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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매트릭스 오픈월드가 무료? 아낌 없이 주는 에픽게임즈

'준 게임급' 매트릭스 테크데모 무료 공개, 에픽은 '자유로운 컴퓨팅' 철학 지킬수 있을까?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재석(우티) 2021-12-16 15:34:38
에픽게임즈의 언리얼엔진(UE) 5 테크 데모가 화제입니다.

원래 에픽게임즈는 새로운 버전의 UE를 발표할 때마다 자신의 기술력을 뽐내기 위한 테크 데모를 만들어오곤 했는데요. 이번엔 그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바로 인기 SF 영화 시리즈 <매트릭스>의 세계를 오픈월드로 재구성한 시네마틱 인터랙티브 테크 데모 <매트릭스 어웨이큰스: UE5​ 익스피어리언스>(이하 부제 생략)를 내놓은 것입니다.

<매트릭스 어웨이큰스>는 비단 테크 데모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시리즈의 감독으로 <매트릭스 레저렉션>의 개봉을 앞둔 라나 워쇼스키 감독이 제작에 참여했으며 키아누 리브스, 캐리앤 모스 등 원작 배우들이 직접 출연했습니다. '무엇이 현실이고, 또 무엇이 가상인가'라는 시리즈의 중요한 물음은 UE5를 통해 새로 구성됐습니다. 체험을 하고 있으면 무엇이 그래픽이고 무엇이 실제 촬영본인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20년 전으로 돌아간 키아누 리브스와 <매트릭스 어웨이큰스>

  

 

# 사실상 오픈소스 형태의 <매트릭스 어웨이큰스>

 

이 테크 데모는 PS5, Xbox Series X/S 이용자라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인터랙티브 테크 데모라고 정의되어있는데, 데모에는 <매트릭스 2>의 고속도로 추격씬을 오마주한 짧은 총격전과 제한 없는 <매트릭스> 오픈월드 탐험이 준비되어있습니다. 테크 데모를 사실상 '준'게임으로 만들어서 모두가 무료로 해볼 수 있도록 열어둔 것입니다.

<매트릭스 어웨이큰스>는 가상과 현실의 경계에 있으면서, 또 데모와 게임의 경계에 있습니다. 기자가 체험해본 <매트릭스 어웨이큰스>는 그냥 제대로 된 '오픈월드'였습니다. 원작을 통해 세계관은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여기에 퀘스트와 인터랙션이 붙는다면 '오픈월드 게임'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했습니다.

고작 '테크 데모'를 아예 이런 식의 준 게임으로 만들어 배포한 것은 상당히 드문 사례입니다. 따로 문의해봤더니, 에픽게임즈는 UE5와 테크 데모를 번갈아 만들었는데, <매트릭스 어웨이큰스> 개발에 수십 명이 참여했고, 약 1년 정도의 기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매트릭스 어웨이큰스>의 오픈 월드는 15.79㎢ 크기에 7,000개의 건물들과 45,073대의 차량이 갖춰졌습니다. 에픽게임즈는 절차적 기술로 오픈월드를 생성하고, AI를 접목시켜 효율적이고 빠르게 오픈월드를 만들었다고 어필하고 있습니다. 나나이트, 루멘, 후디니 등의 신기술이 집약​된 <매트릭스 어웨이큰스>의 퀄리티는 '쇼케이스' 형식의 데모 이상 수준이라고 단언할 만합니다.

그런데 에픽게임즈는 내년, <매트릭스 어웨이큰스>의 모든 어셋을 UE에 무료로 풀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매트릭스> 팬이라면 제약 없이 무료로 오마주를 해볼 수 있는 겁니다. (물론 '매트릭스' 간판을 걸고 상품을 만든다면 WB와 협의를 해야겠죠?)

에픽게임즈가 MOBA <파라곤>을 놔주면서 그 어셋을 모두 오픈소스로 공개한 거처럼, 이번 테크 데모도 풀리는 거죠. 아실 분은 아시겠지만, <파라곤>은 오늘날 넷마블에프엔씨의 <오버프라임>, 메타버프(Metabuff)의 <파라곤 2: 코어> 등으로 계승되고 있습니다.

 

현실과 가상 사이, 게임과 데모 사이의 <매트릭스 어웨이큰스>

 

# 오픈월드 실험 장벽 낮춘 에픽게임즈

 

그리고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언리얼 엔진(UE)를 공짜로 사용해볼 수 있습니다. UE에는 '월 구독'도 라이선스 갱신 비용도 없습니다. 2015년 GDC에서 발표된 에픽게임즈의 UE 기본 무료 정책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에픽게임즈의 UE 사용료는 과거 분기별 매출 3,000달러(약 354만 원)가 넘는 프로젝트에 매출 5%를 사용료 명목으로 거둬갔습니다. 그런데 2020년 1월 1일부터 UE는 프로젝트 총 수익이 100만 달러(약 11억 8,280만 원​)를 넘지 않으면 5%의 로열티도 받지 않습니다. 이러한 정책에 따라서 UE를 사용하는 초기 비용은 경쟁 엔진보다 훨씬 저렴하게 되었습니다.

