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에 이어 <오버히트>까지, 넷게임즈가 연타석 홈런을 쳤다. 넷게임즈는 지난 2016년, 모바일 액션 RPG <HIT>로 양대마켓 매출 1위와 2016 게임대상 '대상' 수상의 영광을 거머쥔 바 있다. 그리고 올해엔 시장 트렌드에서 한 발자국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는 수집형 RPG 장르(오버히트)를 양대 마켓 매출 순위 TOP 5안에 진입시키며 다시 한 번 흥행에 성공했다.
과연 넷게임즈의 이같은 연타석 홈런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제 중견 업체가 된 넷게임즈는 지금의 모바일게임 시장을 어떻게 평가할까? 기자들이 넷게임즈 박용현 대표와 나눈 이야기를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 연타석 홈런 비결? 철저한 장르, 유저 분석 덕
디스이즈게임: <오버히트>의 기세가 무섭다. 현재 양대 마켓 매출 TOP 5 안에서 계속 자리를 잡고 있는데, 지금 성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만족스럽나?
박용현: 난 대표이니만큼 더 높은 성적을 바라야겠지. (웃음) 하지만 요즘은 시장이 커져서 그런지, 같은 등수라도 <HIT> 때에 비해 더 많이 들어오더라. <오버히트>는 나름 건실하게 시장에 자리잡은 것 같다.
더군다나 <오버히트> 같은 '멀티 히어로 RPG'(흔히 수집형 RPG라 불리는 장르, 박 대표의 요청으로 그의 표현을 그대로 살립니다)는 한번 자리만 잘 잡으면 액션 RPG에 비해 시장에서 오래 머물 수 있지 않은가. 또한 장르 특성 상 액션 RPG에 비해 해외 유저들에서도 친숙하고. 여러모로 <HIT>보다는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 같다.
<오버히트>는 현재 매출 성적도 좋고, 수집형 RPG로선 이례적일 정도로 유저들의 평도 좋다. 허니문 기간을 잘 보내고 있는데, 다음 스텝을 어떻게 준비 중인가?
3~4개월 정도는 준비해 놓은 것이 있어 큰 이슈 없이 지금 상황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이 다음에 어떤 방향으로 가느냐가 아닐까?
PC 온라인게임이었다면 이 부분에서 정말 많이 고민했을 것이다. PC 온라인게임은 콘텐츠를 만드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유저들의 피드백도 바로 바로 오지 않아서 사실상 유저들의 니즈를 예측하며 콘텐츠를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모바일게임은 콘텐츠 만드는 시간도 짧고 유저들의 반응도 빨라 이 부분에 대해선 걱정이 적다. 우리가 유저들만 잘 분석하면 다음 방향성 설정도 큰 문제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HIT>와 <오버히트> 모두를 흥행시켰다. 타율이 높은데, 그 비결이 뭐라 생각하나?
내가 천성이 '공돌이'라 이미 있는 것을 개선하는 데 특화된 것 같다. 대장이 이러니까 밑에 있는 친구들 성향도 비슷하다. 넷게임즈 안에 따로 게임 분석팀도 존재할 정도로. 덕분에 <HIT> 때는 액션 RPG, 이번 <오버히트>는 멀티 히어로 RPG에서 유저들이 아쉬워하는 것을 잘 캐치한 것 같다. 물론 단순히 개선만 잘한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개선한 게임(장르)를 어떤 타이밍에 내는 것이 좋을진 정말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다만 이제 겨우 2개 타이틀인데 이것 가지고 타율이 높다는 평을 듣긴 부담스럽다. 우리 꿈이 있다면 꾸준히 좋은 게임을 내 '이 회사 우연히 게임 좋게 나와 얻어 걸린 것 아냐?'라는 의문 대신 '넷게임즈 게임이라면 그래도 기본은 하지'라는 평을 듣는 것이다.
