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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발표

"게임 이용 장애 도입하면 게임 산업 연매출 3조 떨어진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경제적 효과 분석 토론회, 유병준 교수 연구 자료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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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우티) 2020-05-28 17:10:48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28일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게임 이용 장애(Gaming Disorder) 질병 분류의 경제적 효과 분석 연구'(이하 연구) 결과 발표 및 토론회를 열었다. 해당 연구는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유병준 교수, 가천대학교 경영대학 전성민 교수,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강형구 교수가 참가했다. 

 

책임연구자 유병준 교수는 연구 발표에서 WHO의 질병 코드 지정으로 연간 5조 이상의 총생산이 감소할 것이며, 게임 산업 전체의 매출이 연 3조 5천억 원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생산이 감소하면서 약 3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며, 약 1,000억 원 규모의 사회적 의료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것이라고 봤다.

 

해당 연구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이용 장애를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에 등재한 이후 그 경제적 파급효과를 알기 위해 거시적 조사방법과 설문조사를 함께 분석한 것으로 다른 연구들과 구분된다. 

 

유병준 교수의 발표, 그리고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을 좌장으로 한국콘텐츠진흥원 박혁태 산업정책팀 팀장, 한국게임산업협회 최승우 정책국장,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이형민 교수, 한국노동연구원 김유빈 패널데이터연구실장, 가천대 전성민 교수가 진행한 토론 내용을 정리했다.

 


 


 

# 유사 산업 사례와 비교했을 때 게임 업계 타격 알아보니...


책임연구자 유병준 교수는 게임산업 규제와 관련한 이전 연구 자료들을 일별한 뒤, 조사팀의 연구 방법을 소개했다. 조사팀은 질병 코드 등재의 파급을 직접 효과와 간접 효과, 산업간 파급 효과로 구분했다. 이를 위해 조사팀은 과몰입 발생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따라 규제가 이루어졌던 담배 산업, 사행 산업, 만화 산업을 '유사 산업'으로 규정했다.

 

유 교수는 담배 산업의 질병 코드 등록으로 간접 비용이 증가했다는 점을 확인했으며, 한국에서 담뱃값을 인상할 때마다 판매량이 급감했다는 점도 발견했다. 조사팀은 회귀분석을 통해 질병 코드 등록 전후의 회귀식을 각각 도출해 이를 한국 게임산업 매출에 적용했으며, 담뱃값 인상 시점과 관련한 더미 변수를 추가해 질병코드화와 산업이 받는 타격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게임산업의 규모는 하락세를 드러냈다. (아래 그래프 참조)

 

 


이어서 조사팀은 대표적인 게임 규제인 '셧다운제'를 바탕으로 규제 정책의 실효성을 살펴봤다. 셧다운제는 청소년 보호를 위해 16세 미만의 청소년의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 게임을 금지하는 현행 제도인데, 유병준 교수가 찾은 바에 따르면, 셧다운제를 도입했지만 PC방 이용률은 줄어들지 않았고 오히려 전국 PC방의 게임 사용 시간은 증가했다. 

 

유 교수는 셧다운제의 사례를 토대로 "ICD-11이 도입되어도 게임 이용 과몰입군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조사팀은 1997년 이현세 작가의 장편 만화 <천국의 신화>를 검열하면서 한국 만화 산업의 기반이 무너졌지만, 산업의 규모는 줄어들지 않았던 선례를 짚었다. 

 

유 교수는 "국내 만화가 줄어든 틈을 일본 만화가 채웠다"라며 "검열로 국산 만화 매출은 줄어들고 해외 만화 매출만 늘어났다"고 이야기했다. 조사팀은 이 사례를 게임 이용 장애 등재에 따른 국내 게임 업계가 받을 타격에 대입했고, 그에 따라 8,648억 원에 달하는 국가적 손실이 날 것으로 추산했다. 

 

 


게임 이용 장애의 초점에 '과몰입'에 맞춰졌듯 과몰입의 발생 가능성이 높은 사행 산업의 경우, 1970년대 중반에 ICD에 도박중독이 질병 코드가 등재됐지만, 질병코드 분류 이전에 매출액 데이터가 없었다고 한다.

 

 

# 질병코드 도입되면 손인춘법 부활한다?

 

서울대학교 유병준 교수

유병준 교수는 이어서 게임 이용 장애 국내 도입에 따른 간접 효과를 소개했다. 이전 내용이 직접적인 매출 하락에 관한 것이었다면, 간접 효과는 '의무 부담금' 등으로 발생하는 손실이다.

