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갓 <마비노기>에 합류한 제가 '마비노기 감성'에 대해 즉흥적으로 표현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12년차 온라인게임. 가진 무게가 다르잖아요." 기자간담회 내내 강조하던 '마비노기 감성'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박웅석 디렉터는 위와 같이 답했다.
유저와 본인 모두 그를 보고 '신임 디렉터'라 하지만, 사실 박 디렉터는 2000년 넥슨에 입사해 <어둠의 전설>, <아스가르드>, <바람의 나라> 등 소위 '클래식 RPG'를 전문으로 맡아온 베테랑 디렉터다. 시간이 지나 그가 <마비노기> 디렉터로 파견됐고, 그의 지휘로 첫 번째 대형 업데이트가 이루어지게 됐다.
<마비노기>는 박 디렉터의 지휘 하에 어떤 모습으로 꾸며질까?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된 업데이트 정보와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의 <마비노기>를 짐작해보도록 하자. / 디스이즈게임 장이슬 기자
1. 신규 시나리오 콘텐츠 소개
# 잊혀진 옛 노래를 떠올려라, 신규 시나리오 '바람이 그리는 노래'는?
기억과 감정을 잃은 소녀 '엔'. 신비로운 힘을 가졌지만 본인은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유저는 엔의 마음이 만들어낸 던전 '시드 파나하'를 탐사해 기억과 감정을 찾아주고, 에린을 위험하게 할 '비탄의 노래'를 저지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잊혀진 마법의 춤과 새로운 힘을 손에 넣는다는 것이 '메멘토' 업데이트의 요지.
이번 업데이트의 기획 의도는 유저들이 12년 동안 꾸준히 플레이하면서 모은 AP를 소모, 캐릭터를 더 강하게 하고 누적 레벨이 아닌 캐릭터의 현재 레벨에 대한 가치를 올리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세공에 대한 유저의 부담을 줄여주고, 아름다운 시나리오와 풍경을 곁들여 게임을 더욱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 난이도에 따라 다른 길, 다른 공략법! 신규 던전 '시드 피나하'
시드 피나하는 켈트 신화에서 요정의 언덕이라 불리는 장소로, 큰 바다의 왕이라는 일족이 살았다고 전해진다. 원전 신화에서 물이라는 소재를 가져온 신규 던전 '시드 피나하'는 시나리오를 진행하면서 엔의 마음과 감정에 따라 물의 수위와 진행 방법이 달라진다. 고대의 마법 오르골이 잠든 곳이자 엔의 기억과 감정을 찾는 모험의 장소이며, 시나리오 클리어 후에는 '에코스톤'을 모으기 위해 반복 플레이를 하게 될 곳이다.
던전 난이도는 '호기심', '두려움', '슬픔' 세 가지다. 난이도가 높을수록 물의 수위도 낮아지고, 보스를 공략하는 퍼즐도 달라져 같은 던전이라도 다른 구성으로 즐길 수 있다. 예를 들어 '호기심'에서는 다른 던전과 마찬가지로 보스의 패턴을 파악해 공방을 주고받으면 되지만, '두려움'에서는 엔의 형상으로 모습을 바꿔야 하고, '슬픔'에서는 주변 몬스터를 이용해야 클리어할 수 있다.
# 모션도 이펙트도 내 맘대로! 신규 스킬 '죽음의 무도'
'죽음의 무도'는 시나리오를 진행하면서 엔을 구하기 위해 배우는 마법의 춤이다. 춤 동작으로 발생하는 마법의 기운으로 적을 공격하며 이동할 수 있는 스킬로, 다수의 적에게 공격이 들어간다. 캐릭터가 움직이면서 광역 공격을 하는 스킬이 <마비노기> 최초로 도입되는 것.
