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플랫폼들의 높은 시가총액에 비해, 플랫폼 내 경제활동은 미미하다는 지적이 있다. 암호화폐, NFT 거래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었지만 실제 이를 이용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와 더 샌드박스(The Sandbox)는 대표적인 이더리움 기반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이들은 이더리움과 폴리곤(이더리움과 호환되는 코인) 거래를 지원하고 있고 가상 토지(부동산)를 거래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 토지 거래는 이더리움의 스마트 컨트랙트에 저장된다.
암호화폐 전문 데이터 분석 업체 메사리(Messari)에 의하면 12월 12일을 기준으로 하는 디센트럴랜드의 시가총액은 6억 9,700만 달러(약 9,124억 원), 더 샌드박스는 8억 7,000만 달러(약 1조 1,388억 원)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은 두 달 전인 10월까지만 해도 13억 달러(약 1조 7,010억 원)를 육박했으나 현재는 다소 감소했다.
블록체인 정보 분석 사이트 댑레이더(Dappradar)는 스마트 컨트랙트와 상호 작용한 고유 지갑(거래 ID같은 개념)의 수를 집계해 보여준다. 이 수치는 UAW(Unique Active Wallets)라고 불린다. UAW는 디센트럴랜드의 마나(MANA), 더 샌드박스의 샌드(SAND)와 같은 유틸리티 토큰으로 구매한 경우 등을 포함하며, 일시적으로 플랫폼에 접속하는 등 거래 활동을 하지 않은 이용자들은 집계에서 제외한다.
블록체인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는 이 수치를 인용해 '일일 활성 이용자 수'로 표현했다. 해당 표현을 사용한 보도가 나간 10월 8일, 이더리움과 폴리곤 거래를 모두 포함해서 디센트럴랜드에는 648개, 더 샌드박스에는 598개의 UAW가 잡혔다.
가장 최근 기록은 12월 11일로, 디센트럴랜드는 604개, 더 샌드박스는 447개가 집계됐다. 10월 집계보단 지갑 수가 소폭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디센트럴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샘 해밀턴(Sam Hamilton)은 코인데스크에게 이의를 제기했다. 댑레이더처럼 스마트 컨트랙트 상호작용만 집계한 수치를 일일 활성 이용자 수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디센트럴랜드는 자사 메타버스 플랫폼의 정확한 일일 사용자를 추적하는 공식 공개 도구는 없다며, 플랫폼 커뮤니티(dcl-metrics)에서 제공하는 고유 방문자 수(Unique Visitor)가 가장 근사치라고 밝혔다. 이 수치는 12월 11일 기준 5,858명이며, 최근 한 달 사이 평균 방문자 수는 7,069명이다.
더 샌드박스의 CEO이자 공동 설립자인 아서 마드리드(Arthur Madrid)도 코인데스크에게 같은 지적을 했다. UAW는 사용자 간 거래, 주요 NFT 거래만 집계한다는 것이다. 하루 한 번 이상 접속하는지, 일정 시간 이상 접속하는지 등의 정보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더 샌드박스가 밝힌 2021년 이용자 수는 200만 명, 2022년에는 그 두 배인 400만 명 수준이다.
두 메타버스 플랫폼의 주장대로 댑레이더의 수치가 거래를 하는 이용자에 한정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해도 두 메타버스 플랫폼이 밝힌 방문자, 이용자 수에 비해서 댑레이더에 집계된 수치는 괴리가 있다. 디센트럴랜드 기준, 7,000명의 접속자 중 600여 지갑에서만 실제적인 거래가 일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코인데스크는 댑레이더 수치를 인용한 보도에서 "사람들에게 메타버스가 NFT 구매 등 거래를 하는 공간이 아닐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당 보도 이후 댑레이더와 메타버스 플랫폼들은 거래 추적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디센트럴랜드는 밝혔다.
디센트럴랜드와 더 샌드박스 모두 가상 토지 거래를 하는 것 외에도, 메타버스 안에서 아바타를 꾸미고 교류하는 게임 플랫폼 역할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 접속자가 많다는 홍보만 할 것이 아니라, 유저들이 메타버스 플랫폼의 게임을 하러 오는 것인지, NFT 거래를 하러 오는 것인지 구분해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