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두 가지 게임의 장점만을 섞는다면 어떤 게임이 탄생할까? 체코 개발사 ‘골드나이츠’의 책임 프로듀서 블라디미르 게르슐은 바로 그러한 아이디어를 담은 액션 RPG 게임 <라스트 오리크루>의 제작을 총괄한 개발자다. 지스타 BTB 전시관의 ‘주한 체코 대사관’ 부스를 통해 참여한 게르슐을 만나, 게임의 특징과 개발 과정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업계 경력 14년 차인 게르슐은 원래 유비소프트, 소니 같은 대형 게임사에서 근무했다. 2018년 고향 체코로 돌아온 뒤, 자신이 리드하며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스튜디오를 찾아 다녔다. 그렇게 신규 개발사 ‘골드나이츠’를 만났고, 당시 시점에는 <로스트 히어로>라고 불리고 있던 <라스트 오리크루>의 개발을 총괄하게 됐다.
<로스트 히어로>는 그 자체로도 흥미로운 게임이었지만 개발자들이 아직 업계 초보였기 때문에 문제점도 많이 있었던 타이틀이다. 하지만 게르슐은 게임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합류를 결심했다. 이후 기업 창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P.J. 스트르나트와 함께 게임을 변화시켜 나갔다.
게임은 원래 소울라이크 장르였다. 게르슐은 이것을 <고딕>, <위쳐> 스타일의 더 전통적인 RPG 스타일로 변모시켰다. 다만 여전히 게임의 바탕은 소울라이크다. 소울라이크 스타일의 전투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죽은 장소에서 ‘소울’을 잃고(인게임 명칭은 다르다) 그 장소에서 다시 회수하는 기본 원칙 역시 똑같다.
다만 이런 요소를 RPG 게임 스토리에 녹여내고자 했다. 아예 부활 시스템을 다른 캐릭터들이 간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한다. 주인공이 계속 부활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고, 그에게 여러 임무를 맡기는 식이다.
그 외 <라스트 오리크루>의 독자적인 셀링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역동적인 스토리텔링이다. 게임 뒤에 거대한 ‘선택지 트리’가 숨겨져 있다. 이야기의 핵심 갈래는 세 가지고 이것이 다시 여러 하위 갈래로 나뉜다. 유저의 모든 결정과 행동에 따라 실제로 스토리라인이 달라진다. 각각의 스토리라인은 반복이나 자동화 없이 제작진이 손수 창작한 것들이다.
두 번째 셀링 포인트는 스플릿스크린 및 온라인 멀티플레이로 즐길 수 있는 코옵 시스템이다. 소울 장르는 코옵으로 즐겼을 때 더 재미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기능을 구현했다. 제작진 스스로도 코옵으로 플레이했을 때 가장 재미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위에 언급한 셀링포인트가 결정된 것은 수년 전이다. 이후 게르슐은 시니어 개발자들을 회사에 끌어들여 방향성에 맞는 플레이 데모 제작을 시작해 2019년에 완성했다. 그다음 적당한 퍼블리셔를 찾아다닌 끝에 코흐미디어(현 플레이온)를 만나 독점 퍼블리싱 계약을 맺었다.
이후 10명으로 시작된 기업을 50명으로 키워 풀 프로덕션 규모로 <라스트 오리크루>를 만들기 시작했다. 제작은 쉽지 않았다. 비선형 스토리는 멋진 피쳐지만 개발진 스스로 머릿속에서 모든 선택지를 생각해봐야 하므로 제작이 어렵다. 플레이테스트 역시 모든 과정을 직접 밟아봐야 하는 만큼 만만치 않다.
하지만 결국 중대한 문제들을 해결한 뒤 폴리싱을 거쳐 유니크한 게임으로 탄생시켰고, 지난 10월 13일 출시할 수 있었다.
현재는 유저들로부터 모은 데이터를 이용해 게임을 계속 폴리싱하고 있다. 예를 들어 11월 17일에는 패치를 통해 유저들이 원하던 키바인딩 기능을 추가했다. 아직 스포일링 할 수는 없지만, 크리스마스에도 대규모 패치를 통해 새로운 대형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당면 목표는 원활히 플레이되는 게임을 만드는 것, 유저들의 목소리를 듣고 유저가 원하는 요소를 추가하는 것이다. 이후 4~5개월 동안 작업을 계속해 일반 게이머, 콘텐츠 크리에이터, 게임 저널리스트 등 여러 계층의 요구를 최대한 충족시킬 예정이다.
그러나 현재 <라스트 오리크루>가 얼리액세스 단계는 아니다. 유저 피드백을 통해 게임 문제점을 찾는 게 아니라 새 요소를 추가하는 작업을 거치고 있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 클래식 RPG 팬들과 소울즈라이크 팬 모두에게 어필하길 원한다. 이는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소울즈라이크 팬들에게는 너무 쉽고, 알피지 팬들에게는 너무 어렵거나 스트레스받는 게임이 될 수 있어서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우선 두 가지의 난이도 옵션을 넣었다. 그리고 클래식 RPG 팬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길 찾기’의 스트레스를 줄여 주기 위한 새로운 피쳐도 준비 중이다.
지스타에 참가할 수 있었던 것은 기본적으로 체코 투자청(Czechinvest)과 체코 대사관이 기회를 마련해 준 덕분이다.
많은 게이머를 만나볼 수 있는 큰 규모의 이벤트이기 때문에 좋은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 경험에 따르면 유럽과 아시아 플레이어들은 분명 성향 차이가 있기에, 이런 자리를 통해 그 차이를 파악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게르슐은 “개인적으로 서구권에서도 아시아 시장을 점점 더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게임에도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지원을 추가했다. 지스타 참가는 한국 저널리스트와 플레이어의 반응을 보고 향후 아시아 지역 게이머들을 위해 무엇을 개선할 수 있을지 알아볼 기회 중 하나다”라고 전했다.
당장은 <라스트 오리크루>를 최대한 여러 사람에게 만족스러운 게임으로 만드는 데 집중할 예정이지만, 장래에는 <라스트 오리크루>의 DNA를 공유하는 정신적 계승작, 혹은 직접 계승작을 만들고자 한다.
<라스트 오리크루>의 다이나믹 스토리텔링, 코옵 등 시스템은 노하우가 많아야 하는 피쳐다. 따라서 지금까지 축적된 노하우를 꼭 다음 타이틀에도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게르슐의 궁극적 목표는 항상 플레이어 입장에서 생각하며 모든 게이머를 최대한 이해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별 플레이어의 피드백을 들으면서 그들의 생각에 뭐가 중요한지, 혹은 중요하지 않았는지 알아낼 필요가 있다.
한국 게이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게르슐은 “저희 게임을 해보셨다면 마음에 드는지, 혹은 그 반대인지 알고 싶다. 어느 쪽이든, 스팀 리뷰 등을 통해 좋았던 점과 싫었던 점을 말씀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러면 <라스트 오리크루>의 개선, 그리고 현재 우리가 병행 중인 프로젝트 및 미래의 프로젝트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게임을 즐겁게 플레이하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라스트 오리크루>는 코옵이 더 재미있으니 꼭 코옵으로 하시길 바란다”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