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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스팀 매출 순위로 보는 2022년 PC게임 트렌드 분석

‘2022 스팀 최고작’ 리스트 살펴보니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방승언(톤톤) 2023-01-05 14:45:51

밸브는 한 해가 마무리될 때마다 스팀 게임 리스트를 공개한다. 이 리스트를 주목하는 이유는 스팀에서 1년간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게임들을 그룹 단위로​ 구분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플래티넘(1위~12위), 골드(13위~24위), 실버(25위~50위), 브론즈(51위~100위) 등으로 구분되며, 그룹 내 순위는 비밀이다. 1억 3,200만 이상의 유저수로 PC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스팀 플랫폼. 그 안에서 한 해 동안 어떤 종류의 소비자 동향이 펼쳐졌는지 들여다보면 2022년의 PC게임 소비자 트렌드에 대해 조금의 인사이트는 얻을 수 있을 듯하다.

 

그렇다면 실제 차트에서 눈에 띄는 현상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린 유형의 게임, 상위권에서 발견된 특이사항 등을 간단히 살펴봤다.

 

2022년 스팀 내 매출 순위에서 최고 등급 '플래티넘'에 오른 게임들

 

 

# 2022년에도 대세는 F2P였다

 

역시 스팀에서도 대세는 F2P 게임이다. 플래티넘 등급 12개 중 7개, 골드 등급 12개 중 2개를 차지할 정도다. 즉 PC게임에 있어서 무료 서비스를 통한 접근성 최대화로 고객을 모은 뒤 인게임 아이템 판매로 수익을 꾀하는 BM이 2022년에도 효용을 증명한 셈이다. 참고로 그중 한국 게임이 두 편 속한 것도 눈에 띈다.

 

무료 게임들이 스팀 플랫폼 전체의 성장을 이끌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22년 11월 26일 기준 스팀 동시접속자는 약 3,133만 명으로 신기록을 달성했다. 이날 통계에 따르면 신기록 달성 시점 스팀 내 최고 동접자를 기록한 상위 5개 게임 중 4개 게임이 F2P다. 다른 하나는 <모던 워페어 II>인데, 이 또한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는 <워존 2.0> 모드를 제공한다.

 

F2P 운영을 통한 천문학적 매출 달성은 물론 누구나 쉽게 범접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플래티넘, 골드 티어에 포진한 9개 F2P게임 중 <CS:GO>, <DOTA 2>, <PUBG>, <에이펙스 레전드>, <데스티니 가디언즈>, <워프레임>, <워썬더> 등 7개 작품은 모두 오랜 양질 서비스를 통해 유저 이탈을 막고 더불어 사후관리와 콘텐츠 추가 등에서 지속적 역량을 보여준 바 있다.

 

매출 최상위권 F2P게임 대부분은 벌써 여러해 동안 운영 역량을 증명해왔다. 사진은 2012년 출시한 <CS:GO>

 

한편 <유희왕 마스터 듀얼>, <로스트아크>처럼 올해 새로 등장한 신예 F2P 게임들이 당당히 선배 게임들과 어깨를 맞댄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물론 두 게임 모두 완전한 신예로 부르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먼저 <유희왕 마스터 듀얼>은 전신인 <유희왕 듀얼 링크스>가 준수한 성적을 거뒀던 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 형성된 거대한 <유희왕> OCG(오피셜 카드 게임) 팬덤을 등에 업은 타이틀이기도 하다. 다만 검증된 게임 IP에 기반한 라이브 서비스도 원작의 매력을 잃거나 기존 팬덤의 반발을 사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생각할 때, 게임을 플래티넘 티어에 올린 코나미의 성과를 깎아내리기는 어렵다.

 

<로스트아크> 역시 비슷하다. 4년 이상 국내에서 운영하면서 노하우와 콘텐츠를 쌓은 뒤 글로벌 출시했다는 점에서 완전한 신규 MMORPG로 구분할 순 없다. 그러나 글로벌 출시는 늘어난 유저수 만큼의 이슈를 동반하기 마련. 실제로 글로벌 운영을 맡은 아마존게임즈 역시 출시 초기 서버 폭주 등 문제로 난항을 겪었다. 이후 안정화를 거쳐 현재는 20~30만 명 선의 유저 카운트를 유지하고 있다.

