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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넥슨 “도전 정신”의 상징, 야생의 땅: 듀랑고가 남긴 여운

넥슨이 만든 ‘가장 넥슨 답지 않은 게임’… 2년 채우지 못하고 서비스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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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남일(깨쓰통) 2019-10-16 18:55:34

“넥슨, 나아가 대한민국 게임 개발사들은 뻔한 양산형 게임만 만든다”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국내 게임사. 특히 넥슨 같은 대형 게임사들을 비판할 때 언제나 나오는 말이 바로 이 한마디일 것이다. 물론 세부적으로 따지고 들어가면 게임사 입장에서는 할 말이 정말 많을 것이지만, 실제로 요 몇 년 사이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발매한 신작의 경향을 살펴보면 이러한 비판이 아예 근거가 없는 말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넥슨이 지난 2018년 1월에 선보였던 모바일 RPG <야생의 땅: 듀랑고>(이하 듀랑고)는 여러 의미로 눈에 띄는 작품이었다. 당시 모바일 게임 시장을 지배하던 <리니지M>과 같은 RPG도 아니고, 엄청난 그래픽의 풀 3D를 채용한 것도 아니었으며, 가차 같은 과도한 ‘뽑기 요소’도 없었다. 

 

모바일 게임에서는 메이저라고 할 수 없는 소재인 ‘공룡’, ‘서바이벌’ 같은 요소를 가지고 ‘샌드박스’형 MMORPG로 독특하게 풀어낸 게임성도 눈에 띄었다. 여로모로 “넥슨 게임 같지 않은" 게임이 바로 그 넥슨에서 나온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독특하면서도 참신한 게임성 덕분에 <듀랑고>는 “넥슨의 도전정신”을 상징하는 게임으로 장시간 회자될 수 있었다. 2018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최우수상을 포함한 3개 분야에서 수상하는 데 성공한 것 역시 이러한 면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해석할 수가 있다.

 

하지만 <듀랑고>의 행보는 올해 하반기를 끝으로 멈출 수밖에 없게 되었다. 넥슨이 10월 16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오는 12월 18일 서비스 종료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서비스를 시작하고 채 2년을 채우지 못한 채, 결국 야생의 섬은 환상속의 섬으로 남게 되었다.

 

[야생의 땅: 듀랑고 서비스 종료에 대한 개발자 노트] 

 

 


# 6년 만에 맺은 도전의 결실, 하지만 시작부터 서버에서 막히다

 

<듀랑고>는 지난 2012년, <프로젝트K>라는 이름으로 처음 공개되었던 작품이다. <마비노기>, <마비노기 영웅전> 등으로 유명한 이은석 PD가 참여한 ‘왓 스튜디오’의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던 이 게임은, 지스타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게이머들과 만나면서 기대를 끌어올렸고, 덕분에 수 년간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로 대접 받을 수 있었다. 

 

2014년 지스타에서의 넥슨 <듀랑고> 부스 시연대 모습

 

게이머들의 기대 속에 <듀랑고>는 2018년 1월, 출시하자마자 각종 스토어에서 인기 순위 1위, 매출 순위 TOP 5에 진입하며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당시 이은석 PD는 “넥슨에서 출시한 모바일 게임 중 가장 좋은 초반 성적” 이라고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자축할 정도였다. 

 

하지만 <듀랑고>의 흥행은 오래가지 못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서버였다. <듀랑고>는 모든 유저들이 하나의 서버에서 즐기며, 심지어 채널 개념도 없는 ‘단일 서버’로 시작을 했다. 이를 위해 기술적으로 수년에 걸친 R&D를 진행했다고 자부할 정도였다. 하지만 대망의 서비스 첫 날부터 게임의 서버는 말썽을 일으켰고, 장기간의 서버 점검과 오류가 게임을 뒤덮었다. 유저들은 '점검의 땅' 이라는 비야냥을 쏟아냈으며, 결국 개발사에서는 ‘단일 서버’를 포기하고야 말았다. 

 

하지만 단일 서버 포기 후에도 서버 문제는 한 동안 지속되었으며, 유저 이탈은 가속화되었다.  

 

 

서버 외에도 문제가 많았다. 지나치게 ‘귀찮음’을 강요하는 서바이벌 난이도와 빠르지 않은 업데이트 속도, 밸런스, 운영, 너무나도 생소한 게임 플레이 문제 등이 집중 포화를 맞았다. 결국 <듀랑고>는 6년 이상이라는 개발 기간이 무색하게 단 2달도 되지 않아 매출 순위 50위권 밖으로 밀려나며 흥행에 빨간 불이 켜지고 말았다.  

