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18일부터 9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게임을 게임하다 /invite you_'라는 이름의 전시회가 열린다. 전시회를 주최하고 기획한 넥슨은 한국 온라인게임 탄생 25주년을 맞아 이번 기획전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무료로 열리며, 현장을 찾는 넥슨 게임 유저들은 각종 특전을 받을 수 있다.
제주도를 찾은 이들에게 컴퓨터와 게임문화의 역사를 소개하는 넥슨컴퓨터박물관이 이번 전시를 기획한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온라인게임의 25주년을 기념하는 것보다 더 깊은 이유가 있는 것일까? 게이머와 연관성이 깊지 않은 아트선재센터에서 전시를 여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넥슨컴퓨터박물관 최윤아 관장은 "성년이 된 게임산업이 그동안 거쳐온 많은 변화와 성장을 돌아보고자 한다"며, "게임의 문화예술적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자부심을 느끼도록 이번 전시회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또,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 등재로 게임이 무엇인지 흔들리고 있는 요즘, 전시회를 통해 게임이라는 미디어의 문화예술적 담론을 새로 시작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최윤아 관장을 만나 전시회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디스이즈게임: 이번 전시회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넥슨컴퓨터박물관 최윤아 관장: 한국 온라인게임의 역사가 25주년을 맞이했다. <단군의 땅>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사반세기(1세기의 4분의 1, 곧 25년)가 지난 것이다. 나이로 따지면 성년이 된 산업인데, 짧지만 긴 기간동안 많은 변화와 성장이 있었다.
25주년을 기념하는 이벤트가 있으면 좋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넥슨이라는 회사가 온라인게임의 역사를 이끌어온 곳이고 마침 넥슨컴퓨터박물관을 하고 있다보니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
이미 게임 관련 전시가 전 세계에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하지만 대개 제작 과정이나 아트워크를 보여주는 정도다. 온라인게임은 포맷상 전시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준비하면서 온라인게임의 핵심을 '참여와 성장'이라고 상정했고 그 과정을 전시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온라인게임의 25주년은 곧 넥슨의 25주년을 의미하기도 하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이를 되돌아보자는 의의도 있다. 넥슨이 많은 온라인게임 IP를 가지고 있다보니 이를 활용할 수 있었다. 넥슨뿐만 아니라 온라인게임의 전체 역사를 총망라하는 코너도 준비가 되어있다. 이 분야가 어떻게 시작됐고 성장을 해 지금에 이르렀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게이머들이 전시장을 찾으면 무엇을 볼 수 있나?
전시장에 오면 온라인게임과 똑같이 진행된다. 전시장에서 사용할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어서 전시장에 있는 모든 요소를 플레이할 수 있다. 온라인게임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캐릭터를 부여받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관람객이 게임을 하듯이 자유롭게 플레이를 할 수 있고, 예술을 감상하는 것처럼 게임을 하게 되는 구성을 가지고 있다. "내 게임은 이렇지 않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온라인게임의 참여와 성장 요소를 공유하는 과정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아주 예전부터 온라인게임을 즐겼던 분들부터 게임에 관심을 가진 어린이와 청소년은 물론, 게임에 대한 이해가 많지 않은 관객들도 찾아와 전시를 볼 수 있게 했다.
넥슨이 25년 온라인게임 역사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건 사실이지만, 다른 회사의 역할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른 회사의 사례는 어떻게 발굴했고, 또 전시에 적용했나?
전시장의 규모가 130평 정도로 그렇게 크지 않다. 그 곳에서 넥슨을 위주로 전시 공간을 꾸렸지만 <단군의 땅>이나 <쥬라기공원>(1994)부터 오늘날의 게임까지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준비했다. 전시장 벽면에 온라인게임의 역사를 정리한 연대기가 있다. 시대별로 정리를 했을 뿐 아니라 게임 잡지나 매체의 기사들도 카테고리화해 담아놨다. 연대기 벽면을 열람하는 것도 온라인게임처럼 할 수 있다.
일전에 넥슨이 <바람의 나라> 복각판을 내놓은 적 있는데, 이번 전시도 이러한 아카이빙의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겠다.
그렇다. 자체 아카이빙을 했을 뿐만 아니라 관람객들이 안에 있는 내용을 직접 눌러보고 확인하는 체험형 전시로 마련했다. 게임회사의 전시이니만큼 찾으신 분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구조를 구성했다.