 

조사팀은 게임 이용 장애가 질병으로 분류되면 사회의 다양한 부분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담배 산업, 사행 산업과 마찬가지로 의무 부담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치료를 위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임중독 예방을 위해 인터넷 게임의 최대 매출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손인춘법'(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 & 인터넷게임중독 치유 지원에 관한 법률안)과 유사한 부담이 부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법은 2013년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이 발의했으나 19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며 자동으로 폐기됐다.)

 


현재 담배 산업은 담배 가격의 18.7% 정도가 의무 부담금으로 정해져 있다. 사행 산업은 연간 순매출액의 0.5%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에 해당하는 치유부담금을 부과할 수 있다. 

 

손인춘법이 규정한 5%의 부담금을 현재 14조 규모의 게임 시장에 대입하면 연간 7천억 원의 부담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유병준 교수는 소개했다. 유 교수는 게임 이용 장애의 질병코드화로 게임 업계의 기부에 관한 정치 사회적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유 교수는 게임 이용 장애가 도입되면, 인터넷이나 SNS도 마찬가지로 질병코드화되어 경제적 손실이 발생해 인터넷 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사팀이 추산한 결과, 연 매출 40조 규모의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에 0.35%의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연간 약 1,416억 원의 부담금이 발생한다.

 

또 다른 문제로 유병준 교수는 인터넷 산업 전반에 대한 추가 제재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구글 트렌드를 통해 2016년 1월 이후 사람들의 관심도를 보면 게임보다 인터넷 그 자체나 SNS에 더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즉,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가 도입된다면 인터넷이나 SNS 중독 역시 새로운 질병 코드화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이는 결국 인터넷 산업 전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 "응답자 중 47.9%가 질병코드 등록되면 사회적 인식 나빠질 것"

조사팀은 게임 이용 장애 등재가 사용자에 미칠 개인 수준의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팀은 2월 26일부터 3월 3일까지 20~59세 성인 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전체 답변자 중 86.5%가 게임을 플레이하며, 이들은 한 달에 13,825원게임에 썼다. 전체 여가 비용은 월평균 141,192원이었으므로 일반적으로 여가비의 10%를 게임에 쓴다고 볼 수 있다. 

 

응답자 503명 중 44.4%가 게임 이용 장애에 대해 들어본 적 있으며, 47.9%가 질병코드 등록으로 게임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나빠질 것으로 봤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6.5%가 질병코드가 등록되면 자신의 게임 시간이 감소할 것으로 봤고, 28.9%가 게임에 쓰는 비용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병준 교수는 응답자를 잠재적 문제이용집단(과몰입 예상군)과 잠재적 정상집단으로 구분했다. 잠재적 정상집단은 질병 코드가 등록되면 대체로 게임을 줄일 것으로 응답했지만, 잠재적 문제이용집단은 게임 이용 장애 등재와 상관없이 게임을 계속 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유 교수는 이를 근거로 게임 이용 장애의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 다른 산업에 영향 미칠 '스노우볼' 분석해보니...


조사팀은 산업연관분석을 통해 게임 산업과 타 산업의 연관관계, 게임 이용 장애의 질병 분류로 인해 발생하는 생산 감소량과 고용 감소를 분석했다. 그 결과, 게임 산업은 다른 산업으로부터 영향을 적게 받는 산업이었다. 

 

유 교수는 앞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28.45%가 질병코드가 등재되면 게임에 사용하는 비용을 줄이겠다고 답변한 것을 적용하면, 게임 산업의 평균 매출액도 그만큼 줄어들면서 5조 2,526억 원의 총생산 감소가 예측된다고 소개했다. 이에 따라 3만 4000명 규모의 취업 기회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해당 산업연관분석은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으로 5,000번 반복되어 시행됐으며, 그 결과 발송하는 총생산과 고용 감소는 62%의 확률로 측정 규모, 즉 5조 원과 3만 4천 명보다 높았다.

 

연구 보고서 전문은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바로가기)

 


 

# 패널토론 말말말

이하 패널토론에서 나온 주요 발언.

 

한국노동연구원 김유빈 ​실장

 

한국노동연구원 김유빈 ​실장: 해당 연구는 기업이 아닌 거시적 산업 단위에서 미칠 영향을 분석한 결과다.​ 그런데 규제가 이뤄지면 고용이 감소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치판단의 대상이 고용이 아니었지만, 규제가 되면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본 것이다. 게임은 기술 발전, 소비행태 등 트렌드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산업인데, 다양한 규제들이 산업의 성장을 억제하고 고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 

 

보고서에서도 나오듯 게임 산업의 종사자 연령이 낮은 편인데, 경기 하강 국면에서는 청년층에 부정적 여파가 집중될 것이다. 공급의 측면에서는 산업 자체가 부정적이 되기에 인력 양성에 악영향을 끼치리라 본다. 고용이 감소되고, 직업 훈련이 축소되고, 이는 중장기적으로 인력 양성에 부정적이라 악영향의 연쇄가 이어질 수 있다.