유저가 모션과 이펙트를 직접 조합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처음에는 코믹한 '막춤'과 발랄한 이펙트를 쓰지만, 시드 피나하를 플레이하면서 아이템을 얻어 새로운 모션과 이펙트를 얻을 수 있다. 22일 메멘토 업데이트에는 '막춤'과 '발레', '브레이크 댄스' 모션과 '발랄', '하트', '조명' 이펙트가 등장한다. 추후 업데이트로 다양한 요소를 추가할 예정이다.
# 오르골 부품을 모아 새로운 힘을 얻는다, '에코스톤 시스템'
시드 피나하 던전의 최종 보상은 '에코스톤'으로, 이번 업데이트에서 새로 추가되는 시스템이다. 에코스톤은 과거 엔이 금지된 마법 음악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것으로, 던전을 클리어하면 얻을 수 있다. 색깔에 따라 캐릭터의 체력, 지력, 솜씨, 의지, 생명력/마나/스테미너를 추가로 올려준다.
시드 피나하 던전 끝에는 고대 오르골이 있는데, 이것을 연주하여 에코스톤을 한 단계 높은 단계로 승급하거나 각성시켜 새로운 능력치를 추가한다. 필요 없는 에코스톤은 분해해서 각성 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에코스톤은 무한한 것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사용할 수 없으며, 연장을 위해서는 시드 피나하를 클리어해야 한다. 또 습득한 에코스톤을 슬롯에 장착하거나 승급하면 전용 아이템이 되어 판매할 수 없다.
에코스톤은 가장 낮은 1등급부터 30등급으로 나누고, 고등급일수록 능력치를 크게 올려준다. 등급을 올릴 때마다 올라가는 수치는 랜덤이며, 승급 시도 횟수는 제한이 있다. 또 25등급부터는 승급 실패를 할 때마다 등급이 하락한다. 승급으로 올라가는 수치와 별개로, AP와 재료를 사용해 에코스톤을 각성시켜 랜덤하게 능력을 적용시킬 수 있다.
2. 신규 시나리오 관련 박웅석 디렉터 인터뷰
TIG> 새로 오셨으니 이 질문이 빠질 수 없지요. 그리고 있는 큰 그림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어요. <마비노기>를 어떤 게임으로 보고, 어떻게 꾸려가고 싶으신가요?
박웅석 디렉터 : 마비노기는 큰 게임이잖아요. 다양한 선택이나 연출이 되는 마비노기, 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큰 그림으로는, 지금 존재하는 많은 콘텐츠가 가치를 가지고 활용되길 바라고 있어요. 그래서 기존 콘텐츠를 좀 더 유기적으로 활용하는 업데이트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메인 스트림도 이어야지요.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마비노기>를 계속 이어가고 신선한 시나리오를 만들어가는 방향으로 업데이트를 하고자 합니다.
TIG> 업데이트 사전 예약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PC MMORPG로는 보기 드문 편 아닌가요?
박웅석 디렉터 : 사전 예약의 핵심은 준비하고 있는 콘텐츠를 조금씩 유저분들에게 전달하는 데 있습니다. <마비노기>는 이야기, 시나리오가 중심인 게임입니다. 그러다보니 업데이트 오픈일에 '빵' 해봐야 전체적인 이야기를 한 번에 알게 되거나,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흔히 '마비 감성'이라고 하시던데, 그래서 순차적으로 조금씩 정보를 공개하며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서 사전 예약을 진행했습니다. 처음엔 메멘토라는 타이틀만 오픈했죠. 그 다음 티징 영상이 나왔고, 조금씩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서 이해도를 맞춰가는 과정을 갖고자 했습니다.
TIG> 사전 예약 홍보로 유저에게 보낸 장문의 문자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진행하신 건가요?
