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판타지14>의 개발자 '요시다 나오키' PD가 최근 한국 서버에서 발생한 운영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파이널판타지14> 한국 버전 운영진은 지난 9월, 젠더 이슈를 가지고 유저들 사이에서 발생한 다툼을 제제하는 과정에서 일부 유저들에게 특정 사상이나 이데올로기를 편드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요시다 PD는 19일, 기자들과의 인터뷰 중 이에 대해 질문을 받았고, 해당 이슈에 대한 자조지정과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아래는 현장에서 기자들과 요시다 PD가 나눈 일문일답이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 이번 인터뷰는 요시다 PD 요청에 따라 정리나 다듬기 거의 없이, 요시다 PD의 발언을 그대로 살려 기록했습니다. 읽는데 참고 부탁드립니다.
최근 <파이널판타지14> 한국 서버에서 운영 이슈가 발생했다. 한국 유저들은 요시다 PD가 이 이슈를 어떻게 알고 있는지 궁금해 한다. 혹시 답해 줄 수 있는가?
요시다 나오키: 물론 알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되나? (웃음) 사실 질문하신 기자 분들도 이 이슈를 묻기 어려워하는 것 같다. 또 아마도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기자들 조차 실제로 해당 이슈에 대해, 어떤 일이 발생했고 그 원인이 무엇이며 발단이 뭐고 그것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에 대해 자세히 몰라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조금 말하고 싶다. 대신 이것은 최대한 정확하게 옮겨주길 바란다. 유저 분들도 아직 오해하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되도록 이 자리에 있는 기자들이 내 말을 정확히 전달해 주길 바란다.
먼저 첫 번째로 결론부터 말하겠다. 이미 한국 운영팀에서 공지로도 올렸지만, <파이널판타지14> 운영진은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운영진 모두 특정 사상을 응원하거나 편들지 않는다. 우리는 완전히 중립을 지키는 것이 원칙이다. 유저 분들이 어떤 사상을 가지든, 운영팀은 여기에 절대로 관여하지 않는다. 이것을 전제로 알아달라.
그렇다면 왜 한국 서버에서 이런 나쁜 이미지와 오해가 생겼을까? 내가 방금 운영팀은 중립을 지킨다고 못박았지만, 이번 일에 대한 오해는 운영을 미숙하게 해서 나온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사실 관계가 어찌되든 간에 유저 분들이 불쾌감을 가졌다. 이것은 우리 운영팀의 실수고 잘못이다. 이 부분에 대해선 운영팀이 유저 분들께 사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이제부터 왜 이런 일이 발생했나 되도록 간결하게 설명하겠다. <파이널판타지14> 한국 버전 안에서 유저 A와 B가 싸웠다. 채팅으로 서로를 비방하며 싸움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 싸움은 각자가 가진 젠더 이슈에 대한 사상과 가치관에 대한 싸움이었다. 유저 A, B는 싸움하며 게임 내에서 폭언을 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운영진은 이걸 중지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둘의 싸움이 과열되다 보니 게임 안에, A와 B 주변에 있는 유저도 싸움을 멈추려고 하나 둘 가담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싸움을 멈추고 주의를 주려고 했던 것이, 내용이 내용이다 보니 점점 분위기가 업됐다. 가담 유저도 늘었다. 최종적으로 17명이나 되는 유저가 이 싸움에 참여했다. 분위기가 너무 에스컬레이터 되다 보니 폭언이나 비방, 중상이 수시로 나오는 등 싸움이 격화됐다.
그래서 한국 서버 GM이 싸움을 멈추기 위해 17명에게 급히 패널티를 줬다. 다만 17명에게 패널티를 준 부분에서 한국 GM의 미스가 있었다. GM은 17명의 로그를 냉정하고 철저히 보지 않았다. 유저들에게 패널티를 주려면 유저 개개인의 로그 하나하나를 꼼꼼히 분석해 이 사람은 영구 정지, 이 사람은 며칠 간 임시 정지 등으로 그에 걸맞은 처벌을 해야 한다. 하지만 상황이 너무 과열돼 그랬는지 GM은 17명에게 모두 똑같은 패널티를 줬다.
