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등장한 PC MMORPG, 그리고 블루홀의 야심작 <에어>가 13일 CBT를 시작했다. <에어>는 <테라> 개발사가 만든 PC MMORPG라는 측면에서, 그리고 '비행 + 스팀펑크'라는 이색적인 소재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PC MMORPG는 예전과 같은 인기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장르. <에어>는 굵직한 선배들도 인기가 말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독특한 소재 외에 어떤 것을 무기로 유저들을 사로잡을 계획일까? <에어>를 개발한 블루홀스튜디오 김형준 PD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 '비행선'을 위해 세계관 콘셉트까지 바꿨다
디스이즈게임: 처음에는 '판타지'가 배경이었던 걸로 알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스팀펑크'로 배경이 바뀌었다. 솔직히 한국에서 인기 있는 소재가 아니지 않나?
김형준: 사실 '비행선'을 게임 속에서 구현한다는 게 점점 일이 커져 게임의 전반적인 배경까지 바꾸게 됐다. 비행선은 다른 MMORPG와 <에어>를 구분하는 핵심 특징으로 생각한 요소였다. 그런데 막상 프로토타입 버전을 만들어 비행선을 구현해 보니 생각지도 못한 온갖 일이 생기더라.
예를 들어 중간에 비행선이 파괴돼 캐릭터가 외딴 부유섬에 갇히는 일이 생겨, 비행선 없이도 유저 개인이 하늘을 날 수 있게 '비행 탈 것'을 만들었다. 이걸 해결하니 비행선을 너무 높이 정박(?)시켜 캐릭터가 비행선에 타지 못하는 일이 생겼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 슈퍼점프(지금 버전에선 제트팩 점프)를 만들었다.
이렇게 시스템을 하나, 둘 만들다 보니 이런 것을 다 포용할 수 있는 세계는 '스팀펑크' 밖에 없더라. 비행선 하나 때문에 세계도 바뀌고 시스템도 바뀐 셈이다. (웃음)
비행을 소재로 한 MMORPG는 많이 봤는데, '비행선'이라는 특정 탈 것을 특징으로 잡은 게임은 못 봤다.
맞다. 나는 비행선은 비행, 나는 탈 것과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뭔가 이름부터 묵직하지 않은가. (웃음) 실제로 역사 속 비행선은 지금의 비행기와 달리 거대하고 진중한 이미지였고. 지금의 비행기가 빠른 탈 것의 이미지가 강하다면, 비행선은 오히려 '운송' 느낌이 강하지.
<에어>에선 비행선의 이런 느낌을 잘 살리고 싶었다. 다수의 캐릭터와 탈 것을 나르는 공중 항공 모함과 같은 느낌. 여기서 조금 더 상상력을 넓히면 사람들이 살아가는 거대한 부유 구조물도 나올 수 있고. 이런 느낌을 잘 살리고 싶었다. 그 덕에 이런 세계를 자연스럽게 만들기 위해 각종 비행 시스템과 탈 것 등도 추가할 수 있었고.
지상, 비행 콘텐츠의 비율은 각각 얼마나 될까?
게임을 얼마나 진행했느냐에 따라 다르다. 초반에는 2:8 정도로 지상 콘텐츠가 압도적이다. 아무래도 대부분의 MMORPG 유저들에게 '비행'은 낯선 개념이기 때문에, 유저들이 익숙한 필드 기반 콘텐츠 시점부터 차근차근 비행 개념을 익히게 하기 위함이다. 대신 초반에는 전투에 각종 '탈 것'을 활용할 수 있어, 기존 MMORPG와 똑같다는 느낌은 덜 받을 것이다.
비행 콘텐츠를 본격적으로 접할 수 있는 것은 중반 이후다. 이 때부턴 지상과 공중의 비중이 5:5 정도로 바뀐다.
공중 콘텐츠는 기존의 MMORPG의 플레이 경험과 뭐가 다를까? 사실 비행선은 몰라도, 비행을 소재로 한 MMORPG는 몇 개 있지 않았나.
30레벨(최고 레벨)이 되면 그 때부턴 제법 창발적인 플레이가 가능해진다. 공중 레이드를 예로 들면, 거대 비행선을 몰며 보스를 공략할 땐 유저들이 조종수, 포수, 수리수로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만약 여러 척의 비행선을 동원해 보스를 공략하다가 아군의 비행선이 파괴되면 주변 다른 비행선이 급하강해 떨어지는 캐릭터들을 받아내야 한다.
