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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 때문에 게임 못 접는다고? '아니스' 김성희 성우를 만나다

승리의 여신: 니케, "아니스의 마음이 되어보자는 마음으로 연기했어요"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준(음주도치) 2023-01-09 17:20:51

최근 서브컬처 모바일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가장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킨 캐릭터 중 하나는 바로 <승리의 여신: 니케>의 '아니스'입니다. 


아니스는 주역 캐릭터로서 희노애락의 표현이 확실하고, 주인공(플레이어)에게 솔직하게 다가오는 것이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오죽하면 이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 사이에서는 "아니스 때문에 게임 못 접는다" 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죠. 

 

아니스의 매력을 완성 시킨 것은 다름 아닌 '음성'. 즉 목소리입니다. 다양한 상황에서 캐릭터의 감정선을 완벽하게 표현한 성우의 연기는 호평 일색입니다. 심지어 "아니스 성우 명장면" 같은 제목으로 각종 커뮤니티에 퍼질 정도로 많은 화제를 모았습니다. 


아니스의 목소리를 담당한 것은 김성희 성우입니다. 사실 김성희 성우는 게이머들, 혹은 서브컬처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익숙한 목소리가 아닌데요. 활동 자체는 몇 년 전부터 했다고 하지만,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쪽 출연 경력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디스이즈게임은 바로 그 김성희 성우를 만나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어봤습니다. /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김승준 기자

 

현재 프리랜서로 활동중인 김성희 성우
 

# "아니스의 인기, 신기하면서도 뿌듯해요"

 

"솔직히 그렇게까지 인기를 끌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어요"

 

먼저 요즘 인기에 대한 감상을 묻자 김성희 성우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다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승리의 여신: 니케>가 출시한 이후, 한 동안은 게임 그 자체가 화제가 되는 것은 알았지만 '아니스' 라는 캐릭터와 자신의 연기가 호평을 받고 화제를 모았다는 것은 정말 몰랐다고 합니다. 

 

"제가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데, 어느 날부터 인가 샘플로 올려놓은 아니스 연기 영상에 대해 좋은 반응과 댓글을 달아주는 분들이 늘어나더라구요. 또 주변에서도 각종 사이트의 링크를 보내주면서 아니스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을 보여주길래, 게이머들이 아니스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제서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성우로서도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승리의 여신: 니케>에서 가장 솔직하고 쾌활한 캐릭터 '아니스' 

 

지난 2019년, KBS 성우극회 44기로 데뷔하고 지난 2021년부터 프리랜서로 활동중인 김성희 성우는 자신을 '5년차 신인 성우'라고 소개했습니다.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기는 했지만 라디오 연기나 오디오북, 나레이션, 짧은 광고 등을 위주로 활동을 했고, 게임은 맡아도 대사가 많지 않은 캐릭터를 주로 연기 했기 때문에 '게이머' 들과의 접점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그런 김성희 성우 입장에서 아니스는 처음으로 게임에서 맡은 주역급 캐릭터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고 합니다. 

 

"2021년에서 2022년 넘어가는 겨울 즈음에 섭외 연락이 온 것으로 기억해요. 벌써 1년도 더 전이죠. 섭외 당시에는 3~4년 차였는데, KBS 출신 신인 성우가 긴 호흡의 주역을 맞는 경우가 흔하지 않아서 처음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첫 녹음부터 10시간 분량의 일정을 잡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주역이구나!' 라고 직감했어요. 섭외 하신 분께 '진짜 저 맞죠?' 라고 되물었을 정도에요"  

 

<승리의 여신: 니케>의 주역 '카운터스' 3인방. 왼쪽에서부터 라피, 아니스, 네온

아니스는 <승리의 여신: 니케>에서 '라피', 그리고 '네온'과 함께 주역 그룹 '카운터스'에 속해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카운터스 멤버인 라피(김보나 성우), 네온(장미 성우)은 모두 애니메이션 전문 방송국 대원방송 출신의 성우가 연기했습니다. KBS 출신인 김성희 성우가 아니스를 맡은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깜짝 발탁'이었던 것이죠. 하지만 김성희 성우는 왜 자신이 섭외되었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고 합니다. 

 

"왜 제가 섭외되었는지 저도 그 이유를 모르겠어요. 굳이 이유를 추정해보면 아니스 이전에 시프트업에서 <데스티니 차일드>의 '포르키스'를 연기한 적이 있는데, 그것이 계기가 되어서 개발사에서 좋게 봐주지 않았나 싶기는 합니다. 하지만 계기가 어찌되었든 정말 좋은 캐릭터와 만날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성우 캐스팅을 담당하신 분은, 나중에라도 꼭 김성희 성우님께 캐스팅 이유를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대본만으로도 엄청났던 아니스, 그리고 그걸 뛰어넘은 열연

 

김성희 성우는 대본을 받고 느낀 첫 인상을 "대본만으로도 텐션이 굉장했다"고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대본에서 느껴지는 텐션과 실제 게임에 등장하는 매력적인 아니스의 모습은 괴리감이 있었기 때문에, 이걸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할지 굉장히 많이 고민했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는 "자연스럽게, 대본에서 느껴지는 그대로의" 아니스를 연기했다고 하는데요. 