타율이 높다는 소리는 최소한 지금 개발 중인 모바일 MMORPG까지는 성공시킨 다음 듣고 싶다. 참고로 다음 작품은 2019년에 공개하는 것이 목표다. 최근 모바일 MMORPG들이 많이 나오는 만큼, 공부하고 분석할 시간은 충분할 것 같다. (웃음)
넷게임즈의 신작 <오버히트>
결국 유저들의 니즈를 잘 알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관련해서 다른 회사들에게 조언을 주자면? 요즘 유저들은 어떤 부분을 힘들어 하는 것 같은가?
아주 힘든 부분이다. 사실 유저들이 발신하는 메시지, 그리고 시장에 게임을 냈을 때 유저들이 실제로 반응하는 것은 묘하게 다르다. 그리고 이 둘의 차이를 파악하는 것은 날로 힘들어지고 있다. 때문에 유저들의 니즈를 파악할 때는 이 둘 사이의 차이를 잘 잡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유행하고 있는 '서브컬처' 성향 강한 타이틀이다. 대중 반응만 보면 여전히 한국에서 서브컬처는 비주류다. 하지만 최근 <소녀전선>이나 <붕괴3rd> 같은 게임이 나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예전에는 수요 없을까 불안해 시도도 못했는데, 이제는 시도할 만한 테마가 됐다. 정말 시장 많이 변했다. 개인적으로 이런 성향의 작품을 정말 좋아하는데, 앞으론 부담 없이 개발자들에게 제안할 수 있을 것 같다. (웃음)
<오버히트>가 도입한 '선별 뽑기'(무료로 미리 뽑기를 해 본 다음, 결과를 보고 돈을 쓸지 안 쓸지 결정하는 모델)도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선 보기 힘든 유료화 모델이었다. 실제로 해보니 어떻던가?
유저 분들 반응은 정말 좋다. 사실 선별 뽑기는 내가 '리세마라'를 싫어해서 추가한 시스템이다. 요즘은 게임 새로 받으면 첫 뽑기에서 좋은 것 얻으려고 하루 이상 계속 계정을 만들고 지우는데, 나는 그게 싫더라. 게임은 즐겁기 위해 하는 것인데, 리세마라를 하면 그렇지가 않아서.
그래서 이왕이면 게임 시작하는 것 기분 좋게 시작하라고 직접 원하는 것 나올 때까지 뽑아본 다음 선택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힘들게 리세마라 하지 말고 직접 몇 번 뽑아본 다음 고르라고. 아무래도 처음부터 좋은 경험을 해야 게임을 오래 즐길 것 아닌가? 물론 이런 시스템이 있어도 리세마라 할 사람은 하더라…. (웃음)
선별 뽑기가 항상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뽑기의 랜덤성이 가져다 줄 추가 수익을 일정 부분 포기한 셈이다. 수익이 걱정되진 않던가?
사업 관계 상 구체적인 숫자를 밝히긴 힘들지만, 수익에서 선별 뽑기의 비중이 크진 않다. 이게 너무 크면 우린 망했겠지. (웃음)
선별 뽑기는 매출 딴에서 의미 있는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매출 외적으로 보면, 이 시스템 덕에 우리 게임을 하는 유저도 꽤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내부적으로 봤을 땐, 그냥 뽑기만 있을 땐 게임에 돈을 쓰지 않을 유저도 선별 뽑기 덕에 우리에게 지갑을 열어주는 경우도 상당했다. 유저들도 뽑기만 있는 게임에 비해 좋게 평가해 주고 있고.
개인적으로는 유저 분들이 선별 뽑기 많이 이용해 주셔서 다른 게임사들도 우리 결과 보고 이런 시스템을 넣었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회사는 수익을 따라갈 수 밖에 없는데, 좋은 평가 받는 시스템이 성적도 좋으면 다른 회사도 마음이 동할 것 아닌가. 그렇게 좋은 평 받은 시스템이 하나 둘 다른 게임에 적용되면 게임 생태계 전반적으로도 좋은 게임이 늘어날 것이고. 반대로 우리도 다른 게임의 좋은 시스템이 좋은 성적 거두면 따라갈 것이고.