 

 

성신여대 이형민 교수: (유병준 교수의 연구는) 게임 이용 장애를 직접, 간접, 파급 효과까지 치밀하게 연구했다. 인상적이었다. 현재 질병 코드 등록 담론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질병 코드 도입이 압도적으로 우세한데, 연구 결과도 많이 축적되어있다. 오늘 발표와 같은 반대 연구는 그 결과가 적어서 참 반가웠다. 앞으로 이런 연구가 더 많아져야 한다.

 

질병 코드가 붙으니 치료가 따라붙는데 의사한테 물어보니 이 경우에는 치료 방법이 약물밖에 없다고 하더라. 약물은 부작용이 심하고, 명확한 해결 방법이 아니다. 예를 들어 예를 들어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게임에 더 과몰입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게임 이용 장애가 아닌 우울증을 치료해야 하지 않는가? 

 

누구나 자유롭게 게임을 해야 하는데, 중독 물질처럼 받아들여지는 게임을 한다는 낙인효과도 발생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요청을 받아 게임 이용과 관련한 국제 비교 연구를 했다. 게임과 관련한 한국, 미국, 일본의 인식을 조사했는데, 게임 이용 장애가 등재되면 낙인효과가 가장 큰 곳이 한국이었다. 우리나라는 질병코드를 도입하는 순간 더 큰 부정적 파급효과를 가지는 것이다.

 

 

가천대 전성민 교수: 97년도 한국이 만화 산업을 규제하면서 일본 만화로 대체된 사례를 이야기했는데, 오늘날 모바일 게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 모바일 게임이 2조 이상의 매출을 거두고 있는데, 한국 게임은 한한령 때문에 중국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에 중국 텐센트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회사가 됐다.

 

정황적으로 볼 때 질병 코드를 어떤 관점으로 보는지 중요하다. 개별적 관점에서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산업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모바일게임은 20%의 급성장을 거두었는데, 이런 시장에서 규제를 해야 하는지, 어떤 산업 정책을 펼쳐야 하는지 고민해봐야 하는 시점이다.

 

 

게임산업협회 최승우 정책국장: 게임의 심각한 범죄의 원인이나 결과로 지목됐던 적 있다. 게임이 질병코드로 등록되면 더 많은 사례가 나올까 우려된다. 부정적인 생각이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는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라는 게 있지 않은가? 게임 산업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생산자에게는 '질병 물질 생산자'라는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 사회적 낙인 효과로 신규 유저의 유입은 막고, 기존 이용자도 떠날 수 있다.

 

게임이 정말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게임 트래픽이 급증했으며, 게임 이용을 질병 코드로 등재한 WHO가 요즘 집에서 게임할 것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만약 게임이 범죄의 직접적 원인이라면 지금이야말로 범죄가 증가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지 않은가?

 

 

한국콘텐츠진흥원 박혁재 팀장: 이러한 데이터가 많이 쌓이면 질병코드 등재 저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WHO의 질병코드 등재는 게임에 대한 사망 선고와 같은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중독 물질처럼 인지하게 될 것이다. 

 

업계뿐 아니라 교육 현장에서도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게임이 질병이라는 인식이 만연해진다면 사회에서 게임업이 인정받지 못하게 될 것이며 게임 인재를 꿈꾸는 학생의 부모들도 반대하게 될 것이다. 이는 게임마이스터고나 게임인재원의 기능 축소로 연결될 수 있다. 우수 인력이 공급되지 못하면 게임 산업의 질적, 양적 저하가 초래될 수 있다. 

 

질병코드 등재 뒤에는 모든 것이 늦다. 문체부와 콘진원이 질병코드 등재를 막기 위해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산업에 불이익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이장주 소장: 아직 ICD-11에서 게임 이용 장애의 원인과 병리에 대해 밝힌 바 없다. 과학적인 발견이 없는데도 게임이 질병코드가 된다면 이는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산업과 이용자들의 소비를 위축할 것이다. 이 문제는 학문적인 연구 분석과 더불어 산업 현장과 정책 담당자들에게도 큰 숙제다.

 

코로나19로 WHO가 게임에 대한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가정에서도 감염을 우려해 게임을 권하는 등 뉴 노멀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요즘 게임 이용 장애에 대한 논란은 이러한 뉴 노멀 시대를 반영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오늘 논의를 통해 뉴 노멀 시대에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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