그런데 나중에 로그를 다시 한 번 꼼꼼히 확인해보니, 로그만 봤을 때 17명 중 2명은 운영 정책 상 '3일 정지'라는 처분이 너무 가혹한 것이라 판단됐다. 그래서 이 2명은 처벌 내용을 바꿨다.
패널티의 경중을 정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우리가 가진 규칙에 근거한다. 단순히 로그에 폭언이 있냐 없냐를 기준으로 했다. 어떤 사상에 따라 패널티의 경중을 정하진 않는다. 처음에도 얘기했지만, 운영 팀은 중립적인 사상을 가지고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기에 우리는 규칙을 보고 이 유저에겐 기존 처벌이 너무 가혹하다, 패널티를 완화하는 것이 규칙에 맞다라고 판단해 그렇게 실행했다.
결과적으로 두 유저는 처벌이 완화됐다. 참고로 이 두 유저는 처음에 다툼을 시작한 A, B가 아니라, 그 싸움에 가담한 유저들 중 2명이다. 이들의 로그를 봤을 때 단순 폭언이라 판단해, 사상과 관계 없이 그렇게 결정했다.
최정해 실장 부연설명: 처음에는 17명에게 일괄적으로 3일 정지를 줬다. 하지만 이후 로그를 다시 조사하니 15명은 외치기 기능으로 폭언, 욕설 등을 해 해당 채널 유저들의 플레이를 방해해 3일 정지를 주는 것이 적절했다. 하지만 1명은 일반 채팅으로 욕설을 1번 했고, 다른 한 명은 욕설 없이 매우 부적절한 닉네임만 가지고 있었다. 운영방침 상 일반 채팅으로 욕설한 유저는 GM레터로 경고, 욕설 하지 않았지만 부적절한 닉네임 가진 유저는 닉네임을 변경하는 처분을 내렸다 |
그런데 이 때 처벌이 완화된 유저 하나가 SNS에 '우리 사상이 이겼다'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운영팀에선 해당 유저가 SNS 어떤 말을 하든 말릴 수 없다. 우리는 사상에 대해 중립적이어야 하며, 규정 상 이를 말릴 수 있는 근거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 유저가 '한국 운영팀은 우리 편이다'라고 말한 것을 일부 매체에서 픽업한 것이 이 사단의 발단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데 운영팀이 자초지정을 설명하기도 힘들었다. 운영팀이 해당 상황을 증명하려면 당시 발생한 로그를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이건 개인정보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다. 우리가 공지로 코멘트 해 줄 수 있는 내용은 '우리는 어디까지나 중립입니다. 여러분들이 오해하고 계십니다' 밖에 없다. 뭔가 SNS 로그 같은 것을 조사하면 조금 더 확실한 것을 알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운영팀은 계속 중립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이런 대응 밖에 할 수 없었다. 여기까지가 내 답변이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한국 운영 팀의 잘못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 최대 실수는 당시에 17명의 로그를 철저히 분석하지 않고 한꺼번에 대응한 것이다. 패널티를 줄 때 로그를 개별적으로 철저히 분석하지 않은 점. 그래서 불필요한 오해를 만든 점.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이 부분이 한국 운영 팀의 최대 미스라고 본다. 만약 또 다시 게임 안에서 이런 싸움이 생기면 운영 팀은 로그를 철저히 분석한 후 대응해야 한다.
어쩌면 나중에 2명의 로그를 봤을 때 운영 팀의 패널티가 잘못된 것을 발견했을 때, 이들에게 준 처벌을 바꾸지 않았다면 (결과만 보면) 좋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 운영 팀은 정직하고 공정하게 규정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해 유저들의 비난을 감수하고 2명의 패널티를 완화했다.
그런데 이것이 나쁜 쪽으로 퍼져, 패널티 완화된 유저 1명이 '우리가 이겼다'라고 말한 것이 이번 일이다.