가령 전시의 제목에서부터 슬래시(/)가 나타나는데, 전시 공간에도 슬래시 모양의 가벽이 세워졌다. 슬래시가 온라인게임에서 명령어의 시작으로 쓰이지 않나? 이 벽 앞뒤로 전시물이 놓여있다. 게임에 관심이 있는 모든 분들을 '소환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참여와 성장의 측면에서 온라인게임의 25년이 중요한 족적을 남겼지만 현피, 아이템 거래 와 관련한 부정적인 이슈도 없지는 않았다. 전시회에서 온라인게임의 어두운 면들도 볼 수 있나?
앞서 말한 연대기 코너에서 그런 것들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안에 실려있는 기사 제목만 봐도 온라인게임의 역사를 짚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의 연대기 코너에는 25년의 역사를 한 번에 본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 전시장에 와서 그 코너만 봐도 지금도 그 이야기가 계속 쓰이고 있는 온라인게임의 온고잉 히스토리(현재진행형 역사)를 알 수 있다.
우리 주변에 매체 중에 부정적 이슈가 없는 매체는 없을 것이다. 모든 매체가 새롭게 등장하고 변화할 때 사회적으로 낯설게 느끼거나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있었다. 지금 게임은 새로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기에 있다. 온라인게임의 25주년이 그러한 논의를 시작할 적합한 시기가 아닐까 한다.
온라인게임에는 우리의 예상보다 더 많은 변화와 확장이 있었기에 사회적, 문화적으로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동안 온라인게임은 산업에서 출발해 산업적 역할에 더 충실해왔다.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 등재가 이슈가 된 지금, 넥슨의 전시를 보면서 게임을 바라보는 눈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WHO에서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등재하면서 게임을 어떻게 바라볼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넥슨의 이번 전시가 이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봐도 좋을까?
이번 전시는 단순히 게임사가 재단이나 박물관을 통해 게임의 역사를 일별하는 수준이 아니라, 게임을 문화예술의 관점으로 볼 수 있다는 제안이다. 이런 행사를 한 번 한다고 해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한번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25년을 지켜온 회사로서 새로운 출발점을 잘 찍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의도를 통해 게임에 대한 다음 담론을 만들어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아트선재센터는 게이머들에게 익숙한 공간은 아니다. 이곳을 전시 공간으로 선정한 특별한 의도가 있나?
아트선재센터는 우리나라 현대미술이 자리잡기 시작하던 90년대에 문을 연 상징적인 장소다. 우리나라 현대미술이 자리잡게 도운 곳으로 당시 전시를 했던 작가들이 지금 한국의 현대 미술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있다. 아트선재센터가 위치한 종로구 일대는 우리나라의 문화예술 벨트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이다.
바로 이 곳에 온라인게임의 참여와 성장을 문화예술로 끌어내는 전시가 열리는 것이다. 넥슨컴퓨터박물관을 찾은 게이머들이 "내가 여기 벽돌 한 장은 끼웠다"라는 자부심을 나타내고 가곤 한다. 이 전시에 찾아서 게임의 문화예술적 가능성에 벽돌 한 장을 끼우도록, 자부심을 느끼도록 하고 싶었다.
우리 전시는 3층 갤러리를 쓰는데, 2층에서는 유명 현대미술 작가의 설치미술 전시가 열린다. 아트선재센터라는 공간에 현대미술 애호가와 게이머들이 만나게 된다. 전시를 찾는 비게이머는 "이게 뭐지?"라고 느낄 수 있다. 게임이 단순히 중독적 요소가 있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애들이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참여해서 성장을 이루는 요소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이 전시가 열리는 동안 현대미술 애호가들과 게이머들이 이뤄낼 시너지를 기대한다. 이들이 서로 교류하면서 의도치 않은 담론과 변화를 만들지 않을까? 말로 설명하고 글로 표현해서는 한계가 적지 않겠지만, 미술 애호가들도 와서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역사가 오래된 게임사가 온라인게임과 관련한 전시회를 한다고 하면 많은 게이머들이 "이때 <바람의 나라> 재밌게 했지" 같은 추억을 만나러 올 것 같다.
관람객들이 추억을 느낄 수 있는 요소는 충분히 준비했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으면 한다. 게임은 계속 우리의 상상을 벗어나고 있다. 플랫폼은 다변화됐고 '보는 게임'의 등장 등 소비 방식도 다양해졌다. 이번 전시를 통해 추억을 느낌과 동시에,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게임에 대한 매체에 관한 담론을 준비하면 좋겠다.
