대한 얘기도 했을 것 같다.
아이템전의 개념은 넣지만 실제로 공격이나 방어할 수 있는 아이템이 들어가지는 않는다. 만화나 익살스런 느낌은 가급적 빼고 싶다. 레이싱게임의 기본에 충실하고 싶기 때문이다.
다만 부스터 사용횟수를 주거나 별도로 마련된 경주용 타이어를 바꿔 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재미를 주려고 한다. 경주에서 한번 뒤쳐진 게이머는 만회하는 것이 쉽지 않다. 온라인게임으로 만들어지는 레이싱게임은 어느 정도 극적인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이 같은 시스템을 넣게 됐다.
TIG> 미니게임도 들어가나?
따로 미니게임이란 코너로 뺄 계획은 없지만 레이싱게임중 하나로 미니게임의 요소를 넣을 생각이다. 예를 들어 일종의 ‘타임어택’ 개념을 넣어서 트랙 한바퀴를 도는 시간을 측정해 좋은 기록을 세운 유저에게 보상을 주거나 드리프트 콘테스트를 해서 가장 멋지게 트리프트를 하는 유저에게 상품을 줄 생각이다. 후륜구동 차량만 출전해서 경주를 하거나 16명 유저가 같은 차로 경주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레이싱 마니아가 만드는 레이싱게임
TIG> 몇 명의 유저가 함께 게임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최종단계에서는 일단 16명으로 계획하고 있으나 아직 16명 모두가 쾌적한 플레이를 할 수 있을 지 테스트를 좀 더 해봐야 할 것 같다. 1차 클로즈베타테스트에서는 8명이 대결하는 방식이 될 것 같다.
TIG> <XL1>에 판타지 요소를 삽입할 생각은 있나?
아직까지는 그럴 생각이 없다. 사실성을 강조한 게임에 판타지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시간이 된다면 주방, 거실에서 펼쳐지는 ‘소인국맵’을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했다.
TIG> ‘XL게임즈’에 레이싱게임 마니아가 많다고 들었다.
다들 해비유저들이다. 레이싱게임을 좋아하다 보니 가끔 실제 경주가 열리는 경기장을 찾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워크샵을 빙자해서 강원도 태백에서 열린 ‘포르쉐 카레라 레이싱’을 관람하기도 했다. 요즘은 시간이 없어서 자주 못가지만 ‘고카트’도 가끔 타러 다녔다.
우리 뿐 아니라 퍼블리셔인 네오위즈에도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궁합이 잘 맞는다. 네오위즈에는 카레이서 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