박웅석 디렉터 : 맞습니다.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그런 맥락이 맞긴 한데요. 개인적으로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마비노기>에 와서 유저분들께 처음 인사드린 것이 '할로윈 파티' 입니다. 행사와 업데이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떠올린 생각이나 마음가짐을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해서. 다행히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TIG> 유저분들이 기대를 많이 걸고 있는 것 같아요. "뉴페이스가 왔으니 게임이 새로워질 거다" 는 식으로. 그런데 사실 이력을 보면 흔히 '넥슨 클래식 RPG'라는 곳에서 오래 계셨거든요. 그런 게임과 <마비노기>를 비교하면 어떤 점이 다른가요?
박웅석 디렉터 : 제가 느끼기엔, 클래식 RPG는 아무래도 사냥 중심이에요. 퀘스트도 비교적 심플하게 진행되는데 <마비노기>는 다른 부분이 있죠. 메인 스트림과 미션도 다른 게임과 비교해보면 조금 더 난이도와 내용, 의미가 있고 표현 방식도 다른 것 같고요. 그런 부분을 두고 '마비노기 감성'이라고 이야기들 하세요.
직접 플레이해보고, 커뮤니티 동향이나 유저분과 대화해보면 그런 포인트가 많이 나와요. 그 감성을 좀 더 구체화하고 연출하고, 이런 것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같은 표현이라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것도 다르기에 고민하고 있습니다.
TIG> 제가 기억하는 <마비노기>는 들어가서 불 피우고 나오는 게임이었거든요. 그런데 신규 콘텐츠를 보면 메인 스트림도 아니고, 던전은 공략의 재미를 살리는 높은 난이도, 에코 시스템은 던전을 돌아야 하는 거고. 기존에 <마비노기>가 갖고 있던 이미지나 유저들이 좋아하는 건 아닐 것 같은데, 겨울 방학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이런 콘텐츠를 선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박웅석 디렉터 : <마비노기>는 사냥도 재미있고 던전도 퍼즐로 이루어진 구성이 많죠. 이런 것도 <마비노기>의 재미라고 봅니다. 기존 콘텐츠를 활용하고 재조명하는 것을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예전의 '생활노기'라고 했던 포인트도 고민을 안 하고 있는 건 아니에요. 최근에는 캠프 파이어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습니다. 예전 이야기를 하자면, 유저들이 모닥불 앞에서 옹기종기 모여 있다가 다른 그룹이나 커뮤니티를 발생하는 면도 많았습니다. 최근에는 잘 보이지 않는데, 이런 식으로 잘 활용되지 못하는 포인트를 찾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강화할 생각입니다.
겨울 성수기에 선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성장이나 던전에 대해 기존 유저분들이 크게 의의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한 번쯤은 시나리오 중심의 던전을 구성해서 조금 도 명학하게 '마비'만의 감성, 재미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겠다 싶어 업데이트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TIG> 지금 <마비노기>를 플레이하지 않지만 문자와 업데이트를 계기로 복귀하는 유저, 혹은 새로 들어올 유저도 있을 것 같은데요. 주된 업데이트는 기존의 코어 유저를 대상으로 한 내용이라 복귀 유저나 신규 유저가 따라잡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박웅석 디렉터 : 사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업데이트에 앞서 포텐셜 시스템이나 AP 수련 등의 시스템을 개선했습니다. 앞으로 선보일 업데이트를 대비하기 위한 밑작업이기도 하지만, 말씀대로 신규 유저와 코어 유저간의 갭 차이가 크잖아요. 그걸 완화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밑작업을 계속할 예정입니다. 이후 그랜드 마스터, 승단, 수리 시스템을 개편할 생각인데요. 밑작업이 잘 되어서 새로 시작하거나 오래 하신 유저분들이 같은 그룹을 만들고 커뮤니티를 지어서 함께 플레이하셨으면 좋겠습니다.
TIG> 신규 스킬 '죽음의 무도'는 <마비노기> 최초로 이동 가능한 지속 공격 스킬인데 밸런스가 고민이 되었을 것 같아요. 춤이니까 악기 연주와 관계는 없는지 궁금합니다.
