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제일 큰 규모의 부스로 참가했던 넥슨이 불참한 지스타 2019.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역대 최고의 흥행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습니다.
올해는 펄어비스부터 넷마블, 엔젤게임즈 등 여러 회사가 신작을 공개하면서도 인플루언서들이 참여한 현장 이벤트도 있어 즐길 거리와 볼거리를 모두 잡았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지스타 관람객은 행사 4일간 242,309명을 기록, 전년 대비 12.3% 늘어난 '역대 최고' 흥행을 기록했다고 발표 되었습니다.
다만, 흥행과 별개로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특히 '게이머 입장'에서는 체험할 수 있는 신작이 부족한 게임쇼였다는 평가고, '관람객 입장'에서는 일부 부스가 선정적인 이벤트를 진행해 낯뜨거운 풍경을 피해 다녀야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과연 지스타 2019는 어땠는지 TIG 기자들의 입을 통해 전체적인 평가를 해봤습니다. 15년간 지스타를 빠짐없이 취재한 고참 기자부터 올해 처음 지스타를 취재한 기자까지 각자의 시선으로 이번 행사가 어땠는지 물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박준영 기자
매 년 '볼 게 없다'고 얘기하던 것이 올해는 좀 더했던 느낌이랄까요. 게임쇼 다운 구성을 못채운 몇몇 부스, 지스타 조직위의 미흡한 진행 구성 때문에 여전히 지스타는 숫자만 중요시하는 행사로 자리매김한 듯 했어요.
지스타. 아니 게임쇼 재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도 기초적인 부분은 '평소에는 즐길 수 없는 신작'을 체험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는 게임쇼의 가장 기본이 되는 부분이고 다른 여러가지 요소는 부차적인 재미일 뿐이죠.
그런 점에서 이번 지스타는 정말 '볼 거 없는 게임쇼'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정 한 회사가 아니라 B2C에서 즐길 수 있는 '완전 신작' 내지는 평소에는 볼 수 없는 '체험형 콘텐츠'가 손가락 안에 꼽히는 정도였죠. 펄어비스와 넷마블 등 신작을 선보인 곳이 있긴 했지만 이 역시도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 수였고요.
그나마 굿즈 판매가 다양했기 때문에 특정 게임 팬들은 굿즈를 사러 오는 용도라면 나쁘지 않은 행사였습니다. 그런데, 게임을 체험하는 게 아니라 굿즈를 사는 게 목적이라면 서코(서울 코믹월드)를 가지 부산까지 올 필요는 없죠.
물론, 한국 시장 자체가 이렇게 여유롭게(?) 신작을 전시하고 체험 버전을 선보이며, 개발사들이 으쌰으쌰하기 힘든 상황인 건 이해합니다. 다만, 지스타 조직위가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제대로 각성할 필요가 있다고도 생각해요. 특히, 넥슨이 지스타에 오지 않고 X019에서 <카트라이더> 신작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공개한 게 뭘 의미하는지 조직위는 반성할 필요가 있죠.
아무리 인플루언서가 주목 받고 시대가 바뀌고 관람객 수 최고 기록이라 하더라도 이대로 간다면 지스타는 '게이머'에게 외면받는 그런 행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블리즈컨에 다녀온 뒤 일주일 만에 지스타로 향했습니다. 펄어비스 <섀도우 아레나>와 넷마블 <제2의 나라> 등 매력적인 신작도 많았고 볼거리도 많아 나름 재밌고 인상 깊은 행사였습니다. 다만, '인상 깊은' 요소가 좋은점으로만 가득하지는 않아요.
먼저 좋았던 부분부터 말하자면 매력적인 신작들을 만날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전투 재미에 집중한 <섀도우 아레나>, 스튜디오 지브리 감성이 그대로 살아있는 <제2의 나라> 등 시연 전까지 '괜찮을 것 같은데?'라고 생각한 게임들이 플레이 후에도 만족스러웠죠.
