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야심작 <야생의 땅: 듀랑고>가 오는 25일 국내에 정식 출시된다. 게임은 공개 당시부터 전통적인 MMORPG에선 찾아 보기 힘든 '생존·개척' 테마로 화제가 됐다. 과연 넥슨은 이런 독특한 게임을 어떻게 시장에 자리잡게 할 계획일까? 이런 특이한 게임에서 '유료 모델'은 어떤 식으로 짰을까? 9일 열린 '야생의 땅: 듀랑고 론칭 프리뷰' 행사에서 오간 질의 응답을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본래 지난해 겨울 출시였는데 올해 1월로 출시일이 연기됐다. 혹시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알 수 있을까?
이은석: 마지막으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연기했다. 오래 기다리신 분들껜 죄송스럽지만, 한국이 처음 오픈하는 곳인데 되도록 더 좋은 모습으로 유저 분들에게 게임을 선보이고 싶었다. 다만 이런 판단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정말 여러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사전예약 당일에 출시 연기를 안내해 드리게 됐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죄송스럽다.
하나의 마을을 하나의 부족이라고 볼 수 있을까? 부족 단위 대립이 어떤 식으로 구현될 지 궁금하다.
이은석: 마을과 부족이 같은 개념은 아니다. 부족은 다른 게임의 길드에 해당하는 역할인데, 이런 틀 없이 유저들이 자유롭게 마을을 만들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이와 별개로 대부분 부족에 들면 서로 모여서 마을을 만들긴 하더라.
부족 간 대립 콘텐츠는 최고 레벨에 가는 '무법섬'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무법섬에선 자원을 투입해 자기 부족의 거점을 만들 수 있는데, 자원이나 좋은 자리를 두고 부족 간 대립이 일어날 수 있다. 현재 베타 버전에선 이런 부족 전쟁 콘텐츠가 간단하게만 구현돼 있는데, 25일 나오는 한국 버전에선 보다 진보된 콘텐츠가 제공될 예정이다.
장르 특성 상 유저가 많아야 재미있는데, 게임의 특징이나 난이도 때문에 유저들이 이탈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 부분에 대해 생각해 놓은 답이 있다면?
이은석: 당연히 유저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여러 준비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야생의 땅: 듀랑고>의 제작 시스템은 레벨이 높아질수록 아이템에 여러 속성이 붙는 것이 특징인데, 이런 것을 구하고 가공하고 모으는 재미 같은 것. 아, 참고로 이건 해외 베타 빌드에서도 아직 등장하지 않은 장치다.
유저 수에 대해서는 우린 조금 생각이 다르다. <야생의 땅: 듀랑고>는 유저 수에 맞춰 섬(필드)의 수를 조정한다. 때문에 유저 수가 적다고 하더라도 인구 밀도는 일정하게 유지된다. 이 부분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전반적으로 유저 간 협동을 강조했는데, 혹시 솔로 플레이어는 게임을 하는데 어려움이 클까?
이은석: 어려움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혼자 즐기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유저를 위해 다른 유저들에게 직접 받지 못하는 도움을 시스템을 통해 받게끔 만들었다.
과거 한국에서 있었던 3차 CBT에서는 서버 문제가 심각했다. 이번에 정식 오픈되면 더 많은 유저가 몰릴텐데, 자신 있는가?
이은석: 지난 6개월 간 해외에서 글로벌 베타 테스트를 하며 많은 데이터를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개선도 많이 했고. 반년 넘게 실전 경험이 쌓인 만큼 이번에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번 한국 오픈 때는 해외 베타 테스트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서버를 준비했다. 안정적인 서비스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콘텐츠 양만 보면 온라인게임에 버금간다. 혹시 자체적으로 PC 클라이언트는 고려하지 않는가?
이은석: 고려 중이긴 하나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
<야생의 땅: 듀랑고>는 대중에게 익숙한 장르가 아니다. 혹시 듀랑고 아카이브 외에 초보자 진입장벽 완화를 위해 준비한 장치가 있는가?
이은석: 아카이브 외에도 게임 내에 가이드 역할을 하는 여러 요소가 존재한다. 처음에 아무것도 모른 채 시작해도, 이런 장치들을 통해 내가 어떤 것을 목표로 하면 좋은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해외에서 오랫동안 테스트했는데, 인상적인 장면이나 반응이 있다면?
이은석: <야생의 땅: 듀랑고>는 유저들이 '창발적'으로 플레이하는 게임을 목표로 개발됐다. 창발성이란 원래는 없던 속성인데, 다른 요소가 조합되며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신기하고 역동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뜻한다. 이런 목표 때문인지 테스트 내내 예상 못한 상황과 결과물이 많더라.
예를 들어 요리의 경우, 우리 게임은 정해진 레시피 없이 사물이 가진 '속성'이 조합돼 요리가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그래서 결과물이 무조건 완성품이 되는 것이 아니라, 결과물의 속성으로 다른 결과물의 재료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떤 유저가 빵과 고기로 햄버거를 만들고, 거기에 다시 물을 조합해 '햄버거국'을 만들더라. 재미있는 장면이었다.
또 <야생의 땅: 듀랑고>는 유저가 게임 내에서 창작할 수 있는 것이 많은데, 어떤 한국 부족이 표지판에 전세계 지도자들을 그렸다. 그런데 나중에 부족 전쟁이 벌어졌을 때, 한 외국 부족이 한국 부족 기지를 점령하고 전리품으로 이 초상화를 가져가 자기네 기지에 장식해 놓더라. 한국 부족은 이를 원통해 하며 다음 전쟁 때 다시 빼았아 오고. 생각지도 못한 상호 작용이었다.