박웅석 디렉터 : 언뜻 보기에는 이동 가능한 '하이드라'가 될 수도 있거든요. 하이드라를 기준으로 잡고 테스트를 하면서 밸런스를 잡고 있어요. 너무 오버밸런스가 되지 않도록, 그리고 고레벨 유저보다는 중저레벨 유저에게 좀 더 효용성 있는 스킬이 될 것 같습니다.
악기 연주나 공연과는, 지금은 관련이 없습니다. 단독 스킬이라서. 음악 계열이긴 하지만, 실제로 내놨을 때 얼마나 많은 유저분들이 모션과 이펙트를 어떻게 세팅해서, 어떻게 재미있게 즐기시는지 지켜볼 예정입니다. 호응이 좋으면 음악 스킬과 연계될 여지는 있을 것 같습니다.
TIG> 에코스톤의 경우는 새로운 강화 시스템인데, 올릴 수 있는 능력치의 상한은 어느 정도인지?
박성훈 디렉터 : 스킬로 올라가는 능력치는 상한이 정해져 있지만, 에코스톤은 별개로 적용됩니다. 각 에코스톤이 가지고 있는 최대 스탯 상승치에 따라 결정됩니다.
TIG> 신규 던전의 난이도는 다른 콘텐츠와 비교해서 어느 정도인가요? 혹시 '삼하인'처럼 클리어하는데 며칠을 소요하는 식인가요?
민경훈 개발팀장 : 난이도는 세 가지입니다. 그림자 미션을 기준으로 중급, 하드, 엘리트 세 가지로 나눴는데, 그 언저리에서 유저들이 들어갈 수 있는 난이도가 결정될 것 같아요. 던전은 단독 던전입니다. 삼하인처럼 시나리오를 클리어한 다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엔의 기억을 찾아주는 과정에서 퀘스트나 미션을 이 곳에서 풀어갑니다. 시나리오를 클리어한 후에는 시드 피나하에 반복적으로 입장하면서 재미를 찾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TIG> 많은 유저들이 "<마비노기>의 문제는 플레이오네 엔진"이라고 합니다. 그것 때문에 추가되는 콘텐츠에 제한이 있다던가 렉 등의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요.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박웅석 디렉터 : 예전에도 마찬가지지만 계속 시도하고 변화하고 도전하고, 또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찾고 결정하거든요. 심지어 개발 환경도 변화하는 상황이고요. 정말 큰 일이긴 해요. 익숙한 환경을 바꾸고 수고를 들여야 하는 선택을 하고. 기존 구조를 바꾸는 결정이 어렵긴 하지만 더 많은 콘텐츠나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결국 해야 하는 일이라 보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내년 여름 업데이트 즈음에는 쾌적한 환경에서 게임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웹 로그인 개편도 그런 일환에서 작업한 일이에요. 게임 시작까지 밟아야 하는 단계는 줄었습니다. 하지만 익숙한 것이 바뀌니까 '불편하다'고 많이들 하시더라고요.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더 많은 도약, 향상을 위한 과도기, 변화기라고 봅니다. 내부에서도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더 나아질 것이라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엔진 때문에 한계가 있다, 하고 싶은 걸 못 한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시간의 문제가 있을 뿐, 하기로 선택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택하면 변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되고 싶습니다.
TIG> 전임 디렉터들과 다르게 해야할 업데이트마다 별도의 팀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이런 개발 구조를 선택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박웅석 디렉터 : 업데이트하는 내용을 섬세하게 구체화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구상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집중해야 하는 아이디어를 명확히 설정하고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 했어요. <마비노기>는 콘텐츠가 유저에게 전달되는 방법이 다르다보니, 내부에서도 같은 생각을 하고 원활하게 전달하는 것이 어렵더라고요. 완성도 있게 만들려 집중하기 위해 이런 구조를 선택했습니다.
