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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참신함의 선을 넘어 밸런스 붕괴를 초래한 디자이너, '서튼리티'

새롭고 참신한 챔피언 설계했지만, 지나치다는 비판도 받아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이형철(텐더) 2020-06-09 11:22:18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마주치기만 해도 짜증이 솟구치는 챔피언이 있으신가요? 티모, 베인 등 수많은 챔피언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지만, 가장 상대하기 싫은 녀석은 바로 ‘야스오’입니다.

 

그리고 이 ‘꿀잼’ 챔피언을 디자인한 사람이 바로 라이엇게임즈의 시니어 게임 디자이너 ‘서튼리티(CertainlyT)’ 브래드포드 웬밴(Bradford Wenban)입니다. 2011년 라이엇게임즈에 입사하며 게임계에 입문한 그는 야스오, 조이, 리메이크 아칼리 등 수많은 OP(OverPowered) 챔피언을 만들었습니다. 수많은 <리그 오브 레전드> 유저의 가슴에 피멍을 남긴 장본인인 셈이죠.

디스이즈게임이 참신함과 밸런스 붕괴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는 남자, 서튼리티의 대표작 4선을 엄선해봤습니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많은 유저의 가슴에 피멍을 남긴 남자, 서튼리티 (출처: 리그오브레전드 팬덤 위키)


# 이게 챔프냐?! 노코스트 스킬, 치명타 패시브까지 갖춘 야스오

  

 

야스오는 2014년 진행된 3.15 패치로 등장한 챔피언입니다. 당시 <리그 오브 레전드>에는 제드와 탈론 등 물리 대미지(Attack Damage, 이하 AD) 암살자가 대세였고, 이에 따라 야스오의 가치 역시 상승했죠. 특히 탑에 마법사 챔피언이 자주 등장함에 따라, 야스오는 탑과 미드가 모두 마법사로 구성될 경우 이를 받아치기도 쉬웠습니다.

 

이 캐릭터의 가장 큰 문제(?)는 '치명타 확률을 두 배'로 올려주는 패시브입니다. 이러한 패시브 덕분에 야스오는 제드, 탈론 등 다른 근접 AD 챔피언과 달리, 원거리 딜러(이하 원딜)들이 사용하는 치명타 아이템을 자유롭게 사용했습니다. 적을 타고 다닐 수 있는 이동기, 쿨타임도 짧고 소모값도 없는 스킬, 치명타가 적용되는 패시브까지 가진 '끔찍한 괴물'이 나타난 것입니다.

야스오 전성시대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출시 후 업다운을 거듭하던 야스오는 지난해 비원딜 메타와 함께 다시 한번 바람을 일으켰고, 이제는 당당히 '원딜 야스오'를 외칠 수 있는 환경이 돼버렸습니다. 


# 니달리야! 옆집 조이는 그렇게 잘났다더라!

 

 

조이의 핵심은 <리그 오브 레전드>를 통틀어 가장 강한 포킹 스킬로 꼽히는 Q 스킬 '통통별'입니다. 통통별은 스킬의 이동거리가 길어질 수록 대미지가 증가하며, 적중한 대상 근처에 있는 적에게도 피해를 입히는 스킬입니다. 다시말해, 직접 맞추지 못해도 어느정도의 광역 대미지를 넣을 수 있는 것이죠.

 

통통별은 비슷한 포킹 챔피언 중 하나인 니달리와 비교하면 더욱 끔찍하게 느껴지는데요. 니달리가 던지는 창은 조이와 마찬가지로 멀리서 쏘면 대미지가 증가하지만, 투사체도 느리고 판정 범위도 좁은 편입니다. 반면, 조이의 Q 스킬은 범위도 넓고 맞추기도 수월한 편이죠. 

 

W 스킬 '주문도둑'을 통해 상대가 쓴 소환사 주문이나 아이템을 재활용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조이를 OP로 만들어준 요소입니다. 이는 솔랭뿐만 아니라 프로 경기에서도 빛을 발했는데요. 

 

2월 5일 KT와 젠지의 경기에서 조이를 픽한 비디디는 3레벨에 '구원'을 줍게 됩니다. 그는 이것을 바탕으로 상대 정글에 들어가서 KT 정글러 '보노'의 정글링을 완전히 비틀어버렸죠. 경기는 초반부터 상대 정글을 강하게 압박한 젠지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고, 많은 이들은 경기 초반 비디디가 얻은 '구원'이 경기를 갈랐다고 평가했습니다. 아무런 리스크없이 '아이템 하나'로 승부를 가른 셈입니다.

 

이에 더해, 먼 거리에서 상대를 재울 수 있는 E 스킬 '쿨쿨방울'은 조이를 더욱 끔찍하게 만듭니다. 쿨쿨방울은 직접 맞추기는 어렵지만 설령 빗나가더라도 상대를 재울 수 있는 장판이 깔리기 때문에 언제든 변수 창출이 가능하죠. 주문 도둑과 쿨쿨 방울로 '리스크' 없이 대미지를 넣을 수 있는 포킹 챔피언이라뇨! 서튼리티 당신은 참 나쁜 사람이ㅇ

 

상황이 이렇다보니 조이는 출시 후 프로씬에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챔피언이기도 합니다. 2018 스프링을 통해 LCK에 처음 등장한 조이는 지난해 서머 시즌을 제외하면 매 시즌 40경기 이상 출전해 50%가 넘는 승률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꾸준픽’인 셈입니다.