 

"보통 게임 녹음은 현장에서 대본을 받고, 그 즉시 화면을 보면서 진행하기 때문에 캐릭터에 대해 연구하거나 고민할 시간이 많지 않아요. 반면 <승리의 여신: 니케>는 사전에 대본을 공유하고 캐릭터 파악과 연기에 대해 고민할 시간을 충분히 주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개발사에서도 캐릭터 해석과 연기에 대한 저의 의견을 존중해주었기 때문에 그만큼 좋은 연기가 나왔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승리의 여신: 니케>는 음성 더빙에 있어 캐릭터 파악과 연기에 대해 최대한 성우들의 의견을 존중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 덕분에 같은 캐릭터라고 해도 일본과 미국, 그리고 한국의 아니스는 모두 저마다 개성이 강한 아니스로 탄생할 수 있었죠. 

 

"녹음하는 중에는 일본, 미국판 아니스를 아예 몰랐어요. 나중에 게임이 출시하고 나서야 다른 국가의 아니스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 서로 완전 다른 느낌의 아니스들이 있어서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특히 일본의 아니스가 생각보다 너무 귀여워서 놀랐습니다" 

 

성우가 파악한 그대로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연기했기에 지금의 매력적인 아니스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아니스 연기에 대한 게이머들의 평가는 다양하지만 특히 가장 많은 평가가 '성우와 캐릭터가 혼연일체가 되었다' 입니다. 이에 대해 김성희 성우는 "유저들이 그렇게 봐주셨다면 정말 감사하다" 며 소감을 전했습니다.

 

"아니스를 연기한다면 철저하게 '아니스의 마음이 되어보자'는 마음 가짐으로 몰입하면서 연기했습니다. ​사실 저는 다르게 연기하는 방법을 잘 몰라요. 정말 연기하면서도 캐릭터에 최대한 몰입해서, 그 캐릭터의 입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말하자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에 대해 게이머들이 좋은 평가를 내려준다면 정말 감사할 뿐입니다" 

 

게이머들 사이에서 최근 가장 많은 화제가 되었던 혼신의 '강아지 소리 연기' 또한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김성희 성우는 녹음에서 특히 인상이 깊었던 씬으로, 강아지 소리 연기와 지휘관의 뺨을 때리는 씬. 두 가지를 꼽았는데요. 두 씬 모두 아니스가 현재 처해 있는 상황에 몰입하면서 마음이 가는 그대로 연기를 했다고 합니다. 

 

참고로 지휘관의 뺨을 때리는 장면은 대본을 보고 굉장히 '센 감정'으로 해석했는데, 현장에서도 모두 놀랐다고 합니다. 하지만 개발진과 협의를 거쳐서 김성희 성우가 해석한 연기 그대로 수록이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승리의 여신: 니케>에서 아니스는 카운터스의 개성 강한 다른 캐릭터들과의 대화. 소위 '티키타카'도 굉장히 재미있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성우분들 또한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면서 녹음을 했을까요? 놀랍게도 아니스의 모든 연기는 김성희 성우 혼자서 고군분투하며 녹음 했다고 합니다. 

 

"아니스가 다른 캐릭터들과 대화하는 장면이 많지만, 혼자 녹음했기 때문에 상대방을 상상하면서 녹음했습니다. 심지어 어떤 성우분이 라피와 네온을 연기하는지도 몰랐어요. 녹음 마지막 날, 수고했다고 개발자분들이 박수 쳐주실 때 너무 궁금해서 라피와 네온의 성우가 누구였는지 물어봤고, 그제서야 선배님들인 것을 알았습니다. 굉장한 선배님들과 같은 작품을 함께 했다는 것에 뒤늦게 또 감동을 받았습니다" 

  

김성희 성우는 지금까지 라피(김보나 성우), 네온(장미 성우)과 교류가 없었다고 합니다. 김보나 성우만 지망생 때 스치듯 봤을 뿐이라고 합니다.

 

자, 그렇다면 여기에서 궁금한 점. 과연 김성희 성우는 <승리의 여신: 니케>를 플레이 해봤을까요?