TIG> 종족 간 밸런스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박웅석 디렉터 : 먼저 스탯 포인트로 1차 조정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엘프는 올라갔는데 자이언트는 좀 아닌 것 같다"는 동향이 있더라고요. 현재 종족 밸런싱은 두 번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 맞다면 세 번이든 네 번이든 맞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부에서도 계속 작업하고 있습니다.
종족 밸런싱이 참 조심스러운 부분이에요. 아무래도 충분한 분석을 거쳐야 하고요. 우선 2차 조정은 내년 1분기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TIG> 색다른 컬래버레이션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컬래버레이션 IP를 고르는 기준이 있나요?
박웅석 디렉터 : <마비노기>의 감성에 맞게 재해석할 수 있는지를 봅니다. 저희만의 연출이나 표현을 담으려고 노력해요. 기준을 이렇게 두고 찾아보고, 연락하고 고민하고 분석하는 것도 계속 하고 있습니다. 검토 중이거나 계획 단계에 있는 것도 있지만 논의로만 머물고 있는 것도 있어서, 컬래버레이션이 구체회되는 것 자체가 힘들고 시간이 걸려요.
TIG> 디렉터님이 생각하는 '마비노기 감성'이란 무엇인가요?
박웅석 디렉터 : 이제 갓 <마비노기>에 합류한 제가 '마비노기 감성'에 대해 즉흥적으로 표현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12년차 온라인게임. 가진 무게가 다르잖아요. 그래서 역대 디렉터, 개발, 기획 분들과 다 만나서 어떤 감성포인트가 있는지 이야기하고 있어요.
인상적인 이야기가 한 가지 있었어요. <마비노기>는 판타지 라이프잖아요. 그런데 웅대하고 장엄한 판타지는 아니고 아주 일상적이고 소소한, '현대의 판타지 라이프'라고 하시더군요. 특별하고 새롭고 전과 다른 것을 무조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계승할 것을 잘 계승해서 만들고자 합니다.
TIG> 에코스톤의 각성 옵션은 세공 시스템과 비슷해보입니다. 질문을 안 드릴 수도 없는데요. 세공 시스템 개선도 고려하고 있나요?
민경훈 개발팀장 : 세공 옵션이 맞습니다. 기획 의도 중 하나가 세공 부담을 완화시키는 것입니다. 세공 자체가 과금 콘텐츠다보니 부담을 느끼는 유저도 많아, 과금하지 않고도 세공 옵션을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라고 볼 수 있습니다. 콘텐츠를 플레이하면서 쌓은 포인트를 콘텐츠 안에서 소모할 수 있는 순환 구조로 만들었습니다.
박웅석 디렉터 : 세공은 적절한 밸런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현황으로 보면 사실 밸런싱이 맞다고 볼 수는 없다, 저는 그렇게 보거든요. 세공은 별개의 프로젝트로 분리해서 개선, 밸런싱 작업을 따로 할 생각이에요. 원하는 방향과 목표는 한참 뒤에 있고,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 하나씩 계단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조금씩 변화할 겁니다. 과도기적 상황이라고 보셔도 좋고요. 후에는 완화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TIG> 계속 어려운 질문만 드렸으니 마지막으로 쉬운 질문 하나 드릴게요. 유저에게 '우리웅'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게 된다면 그 다음엔 뭐라고 불리고 싶으신가요?
박웅석 디렉터 : 마지막 질문이라더니, 가장 어려운 걸 물어보십니다. (웃음) <바람의 나라>를 할 때에는 전국 투어하고 인터뷰도 다니고 많은 유저분을 만났어요. 유저분들이 게임에 대해 생각하는 방향이나 내용이 정말 소중하고, 모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내용이에요. 그래서 '우리웅'이 되고 싶다고 말씀드린 거고요. 우리웅 다음엔 생각을 안해봤어요. 개인적으로는, <마비노기>의 흐름에서 좀 더 의미가 있는 디렉터로 남고 싶은 것이 제 바람입니다. 어쨌든 우리웅부터 열심히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