 

단일 서버는 지난 2018년 5월에 다시 시도해서 통합서버를 선보이게 되었지만, 이미 ‘많은 유저들이 이탈한 이후’에 진행되었기 때문에 이미 큰 의미는 없던 상황이었다.

 

# 2019년 넥슨 매각 시도, 그리고 듀랑고의 위기

 

비록 매출 순위는 순식간에 밀려났지만, 넥슨과 왓 스튜디오는 <듀랑고>에 대한 투자를 계속 이어 나갔다. 2018년 6월에는 MBC와 함께 게임 소재 예능 <두니아 ~ 처음 만난 세계>를 선보였으며, 게임 또한 멀티 캐릭터 시스템, 스토리팩 업데이트, 개인섬 업데이트 등 여러 콘텐츠를 업데이트했다. 하지만 이러한 게임사의 노력에도 <듀랑고>의 매출 순위는 쉽게 오르지 않았으며, 결국 침체기는 지속되었다. 

 

MBC에서 방영된 <듀랑고> 소재 예능인 <두니아 ~ 처음 만난 세계>

 

만약 넥슨이 계속해서 매출과 상관없는 도전을 허용하는 기조를 이어갔다면, <듀랑고>는 아마 조금 더 서비스를 이어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2019년, 넥슨은 새로운 해의 시작과 함께 창업주인 김정주 회장이 회사 매각을 시도했고, 이로 인해 격량 속에 빠지면서 회사의 기조도 바뀌게 된다. 

 

<M.O.E>, <HIT>, <어센던트 원> 등 소위 ‘매출이 안 나오는 게임’들이 잇달아 서비스를 종료했다. <페리아 연대기> 같이 장기간 개발을 진행한 게임은 과감하게 개발 중지를 선언했다. 이러면서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듀랑고>로 모아지게 되었다. 실제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서는 “<듀랑고>가 개발 중지 및 서비스 종료 절차를 밟을 것” 이라는 이야기가 마치 정설처럼 수 개월간 떠돌았다.

 

일단 넥슨은 지난 8월 말, 신규 콘텐츠인 ‘화산섬’을 업데이트하면서 게임이 계속 서비스될 것이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었다. 결국 화산섬 업데이트 이후 약 1달 보름 만에 서비스 종료를 선언하면서 <듀랑고>의 도전은 끝을 향하게 되었다. 

 

8월 말 업데이트를 발표한 화산섬

‘아름다운 이별’은 가능할까?

 

<듀랑고>는 분명 넥슨의 도전정신을 상징하는 타이틀이라고 높게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동시에 6년이 넘는 긴 개발 기간 동안 천문학적인 개발 비용이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다할 성적을 거두지 못한 실패작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도 없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개발 기간 동안 게이머들의 꾸준한 관심과 기대를 받아왔으며, 오픈 초기에는 (비록 서버 때문에 제대로 게임을 즐길 수 없었다고 해도), 수많은 유저들이 접속하며 그 기대를 증명했던 작품이다. 그리고 실제 보여준 재미와 완성도와는 별개로, 어려운 국내 시장에서 쉽지 않은 도전을 택한 작품임에도 틀림이 없다. 

 

‘혁신성’, ‘참신성’이 끝없이 화두가 되고 있는 요즘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환경을 생각하면, <듀랑고>는 분명 여로모로 아까운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사전 예약에만 수백만명이 몰릴 정도로 많은 기대를 받았던 <듀랑고>

마지막으로 <듀랑고>에서 한 가지 주목해 볼만한 것은 이 게임을 개발한 왓 스튜디오가 게임의 서비스 종료가 결정되었다고 해서, 그냥 게임의 서버를 내리는 것으로 끝내지는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은석 PD는 16일 공개한 개발자 노트를 통해 <듀랑고>의 마지막 스토리를 업데이트하겠다고 밝혔으며, 동시에 새로운 콘텐츠인 ‘난투섬’, ‘악기연주’ 같은 콘텐츠도 서비스 종료 전까지 모두 업데이트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는 서비스가 종료된 이후에도 플레이어의 ‘개인섬’을 오랫동안 볼 수 있고, 다른 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과연 이것이 <어센던트 원>과 같은 형식의 제한적인 오프라인 모드의 구현을 뜻하는 것인지, 아니면 무언가 웹페이지나 다른 방법을 통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마지막까지 <듀랑고>를 즐기고 플레이한 유저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기겠다는 개발자와 개발사의 의지는 충분히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이은석 PD와 왓 스튜디오는 이번 개발자 노트에서 마지막으로 “<야생의 땅: 듀랑고>의 서비스는 끝나지만 듀랑고 세계의 또 다른 이야기들과 왓 스튜디오의 새로운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과연 앞으로도 <듀랑고>와 같은 넥슨의 ‘도전’이 계속될 수 있을지 이후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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