 

"제가 흔히 말하는 '똥손' 이라서 <니케>를 플레이하는 게 쉽지 않더라구요. 특히 아니스는 런처를 무기로 삼는데, 런처 조준이 저에겐 너무 어려웠어요. 실제 게임에서 제 연기가 어떻게 들리는지 궁금해서라도 계속 게임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데, 자꾸 조작이 더 쉬운 다른 캐릭터에 손이 가더라구요(웃음)" 

 

 

  

# 앞으로 보다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

 

김성희 성우는 <승리의 여신: 니케> 뿐만 아니라 다른 게임에서도 개성 강한 다양한 캐릭터들을 연기했습니다. 

 

"서브컬처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데스티니 차일드>의 포르키스, <라스트오리진>의 우르, <카운터사이드>의 젊은 마리아 정도를 알아봐 주실까요? 사실 이들 게임 말고도 <아키에이지>, <언디셈버>, <서머너즈 워: 크노니클> 등에도 작은 배역으로 참여하기는 했습니다" 

 

<라스트오리진> 우르

  

김성희 성우는 이 중에서 인상 깊었던 캐릭터로 <라스트 오리진>의 우르를 꼽았습니다. "분리불안에 혼자 개그도 치고, 계속 울어서 연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인데요.

 

"무엇보다 서브컬처 게임은 유저들이 미형의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고 게임을 플레이할 것이기 때문에, 유저들이 좋아할... '예쁜 선'이라고 할까요? 그 선을 지키면서 우는 게 정말 어려웠습니다. KBS 전속 시기에도 우는 연기를 많이 했는데, 라디오와는 다르게 게임은 실제 화면과 이미지가 있어 신경 쓸 게 더 많았고, 가짜로 우는 건 더더욱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돌이켜 보면 녹음하는 내내 울다가 끝났던 것 같아요"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김성희 성우가 다음에 연기할 캐릭터에 대해 기대하는 반응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김성희 성우는 이후에 어떤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을까요? 

 

"예전에는 지적인 캐릭터 연기를 잘한다는 평가를 들었는데, 솔직히 요즘은 잘 모르겠어요. 오히려 감정을 터뜨리고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캐릭터가 더 편하고, 평가가 좋다고 할까요? 하지만 그런 것과 관계 없이 최대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습니다. <승리의 여신: 니케>로 치자면 '유니'와 '드레이크' 같은 캐릭터도 연기해보고 싶습니다. 둘 다 아니스랑 방향이 완전히 다르지만 정말 연기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승리의 여신: 니케>의 유니
그리고 드레이크, 모두 아니스와는 결이 다른 캐릭터다

 

김성희 성우는 "최근 <니케> '크리스마스 선물' 이벤트 영상을 보고 친구가 '너도 라피 같은 거 해볼 수 있냐?'고 도발해 '나도 라피 할 수 있거든!'이라고 대답한 적도 있었다"는 굉장히 아니스스러운 일화도 소개해주었습니다. 이어 "사실 저 자신이 원하는 것과 별개로, 성우라는 직업은 '선택을 받아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어떤 배역이든 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 아나운서 지망에서 성우까지... 그리고 앞으로는?

 

김성희 성우는 본래 아나운서가 꿈이었으며, 실제로 데뷔는 한 대기업의 사내 방송 아나운서로 커리어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연히 만나게 된 한 선배 성우의 모습에서 '성우'라는 직업을 알게 됐고, 성우로서의 꿈을 키우며 진로를 바꿨다고 하는데요. 

 

"돌이켜 보면 조금 더 일찍 성우 준비를 시작할 걸 그랬습니다. 성우라는 직업의 매력을 알게 된 이후로 연기가 너무 하고 싶어서 진로를 바꿨고, 그랬기 때문에 연기 기회가 올 때마다 작은 배역이라고 해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또 좋아하면서 최선을 다해 연기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에는 게이머들 중에서도 '김성희' 라는 성우가 있다는 것을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계셔 정말 뿌듯합니다"  

  

'김성희' 라는 성우가 있다는 것을 유저들이 알아봐줄 때 뿌듯함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그녀는 과연 '어떤 성우'로 기억되고 싶을까요? 이에 대해 김성희 성우는 "어떤 캐릭터든 찰떡 같이 잘 소화하는 성우", "다른 무엇보다도 연기 잘하는 성우"로 기억되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습니다. 또 소소하게라도 계속해서 이 일을 하면서 오래오래 활동하는 성우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니스를 비롯해 제가 연기한 캐릭터들을 사랑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 밖에 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아니스는 제 입장에서는 처음으로 맡은 너무나도 큰 역할이라서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앞으로도 '아니스'의 추가 녹음은 많을 예정이니까 여러분들께 보여드린 모습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 기회가 된다면 다른 게임, 다른 캐릭터로도 자주 만나 뵙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게임 캐릭터로 만나뵐 것을 약속한 김성희 성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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