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게임 유저들에게는 그야말로 설레는 해가 될 전망이다. 2013년 출시된 PS4과 Xbox One, 즉 8세대 콘솔의 시대가 가고 9세대 콘솔기기가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에는 차세대 콘솔기기에 대한 정보가 완벽하게 공개되지 않았지만, 각 기기가 어떤 성능과 방향을 지향하고 있는지 대략 파악할 수 있었다. 양쪽 다 2020년 홀리데이 시즌 출시를 목표로 하는 만큼, 출시 전 여러 이벤트를 통해 점점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PS4의 압승으로 끝난 8세대 콘솔기기의 경합의 경우, 9세대에서 판도가 바뀔지도 관심이 모인다. PS5와 Xbox 시리즈X는 모두 게임 유저를 위한 최고의 성능과 라인업을 준비했다. 공개된 정보들로 차세대기의 모습을 대략 확인해보자. 어디까지나, 현재까지 공개된 것들인 만큼 얼마든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은 충분하다.
# PS5-Xbox 시리즈X, 어떤 사양/조건을 갖추고 있을까?
세대 기준, PS는 다섯 번째, Xbox는 네 번째 기기가 출시된다. 다만, 소니의 경우 꾸준히 넘버링이 추가되며 PS5가 출시된 것과 다르게, Xbox는 'Xbox > Xbox 360 > Xbox One에 이어 Xbox 시리즈X'까지 매 기기마다 뒤에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 (참고로, 마이크로소프트는 Xbox 시리즈X를 'Xbox'로만 부르고 있다)
Xbox의 차세대 기기는 기존 '프로젝트 스칼렛'으로 불렸는데 해외 웹진 Thrurrott에서 스칼렛은 일종의 그룹명으로, 하위에 '록하트'와 '아나콘다'라는 두 개의 프로젝트로 기기가 개발 중이라고 보도했다. 그에 따르면, 록하트는 저성능 기기, 아나콘다는 고성능 기기다. 가격과 성능에 맞춰 분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소식은 E3 2019 이후 폐기됐으며 고성능 콘솔기기 라인업만 가져간다고 다시 보도됐다.
아직 두 기기 모두 사양이 완전히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PS5와 Xbox 시리즈X 모두 AMD 프로세서와 저장 공간으로 SSD를 선택했다. 양쪽 모두 로딩을 대폭 줄였다. 최대 출력 해상도와 프레임 속도도 8K와 120 프레임으로 같다. 물론 공개되지 않은 부분에서 사양 차이가 일부 날 수는 있겠으나 GPU 성능은 제법 차이가 날 것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PS5는 지난 2018년 말 여러 고위급 인사로부터 조금씩 정보가 전달됐다. 당시에는 '차세대기' 정도로 명칭이 공개됐으나 지난 10월 PS5로 명칭을 공식 발표했다.
외형의 경우 현재 Xbox 시리즈X만 공개됐다. 디자인으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마이크로소프트 답게, Xbox 시리즈X는 이번에도 심플하면서 독특한 콘셉트를 보여줬다. 기존 기기들이 직사각형 형태로 주로 눕혀서 사용했던 디자인이었다면, 이번 기기는 타워형 직육면체로 구현됐다. 제일 윗면은 구멍이 여럿 뚫려 있어 열이 배출되는 모습이다. 좌측 하단에는 광학 드라이브 슬롯을 확인할 수 있다.
사뭇 PC 데스크탑 본체를 보는 듯한 콘셉트이나, 기기의 실물 크기나 후면부 등이 좀 더 공개돼봐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것 같다. 하드웨어 회사들의 고성능 PC 디자인과도 닮은 모습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Xbox 시리즈X를 눕혀서도 이용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컨트롤러는 기존 Xbox One 보다 살짝 작아졌으며 스크린샷, 클립을 빠르게 저장하는 쉐어 버튼, 하이브리드 D 패드 등 기존 엘리트 컨트롤러의 기능을 일부 접목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Xbox 시리즈X가 '최강의 콘솔'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능과 서비스 모두 경쟁사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PS5는 현재 일부 성능만 공개됐을뿐 외형은 공개되지 않았다. 한때 PS5의 데브킷으로 추정된 하드웨어 렌더링 이미지가 실제 모습과 흡사하다는 정도는 확인됐다. 물론, 데브킷의 디자인이 정식 디자인으로 적용될리는 없다. 지난 12월 16일 해외 웹진에서 PS5의 기기 렌더링 이미지와 가격을 공개했다고 보도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소니는 개발자들이 PS5로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PS3 시절 엄청난 난이도였던과 다르게 매우 쉬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발 과정을 비롯해 플랫폼 이식, 최적화 등 모든 부분이 해당되는 것으로 보인다. 컨트롤러는 진동 기능을 개선한 햅틱 기능을 도입했으며 L2, R2 트리거 버튼에 저항을 적용해 조작감을 살렸다. 최근 공개된 특허 이미지로 새로운 패들이 추가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PS5 anyone? pic.twitter.com/cBggZTIty4
— The Drunk Cat™ (@Alcoholikaust) November 30, 2019
# 하위호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조금씩 다른 양사의 행보
PS5와 Xbox 시리즈X의 구체적인 정보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조금씩 다른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먼저, 하위호환. 과거 PS4와 Xbox One까지만 해도 하위호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수준까지 대응하거나 혹은 비중이 낮았는데 9세대 콘솔기기에서는 꽤 적극적인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가 눈에 띄는 모습이다.