아까도 '벽돌' 이야기를 했는데, 온라인게임을 통해 공동체 의식이 생기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이 온라인게임의 특징 중 하나다.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공동체가 이뤄질 수 있다. 전시회에 그런 부분도 반영했다.
'게임을 게임하다'라는 제목에서 '메타 게임'을 시도한다고 느꼈다. 돌이켜보면 넥슨이 이런 전시를 한 게 처음이 아니다.
2012년 '보더리스(BORDERLESS)'라는 전시를 열었다. 원화가를 비롯한 게임 아티스트가 게임의 관점에서 현대미술을 재해석해 콘텐츠를 표현했다. 당시 주제가 '게임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다'였는데, 이번에는 전시를 통해서 게임 그 자체를 구현해보려 했다. 메타 게임이면서도 전시가 게임이 되는 것이다.
앞으로 이렇게 게임을 바라보는 이야기가 다양해져야 여러 논의가 만들어질 것 같다. 뒤샹의 샘이 처음 전시장에 들어왔을 때 퇴출됐었지만 지금은 아주 높게 평가받는 작품이다.
뒤샹의 샘에 관한 다양한 논리의 논문이 지금도 계속 나오고 있다. 그 정도로 예술 작품은 끊임없이 새로운 사회적 논의가 만들어진다. 우리의 전시를 보고 불편하다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지금 이 시기가 뒤샹의 샘이 처음 전시되던 때와 같은, 일종의 접점이 아닐까 한다. 이 공간에서 사람들이 즐겁게 토론하는 장이 됐으면 좋겠다.
오는 18일이면 전시회가 문을 연다. 기획자 입장에서 이 전시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
넥슨에게는 넥슨컴퓨터박물관이라는 자산이 있다. 전시 공간 운영에 대한 노하우와 박물관에서 진행하던 각종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AI, 빅데이터를 연구하는 넥슨 '인텔리전스랩스'가 합류하면서 온라인게임을 주제로 한 전시회를 열 수 있게 됐다.
게임이라는 콘텐츠가 세계적 경쟁력 가진 콘텐츠 아닌가? 우리가 그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것에만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25년 된 산업의 성숙기를 맞아 새로운 담론의 출발점을 보여준다는 의의가 있다. 우리가 출발을 하면 다른 회사들도 조금 더 많이 동참을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을 더 잘 소개해줄 수 있지 않을까?
말만 들어서는 전시의 내용을 알기 어려운 것 같다. 아직 구체적으로 무엇을 볼 수 있는지 공개되지 않은 것으로 알지만, 디스이즈게임 독자들을 위해 특별히 그 내용을 밝혀줄 수 있는가?
좋다. 우선 전시장에 도착하면 넥슨 아이디로 로그인을 한다. 비회원은 별도의 임시 ID를 받아서 입장할 수 있다. 영어 등 다른 언어에 대한 설정도 할 수 있다. 입장하는 곳에서 온라인게임에서 계정을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가입과 로그인을 한다. 사전 과정이 끝나면 관람객은 전시장에서 사용할 팔찌를 받는다.
팔찌를 차고 전시장 곳곳의 체크 포인트를 태그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쌓을 수 있다. 로그아웃을 할 때, 그러니까 전시장을 나설 때 자신이 전시에서 콘텐츠를 즐겼는지, 그리고 그동안 넥슨 아이디로 얼마나 많은 게임을 어떻게 즐겼는지 볼 수 있는 결과물을 받을 수 있다. 온라인게임의 아카이브와 함께 나의 아카이브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것이다.
36분이 하루인 <마비노기>의 모습과 25주년의 온라인게임 역사를 중첩시킨 시계, 플레이어가 아닌 NPC의 시선으로 게임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있다. <크레이지 아케이드>, <서든어택>을 상징하는 체험형 콘텐츠도 있으며 온라인게임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퀴즈퀴즈>도 볼 수 있다. <바람의 나라> 최초 버전과 <단군의 땅>도 플레이할 수 있다.
넥슨 인텔리전스랩스의 도움을 받아서 추출한 데이터도 있다. 하루에 잡히는 몬스터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같은 것들 말이다. 전시를 나갈 때 도토리나무가 있다. 거기에 브릭으로 된 도토리가 열려있는데, 집에 가져갈 수 있다. "넥슨은 다람쥐를 뿌려라"라는 요청에 대한 응답이다. 온라인게임과 똑같이, 전시장에 재방문하면 그에 따른 새로운 콘텐츠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