넥슨에게 <야생의 땅: 듀랑고>가 어떤 의미인가?
노정환: 행사 시작할 때 정상원 부사장이 '사업팀에겐 미안하지만, 사전 예약자 수나 매출 순위 같은 것에 관심 없다'고 말했다. 당연히 사업 입장에선 있다. (웃음) 그런데 <야생의 땅: 듀랑고>에겐 이것보다 더 큰 기대가 있다. 게임이 워낙 기존 게임과 다른 만큼, 이런 좋은 게임을 통해 넥슨이라는 브랜드가 널리 알려지는 것. 그래서 전 세계 유저들에게 모바일에서도 좋은 게임을 서비스하는 회사라고 각인되는 것.
정량적인 지표에 관심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야생의 땅: 듀랑고>는 매출 순위를 다투는 게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량적인 지표를 넘어, 듀랑고, 넥슨이라는 IP를 널리 알리고 싶다.
일각에서는 넥슨 게임이 과금 유저를 많이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야생의 땅: 듀랑고>는 어떤가? 무과금 유저의 불만인 없을까?
노정환: <야생의 땅: 듀랑고>는 무과금 유저도 충분히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다. 이은석 디렉터도 행사 때 얘기했지만, 게임이 추구하는 것 자체가 경쟁이 아니라 협동·개척이라 다른 게임처럼 '능력치 높은 아이템'이 중요하지 않다. 게임의 BM 구조 자체가 감성적 만족을 충족하는데 집중돼 있다. 무과금 유저도 큰 지장 없이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다.
10년 이상 가는 게임이 목표라고 밝혔는데, 수명 짧은 모바일 세계에서 이게 가능할까? 디바이스 변화나 트렌드 변화도 극심한 곳인데.
노정환: 오래 사랑받으려면 결국 많은 유저가 게임을 즐기고, 이들이 나이 먹어서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기 위해서는 게임 내에 커뮤니티도 지속적으로 제공돼야 하고.
모바일이 PC에 비해 이 부분이 약한 것은 사살이다. 콘텐츠 휘발성도 강하고, 설치와 삭제도 쉽다. 하지만 이런 기기의 한계 내에서도 최근 많은 모바일게임이 커뮤니티성을 강화해 나오고 있다. <야생의 땅: 듀랑고>도 그 중 하나다. 우리 게임엔 유저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만드는 플레이가 있고, 이 덕에 커뮤니티성도 더 강한 편이다. 이런 것이 잘 자리 잡으면 유저들도 우리 게임을 오래 즐길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러기 위해선 우리도 디바이스 변화나 트렌드 변화에 지속적으로 맞춰나가야겠지. 이를 위해선 안에서 노력 중이다. 모바일게임 시장은 역사가 짧아 변수가 많지만, 이 변수를 잘 극복해 나가도록 하겠다.
이은석: <야생의 땅: 듀랑고>는 게임 호흡을 PC 온라인게임처럼 길게 가져가도록 만든 작품이다. 또 게임 내 세계도 지속 가능하도록 짤기 때문에, 질리지 않고 오랫동안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다.
<야생의 땅: 듀랑고>의 북미 서비스 계획이 궁금하다.
노정환: <야생의 땅: 듀랑고>는 넥슨이 국내에 먼저 오픈한다. 북미는 넥슨 M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될 예정이다. 이미 현지의 많은 담당자들이 <야생의 땅: 듀랑고>의 북미 서비스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구체적인 출시 시점은 국내 성적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되도록 최대한 빨리 북미에 진출하려 한다.
전세계에서 통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글로벌 베타 테스트를 하며 북미나 서구권에서 혹시 가능성을 봤나?
이은석: 우리 목표가 아시아나 북미는 물론, 전세계에서도 사랑 받을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었다. 다행히 테스트 때 북미 쪽에서도 반응이 좋았고, 남미나 동남아, 유럽 등 많은 지역에서도 호응이 있었다. 특이 일부 지역은 한국과 달리 느긋하게 게임 하는 것을 즐겨 <야생의 땅: 듀랑고>를 굉장히 반가워 하더라. 긍정적인 지표라고 생각한다.
올해 <야생의 땅: 듀랑고>를 시작으로 모바일게임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혹시 자체 개발작 중 해외 노리는 게임이 어떤 것이 있는지 알 수 있을까?
노정환: 넥슨은 작년에 국내 시장에서 다수의 타이틀을 출시했고 그만큼 많은 시행착오도 걸쳤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하반기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아마 이 타이틀들이 해외 시장에 나가는 선봉장이 될 것 같다. 이와 별개로 올해는 모든 타이틀이 글로벌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는 글로벌 쪽에 많이 신경쓸 계획이다.
다만 글로벌이라는 단어는 북미, 유럽, 동남아 등 여러 지역을 포괄하고 각 지역의 성격도 다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게임이 어느 지역을 목표로 하는지 말하기는 너무 시간이 길어질 것 같다.
넥슨은 서비스하는 게임들의 오프라인 이벤트를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혹시 <야생의 땅: 듀랑고>도 이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가?
이은석: 오프라인 쪽안 아직 딱히 준비하고 있는 것이 없다. 다만 <야생의 땅: 듀랑고>는 유저들이 만드는 세상이 콘셉트인 만큼, 게임 안팎으로 재미있는 반응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일단은 이런 것을 보며, 이런 재미있는 일들이 더 잘 일어나도록 도와주는 것을 우선시 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