조금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내부 테스트 중에는 한 비행선이 보스의 몸을 들이 받은 후 비행선에 타고 있던 근접 딜러들이 직접 칼질을 했던 경우도 있다. 반대로 어떤 비행선은 원거리 딜러만 잔뜩 실은 후, 유저들이 화기 대신 자신의 스킬을 이용해 보스를 공격한 경우도 있고. 어떤 테스터는 제트팩 점프와 활공을 활용해 비행선과 비행선을 건너 다니며 부서진 비행선을 수리하기만 하기도 했고.
공중 RvR에서는 비행선을 구름 속에 숨겨 적의 시야에서 벗어난다거나, 유저가 직접 적의 비행선에 침투해 조종수들을 처치하는 등 다양한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 비행 콘텐츠는 MMORPG의 정형화된 콘텐츠와는 많이 다를 것이다.
# MMORPG + 미니게임 월드? 다양한 성격의 콘텐츠 선보이겠다
비행 콘텐츠에 대해선 대충 알겠다. 하지만 유저들이 이런 비행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선 일단 30레벨 근처까지 가야 할 텐데, 여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대부분은 30시간 정도 플레이하면 최고 레벨에 도달할 것이다. 정말 빨리 플레이하면 20시간도 가능하긴 하다. MMORPG치곤 다소 짧은 성장 시간이지만, 우리는 최고 레벨 이후 RvR 필드나 탐험 필드, 공중 콘텐츠 등 다양한 콘텐츠가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게임 전체적으로 보면 적은 양은 아닐 것이다.
성장 시간을 짧게 잡은 것은 요즘 트렌드 때문이다. 우리 젊은 개발자들이 얘기하길, 요즘은 친구들에게 MMORPG를 같이 하자고 말 못하겠다더라. MMORPG는 플레이 타임이 너무 기니까. 그래서 아예 요즘 트렌드에 맞게 성장 과정은 정말 필요한 것만 남기고, 학습과 같은 중요한 요소만 남겼다. 최고 레벨까지 캐릭터를 키우는 것은 순수하게 튜토리얼, 혹은 몸을 만드는 개념이라 생각해 달라.
30시간이라고 해도 유저들에게 적은 시간은 아니다. 모바일에 익숙한 요즘 유저들에겐 더더욱. 결국 성장 구간에서도 다른 MMORPG와의 차별점을 잘 보여줘야 할텐데….
MMORPG이니만큼 큰 흐름은 비슷할 것이다. 다만 독특한 세계, 다양한 탈 것, 전술 변화, 콘텐츠 커스터마이징 등 덕에 흐름은 비슷해도 유저가 직접 하는 경험은 다르지 않을까?
일단 <에어>는 이름처럼(?) 땅이 별로 없는 세계를 그린다. 우리 게임의 배경은 모종의 이유로 지각이 산산조각난 세계다. 유저는 문명을 재건하기 위해 생존자들에게 '부활'된, 기억이 봉인된 다른 문명인이고. 유저는 <에어>에서 세상이 부서져 허공에 점점이 흩어져 있는 부유섬을 탐험해야 한다.
배경이 이렇게 독특한 만큼 지상·공중·공격 등 다양한 용도의 탈 것이 초반부터 주어진다. 나중엔 아예 거대한 비행선 위로 터전을 옮기기도 하고, 비행선을 타고 거대 공중 몬스터를 사냥하는 일도 생긴다.
전술 변화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특성(수행사제나 암흑사제 같은)을 떠올리면 될까?
언제든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자세'를 생각하면 된다. <에어>는 탱·딜·힐 개념이 명확히 있는 MMORPG다. 하지만 구조를 이렇게 짜면 미스틱(힐러) 같은 직업은 혼자 퀘스트를 즐기기기 힘들어 진다. 그래서 힐러나 탱커 같은 직업에게도 전투적인 면모를 줄 수 있는 전술을 만들었다. 만약 컨트롤 좋은 유저라면 수시로 두 전술을 오가며 정예 몬스터 정도는 혼자 잡을 수 있을지도…?