# 중국 게임의 흥행?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는 내수 시장이 무기
최근 여러 의미에서 시장이 많이 변했다. 앞서 얘기했던 서브컬처 성향 강한 게임의 흥행도 그렇고. 아마 업계 사람들 대부분은 단기적인 흥행 정도만 생각했을 것이다.
게임이 다양해지는 것은 좋은 일이다. 어차피 시장은 몇 가지 흥행 장르가 있어도 실제로 수익을 얻는 것은 흥행 장르 안에 있는 선두게임 1, 2개다. 그런데 흥행 장르 자체가 많아진다면 보다 많은 회사에게 기회가 올 것이지 않은가. 유저 입장에서도 보다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고.
물론 신작 만드는 입장에선 고려할 것이 많아 머리 좀 아프겠지만. (웃음)
사실 이런 서브컬처 성향의 게임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크게 각광받지 못하는 소재였다. 이런 게임들이 어떻게 흥행했다고 생각하는가?
서브컬처 성향 게임이라고 뭉뚱그려 말하긴 했는데, 정확히 말하면 일본 느낌 나는 중국 게임들이 좋은 성과를 얻고 있다. 나는 이 게임들의 흥행 비결이 '과감함'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이나 일본 개발사들이라면 자체 필터로 검열했을 것을 시도할 뚝심과 결단력. 어떤 의미에서는 동인, 인디 문화와도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게임의 시스템, 마케팅 등 모든 영역에 해당하는 말이다.
유료 모델에 대한 얘기가 없어 의외다. <소녀전선>은 유료 뽑기를 없애 호응을 얻지 않았나?
<소녀전선>의 유료 모델은 이미 <함대컬렉션> 등에서 시도된 방식이다. 더군다나 중국은 유료 모델을 견실하게 다듬기로 유명하지 않은가. 이걸 최근 유행하는 게임들의 공통적인 무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비슷한 의미에서 소재 때문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당장 한국에서만 하더라도 <소녀전선> 이전에 다양한 <함대컬렉션> 류 게임이 나왔으니까.
그렇다고 '과감한 시도' 하나로 흥행 요인을 퉁치기는 너무 막연하지 않을까?
정확히 말하면 과감함, 그리고 이런 과감함이 용납되는 시장 환경이라고 말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사실 한국에서 우리 정도 되는 규모가 무작정 서브컬처 성향 게임 만들긴 쉽지 않다. 회사는 이익 집단이고 구성원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곳이다. 당연히 과감한 시도를 하기 이전에, 크든 작든 간에 시장 상황을 살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내수 시장이 받쳐 주면 이러한 시도가 훨씬 쉬워진다. 물론 모든 시도가 성공할 순 없다. 하지만 이런 시도가 많아지면 10개 중 하나는 흥행작이 나온다. 그리고 이런 게임이 시장을 바꾼다. 나는 이렇게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시장이 정말 부럽다.
그렇다면 개발하는 입장에서 최근 중국 게임의 상승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글쎄, 그래도 우린 <오버히트> 내서 TOP 10 안에 밀어 넣었지 않은가. 우리가 중국 게임의 흥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중국 게임의 흥행이 신경쓰인다면) 개발사들이 좋은 게임 만들어 순위권에 올리면 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모바일게임 시대가 열린 이후 다른 플랫폼 유저들의 성향도 바뀌었단 얘기를 많이 듣는다. 박 대표는 온라인게임 시절부터 게임을 만들어왔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유저들이 변했다기보다는, 유저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늘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PC, 모바일, 콘솔 등 다양한 플랫폼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다. 예전에 비해 플랫폼도 많아졌고 또 접근성도 높아졌다. 예전과 달리, 유저들이 자신의 마음에 드는 플랫폼과 게임을 고를 자유가 늘었다. 만약 유저들이 성향이 변했다면, 이런 환경 덕에 보다 유저들의 반응이 일관되게 바뀌고 깊이도 생겨 그런 것이 아닐까?
