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 vs LNG 경기를 마지막으로 4강 대진표가 완성됐습니다.
8강 시작 전 예상과 다르게 졸전을 펼친 팀도 있었고, 예상 외로 분전한 팀도 있었으며, 예상을 뒤엎고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준 팀도 있었습니다. 특히 젠지가 8강전에서 정말 예상 외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5시간에 걸친 5전제가 끝난 부산 사직 실내체육관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습니다.
'기대'를 받았던 젠지는 8강에서 탈락했습니다. 하지만, 젠지에게 ‘기대’를 보냈던 저는 불행하게도 계속 살아가야 합니다.
8강 시작 전 예상과 다르게 졸전을 펼친 팀도 있었고, 예상 외로 분전한 팀도 있었으며, 예상을 뒤엎고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준 팀도 있었습니다. 특히 젠지가 8강전에서 정말 예상 외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5시간에 걸친 5전제가 끝난 부산 사직 실내체육관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습니다.
'기대'를 받았던 젠지는 8강에서 탈락했습니다. 하지만, 젠지에게 ‘기대’를 보냈던 저는 불행하게도 계속 살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할 일은 해야 하는 법. 지표를 통해 4강 경기들의 양상을 예상해 봅니다. /작성=곽영효 필자, 편집=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출처: 라이엇 게임즈)
※ 본 리뷰는 외부 기고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NRG - G2 - KT - MAD - FNC - NRG라는 황금의 대진으로 4강에 진출한 WBG입니다. 정규리그와 다르게 롤드컵에서는 대진 상대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저는 WBG의 지표에 대해서는 빡빡하게 보는 편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현재 WBG는 플랜이 획일화된 팀입니다. 더샤이는 초반 골드차 지표가 좋지만 초반 킬관여는 하위권입니다. 무리하지 않고 초반 주도권을 계속 쥔 상태를 유지하면서 골드차를 벌리는 것에 집중한다고 여겨집니다.
팀적으로 보면 더샤이를 방치하고 정글은 집중적으로 바텀을 봐주는 동선을 짭니다. 즉, 탑을 희생시켜서 바텀을 키우는 플랜의 극단적인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그에 걸맞게 첫 전령보다는 첫 용 획득률이 굉장히 높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글러 '웨이웨이'의 지표가 썩 좋지 않습니다. WBG가 거쳐온 그간의 대진을 생각하면 웨이웨이의 지표는 더욱 심각하게 여길 수 있습니다. 양대인 감독이 21년, 22년에 거침 없는 ‘돌림판’을 보여주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4강에서 WBG의 주전 정글러로 카사가 등판할지 여부도 주목할만한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웨이웨이의 높은 바텀 인접률 (출처: 라이엇 게임즈)
(출처: 라이엇 게임즈)
KT - JDG - T1 - G2 - GEN이라는 최악의 대진운을 뚫고 4강에 진출한 BLG입니다. 그래서 저는 대진운이 좋았던 WBG에 비하면 BLG의 지표를 해석할 때 널널하게 보는 편입니다.
탑이 팀의 게임 플랜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는 점은 WBG와 비슷해보이지만 차이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로 더샤이와 빈의 지표 차이입니다. 더샤이는 킬관여 관련 지표가 낮지만 시간대에 상관없이 꾸준히 상태 탑라이너와의 골드차를 벌리는 안티캐리형이라고 생각합니다. WBG는 이를 바탕으로 상대 탑라이너를 지워버리거나 상대의 자원을 탑에 소모시킨 후, 바텀의 강한 라인전으로 상대와의 차이를 벌립니다.
이에 반해 빈은 10분 골드 차, 10분 CS차, 10분 킬관여 지표가 굉장히 눈에 띕니다. 즉, BLG는 초반에 빈이 자력으로 벌어들인 초반 골드를 바탕으로 타 라인에 영향력을 퍼뜨리는 것이 주된 플랜입니다. 더샤이에 비하면 빈이 ‘해줘!’를 좀 더 많이 요구받는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바텀 차이입니다. WBG의 대진표나 엘크가 단식세나를 한 판 했다는걸 감안해도 라이트의 지표가 훨씬 좋습니다. 더군다나 8강 상대가 라인전이 약한 젠지의 페이즈-딜라이트 듀오였기 때문에 여전히 엘크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가 없습니다. 현재 엘크의 파트너 온이 이번 롤드컵 동안 꾸준한 저점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큽니다.