 

무료 게임은 아니지만 라이브서비스형 운영으로 높은 수익을 달성한 타이틀도 눈에 띈다. 플래티넘 티어의 <나라카 블레이드포인트>, 골드 티어의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 <레인보우식스: 시즈>, <피파 23> 등이 그 예시다. 싱글플레이 게임이지만 온라인 모드가 더 인기인 <GTA 5>역시 넓은 범주의 라이브서비스 게임으로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스팀으로 이용할 수 없는 온라인 게임 <검은사막>, <파이널판타지 14>도 실버 티어에 랭크됐다.

 

올해 2월 스팀에서 '가장 많이 플레이하는 게임'에 오른 <로스트아크> (출처: 스팀DB)

 

 

# 마니아 장르의 힘

 

인기가 높지만 타이틀 수는 상대적으로 적은 마니아 장르 게임들도 눈에 들어온다. 이런 유형 게임들은 출시 후 5~6년이 지나도록 대항마가 등장하지 않은 탓에 계속 자리를 지키는 경우도 많다.

 

골드 티어에 오른 <토탈 워> 시리즈 최신작 <토탈 워: 워해머 3>의 경우 실버 티어 이상에서는 유일한 RTS다. 같은 장르의 '동료 게임'은 브론즈 티어의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4>하나다. 이 두 시리즈는 지난해에도 유일하게 100위권 안에 들었던 RTS이기도 하다.

 

2월 출시한 <토탈 워: 워해머3>은 2022년 동안 다소 부침을 겪었다.​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만큼 팬덤의 기대가 컸지만 최적화 문제와 콘텐츠 부실 문제가 대두되면서 출시 초기에 많은 악평을 들어야 했다. 더 나아가 팬들과의 소통 부재도 문제시됐다. 다만 올해 여름을 거치면서 대대적인 업데이트가 있었고, 현재는 평가가 적지 않게 반전된 상황이다. 그러나 여전히 버그 등 게임 품질에 대한 불만이 나오는 중이다.

 

<토탈 워: 워해머 3>는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4>와 함께 100위권 내를 유지한 RTS 시리즈다.

 

명맥이 끊어진 것으로 여겨지던 택티컬 슈터의 후예 <레디 오어 낫>이 골드 티어에 이름을 올린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계열 선두 주자였던 <레인보우식스: 시즈>가 점차 캐주얼, 히어로 슈터에 가까운 모습으로 변모해가면서 리얼리티와 거리를 두게 된 사이에 나타나 장르 팬들의 니즈를 정확히 저격한 게임으로 평가받는다.

 

다양한 전술 장비, 정교하고 현실적으로 진행되는 게임플레이, 매우 하드코어한(그리고 일부 불합리한) 난이도가 인기 요인이다. 마니악한 게임성 때문에 대중에 폭넓게 어필하기 힘든 게임인데도 높은 매출을 기록한 점에서 이미 그 매력을 짐작할 수 있다. 다만 수준 낮은 AI로 인해 멀티플레이가 강제된다는 사실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편.

 

전술적 게임플레이, 그리고 민간인 AI의 돌발행동으로 유명한 <레디 오어 낫>

 

한편 출시 후 많은 세월이 지났지만 장르 내 경쟁작 부족으로 수 년째 스팀 최고작 자리를 사수하는 터줏대감들이 이번에도 보인다. 예를 들어 실버 티어에 오른 시티빌더 대표작 <시티즈 스카이라인>의 경우 고정 팬층을 상대로 게임 내 애셋을 더해주는 여러 DLC를 판매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대체재가 없기로는 마찬가지인 라이프 시뮬레이터<심즈 4>도 비슷한 길을 걷는 중이다. 올해 무료화를 선언했지만, 게임플레이를 풍부하게 해주는 각종 콘텐츠 DLC를 판매하는 부분유료형 운영을 통해 매출을 유지하는 모양새다. 무료화 이전에도 잦은 본편 할인으로 비슷한 판매 전략을 전개했던 바 있다.

 

한편 '인기 장르'라고 여겨지는 로그라이크에 해당하는 게임은 오히려 <컬트 오브 더 램> 하나뿐인 점도 특기할 만하다. 제작 난도에 비해 플레이타임과 메카닉적 깊이를 확보하기 좋아 인디 개발자 사이에서는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유저 분산으로 인해 단일 게임으로서 아주 높은 성적을 내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로그라이크​는 아직 트렌디한 장르다. 하지만 이번에 순위 안에 든 로그라이크는 <컬트 오브 더 램> 하나뿐이다.