조이는 지난해 서머 시즌을 제외하면 항상 높은 승률과 픽률을 기록했다

  

 

# 참신했지만, 조금 과했던 '리메이크 아칼리'

  

 

리메이크된 아칼리는 8.15 패치를 통해 처음 공개됐습니다. 그리고 서튼리티는 또다시 본인의 손으로 '끔찍한 괴물'을 만들고 말았습니다. 

 

그가 재설계한 아칼리는 조건부긴 하지만, 타겟팅 돌진기와 논타겟 이동기로 활용할 수 있는 궁극기 '무결처형'을 갖고 있었고 W 스킬 '황혼의 장막'을 통해 포탑 아래에서도 몸을 숨길 수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너프 전에는 Q 스킬 '오연투척검'에 회복 효과까지 붙어있었고, 쿨타임도 짧았죠. 

 

일반적인 경우 암살자는 위험을 감수하고 적을 죽이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식 플레이가 요구됩니다. 하지만 당시 아칼리는 그야말로 '안정성을 갖춘 암살자'였습니다. 결국 아칼리는 9.3 패치에서 장막의 포탑 어그로 면역이 삭제되는 한편 쿨타임이 증가했고, 오연투척검 회복 효과도 삭제되며 추락하기 시작했습니다. 9일 OP.GG 챔피언 랭킹에 따르면 아칼리는 탑에서 50위, 미드에서는 43위에 불과합니다.

 

사실 '리메이크 아칼리'는 유저들 사이에서 가장 논쟁이 뜨거운 챔피언이기도 한데요.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암살자 컨셉을 이렇게까지 표현할 수도 있구나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지만, 문제점으로 지적된 장막 등으로 인해 '과하다'는 평가도 적잖이 들어야 했습니다. 

 

참신함과 밸런스 붕괴를 오가는 서튼리티를 '상징하는' 챔피언인 셈입니다.

 

  

# 원래 25개의 무기를 다루는 챔피언이었던 '아펠리오스'

  

 

아펠리오스의 초기 컨셉은 ‘모든 화기의 달인’이었습니다. 컨셉이 마음에 들었던 서튼리티가 문자 그대로 '무기 25개'를 넣길 희망했었다는 일화는 유저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진 이야기죠.

아펠리오스에게 25개의 무기를 주고 싶다고 했던 서튼리티 (출처: 마크 예터 트위터)

아펠리오스는 그동안 협곡에는 없었던 ‘독특한’ 컨셉의 챔피언입니다. 그는 긴 사거리, 체력회복, 군중제어기, 라인 클리어와 광역피해 등 제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5개의 무기를 갖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5개의 스타일을 전부 활용할 수 있는 ‘파괴력’을 갖춘 셈입니다.

이러한 파괴력은 본인도 예상하지 못한 슈퍼 플레이를 만들기도 합니다. 지난달 20일 펼쳐진 DRX와 담원의 준PO 5차전, 1차 타워를 밀던 데프트는 적들에게 둘러싸이며 위기에 처합니다. 하지만 데프트는 텔레포트를 탄 너구리를 잡고 유유히 그 상황을 빠져나왔죠. 당시 데프트가 했던 말은 '나 죽었다' 였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상대를 죽이고 유유히 빠져나온 데프트의 아펠리오스 (출처: LCK 유튜브)

물론 서튼리티에게도 생각은 있었습니다. 파괴력이 엄청난 만큼, 아펠리오스의 난이도를 까다롭게 설계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라이엇게임즈는 아펠리오스 기본 가이드에서 "방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으니,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달라"라고 권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아펠리오스의 스킬 매커니즘을 이해하지 않고 QWR만 연타해도 폭딜이 들어간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결국 지속적인 너프를 당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아펠리오스는 성장해야만 활약할 수 있다는 전제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성장하기만 하면 막기 힘든 수준의 딜을 뿜어내는 것은 여전한 상황입니다. 후반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은 프로씬의 눈길도 사로잡았습니다. 2020 LCK 스프링 65경기에 등장한 아펠리오스는 56.9%의 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50경기 이상 출전한 챔피언 중 공동 3위에 해당하는 좋은 수치입니다.


# 나의 승리가 당신의 참신함보다 '가취'있기를

 

참신한 챔피언과 OP 챔피언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가 이토록 오랜 시간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건, 끝없이 게임을 변화시킨 것도 있지만 매력적인 챔피언들이 꾸준히 등장했기 때문이기도 하죠. 

 

때문에 '새롭고 참신한' 챔피언을 설계해온 서튼리티의 공을 무작정 폄하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현실성은 미뤄둔 채 멋지고 신기하게 설계한 뒤, 남은 일은 밸런스 팀에게 넘기는 듯한 그의 행보는 마치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의 관계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여러분께서는 서튼리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그는 선을 넘은 괴짜 디자이너일까요? 아니면 <리그 오브 레전드>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가취있는' 사람일까요? 

  

나의 승리가 그의 참신함보다 가취있기를​ (출처: 리그오브레전드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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