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스트리밍이라고요? 얘기 안 해줬으면 몰랐을 것 같아요.”
지난 6일 <철권 7>의 발매를 기념해 ‘철권 월드 투어’가 열렸습니다. 행사장 한쪽에는 4대의 게임 시연대가 설치돼 있었죠. 거기엔 기자도 깜짝 놀란 비밀 한 가지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2대의 시연대는 당연히 PS4와 연결돼 있었죠. 그런데, 나머지 2대의 <철권 7>은 스팀 링크로 연결돼 구동 중이었습니다. 안내 푯말도 없었고, 워낙 자연스럽게 구동돼 얘기를 해주기 전까지 몰랐던 유저가 태반이었죠. 저도 그중 하나였고요.
간단한 현장 인터뷰 후 저도 잠시 게임을 즐겨봤습니다. 현장에 있는 PS4와 비교하면 그래픽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트위치를 통해 대회를 중계하는 상황이라, 할당받은 네트워크의 대역폭 때문에 그래픽 세팅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관계자의 푸념을 들으며 시연을 계속했습니다.
왼쪽이 PS4, 오른쪽이 스팀 링크입니다. 그래픽 퀄리티와 프레임이 조금 떨어지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시연대 뒤에서 확인했습니다만, 네트워크 선만 물려 있었을 뿐 그래픽 포트는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플레이하면서 걱정했던 지연 시간은 거의 느끼기 힘들었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PS4에 바로 물린 TV와 비교해도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아주 미세한 차이는 있었지만, 이것도 게임을 하다보면 금세 익숙해지는 수준이었습니다. PS4의 리모트 플레이와 비교하면 지연 속도에서 조금 더 앞서는 느낌입니다.
당일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을 상대로 테스트를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집에서 스팀으로 연습하는데, 이 정도면 친구가 오면 거실에서 함께 해도 문제가 없겠다"는 코멘트와 함께 저에게 TV의 가격을 묻기도 했습니다. 저도 가격을 몰라서 현장 관계자에게 물어봤는데, 가격이 엄청났습니다. 어지간한 샐러리맨 한 달 월급을 몽땅 부어도 살 수 없을 정도의 가격이더라고요. 선수도 저도 조용히 고개를 떨궜습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기자도 이번 시연을 계기로 ‘스팀 링크’의 존재를 처음 알았습니다. 스트리밍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매끄러운 구동에 놀랐습니다. 왜 삼성TV에 스팀 링크가 들어간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구현이 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본사에서 나온 담당자가 그곳에 있었습니다. ‘스팀 링크 무식자’, ‘TV 무식자’ 기운을 뿜뿜 내보이며, 질문을 시작했습니다.
혼잡했던 경기장을 벗어나 근처의 조용한 카페로 자리를 옮겨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마케팅 그룹의 서욱 님과 서비스 마케팅 그룹의 송지환, 설경찬 님이 함께했습니다.
사업부 마케팅 그룹의 서욱(왼쪽)과 서비스 마케팅 그룹의 송지환
디스이즈게임: 궁금한 것이 잔뜩 있다. 먼저 <철권 7> 행사에 삼성TV가 어쩐 일인가? 특별한 계기라도 있는 것인가?
사업부 마케팅 그룹 서욱: 한마디로 얘기하면, 삼성TV가 게임에 강한 TV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그동안 TV 시장에서 강조된 것은 ‘화질’이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TV 본질은 엔터테인먼트다. 영화와 드라마를 보는 것도 엔터테인먼트의 한 종류니까. 그런 의미에서 게임은 TV로 할 수 있는 가장 말초적인 엔터테인먼트 요소라고 생각했다.
게이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인풋랙(화면을 표시하는 기계가 쏘는 영상신호를 화면에 보여주기까지의 과정에서 생기는 지연시간)'에 대한 얘기가 많더라. 특히 FPS와 대전격투를 즐겨 하는 유저들이 유독 이 부분에 민감하다고 들었다. 인풋랙에 대해선 자신이 있었고 마침 ‘철권 월드 투어’를 한국에서 진행한다는 얘기를 듣고 참여하기로 했다. 가장 까다로운 유저층에게 인정받으면 품질에 대한 좋은 평가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 기대했다.
