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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규, 빌 로퍼, 라프 코스터를 만나다

[KGC 2005] 기조연설자들 합동 인터뷰

임상훈(시몬) 2005-11-10 17:09:12

김학규(IMC게임즈 대표), 라프 코스터(SOE 이사), 빌 로퍼(플래그쉽스튜디오 대표).

 

KGC 2005의 기조연설을 맡은 세 사람이 10오후 1께 지스타 309호에서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기조 연설 직후로 점심식사도 걸렀기 때문에 비교적 짧게 진행돼 조금 아쉬웠죠. 하지만 게임계 현황에 대한 이 바닥 고수들의 이야기에는 녹록치 않은 경륜이 묻어 나왔습니다. 아참, 새로운 사실을 들었습니다. 할리우드 톱스타 벤 애플렉이 <스타크래프트> 마니아고, 보스턴 레드삭스의 커트 실링이 <에버퀘스트>에 푹 빠졌답니다. 자고로 개발자는 수염이 텁수룩해야 된다고 몸으로 웅변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시죠. /디스이즈게임

 

 

TIG> 빌 로퍼 이사는 기조연설에서 <카트라이더>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하던데, 언제부터 이 게임을 알게 됐나? 실제 미국 개발자들 사이에서 이 게임이 화제가 되고 있는가?

 

로퍼> 미국에서는 굉장히 다른 모델, 특히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서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많이 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재미있고, 간단한 캐주얼 게임인데 아이템을 통해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미국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굉장히 놀라워하고 있다.

 

코스터> <카트라이더>는 못해봤고 <팡야>를 즐긴다. MMORPG에 관해서는 7~8년 전부터 이야기가 많았는데 캐주얼 게임에 관한 이야기는 몇 년 안 된다. 아주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TIG> 기조연설에서 현금거래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는데,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로퍼> 미국에서도 논란이 많다. 게임성을 훼손한다며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도 있고, 시간과 돈을 투자한 유저가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해하는 사람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SOE의 아이템 현금거래 허용에 대해 잘했다고 생각한다. 유저들의 거래에 안정성을 확보해줬기 때문이다.

 

코스터> 법적인 문제가 있었다. 아이템 거래가 인정될 경우, 게임사가 은행이 되는 셈이니까. 보험도 들어야 하고. 그런 문제 때문에 주저하는 경향이 있었다. 예전에 SOE의 고객관리 예산의 40%가 현거래에 관한 각종 불만에 대응하는데 사용됐다. (현금거래 인정 이후 커스터머 서비스를 더 잘하게 됐다는 긍정적 의미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 같네요.) 

 

김학규> RMT(Real Money Transaction)에는 두 종류의 모델이 있다. 물약이나 게임상에서 이득을 주는 아이템을 개발사가 제공하는 모델이 있고, 유저들 간의 거래를 안전하게 보장해주는 모델이 있다. 전자의 경우는 평생무료화 게임이 주로 하는데 MMO가 택할 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후자는 회사가 책임져주는 개념으로, 라프가 이야기한 은행보다는 부동산에 가까운 개념인데 필요하다고 본다. 분명히 RMT는 통제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금지하는 게 답은 아니다. 인간의 사회활동에서 경제활동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듯, 어느 정도 인정해줘야 한다.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방식으로,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게.

 

TIG> 지스타는 봤나? 앞으로 게임쇼는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이와 관련해서는 얼마 전 디스이즈게임에 나왔던 허접한 글, 도쿄게임쇼, 5년 안에 망한다를 읽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코스터> 컨퍼런스에만 있느라고 게임쇼는 못 봤다. ^^;; 게임쇼는 ▲ 트레이드쇼(업계 관계자들을 위한 쇼) ▲ 컨슈머쇼(유저들을 위한 쇼) ▲ 개발자를 위한 것, 이렇게 세가지 종류가 있는 것 같다. E3는 트레이드쇼에 가까운데, 앞으로는 컨슈머쇼가 더 발달할 것으로 본다. 블리즈콘도 그렇고, 예전에 <울티마 온라인>도 그런 쇼를 했었고. IGN이나 게임스파이 같은 곳에서도 유저 대상의 쇼를 기획하고 있고…. 개발자를 위한 컨퍼런스에서 게임계가 아닌 다른 영역, 이를테면 만화나 영화 쪽 사람들이 와서 함께 배웠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로퍼> 자세히는 못 봤다. 첫인상은 판타스틱했다. 라이프찌히에서 열린 게임쇼를 갔는데 개발자 컨퍼런스를 유저들이 게임 구경하는 곳에서 했다. 그런 형태가 괜찮은 것 같다.