2014년부터 지금까지 매 년 지스타에 참가하고 있지만 올해처럼 시연작들이 전체적으로 재밌었던 적이 있었나 싶었을 정도입니다.
시연작은 아니지만 <붉은사막> 트레일러도 인상 깊었습니다. 영상을 처음 봤을 때 <위쳐 3>를 떠올리게 하는 높은 그래픽 퀄리티에 감탄했고, 이어 세계관을 잘 살리면서도 흥미로운 스토리가 매력적이었죠.
'인상 깊었던 것'이라 하면 좋은 기억만 있지는 않죠. 올해 지스타에서 그라비티 부스를 보고 정말 많이 놀랐거든요. 현장에는 부스 모델이 나와 게임을 소개하면서도 다른 한 쪽에서는 관람객들에게 '포링' 모양 솜사탕을 나눠주고 있었어요. 특히 귀여운 캐릭터가 있고 솜사탕도 나눠주고 있어 부모님 손을 잡고 온 아이들도 많았죠. 여기까지는 참 훈훈한 모습이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메이드복을 입거나 신체 일부가 훤히 드러나는 복장을 입은 부스 모델이 등장했고, 이들은 '섹시 댄스'(실제 행사 명칭)를 추거나 포토타임을 가졌죠. 더구나 이 모습은 부스 중앙 거대 스크린을 통해 송출되어 부스 근처에 있는 누구나 확인할 수 있었어요. 이 때부터 "부스 컨샙이 왜이래"라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죠.
'지스타는 누구나 올 수 있는 행사라 조심해야해' 정도 차원의 우려가 아니에요. 왜 아이와 가족 관람객이 관심 가질만한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선정적인 내용이 담긴 이벤트를 진행했는가에 대한 의문이죠.
전체가 좋은 경험으로 구성됐다 하더라도 단 한 순간의 나쁜 경험이 섞인다면 모든 걸 망치게 되요. 행사를 구성함에 있어 회사는 물론 이를 주관하는 지스타 조직위 역시 내용을 고민하고 '뭘 보여줘야 하고 타깃은 누구인가'를 조금 더 고민했으면 합니다.
개막과 동시에 박양우 문체부 장관, 조승래 국회의원, 오거돈 부산시장이 B2C 부스를 돌았습니다. 박양우 장관은 "2020년엔 (대한민국 게임을) 공격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하면서 이틀 연속으로 부산에 머물렀습니다.
중국 게임의 화끈한 '한국 진출', 넥슨이 불참한 지스타, 처음 지스타에 참가한 슈퍼셀 등 지스타는 변하고 있습니다. 여러 변화 중에서도 지스타는 크게 '보는 축제'로 연착륙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과거 지스타는 새로운 게임을 플레이하러 가는 '하는 축제'였다면, 이제는 e스포츠와 크리에이터가 주인공이 되는 '보는 축제'로 되고 있죠.
이런 변화에 대해 작년까지는 우려 섞인 시선이 많았던 게 사실이고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꽤 자리를 잘 잡았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현장을 찾은 관람객도 행사를 준비한 게임사도 '보는 축제'를 즐기고 있더라고요. 신작이 크게 줄어 아쉽기는 하지만, 진짜 '축제'가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려 합니다.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죠. B2B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새로운 게임이 없고, 국내 게임의 경쟁력도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으니 어찌보면 당연하겠죠. 쉽지 않은 시기이긴 하지만, 지스타 방향성을 고려하면 내년 B2B는 더 어둡지 않을까합니다.
아, 그리고 인디 게임을 축제에 초대해놓고, 축제 가장 구석에 놓으면 어쩌라는 걸까요? 자리를 마련해줬다는 생색에서 끝나지 않고, 관람객들이 조금 더 그들을 찾을 수 있도록 해줬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인디관 입구 근처에는 설명이나 비표도 없는 수준이고, 위치도 B2B 옆이라 자연스럽게 보기도 힘들었죠. 지스타 2020에는 인디게임도 주인공으로 나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