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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모드 하나에만 20년을...? 아직도 만드는 '엘더 스크롤' 대형 모드

'자발적 결사체' 모더의 노력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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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주(4랑해요) 2022-04-12 18:20:23
모드 하나를 20년 개발했는데, 진척도가 아직도 50%라고요?

베데스다에서 개발한 <엘더 스크롤> 시리즈는 '유저 모드'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3번째 시리즈인 <모로윈드>부터 게임 에디터를 지원했으며, 5번째 작품인 <스카이림>에서는 '크리에이션 킷'을 통해 제한 없이 유저가 게임을 수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하프 라이프> 시리즈 이후로 주춤했던 모드 생태계에 활력을 찾아줬기 때문. 역사가 길고 참여한 모더도 많다 보니 현재는 "이런 퀄리티의 모드가 있다고?"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모드도 많다.

또한 역사가 깊고 모딩에 발을 담근 개발자도 많다 보니, 아예 여러 명의 모더가 모여 "단일 게임 하나에 준하는" 분량을 가진 대규모 모드가 개발되고 있다. 각자가 개발에 참여한 사연도 다양하다. <엘더 스크롤> 시리즈가 탄탄한 로어를 가진 RPG이기에 게임에 구현되지 않은 지역 추가를 목표로 하거나, 신작 엔진으로 전작을 그대로 구현해 더욱 멋진 환경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거나, 후속작이 안 나와 답답해서 등이 있다.

그리고 베데스다는 2018년 진행된 E3에서 <엘더 스크롤 6>를 공식 발표하긴 했지만, 당장 <스타필드>의 출시가 우선이다 보니 아직 사전 제작 단계에 들어가지도 못했다는 이야기가 주된 여론을 차지하고 있다. 첫 삽을 뜨지도 못했다는 말이다. 과연, <엘더 스크롤 6>가 먼저 나올까? 아니면 밑에서 소개할 대규모 모드의 출시가 우선일까? 흥미 삼아 아직 개발 중에 있는 <엘더 스크롤> 시리즈의 대규모 모드에 관한 이야기를 모았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 개발 기간만 20년, 완성은 절반? '탐리엘 리빌트'

 

2001년 경 첫 개발을 시작해, 아직도 만들어지고 있는 대형 모드가 있다. 바로 <엘더 스크롤 3 : 모로윈드>에서 개발되고 있는 <탐리엘 리빌트>모드다.

<탐리엘 리빌트> 모드의 목표는 '모로윈드' 지역을 전부 구현하는 것이다. 모드 설명에 따르면 본래 1990년 베데스다가 <엘더 스크롤 3 : 모로윈드>를 개발할 때 해당 지역을 전부 구현하려 했지만, 분량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어 바덴펠 섬으로 개발 범위를 축소했다. 이에 출시 전부터 게임을 지켜보던 몇몇 모드가 의기투합해, 모드 개발 킷이 처음으로 출시되자마자 시작한 프로젝트가 <탐리엘 리빌트>다.

 

지도 가운데 섬이 바덴펠이다. <엘더 스크롤 3: 모로윈드>에서는 오로지 바덴펠 지역만 오갈 수 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 개발된 모드 중 하나이기에 <탐리엘 리빌트>가 베이퍼웨어처럼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정말로 실체가 없었다면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릴 수 없었을 것이다. <탐리엘 리빌트>는 완성된 작업물 일부를 모드 공유 사이트 '넥서스모드'에 공개하고 있으며, 실제 플레이가 가능하다. 현재 목표 콘텐츠의 50%정도가 완성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신 빌드는 2021년 1월 공개된 '21.01'버전이다.

 

베이퍼웨어 - 실용화되지 않았거나 실제 존재하지 않지만, 개발되는 것처럼 보이며 광고까지 하는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를 통칭하는 말

 

<탐리엘 리빌트> (출처 : 넥서스모드)


그렇다면 개발이 왜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 공식 커뮤니티와 당시 시대상을 살피면 추측할 수 있는 몇 가지 사실이 있다. 먼저, <모로윈드>는 베데스다가 처음으로 모드 킷을 공개했던 <엘더 스크롤> 시리즈다. 당연히 인터페이스나 개발 환경이 지금보다 훨씬 열악했을 것이며, 모드 툴을 다룰 수 있는 모더도 지금보다 적었다. 게임이 출시되자마자 <오블리비언>에서 경력을 쌓은 수많은 모더가 자신만의 모드를 선보였던 <스카이림>과는 상황이 다르다. 