 

김학규> 우리 부스만 잠깐 가봤다. ^^ 패키지 시절에는 E3 같은 데 가서 패키지 보고, 그것 들여오는 그런 식으로 했는데 인터넷이 발달되면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그냥 소비자의 반응을 확인하는 수준이다. 언론에서는 몇 백 만불 계약실적을 올렸다이런 기사들 나오는데 실질적으로는 무의미하다. 실제 이야기는 이미 다 되어 있고, 게임쇼는 계약서에 사인하는 세리머니 같은 자리가 돼버렸다.

 

지스타는 컨슈머쇼와 트레이드쇼를 결합한 것인데, KGC를 함께 하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더 볼거리를 주는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게임 자체가 대형화하면서 자기 회사 제품을 특화한 이벤트들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그러므로, KGC 같은 요소나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좀더 강조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TIG> 게이머는 돈키호테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것 같다. 게이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될까?

 

로퍼> 게이머라는 어둡고 칙칙한 곳에서 게임만 몰두하는 요상한 놈이라는 인상을 준다. 실제 나도 그랬었고. ^^  하지만 유명한 사람들이 자기가 게임을 좋아한다고 커밍아웃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로빈 윌리엄스는 <디아블로> 마니아고, 커트 실링은 <에버퀘스트>, 벤 애플렉은 <스타크래프트>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이런 게 도움이 됐다.

 

코스터> 시간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아마 일부만 컴퓨터를 가졌던 세대의 사람들이지만, 요즘은 모두가 컴퓨터와 콘솔을 가지고 있다. 올드 세대가 다 죽고 나면 모두가 게임을 했던 세대이므로 게임이 결국 대세가 된다. 기다리면 된다.

 

김학규> 게임이 부정적인 이미지는 아닌 것 같다. 업계 사람들과 술집에 가서 게임 이야기를 하면 종업원들이 잘하는 사람을 부러워한다. ‘내가 그래도 사회 양지에서 일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오히려 게임을 못하면 콤플렉스가 되는 시대가 아닌가. 부작용 심한 케이스들이 문제가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셧다운제'나 '피로도 시스템' 같은 것이 학생층에게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게임이 사회가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윤활유라는 것을 인식했으면 좋겠다.

 

TIG> 당신들은 게임을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신이다. 게임에 목숨을 걸고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김학규> 정말정말 좋아서 게임을 만들고 싶은 것인가, 다시 스스로에게 물어보기 바란다. 나는 컴퓨터가 없던 시절에는 종이와 펜으로 게임을 만들면서 놀았다. 그 정도로 좋아하지 않으면 게임 좋아하는 것 아니다. 체질에 맞나,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

 

코스터> 이틀 전에 왔는데 이 질문 정말 많이 받는다. 내가 생각하는 베스트 디자이너는 배우는 것을 멈추지 않고, 호기심이 많고, 다방면에 관심이 많고, 단순한 게임제작 엔지니어링 말고도 대중문화에 대해 알아야 하고, 과학, 문화, 수학이든 관심 있는 것을 다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로퍼> 미국에서도 많이 듣는 질문이다. 게임 제작은 실제 생활과 굉장히 연결돼 있다. 여행 많이 가고, 음악 많이 듣고, 영화 많이 봐라. 경험이 다 게임과 연결돼 있다. 영화감독 되고 싶으면 작은 카메라 들고 찍으러 다닌다. 작가가 되고 싶으면 글 바로 쓰지 않느냐. 게임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게임제작 툴들도 많아서 만들기 어렵지 않다. 친구랑 같이 작은 보드게임이라도 만들어 봐라. 바로 시작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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