 

# 구작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2022 게임은?

 

한편 2021년 ‘스팀 최고작’ 리스트와 비교했을 때, 당해 연도에 출시한 게임들이 순위권 내에 덜 포진한 모습이다. 올해 스팀 플랫폼의 출시한 12,000여 게임 중, 구작과의 경쟁을 뚫고 10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소수 정예 게임에는 무엇이 있을까?

 

먼저 플래티넘 티어를 살펴보자. '올해의 게임상' 선정에 빛나는 <엘든 링>의 경우 부연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하다. 한편 <다잉 라이트 2>의 선전은 눈에 띈다. 2018년 처음 공개된 <다잉 라이트 2>는 핵심 작가 퇴출 등 대형 악재를 겪으면서 출시일이 계속 미뤄진 바 있다. 마침내 5년 여 세월 끝 2022년으로 출시일이 확정되었을 때, 기대보다 불안을 표하는 유저가 더 많았던 이유기도 하다.

 

더 나아가 개발사가 ‘총 플레이 타임 500시간’, ‘유저 선택에 따라 완전히 변하는 월드’ 등의 마케팅을 쏟아내자 유저들은 오히려 <사이버펑크 2077>의 전례를 떠올리며 불안을 키워갔다. 그리고 출시 후 유저들의 불안한 예측은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광고와는 상반된 허술한 스토리, 깊지 않은 월드 상호작용이 실망을 샀다. 심지어 버그 문제까지 발목을 잡으면서 긍정 리뷰 비율은 79%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파쿠르’와 ‘좀비 서바이벌’을 융합한 독특한 게임성을 대체할 다른 게임이 없다는 점이 셀링 포인트로 작용하면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유저들의 평가를 종합해보면 개연성 있는 스토리와 게임 완성도를 중시하는 유저의 경우 부정평가를 남겼고, <다잉 라이트> 시리즈만이 제공하는 고유의 액션 스타일을 선호하는 유저들은 긍정평가를 남긴 것을 볼 수 있다.

 

파쿠르 액션과 좀비 아포칼립스가 조합된 독창적 콘텐츠로 '과대광고' 논란을 딛고 높은 매출을 기록한 <다잉 라이트 2>

 

골드 티어에서는 앞서 언급된 <피파 23>, <워 해머: 토탈워 3> 외 <갓 오브 워> PC판이 유일하게 2022년 출시작으로서 이름을 올렸다. 이중 <갓 오브 워>의 경우 2018년 출시한 PS 독점 타이틀의 이식작이다. 이식작에서 관건이 되는 PC 최적화에 합격점을 받으며 높은 판매고를 올릴 수 있었다. 원작의 명성과 철저한 사전 준비가 좋은 시너지를 발휘한 사례다.

 

실버 티어에서는 <갓 오브 워>와 거의 같은 흥행 공식을 따른 <마블 스파이더맨> PC판이 눈에 띈다. 현실적인 고양이 묘사로 고양이 애호가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어드벤처 게임 <스트레이>, <스타워즈> 사가의 전체 스토리를 코믹하게 집약한 액션 타이틀 <스타워즈 스카워커 사가>, 경영, 로그라이크, 오컬트 소재를 잘 버무렸다는 평가의 <컬트 오브 더 램> 등도 2022년 게임을 대표해 실버 티어에 올랐다.

 

협동·제작·생존의 익숙한 인기 공식에 아이소메트릭 ARPG의 육성 및 전투 요소를 반영해 호응을 얻은 <V 라이징>, <워해머 40,000> 세계관 배경의 4인 코옵 슈터 <워해머 4K: 다크타이드>도 있다. 후자의 경우 개발사 전작 <버민타이드> 시리즈의 명성과 IP 팬덤에 힘입어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준수한 코어 게임플레이에도 불구하고 버그와 최적화, 약속된 콘텐츠 누락 등 문제로 ‘복합적’ 평가를 받는다.

 

마지막 브론즈 티어의 2022년 작품으로는 <타이니 티나의 원더랜드>, F1 22>,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 인터그레이드>, <페르소나 5 더 로열>, <드레드 헝거>, NBA 2K23>, FM 2023>, <빅토리아 3> 등이 자리하고 있다.

