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정확히는 크래프톤 산하의 블루홀스튜디오가 10년 넘게 라이브 서비스를 하던 PC MMORPG <테라>의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한때 한국 서버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렸던 일본 서버도 문을 닫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나서 든 의문이 있습니다. <테라>가 그렇게 매력이 없는 게임일까?
<테라>는 한국의 많은 게이머들이 그 이름을 알고 있는 게임이며, 경험해본 사람들도 많습니다. 당시로서는 하이엔드 그래픽을 지향했으며 논타겟팅 액션이 별난 재미를 준다는 평가가 있었죠. 레이드를 선호하는 유저들도 많았던 기억이 납니다. 조용히 나왔다 사라지는 여타 게임들과 <테라>를 동일선상에 놓고 보기엔 어렵습니다.
실제로 <크래프톤웨이> 같은 책을 읽어봐도 알 수 있듯이 <테라>는 <배틀그라운드>가 나올 때까지 블루홀(현 크래프톤)을 버티게 해주었습니다. <테라>의 주인공 엘린은 유저들의 지갑을 여는 데 성공했습니다. 월 정액제 게임으로 출시되었다가, 부분 유료화 전환을 선언하고도 몇 년을 버티게 해 준 장본인이 엘린이었습니다.
유저들을 모집하고, 떠나지 않도록 붙잡아야 하는 MMORPG. 만드는 것도, 운영하는 것도 힘들지만, 수년간 펼쳐놨던 판을 접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MMORPG의 섭종(서비스 종료)는 그간 회사와 유저들이 축적한 자산과 여러 이야기, 신뢰 관계 등을 일정 부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넥슨이 클래식 RPG 레이블의 끈을 놓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어둠의전설>은 최근 서비스 24주년 행사를 했습니다. 행사 당일 넥슨은 유튜브 채널에서 게이머들과 그간의 역사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전해집니다.
게임을 예전에 접었지만 이따금 '내 캐릭터 잘 있나' 싶어서 그 게임에 접속해본 일 한 번쯤 있으실 텐데요. 크래프톤은 <테라>라는 온라인게임에 기록된 모든 정보를 삭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수의 사람이 됐든, <테라> 유저들의 추억을 만나볼 길은 없습니다. <테라> 공식 홈페이지에는 환불 내용만 안내되어있을 뿐입니다.
인터넷에 남겨진 유저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디씨인사이드 <테라> 갤러리'를 비롯한 커뮤니티를 돌아다녔습니다. <파이널판타지 14> 진실의 불꽃처럼 서비스 종료가 아니라 새로운 시즌의 시작이었으면 좋겠다라는 기대, 게임 속 지역 곳곳을 방문한 탐험기, (진위는 알기 어렵지만) '섭종' 소식에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섭종' 공지사항에도 "이 정을 어케(어떻게) 떼나", "도대체 이해가 안 간다", "11년 동안 애정을 준 유저들한테 너무하다" 는 등의 다양한 반응이 댓글로 남아있는데요. 공지사항에는 총 301개의 댓글이 존재하며, 대부분의 유저들이 최고 레벨(70)을 달성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쯤에서 "요즘 <테라>를 얼마나 많이 하느냐?"라는 질문을 해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PC MMORPG <테라>의 접속자 수를 알기 위해서 참고할 수 있는 도구는 (1) PC방 점유율 (2) 스팀차트(글로벌)이 있습니다.
2022년 <테라>는 0.04%에서 0.06%의 PC방 점유율을 기록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로스트아크> 같은 인기 MMORPG와 비교했을 때 경향적으로 '거의 선택되지 않았다'라고 봐도 좋을 듯합니다만, PC방 당 사용시간은 200분대로 높은 것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장르 특성상, 일단 자리에 앉으면 오래 한다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크래프톤이 <테라>의 직접 서비스를 시작한 2021년 1월에는 0.13%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이전까지 50위권 밖에 머물던 <테라>는 자체 서비스 전환 이후 1월 5주차 순위에서 46위를 기록하며 순위권 재진입에 성공했고, 이후 42위, 38위로 2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게임트릭스 기준)
정리하자면, 한국에서 <테라>의 직접 서비스 결정 이후 기대감이 모였지만 그 기대감을 결과로 보여주는 데엔 실패한 모양입니다.
스팀차트에서는 보다 정확하게 글로벌 <테라> 접속자 데이터를 볼 수 있습니다.
스팀차트 데이터를 보면, 2021년 테라는 월평균 599명의 동시 접속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업데이트나 이벤트가 발표되지 않았던 2022년에는 200~300명대로 그마저도 줄어든 것이 확인됩니다. 2015년 스팀 입점 당시 <테라>는 인기 순위 10~13위에 자리하며 10,000명에서 20,000명 수준의 동시 접속자를 기록했습니다.
참고로 <테라>는 <테라M>, <테라 오리진>(넷마블), <테라 클래식>(란투게임즈), <테라: 엔드리스 워>(조이시티), <테라 히어로>(레드사하라) 등 여러 차례 게임으로 만들어진 바 있습니다. 대부분의 IP 게임들은 2020년경 대부분 서비스를 종료했으므로,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고 평가하기엔 어렵습니다.
2022년 4월, <테라>를 '게임'으로 만날 방법은 SLG <테라: 엔드리스 워>를 하거나 (아직은 서비스 종료를 선언하지 않은) 콘솔 버전 <테라>를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크래프톤은 오늘날의 회사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한 게임을 보내주기로 했습니다. 훗날 크래프톤이 <테라> IP를 활용한 새로운 작품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아쉬움이 가장 큽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게임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문을 닫아도 되나 싶습니다.
크래프톤 측은 <테라> 게임 서비스 종료에 관해 이런 입장을 밝혔습니다.
<테라>는 2011년 1월 출시되어 시대를 앞서는 기술력과 혁신성, 장인 정신을 보여준 게임입니다. MMORPG 최초로 논타겟팅 기반의 전투 시스템을 도입하며 장르 내 기술적인 완성도를 높였고, 글로벌로 서비스 확장, 스팀 및 콘솔로 플랫폼 확대, 자체 퍼블리싱 전환 등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선도한 바 있습니다.
11년 <테라>의 역사, 아르보레아의 여정을 함께 만들어주신 이용자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동안 보다 새롭고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심사숙고 끝에 <테라>의 여정을 이제 마무리하기로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테라>에 보내주신 애정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이용자 여러분을 다시 만날 그날을 기원하겠습니다.
서비스 종료 직전까지 이용자들이 불편과 제약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입니다. 블루홀스튜디오는 현재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 운영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새로운 도전과 재미를 목표로 끊임없이 노력해 이용자들을 다시 만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테라>를 만들었던 사람들은 <테라>의 서비스 종료에 관해서 어떤 생각이 드는지 알아봤습니다.
수소문 끝에 블루홀에서 일하며 <테라> 게임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한 사람에게 소감을 물었습니다. 그는 익명을 요구하며 "(테라 팀에는) 좋은 동료들이 많았다. <테라>에서 일한 사람들이 다른 프로젝트들로 넘어가 (그 경험이) 도움이 되어서 (테라 팀을) 사관학교라고 부르기도 했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가 느낀 감정은 "오래전 다니던 모교가 사라진 느낌"이라고 하는데요. 아직 회사에서 현직 개발자로 일하는 그는 "그때(테라 개발 당시)는 서로 좋은 게임을 만들자고 협력하는 분위기가 좋았는데, 이제는 건조함만 남은 느낌"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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