참고로 <에어>는 전술 외에도, 룬문자 두루마리라는 소모품을 써서 힐러가 기관총이나 폭탄 등의 오브젝트를 소환(?)하거나 탱커가 광열 회복 스킬을 사용하는 등 다른 게임에 비해 다양한 전투 양상을 만들 수 있다.
앞서 잠깐 언급한 콘텐츠 커스터마이징은 뭔가?
여러 가지가 있다. 예를 들어 '라핀의 부탁'(지스타 때 G 퀘스트라고 소개된 일종의 랜덤 생성 퀘스트)는 유저가 있는 위치 중심에, 유저가 자주 보인 행동 패턴에 걸맞은 퀘스트를 생성하는 기능이다. 예를 들어 '닥사'를 좋아하는 유저라면 그런 성격의 퀘스트를 만들어주고, 반대로 필드 오브젝트 등을 만지며 탐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유저에겐 '보물찾기' 같은 퀘스트를 주는 방식이다.
'닥사'를 허용(?)하는 등, 퀘스트라는 전통적인 MMORPG의 틀과 흐름은 따라갔지만, 실제 내용물은 여러모로 성격이 다른 것 같다.
아마 전통적인 MMORPG 유저 분들이 보기엔 <에어>의 퀘스트, 콘텐츠의 깊이가 좀 얕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요즘 MMORPG, 정확히 말해 요즘 유저들을 노리고 나오는 MMORPG는 깊이보단 요즘 유저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장치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MMORPG 흥행작이 나오지 않은지 제법 많은 시간이 지났다. 그 사이 게임 시장의 트렌드는 <리그 오브 레전드> 같은 가벼운 PvP 게임, 혹은 플랫폼과 문화 모두가 다른 모바일로 옮겨갔다. 이제 전통적인 MMORPG 유저와 요즘 유저 사이에는 접점이 희미하다. 그리고 요즘 유저들에게는 옛 MMORPG의 문법이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그래서 우리는 전통적인 문법 대신, 게임을 단순 명료하게 만들고 그 위에 MMORPG 같지 않더라도 최대한 다양한 유저를 품을 수 있는 콘텐츠를 얹었다. 물론 그렇다고 우리가 '샌드박스' 게임이란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사냥을 좋아하는 유저는 '닥사'로 캐릭터를 키우고, 게임을 가볍게 즐기는 유저들이 많이 있다면 그 필드에 '숨바꼭질' 같은 이벤트를 개최해 놀이를 만들어 주는 등 유저들이 원하는 것을 다소 '편향되게' 즐길 순 있을 것이다.
큰 틀에서 보면 퀘스트 중심의 전통적인 MMORPG의 틀을 따라가긴 하지만, 그 안에는 미니게임 등 다양한 성격의 콘텐츠를 담으려 했다.
어떤 의미인지는 알겠다. 그렇다면 혹시 몇 가지 구체적인 예를 들어줄 수 있는가?
이번엔 CBT라 이런 장치가 단편적으로 들어가 있어 말하기 부끄럽다. 몇 개만 예를 들자면, 만약 유저가 필드에서 몬스터 알을 발견하면 이걸 마을에 가져가 부화시켜 다른 유저들이나 마을 경비병과 함께 사냥할 수 있다. 지도엔 곳곳에 정예 몬스터나 보스 몬스터가 표시돼 있어 보스전만 원하는 유저, 파밍을 원하는 유저라면 이들을 쫓아 다니며 사냥할 수 있다.
'험난한 여정'이라는 아이템은 유저가 상대하는 몬스터들을 강하게 만들지만, 대신 몬스터로부터 얻는 보상과 경험치를 뻥튀기 시켜준다. 만약 '닥사'를 좋아하는 유저라면 험난한 여정을 중첩 사용한 다음, 앞서 잠깐 언급한 '라핀의 부탁' 퀘스트와 연계해 원 없이 닥사(?)를 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월드 보스같은 평범한 이벤트부터 숨바꼭질, 글라이딩 전투, 배틀로얄 이벤트 등 다양한 장치를 준비 중이다.