 

본래 2018년 출시된 '구작'이지만 완성도 높은 PC 이식으로 2022년 인기 게임이 된 <갓 오브 워>

 

# 사라져버린 이름이여

 

한편 2021년에 높은 티어에 오르며 잠재력을 과시했으나 2022년에는 순위 밖으로 밀려났거나 티어가 크게 하락한 라이브서비스형 게임들도 있다. 각자 두꺼운 소비자층이 존재하는 시장에 도전하면서 기대를 끌어모았지만, 경쟁작들과 비교하기에는 부족한 운영 능력, 혹은 근본적인 게임 방향성 문제로 고배를 마신 사례들이다.

 

아마존의 MMORPG 야심작이었던 <뉴 월드>가 대표적이다. 플래티넘 티어에 올랐었지만, 2022년엔 브론즈 티어가 됐다. 최소 수십 계단 하락인 셈이다. 

 

게임은 자유도 높은 게임성과 준수한 비주얼 퀄리티로 9월 출시 당시에는 90만 동접자가 몰리는 등 막대한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출시 한달여 만에 접속자 수가 40만 명 수준으로 폭락했고, 연말에는 10만 명가량이 되었다가 올해 중순에는 2만 명까지 하락했다.

 

대규모 유저 이탈의 원인은 아마존 게임즈의 운영 미숙으로 압축된다. 인게임 경제구조 붕괴, 엔드게임 콘텐츠 호불호, 각종 밸런스 파괴, 숱한 버그 등 많은 지적사항이 나열됐다. 다만 이후 꾸준한 패치로 평가를 회복하고 있으며, 동시접속자 수 역시 저점이었던 2만 명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증가한 5만 명 선을 기록 중이다. 스팀 기준 최근 평가도 '80% 긍정적'에 달한다.

 

골드 티어였던 AA급 4인 코옵 슈터 <백 4 블러드>의 경우 2022년에 아예 순위 밖으로 사라졌다. 같은 장르 인디게임 <딥 락 갤럭틱>이 출시 후 3년 연속으로 브론즈 티어를 유지하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90만에 달했던 동시접속자 수가 5만 명 수준으로 감소해버린 <뉴 월드>. 현재는 지속적 패치로 평가를 많이 회복한 상태다.

<백 4 블러드>는 같은 분야의 전설적 작품 <레프트 4 데드>의 개발진이 밸브에서 독립해 만든 게임으로서 출시 이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4인 코옵 슈터 포맷에 덱 빌딩 메카닉을 조합한 게임 시스템에서 새로운 재미를 기대한 유저들도 많았다. 그러나 실제 출시 후 평가는 '복합적' 수준에 머물렀다. 

 

첫 번째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게이머 스트레스 관리 실패다. <백 4 블러드>는 플레이 내내 실수를 최소화하며 긴밀히 협조해야만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는 빡빡한 난이도를 보여줬다. 이에 유저 스트레스가 과도해졌으며, 랜덤 매칭의 경험이 악화된다는 불만이 나왔다. 낮은 난도로 플레이하면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대신 여러 인게임 메카닉이 무의미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여기에 더해 풀프라이스(68,800원) 수준의 높은 가격, 버그, 최적화 등 문제가 겹치면서 부정 평가가 쌓였다. 제작진은 여러 차례 밸런스와 난이도 패치를 통해 유저들을 다시 끌어들이려 노력했지만, 최고 65,000여 명에 달했던 유저 수는 계속해서 10,000명을 넘지 못하고 있다.

 

2021년 4월 출시작으로 실버 티어에 있었던 루트슈터 <아웃라이더스>도 2022년 리스트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테이크투 산하에 있었던 피플 캔 플라이가 개발하고 스퀘어에닉스가 퍼블리싱한 <아웃라이더스>는 동일 장르 인기작 <데스티니>와 유사해 보이는 게임성으로 장르 팬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출시 초기부터 여러 버그와 서버 안정화 문제로 불만이 발생했다.

 

더 나아가 흥미로운 줄거리와 설정에 비해 조악한 연출, 육성 구간에 비해 월등히 흥미가 떨어지는 엔드게임, 콘텐츠 반복성 등 더 근본적인 문제들도 악평의 원인이 됐다. 1월 현재 게임의 긍정 평가 비율은 65%, 동시접속자 수는 1,000명 이하를 기록 중이다.

 

과도한 게임플레이 스트레스, 망가진 밸런스 등으로 혹평을 들었던 <백 4 블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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