박용현 대표가 생각하는 2018년 모바일게임 시장은?
지금과 비슷하지 않을까? TOP 5 안에선 모바일 MMORPG들이 치열하게 싸우고, 그 밑에선 오래가는 게임들이 슬금슬금 올라오고 자리 바꾸는…. 내년도 뜨거운 것은 MMORPG일 것이다. 하지만 MMORPG는 많은 게임이 사랑 받기 힘들다. 장르 특성 상 선두 게임들이 유저의 대부분을 가져가니까. 지금도 시장을 보면 (MMORPG들이 있는) TOP 5는 크게 바뀌지 않더라도, 그 밑에는 은근히 순위 변동이 잦다.
개인적인 예상으론 내년도 MMORPG 3개 정도가 선두 자리를 지키고, 나머지 순위는 계속 바뀌는 그림이 될 것 같다.
# 박용현이 말하는 넷게임즈의 미래
넷게임즈도 모바일 MMORPG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넷게임즈가 잘하는 것이 기존 장르를 잘 다듬고 발전시키는 것이었는데, 모바일 MMORPG는 어떻게 발전시킬 계획인가?
이런 것을 말하긴 너무 이른 것 같다. 지금 우리의 화두는 '한국식 MMORPG가 무엇인가'다. 국내에서 MMORPG가 인기라곤 하지만, 한국 MMORPG만의 무언가를 아직 찾진 못했다.
<리니지> 시리즈가 그나마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MMORPG이긴 한데, 이 방식을 다른 MMORPG에 적용한다면…. 글쎄, 대부분의 사람들은 <리니지> 시리즈니까 가능한 방식이라고 말할 것이다. (웃음) 그 외에도 한국서 인기 얻은 MMORPG는 여럿 있지만, 상당수는 한국이 아니라 중국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은 타이틀이고.
MMORPG는 나라마다 취향이 달라, 한국에 맞는 MMORPG가 뭔지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큰 허들 같다. 시스템부터 유료 모델까지 모두. 아, 참고로 '한국식 MMORPG'라고 해서 새롭고 신선한 무언가를 만들겠단 의미는 아니다. 그냥 한국 유저들에게 잘 맞는 MMORPG를 찾고 있을 뿐이다.
아, 시스템 외적인 문제라면, MMORPG라고 하더라도 '스마트폰'이라는 기기에 최적화된 게임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전에 만든 (PC 온라인) MMORPG는 컨트롤 비중이 컸는데, 모바일에서는 그러기 힘들지 않은가. 솔직히 나처럼 PC로 개발을 시작한 사람에게 스마트폰은 여러모로 게임 만들기 힘든 타이틀 같다. (웃음)
게임 방식에 대한 얘긴 아니지만, PC MMORPG 시절처럼 '정액제' 방식을 도입한다면 어떨까?
쉽지 않은 길이 될 것 같다. (웃음) 보통 정액제라고 한다면 한 달에 2~3만 원 정도를 생각할 것이다. 그럼 이 돈으로 개발비 회수하고, 라이브하며 식구들 먹여 살리고, 퍼블리셔와 플랫폼에 수익도 나눠줘야 한다.
당장 <오버히트>만 하더라도 개발진이 100명 넘고, 이제 막 팀 세팅한 우리 MMORPG 프로젝트도 인원이 70명 정도 된다. 모바일게임 개발비가 과거 PC MMORPG 수준에 육박한 현재로선 어지간히 유저를 많이 확보하지 않는 한 힘들겠지. 특히나 모바일은 마켓에 수익의 30%를 줘야 하기 때문에 이 기준이 더 빡빡하고.