8강 이후 페이즈의 지표
세 번째로 정글 차이. 웨이웨이는 “바텀 케어가 아니라 바텀 서식이다”, “정글이 바텀 케어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바텀이 정글 케어를 해주는 것이다”는 여론이 나올 정도로 폼이 좋지 않습니다. 이에 반해 쉰은 8강 젠지전에서 POS를 받을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더샤이 vs 빈의 칼 대 칼 싸움!”을 기대하신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하지만, 위의 분석들을 생각했을 때 더샤이는 빈을 잠그려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빈이 더샤이를 뚫고 영향력을 펼치는데 성공하느냐에 따라서 경기 향방이 갈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바텀은 엘크-온 듀오보다는 라이트-크리스피 듀오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웨이웨이와 쉰과의 차이를 고려하면 바텀까지 턴이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바텀 전력 차이보다 정글의 전력 차이가 훨씬 크다고 생각하고, 상위권 대진에서는 바텀 전력의 차이보다는 정글 전력의 차이가 굉장히 치명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제가 이번 4강 진출팀들의 지표 그래프를 살피다 가장 놀랐을 때가 징동입니다. 생각보다 슴슴하거든요. BDS-BLG-LNG-KT라는 대진표를 감안해도 징동이라는 이름값에 비하면 지표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닙니다. 보통 팀의 체급을 설명할 때 자주 거론되는 초반 지표들이 특히 좋지 않습니다.
MSI에서 절정의 폼을 보여주었던 나이트도 MSI 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징동이라는 팀의 컬러는 슬로우 스타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래의 MSI 지표에서 보이듯이, MSI에서 징동이 슬로우 스타터 기질을 보여준 것은 맞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혹은 징동의 15분 이후의 팀 골드차 지표에서 확 뛰는 것을 생각하면 기회를 잡았을 때 한 번에 끝내는 능력이 좋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징동의 2023 롤드컵 8강 기준 지표
징동의 2023 MSI 지표
이러나 저러나 ‘붙어봐야 안다’라는 말이 제일 잘 어울리는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징동이 T1과의 4강전에서도 숫자로는 담아낼 수 없는 ‘인비저블 썸띵’과 같은 클러치 플레이를 보여줄지, 지표가 징동의 불안정한 경기력이 반영된 징조일지는 해 보기 전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8강 LNG전에서 놀라운 모습을 보여준 T1입니다.
지표만 봤을 때는 T1은 전 시간대에서 강해 보입니다. 하지만, 선수 별로 찬찬히 뜯어보면 강점인 시간대가 다릅니다. 초반은 바텀 & 정글, 10분 이후의 시점부터는 탑 & 미드의 골드 차이 지표가 눈에 띕니다.
T1은 초반 주도권을 통한 스노우볼링을 좋아하고, 특히 바텀의 초반 주도권을 꽉 잡는 것을 굉장히 선호합니다. 오너, 구마유시의 지표를 시간대로 나누어봤을 때 10분 지표에 굉장히 치중되어있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이러한 점은 첫용 획득률이 75%로 1위인 점에서도 잘 드러나죠.
뒤이어 초반 주도권을 이용해 굴린 스노우볼을 통해 2번 째 전령까지 획득하면서 스노우볼을 굴려나갑니다. 2번째 전령 획득률도 75%로 1위입니다. T1은 8강 LNG전에서 이러한 전략이 유효하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4강에서도 비슷한 전략으로 나설 가능성이 큽니다.
손목 부상으로 걱정이 많았던 페이커의 경우, 올해 내내 꾸준한 고점을 보여준 스카웃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점이 호재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8강 T1전 이후 스카웃의 지표
구마유시 - 케리아 듀오가 룰러-미씽 듀오를 잠글 수 있느냐에 따라 향방이 갈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특히 T1이 8강 LNG전에서 보여준 '바텀 주도권 밴픽이 징동에게 유효타를 먹일 수 있는가?' 여부가 영향이 클 겁니다.
바텀 주도권 밴픽이 징동을 상대로 잘 먹혀들어 간다면 (369와 나이트가 8강 KT전에서 보인 모습을 4강 T1전에서 그대로 보여준다는 가정하에) 구마유시-케리아 듀오가 룰러-미씽 듀오를 잠글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상체에서 우위를 점한 T1이 징동을 상대로 스노우볼을 굴려 승리를 거두는 시나리오가 그려집니다.
하지만, 1. 룰러-미씽 듀오를 잠그는 데 실패하거나 2. 상체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거나, 3. T1의 실수로 징동에게 빈틈을 보인다면 8강 KT전의 내용이 반복될 가능성이 큽니다. 기회를 잡은 룰러가 가차 없이 T1을 응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표를 바탕으로 예상을 했지만, 다전제에서는 어떤 양상이 펼쳐질지 알 수 없습니다. G2처럼 경기 당일 컨디션 이슈가 터질 수도 있습니다. 지표는 그저 과거부터 쌓아 올린 데이터가 이러하니 4강전에서도 이런 모습이 펼쳐질 ‘확률’이 높다는 것에 가깝죠.
더군다나 토너먼트에서는 상대 팀 맞춤 전략을 얼마나 잘 준비하느냐 여부가 중요합니다. 과연 고척 스카이돔에서 결승전을 치를 두 팀은 누가 될까요? 팬들은 그저 묵묵히 응원할 뿐입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