다시 말하지만, 최초 우리 미스는 17명의 로그를 철저히 보지 않고 패널티를 준 점이다. 이것이 이번 이슈의 발단이었다. 어제 한국에 입국해 한국 운영 팀과 이 사건에 대해 심도 있게 이야기를 나눴다. 향후에는 이런 일이 없도록 철저하게 운영 프로세스를 정비하자고 얘기를 나눴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소동에 관계된 유저뿐만 아니라, 다른 일반 유저 분들도 게임을 즐기는데 지장을 받았다. 어떤 유저들은 이 소동이 너무 많이 이야기 돼 '또 이 이야기야'라고 하며 관련된 이슈가 나올 때마다 피로를 느끼기도 한다.
많은 유저 분들께 이런 사건으로 불쾌감을 준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사죄드린다. 이걸 만회하기 위해 앞으로는 운영 프로세스를 정비해 더욱 신중하고 섬세한 운영으로 보답해 드리겠다.
최근 한국 유저들 사이에서 젠더 이슈가 급격히 많이 논란이 되고 있다. <파이널판타지14>는 전세계에 서비스되는 게임인데, 혹시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경향이 있는가?
글로벌 버전에서는 상대의 사상을 비판하는 일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개개인이 무엇을 하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그 개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에 있었던 일 중 그나마 비슷한 사례를 이야기하자면 '용기사 50레벨 잡 퀘스트 의상' 이슈가 있다. 잡퀘스트 중 용기사 50레벨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용기사의 전용 갑옷'을 받을 수 있다. 이 아이템은 남녀 디자인이 달랐는데, 여성 캐릭터의 경우 남성 캐릭터와 달리 배와 배꼽이 노출되는 디자인이었다. 당시 한 북미 유저가 이것을 보고 '나는 왜 여성 캐릭터만이라는 이유 만으로 남들보다 방어력 낮아 보이는 옷을 입어야 하느냐'라고 포럼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 이슈는 유저들 사이에서 많은 디스커션을 만들어 냈다. 어떤 유저들은 '게임인데 어떠냐'라고 의견을 표하기도 했고, 어떤 유저는 '나도 '쎄' 보이는 갑옷 입고 싶다'고 의견을 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운영팀은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다만 이후에 캐릭터 장비를 디자인할 때, 이 사례를 생각하며 저런 생각을 하는 유저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며 디자인하고 있다. <파이널판타지14> 여성 캐릭터 의상이 노출도 적은 이유가 이 사례의 영향이 아닐까 한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이런 유저 간 논쟁이 이렇게까지 크게 번진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앞으로도 현실 세계의 사상 분쟁이 이번 사건처럼 인게임 분쟁으로 번질 경우, 우리는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운영규칙에 맞게 대응하겠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단어가 가진 의미도 많이 달라졌다. <파이널판타지14>는 협회가 제공하는 비속어 필터링 가이드가 아니라, 별도의 필터링 원칙을 따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혹시 필터링 원칙을 추가하거나 업데이트할 의향이 있는가?
한국에서 필터링 리스트를 늘리고 싶다는 요청이 있었는데 내가 '중지'시켰다. 논란이 있었을 때 한국 운영 팀에서 요청했었는데, 이번 사건으로 오해가 번지는 상황에서 운영 팀이 필터링 단어까지 늘리면 언론 통제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됐다. 당시에 필터링 리스트를 추가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단 현재 사태가 완전히 진정된 다음, 단어 하나하나에 대해 '통제' 요소가 지나치진 않은 지 고려한 뒤 고려해 보다고 말했다.
나는 서둘러서 필터링 리스트를 추가하는 것이 해결책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특정 단어를 막는다고 하더라도, 유저들은 항상 빠져나갈 수 있는 단어를 찾아낸다. 그럼 이런 것이 발견됐을 때 유저들이 '어, 이건 되네. 이거 안 막았네. 역시 우리 편이네'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