차기작인 모바일 MMORPG를 포함하면, 넷게임즈의 작품 3개 모두 RPG다. 차차기작도 RPG일까?
<오버히트>가 성공적으로 자리잡고 차기작 개발도 잘 진척되면, 내년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더 꾸릴 예정이다. 다만 새로운 프로젝트를 어떤 장르로 할 진 아직 고민 중이다. RPG 쪽에선 큼직하게나마 다양한 영역을 거쳤으니까. 차차기작은 기존에 시도한 장르 중 하나일지, 아니면 전혀 다른 시도일지 아직은 모르겠다.
PC 온라인이나 콘솔 등 다른 플랫폼으로 게임을 만들 생각 없는가? 본래 넷게임즈는 PC MMORPG를 만들기 위해 설립한 회사 아니었나?
원래 우리 바탕이 PC 온라인 게임이라 이쪽에 대해선 강하게 생각하고 있다. 최근 함께 일할 일이 많은 넥슨도 강하게 권유해주고.
다만 PC MMORPG는 워낙 개발 기간이 오래 걸려 조금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리스크도 리스크지만, 이젠 그렇게 긴 시간 동안 게임 만들 개발자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니. 요즘 젊은 개발자들에게 '대충 개발 기간이 4~5년 될 거야'란 얘기 해봐라. 10명 중 8, 9명은 이상한 표정 지을 것이다. (웃음) 아마 PC 온라인게임을 만든다면 소재 외에도, 개발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방법까지 찾은 후에야 시도할 것 같다.
콘솔은 솔직히 모르겠다. 일단 한국 자체가 콘솔 시장이 적어, 콘솔 게임을 만든다면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타깃으로 해야 한다. 그럼 우리의 강점인 '유저 니즈 분석, 인기 장르 분석' 자체를 반쯤 놓고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우린 해외 콘솔 시장에 대한 정보 자체가 거의 없으니까. 그렇다고 한국에서 콘솔 시장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넷게임즈는 <HIT> 글로벌 서비스 덕에 어느 정도 해외 시장에 대한 감은 잡지 않았나?
그 때 배운 것이 '글로벌 시장은 너무 힘든 곳이다'이라는 감상이다. (웃음) 흔히 글로벌로 퉁 쳐 얘기하는데, 나라마다 유저들 성향이 너무 다르다. 예를 들어 <HIT> 글로벌 빌드에 상품 하나를 내면 전세계 국가 중 몇 개 국에서만 매출이 나오는 정도다.
결국 답은 나라마다 니즈를 철저히 분석하는 것인데, 그러면 다시 인력 등의 문제가 생긴다. <HIT>는 그래도 모바일게임 중 글로벌 성적이 잘 나온 케이스인데도 이러니…. 글로벌은 정말 쉽지 않다.
그럼 조금 질문을 달리해서, 넷게임즈가 정말 크게 성공해 순수하게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 여유가 생긴다면 어떤 작품을 만들고 싶은가?
그 땐 RPG 외에도, FPS나 전략 게임 같은 내가 좋아하는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 다만 나는 성향 상 바닥까지 챙기는 스타일이 아니라, 직접 개발에 뛰어들기 보다는 외부에서 이런 작품 정말 좋아하는 분을 끌어오지 않을까 한다. 대신 우리는 우리 장기인 시장 조사나 유저 니즈 분석 등으로 그 분을 도와주고. 게임이라는 것이 잘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시장과 유저의 니즈를 어떻게 잘 반영하느냐도 중요하지 않은가?
보통 회사가 커지면 자체 서비스도 많이 고려하던데, 넷게임즈는 어떤가?
내 생각에 자체 서비스는 회사의 규모가 아니라, 게임의 형태와 더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정액제 방식의 모바일 MMORPG를 꼭 만들고 싶다면, 이건 현실적으로 자체 서비스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자체 서비스를 할 정도로 허리띠를 졸라 매지 않고서야 수익을 맞추기 힘들테니까.