 

개발팀이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언급하기도 했다. 모드 개발 초창기에 겪었던 주된 어려움 중 하나는 "저렴한 3D 모델링 툴"이 적었다는 것이다.

 

설정 상으로 존재하나, 게임에 미구현된 지역을 추가한다는 것도 쉽지 않다. 게임의 설정이나 로어는 현실 역사만큼 완벽하지 않기에 지형이나 복식, 그리고 배경에 맞는 퀘스트를 추가하기 위해서는 결국 모더의 창작이 필요하다. <탐리엘 리빌트> 개발진도 <엘더 스크롤> 시리즈의 설정이 계속해서 변경되고 있기에 모드에서 구현된 세계가 완전히 시리즈의 설정과 일치하지는 않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별도로 펀딩 자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팬심에서 프로젝트를 유지하고 있다. 2022년에는 NFT를 도입하겠다는 공지사항을 올리기도 했으나, 만우절 장난이었다. 글이 올라온 날짜는 4월 1일이다.

 

 (출처 : 공식 홈페이지)

 

<탐리엘 리빌트> 개발 팀이 개발 속도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들은 게임 모딩은 취미로 이루어지기에 당연히 봉급을 받는 개발자들보다 속도가 현저히 느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우리는 시간적, 예산적 제약에 얽매이지 않는 사치를 누린다. 이것은 그럴 수 없을 때 결코 현실화시킬 수 없는 것들을 만들 수 있음을 의미한다"라고 강조했다.

<탐리엘 리빌트>는 여전히 개발 중이다. 2022년 4월 10일에도 공식 홈페이지에 모드 개발과 관련한 글이 업데이트됐다. 개발에 참여하기 위해 찾아오는 모더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개발팀은 2021년 <탐리엘 리빌트> 개발에 자원한 34명 중 24명이 현재도 활동을 지속하고 있으며, 총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같은 년도에 직, 간접적으로 프로젝트를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탐리엘 리빌트>의 2022년 로드맵 (출처 : 공식 홈페이지)

 

 

# 모두를 깜짝 놀래켰던 <비욘드 브루마>, 그리고 <비욘드 시로딜>

 

이제 <스카이림>으로 시선을 돌려 보자.

<모로윈드>에서 모드 개발 킷이 시리즈 처음으로 출시됐고, 당시 시작된 모드 개발이 후속작 <엘더 스크롤 4 : 오블리비언>에서 만개하면서 <엘더 스크롤 시리즈>에는 타 게임과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모딩 커뮤니티가 형성됐다. 당연히 후속작 <스카이림>이 출시되자 많은 사람이 <오블리비언>과 비교할 수 없는 다양한 모드가 출시되리라 여겼고, 실제로 그랬다.

모딩 커뮤니티가 커지고, 모드의 퀄리티가 초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하면서 <스카이림>에는 게임 DLC에 준하는 대형 모드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한 모더가 2년 동안 개발한 <팔스카알>이나, 유명 모더 'Vicn​'이 <다크 소울> 시리즈에서 영감을 개발한 <비질란테>, 독일 모드 팀 SureAI가 개발한 스탠드얼론 모드 <엔데랄>이 있다.

 

대형 모드 <엔데랄>, 모드임에도 불구하고 독자성을 인정받아 스팀 상점에서 따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출처 : 스팀)

이에 모더들의 상상력도 더욱 커졌다. 단순히 특정 지역이나 대형 퀘스트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탐리엘의 다른 지역을 <스카이림>에 구현하면 어떨까? <엘더 스크롤> 차기작에 준하는 분량의 모드를 만들면 안 될까? 

이런 생각을 한 다양한 모더가 힘을 합쳐 팀을 구성해 엘스웨어, 하이 락, 시로딜 등 <엘더 스크롤>의 다른 세계를 오픈 월드로 구현한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유저 모딩의 한계 덕분인지 게임 출시 6년이 지나도록 결국 결과물을 내놓은 팀은 극히 적었다.

하지만 오랜 노력은 결국 결실을 맺는지, 기대가 차츰 사그라질 와중 한 팀이 플레이 가능한 결과물을 공개하면서 각종 모드 커뮤니티와 게이머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바로 <비욘드 스카이림> 계획 중 일부를 잘라 2017년에 공개한 <비욘드 브루마>다. '브루마'는 스카이림 바로 아래 지역에 있는 시로딜 지역의 한 도시다.