서욱: 제품을 제공한다고 해서 행사에 무조건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대회에서 쓰이는 디스플레이니만큼 트위치 쪽에서 사전에 테스트를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모니터는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TV는 호불호가 있더라. 그래서 대회는 모니터로 진행하고 시연대에만 TV를 설치했다.
행사 얘기는 이 정도로 하고, 스팀 링크 얘기를 해보자. 시연대 TV 중 두 대는 스트리밍 방식으로 시연됐다. 스팀 링크를 이용했다고 하는데 좀 더 구체적인 얘기가 듣고 싶다.
서비스 마케팅 그룹 송지환: 사실 스팀 링크 자체는 2015년부터 셋탑박스 형태로 해외서 발매된 제품이다. 이걸 이번에 우리 TV에서 앱의 형태로 탑재한 것이다.
원리 자체는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방에 있는 컴퓨터에서 구동되는 화면을 거실의 TV에서 스트리밍하는 방식이다. 기본적인 연산은 PC에서 하고 TV는 모니터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런데 원리는 간단하지만, 구현은 그렇게 쉽지 않다.
PC에서 보여지는 화면이 실시간으로 원거리에 있는 TV에 뿌려져야 하고 또 떨어져 있는 유저의 조작이 실시간으로 반영돼야 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사용자가 어색함을 느끼면 안 되기 때문에 그동안 밸브의 스팀 링크 셋탑박스를 제외하곤 서드파티 제품이 나오기 어려웠다. 밸브의 인증을 받는 것이 그만큼 까다롭기 때문이다.
서비스 마케팅 그룹 설경찬: 우리는 2015년 스팀 링크 제품이 나오기 시작한 시점부터 논의를 시작하여 2016년부터 실제 개발에 들어갔다. 대충 따져봐도 개발에 1년 이상이 소요됐다. 그만큼 튜닝에 애를 먹었다. 지난 6월에 미국을 시작으로 베타 테스트에 돌입했고 한국도 함께 진행 중이다. 아마 이달 중에는 정식 출시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8월 13일에 정식으로 출시됐습니다. /편집자)
스팀의 해외 포럼에선 이미 베타서비스를 공지하고 진행 중이었습니다.
스팀 링크 스펙 자체는 어떻게 되나? 4K라던가 HDR 같은 최신 사양도 함께 지원하는 것인가?
송지환: 4K도 지원하고 HDR도 전부 지원한다. 일단 구동 자체는 PC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PC 사양을 많이 탄다. 사양만 맞으면 사실상 PC 모니터에서 보는 그대로를 TV에서 볼 수 있다고 보면 된다.
TV 자체에 기능으로 추가되는 것이 아니라, 앱 형태로 제공되므로 작년에 나온 스마트TV 제품이면 앱을 설치하는 것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스팀 게임을 거실에서 즐길 수 있다는 콘셉트 자체는 좋지만, PC의 사용자 인터페이스(키보드, 마우스 등)를 고려하면, 그걸 그대로 거실로 옮기는 게 적절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서욱: 기본적으로 TV가 블루투스를 지원하기 때문에 블루투스 기반의 무선 키보드, 마우스를 연결하면 원거리에서도 즐길 수 있다. 또 게임에서 스틱이나 패드를 지원하면 그것을 사용해도 좋고. TV에 USB를 직접 연결하는 것으로 동작이 되기 때문에 이 부분은 사용자와 게임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콘솔을 즐기는 감각과 비슷하게 운용하면 된다고 본다.
개인적으론 삼성TV에서 PS now를 지원하는 것에 좀 더 관심이 갔다. 스팀 링크까지 지원하면 사실상 콘솔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송지환: 안타깝게도 PS now가 8월 15일부터 서비스를 종료한다. 앞으로는 PS4와 PC만 지원한다고 하더라. 다행히 한국에선 서비스 자체를 안 해서 국내에선 큰 영향이 없다. 요즘엔 콘솔과 스팀에서 동시에 출시되는 게임도 많으니까 스팀 링크로 어느 정도 대체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설경찬: 잘 안 알려져서 그렇지, 삼성전자가 TV와 게임을 결합하려는 노력은 예전부터 꾸준히 했었다. 당장은 PS now와 스팀 링크가 그렇고, 그 전엔 비슷한 서비스였던 '유비투스'와 '게임플라이'도 지원했다. 이번 인터뷰로 조금이라도 유저분들이 우리의 노력을 알아주면 좋겠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