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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발표

종사자 93% "건강문제"…2021년 게임업계 노동환경 보고서

코로나19 상황 속 업체 규모별 양극화 두드러져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방승언(톤톤) 2022-01-03 15:56:45
2021년은 코로나19의 지속과 주 52시간 근무제 확대로 게임 업계 노동환경에도 변화가 이어졌던 한 해다.

지난달 말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은 이러한 노동환경 변화상을 진단하는 ‘게임 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연구 보고서를 공개했다. 2019년 ‘게임 생산자의 노동 연구’ 보고서를 시작으로 콘진원은 3년째 업계 노동환경 실태를 파악해오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게임 업계에서는 고용 안정성, 노동시간 등 주요 지표에서 개선이 확인됐다. 그러나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환경 개선의 정도가 약하거나 오히려 일부 악화하는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조사에서 드러난 업계 현황은 어떠하며 현안은 무엇인지 보고서 주요 내용을 간추려 살펴봤다.




# 조사 대상 및 방법

콘진원은 2021년 게임 산업 분야에서 기업에 소속돼 활동하고 있는 종사자, 그리고 게임 제작 및 유통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체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2020년과 마찬가지로 종사자 1,000명, 사업체 200곳을 페어링했으며, 설문조사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 온라인으로 이뤄졌다.

여기서 ‘종사자’란 ▲사업체에서 게임 제작 및 서비스 관련 직무를 수행하는 부서장 ▲PD, AD 등 디렉터급 관리자 ▲기획자 ▲프로그래머 ▲원화 및 그래픽 아트 직군 종사자 ▲품질관리(QA) ▲고객서비스(CS) ▲게임 운영자(GM) ▲게임 사운드 직군 종사자 ▲게임 음악 직군 종사자 ▲데이터 분석가 ▲AI 전문가 등을 포함한다.

조사에 응한 기업들의 규모별 분포는 5인 미만 47.4%, 5~49인 35.4%, 50~99인 7.5%, 100~299인 6.5%, 300인 이상 3.2% 등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업체 응답 결과 노조 또는 노동자 대표 조직이 없는 회사의 비율이 여전히 93.5%로 높게 나타난 점도 특기할 만하다.



# 전반적 지표는 개선, 실질적 문제는 여전

이번 설문에서 드러난 바에 의하면, 게임 업계 전반적으로 고용 안정성, 노동시간, 주 52시간 초과근무 비율, 크런치 모드 경험 비율, 임금 및 보수 미지급 경험률 등 노동환경 관련 주요 지표에서 개선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콘진원은 “게임 산업 분야 노동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 증가, 주 52시간 근무제도 도입, 업계 노동환경 실태조사 및 관련 연구 수행 등 문제점 인식 제고와 해결을 위한 각계각층의 노력이 더해진 덕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 통계를 보면 2019년에 비해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6.5시간에서 41.3시간으로 평균 5시간 정도 감소했다. 주 52시간 초과 근무 비율도 2019년 15.4%에 비해 지난해에는 0.9%, 2021년에는 0.5%로 현격히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전체적 평균치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실태적 문제도 많다. 일례로 종사자들의 건강 문제는 아직 심각한 것으로 나타난다. 건강상 문제가 있다고 답변한 종사자는 전체의 93.6%에 달하며, 이러한 건강 문제가 업무와 관련되어 있다고 말한 응답자 비율 역시 88.8%로 나타나 업계의 직원 건강증진 노력 필요를 시사하고 있다. 한편 크런치 모드와 고용불안정성 문제 역시 기존대비 완화됐지만 잔존하고 있다고 콘진원은 밝혔다.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 주52시간 근무제 둘러싼 여전한 시각차

52시간제를 두고 사업체와 노동자들은 일찍부터 입장차를 보였다. 사용자(使用者) 단체들은 마감 및 출시 일정 준수, 버그 해결, 해외 서비스 대응 등을 위해 프로젝트 단위로 유연하게 일하는 업계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바 있다.

반면 게임 업계 노동자 일각에서는 주 52시간제가 최소한의 워라밸을 보장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 보호장치이며, 기업 경쟁력 강화는 노동시간 연장이 아닌 업무효율성과 조직관리 개선 및 개발 프로세스의 혁신을 통해서 극복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실제 주 52시간 근무제도는 현장에서 어떻게 체감되고 있을까? 주 52시간제 도입이 가져온 변화 정도에 대한 업체와 종사자 간의 시각차는 뚜렷해 보인다.

사업체 중 절반에 달하는 41~56%의 응답자는 ▲신규인력 추가채용 ▲유연근무제 도입 ▲업무 프로세스 개선 등 효율성 및 생산성 함양에서 변화가 있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해당 항목에서 변화가 있었다고 답한 종사자 수는 5~13%에 그쳐 큰 차이를 보였다.

반면 거꾸로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변화가 없다’는 문항의 경우 종사자는 42.8%가 동의했고 사업체 중에서는 16.2%만 동의했다.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 두드러진 양극화 문제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게임 산업 내 해결이 시급한 현안은 기업 규모에 따른 기업 이윤 및 노동환경 양극화 문제로 보인다.

먼저 업체 실적의 양극화가 두드러졌다. 코로나19로 게임 소비가 늘어난 상황 속에서 대기업들은 특히 기존 인기 IP 기반 게임 출시 및 서비스를 통해 증가한 게임 수요를 효과적으로 붙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중소업체들은 마케팅 및 인지도 경쟁에 밀려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렇게 발생한 소규모 게임사의 운영난은 직원 고용환경 악화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의 어려움이 두드러진다. 일례로 5인 이상 규모 기업들에서는 임금이 모두 다소 증가했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28.1%의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 나아가 ▲고용 안정성 ▲구직 또는 경력 유지·발전 기회 등 항목에서도 5인 미만 사업장에서만 감소세가 나타났다.

또한 업계 종사자의 전반적 크런치 모드 경험 비율은 감소했지만, 5인 미만 회사 종사자의 경우 절반에 달하는 48.3%가 크런치 모드를 겪어 현저히 높은 비율을 보였다. 해당 크런치 기간 주당 평균 근무 시간도 5인 미만 사업체는 61.4시간으로 비교적 높았고, 크런치 모드 진행 후 휴식 보장 정도 역시 회사 규모가 작을수록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그뿐만 아니라 대형 게임사들이 연쇄적으로 연봉을 상향 조정한 가운데, 작은 게임사들은 인력 유출을 막으려 인건비를 높여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즉 업계 양극화가 인력 양극화까지 초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렇듯 게임산업의 양극화가 채용의 양극화, 인력의 양극화로 이어질 경우 그에 따른 획일성, 시장 독과점 문제 등으로 인한 생태계 다양성 저해 문제가 우려된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중소 게임사들이 생태계 다양성을 높이는 일이 건강한 산업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인 만큼, 이에 대한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

사업체들 자신도 대기업 플랫폼의 독과점 등 산업 양극화와 중소 개발사의 쇠퇴를 가장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또한 중국판호발급 중지 등 해외진출의 어려움 역시 심각한 문제로 인식했는데, 회사 규모가 작을수록 이런 문제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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