<비욘드 브루마>가 놀라움을 샀던 이유는 모드를 통해 불가능하리라 여겨졌던 풍부한 오픈 월드 콘텐츠를 '실제로' 구현했다는 점에 있다. <비욘드 브루마>는 단순히 전작을 가져와 개발한 것이 아니라, "<스카이림> 속 시대에서 시로딜 지역은 어떤 모습일까?"를 구현했다. 

 

(출처 : 넥서스모드)

마을의 모습과 설정 정도만을 로어를 해석해 일부 따 왔을 뿐, 퀘스트 라인과 장비, 캐릭터, 에셋, OST, 던전 등 대부분의 콘텐츠가 순전한 모더들의 창작으로 구현되었다. 그러면서도 게임 원작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아 이질감이 적으며, <비욘드 브루마> 모드로 오갈 수 있는 지역의 크기는 공식 DLC인 <드래곤본> 보다 크다.

현재 <비욘드 스카이림> 개발팀은 <비욘드 브루마> 이후 <비욘드 시로딜>을 통해 시로딜의 나머지 지역을 한꺼번에 내놓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비욘드 브루마>를 보고 거대 모드 프로젝트가 실제로 성공할 수 있는 희망을 품은 각종 모더들의 참여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공식 웹 사이트에 따르면 지형 구축이 대부분 완료되었으며, 음성과 퀘스트, QA 작업이 진행 중에 있다. 만약 개발이 순조롭게 될 경우에는 4~5년 안에 결과물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외에도 <비욘드 스카이림> 프로젝트에는 탐리엘 지역의 다른 지역도 존재한다. 다만, 시로딜 외의 지역은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이기에 <엘더 스크롤 6> 출시 전에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지 속단할 수 없는 상태다. 각 지역에 할당된 팀도 전부 다르다.

 


 

 

# 자발적 결사체의 노력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비욘드 스카이림> 외에도 최근까지 개발 노트를 공개하며 응원을 받고 있는 대형 프로젝트가 두 개 더 있다. 게임 <모로윈드>를 <스카이림>에 구현하는 것이 목표인 <스카이윈드>와 전작 <오블리비언>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인 <스카이블리비언>이다.

 

두 모드 모두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작업물을 계속해서 공개하고 있다
구독자 수도 10만이 넘어간다 (출처 : 유튜브)

 

여기까지 글을 읽은 독자라면, 차라리 모든 모더가 힘을 합쳐 하나의 프로젝트에만 집중하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허나, 모드 개발의 개념을 생각해 보면 이는 어려운 말이다. 모드는 돈이나 대가를 바라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순전히 팬심, 또는 흥미 충족을 위해 만들어진다. 각자의 관심사도 다르고, 모더 개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도 다르다. 억지로 게임 개발을 하듯이 진행하면 계획이 어그러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모드 개발은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진다. 모더가 열정을 잃거나 개인 사정이 생기면 개발을 그만둘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각자의 사정으로 한둘씩 모드 개발에서 손을 놓는다면 앞선 대규모 프로젝트들은 결국 와해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모드 개발의 유동성에서 올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최근 모더들은 자발적으로 노하우를 공유하는 동영상을 만들어 후학 양성에 힘을 쓰고 있다. 유튜브 채널 '아케인 유니버시티'는 모더들이 모드 개발을 위한 팁을 공유하고 교육하기 위해 위해 만들어졌다.

 

(출처 : 유튜브)

대형 모드 프로젝트가 서로를 배척하지 않고, 오히려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도 흥미로운 사례다. 각 팀은 서로의 개발 진척도와 개발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에셋을 공유하고 있다. 2021년 12월에는 <비욘드 스카이림>과 <스카이윈드>, <스카이블리비언> 3개 모드 팀이 힘을 합쳐 작업물을 공개하는 '크리에이션 콘 2021'이 온라인으로 진행되기도 했다.

이토록 오랜 세월을 거치며 <엘더 스크롤> 시리즈의 모딩 환경은 놀라울 정도로 커졌고, 자발적 다수가 모여 한 게임에 준하는 모드를 개발하기 위해 수십 년 동안 고군분투하고 있을 만큼 발전했다. 이들을 응원하는 게이머 입장에서는 과연 <엘더 스크롤 6>가 빠를지, 앞선 대형 모드의 출시가 빠를지 지켜보는 것도 좋은 흥밋거리가 될 것이다. 

 

(출처 : 크리에이션 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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