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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타 2022] 오픈월드에도 철학이 있다. 엔씨 TL 안종옥 PD 강연

시간, 공간, 상호작용 모든 걸 고려하는 MMO 오픈월드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준(음주도치) 2022-11-19 09:50:24

게임에서 월드를 잘 만드는 일은 정말 중요합니다.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처럼 모험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경우도 있고, <압주>처럼 보는 것만으로도 체험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MMORPG에선 어떨까요? 한 서버, 한 공간 안에 있는 플레이어 숫자만 바뀐 거 아니냐구요? 엔씨소프트 TL camp 안종옥 PD의 강연을 들어보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THRONE AND LIBERTY>(이하 TL)는 정말 오랜 개발 기간을 거치고 있는 게임입니다. 개발이 중단됐던 <리니지 이터널>을 계승하고 <프로젝트TL>을 지나 <The Lineage>라는 이름까지 지나왔습니다. <리니지>다운 게 뭔지, 반대로 <리니지>와는 다른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건 뭔지 TL camp는 오래 고민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안종옥 PD의 강연은 단순히 '월드 내에 존재하는 모든 요소엔 의미가 있다'를 넘어 '매우 깊은 의미가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엔씨소프트의 <THRONE AND LIBERTY>

안종옥 PD가 18일 저녁 지스타 컨퍼런스 강연에 연사로 섰습니다.

 

# 심리스 오픈월드 그리고 입체감과 생동감. 월드 경험의 기반을 만든다.

 

그냥 월드도 아니고 심리스 오픈월드입니다. 일단 넓어야 하고, 모든 지점들이 연결되어 있어야 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요소들에 의미가 있어야 합니다. 이미 다른 게임에서 많이 경험할 수 있는 횡축으로 연결된 심리스 월드들과 달리 '깊이'와 '높이'로 입체감을 강조한 게 독특했습니다. 

 

"높이에 대한 감각, 경사에 대한 공포. 그 공포의 근원엔 떨어지면 죽는다는 중력이라는 거대한 힘이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이 공포감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전해줍니다. 그리고 저희에겐 생동감이라는 키워드가 있었기 때문에 입체적인 레벨 디자인을 많이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땅 아래에 있는 던전을 예시로 들면서, 세트장이 아니라 진짜 월드를 만들기 위해 실제 건설을 하는 과정과 유사하게 개발을 진행했다거나, 로프 액션을 통해 Z축 이동을 하고 절벽을 오르는 등의 예시를 들었습니다.

 

Z축 이동과 그에 따른 전술도 적극 활용합니다.

 

# 환경. 게임에 영향을 주는 변수를 창출한다.

 

TL의 하루는 현실의 시간으로 5시간, 이중 낮은 4시간, 밤은 1시간이라고 합니다. 5시간을 하루로 설정하면 24가 5로 나누어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매일 같은 시간에 플레이하는 사람의 게임 내 시간 경험을 다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밤을 더 짧게 설정한 이유는 밤이 주는 특별함을 더 활용하려는 의도였습니다. 낮과 밤에 다른 능력을 부여 받는 특정 무기의 스킬들이 있어서 다른 전략이 요구됩니다. 

 

맑음과 비도 4대 1의 비율로 설정했습니다. 언제 날씨가 바뀔지는 알 수 없지만 한 번 날씨가 바뀌면 최소 30분은 유지됩니다. 예측 가능한 영역과 예측 불가능한 영역을 적절히 섞었을 때 주는 적당한 긴장감까지 의도했다고 합니다.

 

바람은 풍속과 풍향으로 나뉩니다. 바람이 부는 방향과 동일한 방향으로 원거리 공격을 하면 투사체 수를 늘리는 패시브 스킬 등이 영향을 받습니다. 투사체가 날아가는 거리를 늘려주거나, 활공 거리를 늘려주기도 합니다. TL에서 이런 환경 요소들이 아주 절대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주는 요소들은 아니라고 합니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일 뿐 분명한 차이를 만들어내는 요소라는 것엔 변함이 없습니다.

 

환경 변화는 필드 내에 여러 변수를 만들어냅니다.

 

단검의 독 스킬이 낮에는 길게, 밤에는 피해량이 높게 바뀌기도 하고...

비에 젖은 상황에서 라이트닝 체인 스킬도 영향을 다르게 줍니다.

풍속과 방향이 맞을 때 투사체를 늘리는 패시브 스킬도 있습니다.

일부 몬스터와 보스는 환경에 의해 패턴도 바뀌고 드랍하는 아이템도 바뀝니다.

 

하루에 2회 정도만 시전 가능한 특수 스킬로 플레이어가 환경을 10분 동안 바꿀 수 있습니다.

비를 내려 우회로인 수로를 막아버리거나, 이클립스 스킬로 잠시 밤 상태로 만드는 것도 가능합니다.

 

# 이벤트. 경쟁 유도와 리스크 그리고 확실한 보상.

 

서버 내에서 다수의 플레이어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경험인 지역 이벤트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늑대 사냥 대회'는 순위경쟁 기반으로, 보상도 순위대로 지급됩니다. 경쟁 콘텐츠가 진행될 때는 PVP도 가능해지고, 이 경쟁 안에서 늑대를 잡아내면 늑대 꼬리를 획득합니다. 보유한 늑대 꼬리 수는 플레이어 머리 위에 표시되는데, PVP로 상대가 가진 것을 빼앗는 것도 가능합니다. 많이 보유하면 그만큼 표적이 되는 리스크를 져야 하고, 적게 보유하면 보상을 적게 얻는 상황을 부여한 것입니다.