Xbox 시리즈X는 역대 모든 Xbox의 하위호환을 지원한다. Xbox, Xbox 360 타이틀은 Xbox One에서 하위호환 지원한 게임에 한정하지만 주요 게임을 지원해온 만큼 비중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Xbox One 타이틀은 출시된 모든 게임을 테스트해 완벽한 하위호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PS5는 Xbox 시리즈X에 비해 공개 수준이 덜하지만, 'PS4 타이틀과 호환성 실현을 위한 설계'라고 언급하며 역시 하위호환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다만 마이크로소프트와 다르게 바로 이전 기기 PS4만 지원한다. 호환성 검증을 거치고 있다고 밝혀 100% 대응인지 아니면 일부 대응인지는 추후 정보를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이 부분은 현재까지 분위기를 보면 마이크로소프트가 단연 앞서있다. 바로 '프로젝트 X클라우드'(X클라우드)로 지난 E3 2019에서 처음 공개되며 서비스와 콘텐츠 모두가 경쟁사를 압도했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과 함께 시범 테스트를 진행 중이기도 하다.
X클라우드는 대전격투부터 FPS까지 조작이 민감한 장르에서도 입력지연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서비스 퀄리티가 높다. 비슷한 시기에 나와 상용화까지 진행한 구글의 스태디아는 여전히 입력지연이 심해 불만을 낳고 있다. 게다가, X클라우드는 경쟁사 대비 자체 타이틀을 수급 가능해 콘텐츠 걱정이 없다. 차세대 콘솔기기 역시 대응할 계획이다.
반면, 소니는 현재까지 대응 수준은 미비한 상태다. 북미,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 'PS나우'를 서비스 중이기는 하나, 4K, 8K 등 초고화질 그래픽도 지원하지 않고. 지원 플랫폼도 PC로만 한정됐다. 가이카이, 온라이브를 인수하며 노하우를 습득, 빠르게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 진출하기는 했지만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세를 보면 얼마든지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 구글, 엔비디아 등 타사 역시 진출 준비 중이다.
특이한 것은, 소니가 애저를 통해 클라우드 기반 게이밍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는 것이다. 두 회사는 반도체, AI 분야에도 협업을 맺었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새로운 지능형 이미지 센서 솔루션을 공동으로 개발할 수 있다. 소니의 반도체와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기술을 합쳐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것이 두 회사의 복안이다.
PS5는 PS4에서 저변화 확대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PS VR을 PS5에서도 지원한다. 여러 플랫폼에서 시도 이상의 성과를 거두기 어려웠던 것과 다르게 다양한 회사로부터 PS VR 타이틀 확보에 성공했다. PS5의 그래픽과 얼마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콘텐츠와 플랫폼 모두를 제대로 확보했다는 점은 타사 대비 큰 경쟁력으로 보여진다.
그 밖에, 현재 PS5와 Xbox 시리즈X는 각각 론칭 타이틀이 여럿 공개됐다. PS5는 카운터플레이 게임즈가 개발, <보더랜드> 시리즈의 기어박스 소프트웨어가 퍼블리싱하는 3인칭 액션 <갓 폴>이 공개됐다.
Xbox 시리즈X는 이보다 조금 많이 공개됐다. Xbox 시리즈의 간판 타이틀이기도 한 <헤일로> 시리즈의 최신작 <헤일로 인피니트>와 Xbox One으로 출시된 <헬블레이드>의 후속작 <세누아의 전설: 헬블레이드2>,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 플라이트 시뮬레이터>와 <포르자> 시리즈 최신작 <포르자 모터스포츠8> 등 후속작이 준비되어 있으며 개발사 레어의 신규 IP인 <에버와일드>도 있다.
# 콘텐츠, 사양도 중요하지만 '서비스'도 중요
성능도 성능이지만, 우리는 국가 별 지사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유저가 갖는 회사의 이미지, 그리고 국가 별 흥행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험했다.
PS4는 SIEK가 유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신뢰를 쌓았으며 가장 중요한 한글화 역시 꾸준히 성사시켰다. <킹덤하츠3>나 <슈퍼로봇대전> 같은, 기존 한글화되지 못한 인기 타이틀도 마찬가지. 기본적인 신뢰가 형성되어 있기에 유저 접점은 점점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PS5 출시 행사 외 여러 유저 행사도 계획하고 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Xbox 360에서 Xbox One으로 넘어오면서 유저의 신뢰를 많이 잃어버렸다. 가장 기본적인 일이기도 한 유저와의 소통 창구도 없다. 올해 초까지, 200일 이상 진행되지 않아 게임 유저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은 <배틀그라운드> 한정판 그리즈프루프 컨트롤러 이벤트는 이제 유명한 사건이 됐다. 이 외에 유저의 비난을 받은 이벤트는 수두룩하다.
안타까운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의 국내 사건은 모두 유저에게 기본적으로 제공되어야 할, 혹은 상식선상에서 진행될 것들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년이 되어, X클라우드 혹은 Xbox 시리즈X가 어마어마한 정보로 국내 시장, 유저에게 반향을 얻는데 성공했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상실한 이미지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다른 국가라면 몰라도 우리나라에서는 PS5의 압승으로 다시 이어질 수 있다.
성능 못지 않게 서비스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PS5와 Xbox 시리즈X 성공의 시작과 마침표는 이전 기기에서 각 회사가 어떻게 거둔 씨를 제대로 가꾸어 나가느냐, 혹은 더욱 잘 심어나가도록 노력하느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