회사가 퍼블리싱을 하고 싶다는 것은 의미 없다. 중요한 것은 이런 게임을 만들고 있는데, 론칭했을 때 퍼블리셔와 손 잡는 것이 좋은 결과를 얻을지, 아니면 자체적으로 서비스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이다.
# 목표? 유저들에게 '기본'은 하는 회사라 인식되는 것
IP에 대한 욕심은 없는가? 전작도, 이번 작품도 '히트'(HIT)라는 이름이 들어가던데.
욕심이야 있지. (웃음) 하지만 IP라는 것이 회사가 만들고 싶어 만들어 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단 게임을 내고 오랫동안 괜찮게 서비스를 하면 저절로 IP가 나오지 않을까? 우리가 아무래 IP를 만들고 싶다고 해도, 막상 게임이 별로면 유저들이 그 IP를 인정할 리 없지 않은가. <리니지> 시리즈가 얼마 안 되는 작품으로도 IP로 인정 받은 것은 오랫동안 좋은 성적을 거둬서고.
역설적으로 IP를 가장 잘 만드는 방법은 <HIT>와 <오버히트>를 열심히, 잘 업데이트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소한 한 작품이 4~5년은 가야 그 작품 이름이 유저들에게 각인되지 않을까?
<HIT> 개발진은 마음이 편치 않겠다. 아무래도 액션 RPG 장르가 예년같지 않으니.
다행히 <HIT>는 일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사실 액션 RPG는 MMORPG가 나오면 힘이 죽을 수 밖에 없는 장르인데, 일본은 그런 경향과는 거리가 먼 것 같아 다행이다. 최근 의외였던게, 일본에선 <HIT>가 결투장 때문에 PvP 게임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유저들이 올린 결투장 영상 보면 정말 놀랍다.
일단 이렇게 살아남은 곳에서 열심히 하다 보면, 옛 자리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나오지 않을까? 그렇지 않아도 지금 열심히 한국을 살펴보고 있다.
타이틀들을 길게 서비스하겠다고 말했는데, 그럼 4~5년 뒤 <오버히트>는 어떤 게임으로 남고 싶은가?
'이 게임 괜찮지'라는 소리를 듣는 게임, 누가 멀티 히어로 RPG를 추천해 달라고 하면 항상 나오는 추천 리스트에 오르는 게임이 되고 싶다.
게임 초반에는 다들 생각이 다르겠지만, 결국 게임이 오래 살아 남으면 욕을 먹는 것관 별개로(웃음) '그래도 저 친구들은 기본은 하네'라는 평가를 받더라. 나는 이 '기본'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넷게임즈가 생각하는 '기본'이란 무엇인가?
모든 유저들은 일정한 기대를 가지고 게임을 시작한다. 이것을 다 충족시키진 못하더라도, 10 중 7~8은 채울 수 있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불만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이 게임은 계속 할 것 같아'라고 느끼는 지점. 말로는 간단해 보이지만, 그래픽이나 시스템, 운영 등 모든 부분의 평균이 기준을 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쉽지 않더라.
이런 게임을 회사가 5~6년 꾸준히 내면, 이 회사 게임은 욕을 먹더라도 다른 게임과 달라 보인다. 어떤 게임은 욕을 먹으면 0점짜리로 인식되지만, 이런 회사 게임은 욕을 먹어도 기본적으로 70점짜리라고 인식이 되고(실제로도 그렇고) 먹으니까.
'기본'은 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고?
맞다. 내가 이 회사 대표라 이렇게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우리가 만든 두 작품은 어느 정도 기준은 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회사가 되기엔 아직도 많이 모자라다고 생각한다. 우린 이런 회사가 되는 것이 꿈이다. 유저들이 '넷게임즈 게임이라면 그래도 기본은 하지'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