 

지역 이벤트는 3시간마다 발생합니다. 게임에서 맵을 열면 지역 이벤트가 뜨는데 붉은색으로 표시되는 것은 보스 리젠, 초록색은 지역 이벤트를 의미하죠. 순위권 길드는 길드원 전원이 보상을 얻는 형태로 길드 단위 플레이를 이끌어내기도 합니다.

 

지역 이벤트, 점령전, 공성전까지 '이벤트 트리거'의 범주는 굉장히 넓습니다. 

  

'늑대 사냥 대회'를 예시로 든 지역 이벤트입니다.

이벤트 트리거의 범주는 넓습니다.

 

# 메모리얼. 다 같이 하나의 경험을 공유한다.

 

메모리얼은 서버마다 진행되는 월드 이벤트들의 굵직한 분기점이라고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플레이어들이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서버 내 모든 유저들이 다음 이벤트 목표로 넘어가는 방식이죠. 레벨링 과정에서 개별적으로 짧게 겪는 개인의 경험이 아닌 특정 시기에 월드 내 모든 유저가 함께 하나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에 의미를 뒀다고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순차적으로 월드 콘텐츠를 함께 경험하고, 일부 유저들만 콘텐츠를 독점하는 것 또한 방지할 수 있습니다.

 

점령전, 공성전 등 경쟁 콘텐츠 기반의 메모리얼이 많습니다. 공성전의 경우 기본적으로 수비하는 성이 공격하는 성보다 유리하게 설정되어 있지만,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엔 플레이어가 변신한 공성 골렘을 사용할 수 있어 판세가 바뀝니다. 여러 골렘을 특성에 맞춰 사용하면서 전략을 다양화할 수도 있습니다.

 

하수구를 통해 들어가는 비밀 루트도 있는데 비가 오면 막히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수비하는 성에서는 앞서 언급됐던 환경을 바꾸는 스킬을 활용해 비를 내려 공격 측의 우회 루트를 차단하는 전략도 사용 가능합니다. 

 

MMORPG에서는 보스 레이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보스전이 벌어지는 동안 PVP 전투도 가능해집니다. 협동과 경쟁 사이에서 긴장감이 계속 이어지죠. 파티 포메이션 변화를 유도할 보스몹의 다양한 패턴들도 개발진의 많은 계산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보스가 자리를 옮기거나 특정 스킬을 쓸 때마다 원거리, 근거리, 탱커 등 캐릭터의 메인 포지션에 맞춘 전략들이 실시간으로 바뀝니다.

 

메모리얼은 플레이어와 월드의 직접 상호작용으로 월드가 변화하는 과정의 분기점을 뜻합니다.

 

점령전도 하나의 예시입니다. 경쟁 기반 콘텐츠가 많은 유저들을 하나의 경험으로 이끌죠.

다수 대 다수의 전투는 여러 전략을 요구합니다.

원거리, 근거리, 탱커 등 여러 포지션도 생겨납니다.

 

공성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TL의 공성전에서는 골렘이 매우 중요합니다.

 

플레이어가 변신한 골렘은 성벽을 파괴하는 등 공격, 수비 양쪽 진영의 전투 패턴에 변화를 가져옵니다.

배틀 캐리어에 모두 올라타서 이동하기도 합니다.

비가 오면 막히는 비밀 통로도 공성전의 변수 중 하나입니다. 비를 내리게 만들면 수비에 유리해지죠.

보스인 퀸 블렌디도 월드의 일부입니다. 땅 속에서 튀어나오고, 플레이어들에게 폭발하는 유충을 뱉죠.

보스가 다른 패턴을 보여줄 때마다 레이드 포메이션도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기간트리테'라는 날아다니는 지형지물도 있습니다. 안종옥 PD는 지하철이라고 비유하더군요.

'기간트리테'는 하늘을 나는 고래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기간트리테'의 등은 지형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이 위에서 PVP를 비롯한 모든 전투도 이루어집니다.

 

# 끝으로...

 

강연의 내용의 예시가 TL의 화면이라서 그렇지, TL에만 국한되는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이런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보단 '우리는 이런 의도로 만들었다'에 방점이 있어서 다른 게임의 상호작용, 월드와 빠른 비교가 가능했습니다. 8월에 진행된 사내 테스트 화면을 주로 사용했다면서 안종옥 PD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직 출시도 안 했고 성공하지도 않은 게임이지만, 저희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어떻게 만들고 있는 지를 오늘 소개해드렸습니다. 무사히 출시해서 성공한다면 이 이야기가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고, 실패한다면 저희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른 강연에서는 듣고 배우는 입장일 때가 많았는데, 오늘은 제가 이 자리에 서있네요. 여러분들의 생각에 작은 파문이라도 일으켰으면 좋겠습니다."

 

의미, 의도, 가치... 고민의 흔적이 여실히 보입니다. 엔씨 TL camp 안종옥 PD 강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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