적지 않은 AAA급 프로젝트가 UE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봤을 때, 개발을 위한 하드웨어만 갖춰진다면 개발자나 지망생이 <매트릭스 어웨이큰스>​ 어셋을 '가지고 노는 것'은 여러 차원에서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에픽게임즈의 공언대로 정말 오픈월드 구성이 쉬워졌다면, 규모가 작은 팀들은 과거에는 꿈도 못 꿨던 기획을 현실로 만들 수 있습니다.

<파라곤>의 세계를 다시 만든 게임이 그 결실을 맺는 것처럼, 테크 데모로 공개됐던 <매트릭스 어웨이큰스> 어셋이 또다른 게임으로 탄생하거나, 아예 다른 게임의 부분적으로 사용되리라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매트릭스 어웨이큰스> 어셋을 굳이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데모 자체는 개발자들에게 일종의 UE5 교과서로 쓰일 만합니다.

 

<오버프라임>

 

 

# 생각해 보니 아낌 없이 주는 에픽... '줄 건 줘' 마인드로 스토어 키우나?


에픽게임즈는 2020년부터 쉬지 않고 자사 스토어에 무료 게임을 공개 중입니다. 스토어에서는 오는 17일까지 <갓폴: 챌린저스 에디션>과 <프리즌 아키텍트>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습니다. 스팀에 맞서 이름을 알리기 위한 초기 프로모션을 넘어서 장기적인 전략 차원에서 게임을 풀고 있는 인상입니다.  

 

출시 이후 리뷰와 도전과제, 커뮤니티의 부재로 '무료게임만 받는 곳' 이미지였던 에픽게임즈는 모드와 장바구니 기능 등을 지원하면서 차츰 그럴 듯한 ESD(전자 소프트웨어 유통망)로서의 진용을 갖추고 있습니다. 

 

초기 에픽게임즈 스토어에는 '스팀 게임 뺏기'에 대한 비판이 있었지만, 2021년 12월 현재 스토어는 <원신>, <발로란트>, <이브 온라인>의 채널링도 지원하면서 '줄 건 줘' 마인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후발주자로서 에픽게임즈 스토어의 '줄 건 줘'는 <폴 가이즈>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에픽게임즈는 지난 3월, <폴가이즈>의 토닉 게임즈를 인수했지만, 게임을 에픽게임즈 스토어에 독점 공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퍼블리셔 입장에서는 (특별한 사정 없이) 제품을 많이 팔 수 있다면, 여러 공간에 자신의 게임을 나가는 것을 선호할 것입니다. 그리고 수많은 선택지 중에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수수료 측면에서 메리트가 있습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30%의 수수료를 받는 스팀보다 18%p 더 저렴한 12%의 수수료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플랫폼 사업자에게 징수되는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 에픽게임즈의 철학인데요. 회사는 이를 자신이 만든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에도 적용하려 했죠. 그러다가 에픽게임즈는 현재 거대 공룡 애플을 상대로 지난한 소송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밸브의 게이브 뉴웰도 이번 소송전에 대해 "PC 플랫폼에서만 경쟁을 벌이는 에픽게임즈보다 자신이 맘에 들지 않은 상품을 나오지 못하게 막는 애플이 더 문제"라면서 은근하게 에픽게임즈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습니다.

 

에픽게임즈 스토어가 자랑하는 낮은 수수료

 

 

# 에픽게임즈는 '자유로운 컴퓨팅 원칙' 지킬까?

 

과거 에픽게임즈 CEO 팀 스위니는 자신의 트위터에 "자유로운 컴퓨팅은 프로그래밍의 기본"이라는 철학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는 메타버스 긍정론자이고, 최근 그 개념에 대해서 의문부호가 적잖이 따라오는 추세이지만, 에픽게임즈가 갇힌 생태계를 추구하는 다른 빅테크와는 달리 자유로운 컴퓨팅을 위한 장을 열어주는 데 적극적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에픽게임즈는 오픈월드 형태의 UE5 테크 데모를 만들어서 공개했고, 이 어셋은 <파라곤>처럼 여러 팀들이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게 열어두었습니다. 그 프로그램은 다른 기술 기업이 채택하고 있는 것과 달리 기본 무료이기 때문에 하드웨어만 갖춰주고, 시간만 있다면 실컷 해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게임을 만들어서 올릴 때,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다른 곳이 고수하는 30%보다 낮은 수수료를 걷습니다.

에픽게임즈는 인수도 많이 하는데 그 결과는 (지금까지) 기업의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는 데 쓰이고 있지 않습니다. 과거 독점 전략에 따른 비판을 받은 뒤, 에픽게임즈는 <폴 가이즈> 개발사를 인수하고도 여러 플랫폼에서 게임이 서비스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에도 에픽게임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수준의 크리에이터 플랫폼 아트스테이션을 인수했는데, 그 뒤에 수수료를 30%에서 12%로 대폭 인하시켰습니다. UE가 그런 것처럼 아트 교육 프로그램도 무료로 제공합니다. ​

물론 에픽게임즈의 이러한 정책이 앞으로도 영원불멸 유지될 것이라고는 단언하기 힘듭니다. 기업은 돈을 벌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고, 에픽게임즈에 돈 나올 구석이 적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개발자와 이용자를 옥죌지 모를 일입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에픽게임즈의 정책은 다른 빅테크들과는 다른 길을 향하고 있고, 분명 개발자와 이용자들의 편익을 향상시키는 방향입니다.

 

에픽게임즈 팀 스위니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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