# 탐험, 던전, RvR, 미니게임…. 무엇을 즐겨도 필요한 것 얻을 수 있을 것
그렇다면 이번 CBT는 <에어>의 이런 성장 시스템이 유저들에게 어떤 경험을 줄지를 검증하기 위함이겠다.
그것도 있다. 특히나 우린 MMORPG치곤 성장 과정을 짧게 줄인 만큼 더더욱. 최고 레벨까지 성장시키는데 어려움은 없나, 우리가 설계한 성장 모델이 유저들에게 좋은 경험을 주는가 등등은 당연히 체크해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여기에 추가로 최고 레벨 이후 콘텐츠에 대해서도 검증할 계획이다. <에어>는 성장은 짧고, 최고 레벨 이후 콘텐츠가 많은 게임이니까. 유저가 30레벨을 달성하면, 자신의 '주거지'를 허브 삼아 ▲ 필드 탐사 ▲ 인스턴스 던전 공략 ▲ RvR 필드 개척 등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콘텐츠들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최고 레벨 이후엔 이 콘텐츠들이 잘 연계돼 돌아가는지도 체크하고 싶다.
RvR 필드면 지스타 2017에서 공개된 '용의 협곡'을 말하는 것인가?
그건 일종의 인스턴스 전장이다. RvR 필드는 말 그대로 '필드'다. 유저 레벨이 높아지면 두 진영 중 한 곳을 선택할 수 있는데, 이 때부터 RvR 필드에 진출해 희귀 몬스터를 사냥하거나 상대 진영과 싸울 수 있다. 편의상 RvR 필드라고 설명하긴 했지만, 필드마다 규칙이 조금씩 다르다.
어떤 필드는 전통적인(?) RvR 필드처럼 필드에 있는 두 진영이 항상 적대 상태고, 어떤 필드는 밤이 되어야만 상대 진영과 싸울 수 있기도 하다. 어떤 필드는 '공중 RvR'이 콘셉트이기도 하고.
단순히 필드에서 사냥하고 상대 진영과 싸우라고 만들어 놓은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요새전(일종의 공중전)을 준비 중이다. 하늘에 떠 있는 공중 요새를 차지하는 콘셉트다. 특정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요새를 차지하면 요새 주변에 경비병들이 돌아다녀 아군을 지켜주고, 추가로 희귀한 재료를 얻을 수 있는 몬스터도 나타나 같은 진영 사람들에게 이득을 안겨주는 식이다.
최고 레벨 이후 콘텐츠 간의 연계성을 검증한다는 얘긴, 원하는 보상을 얻기 위해선 모든 콘텐츠를 골고루 즐겨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까?
다르다. 보상을 위해 특정 콘텐츠를 강요하진 않을 계획이다. 우린 반대로 특정 장비를 얻고 싶다면 사냥이나 월드 이벤트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워로드 무기를 얻고 싶다면 필드에서 재료를 모아 주거지에 있는 공방에서 직접 장비를 만들 수도 있고, 던전 안에 있는 보스 몬스터를 잡아 얻을 수도 있다. 심지어 월드 이벤트로 열리는 '글라이딩 대회'에서 우승해 받은 주화로 상점에서 교환할 수도 있다. 때문에 유저는 자신이 PvP나 던전 플레이, 글라이딩 등 특정 하나만 잘해도(혹은 많이 해도) 보상을 얻을 수 있고.
그렇다면 <에어>의 발전 방향도 주거지를 바탕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계속 추가하는 식이겠다.
맞다. 애초에 주거지를 허브 삼아 RvR 필드나 던전, 탐사 지역 등을 연결한 것도 유저에게 미지의 땅을 '개척'한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실제로 게임의 콘셉트도 부서진 세계에서 살 만한(?) 지역을 개척하는 것이고. 때문에 미래에 추가될 콘텐츠도 주거지를 중심으로 새로운 지역이나 콘텐츠가 해금되는 방식일 것이다.
첫 CBT 중인 게임에겐 조금 이른 질문이지만, 출시일은 언제로 생각하고 있나?
지금 빌드가 정식 빌드 기준 70% 정도 수준이다. 자세한 건 이번 CBT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만약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이 큰 문제 없다면 빠르면 2018년 말에 게임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그러려면 우린 그 전에 열심히 콘텐츠 채우고, 꾸미기나 친구, 경제 시스템 등을 추가해야겠지.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