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인디게임 축제, ‘부산인디커넥스페스티벌(BIC)’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2015년,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주축이 돼 처음 열린 BIC는 그간 부산시와 협력하며 국제적인 인디게임 행사로 발돋움했다. 3회째부터는 티켓값을 유료화했고, 올해는 본격적인 전시 전 이틀간 컨퍼런스와 비즈니스데이가 열린다.
100개가 넘는 국내외 유수의 인디게임과 그 개발자들을 현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제4회 BIC. 1년 내내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한 이득우 사무국장과 만나 지금까지의 BIC, 올해 BIC, 앞으로의 BIC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디스이즈게임 반세이 기자
올해로 4회를 맞았다. 1회부터 4회까지 규모는 어떻게 달라졌나?
일단 올해 400여 개의 게임이 출품됐다. 그 중 심사를 거쳐 선정된 100여 개가 전시된다. 해외 초청작들까지 포함하면 총 118개다. 출품 게임당 10명 이상의 심사를 받는 것이 목표였는데, 이번에 총 4,670개의 심사가 나와서 목표를 달성했다. 게임이 400개니까, 게임 하나당 평균 11명의 심사위원이 평가한 것이다. 화제작의 경우 30명 이상의 심사위원이 평가한 게임도 있다.
관람객 규모는 1회 2,450명, 2회 6천 명, 3회는 1만 명을 넘겼다. 3회부터는 유료 행사로 전환해 나온 수치다.
BIC 조직위는 어떻게 구성돼 있나?
BIC는 비영리사단법인이다. 서태건 조직위원장과 집행위원장, 이사들이 있고 실무를 담당하는 사무국이 있다. 그리고 회원들 중 자신이 역할을 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고 하시면 분과를 만들어드린다. 지금은 심사분과와 대외협력분과, 해외를 담당하는 해외협력분과가 있다.
이득우 사무국장은 무슨 계기로 BIC 조직위원회 일을 하게 됐나?
개발자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아 인디게임 행사를 몇 개 진행했었다. 개발자들과 팀을 짜서 하기도 하고, 정부가 개최하는 행사를 기획하기도 했다. 처음으로 한 게 2013년 인디개발자 서밋이었고 이후 게임잼도 진행했다. 행사 반응이 좋으니 인디게임을 진흥하려던 부산시가 본격적으로 해 보자고 하더라. 그렇게 1회 BIC를 개최하게 됐다. 이후 행사의 영향력과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2016년 별도로 조직위가 설립됐다.
전시작 심사는 어떻게 진행되나?
게임이 우리 심사 시스템에 접수되면 심사위원들이 게임을 해 보고 점수를 매긴다. 평균 점수로 순위를 매기고, 한정된 전시 공간을 고려해 일정 수만큼 전시작을 선정한다.
심사위원은 총 몇 명인가? 어떤 기준으로 선정됐나?
40명 이상이다. 평가의 공정성을 위해 심사위원장인 이정엽 교수만 드러나 있고 나머지 심사위원들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심사위원들은 학계, 미디어, 개발자, 블로거, 사업가, 변호사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이다. 행사의 목적이 코어게이머를 위한 것이 아닌, 인디게임이라는 문화를 대중에 알리기 위함이기 때문에 다양한 분들을 심사위원으로 모셨다.
법조인이나 사업가는 다른 심사위원들과 좀 다른 결의 시선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은데.
심사는 모두 무기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그분들이 어떤 게임에 좋은 점수를 줬는지, 어떤 기준으로 심사했는지는 알 수 없다. 심사위원 오리엔테이션을 할 때도 심사 코멘트를 남기지 말라고 요청드렸다. 심사위원 본인이 주관적으로 판단하시고, 주관적인 결정을 내리시면 된다고.
다만 다양한 분야라고 해서 무작위로 뽑진 않았다. BIC 조직위원회는 사단법인이고, 최초 설립 취지에 공감하는 많은 발기인들이 회원으로 계신다. 그분들의 추천을 받아 일반 대중이 아닌, 인디게임을 좋아하고 인디게임 문화에 관심이 많은 분들을 심사위원으로 모셨다.
심사 결과는 출품한 개발자에게 전달되나?
점수가 공개되진 않는다. 선정 여부만 알려드린다. 심사도, 행사도 여전히 과도기라 한 단계씩 풀어가겠다고 생각 중이다. (개발자들이 좀 답답할 것 같은데.) 내가 생각해도 답답하실 것 같다. 좀 더 발전하면 인디케이드처럼 유료로 심사를 진행한다거나 그런 부분도 가능할 거라 본다.
유료로 심사한다면 좀 더 전문적인 평가가 가능할 것 같다.
그렇겠지. 일단 유료 심사를 한다면 확실하게 책임지고 꼼꼼히 평가한 내용을 개발자에게 전달드릴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이건 심사 과정을 보완하기 위해 구상만 하고 있는 단계라, 당장 도입된다고 말하긴 어렵다.
BIC 출품 자격은 어떻게 되나?
누구나 다 제출할 수 있다. 그러나 출품 전 서약을 받는다. “나는 스스로 인디개발자라는 자각이 있으며, 내 게임은 순수한 창작 의지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리고 전시하게 되면 개발자가 직접 와서 전시해야 하며 퍼블리셔나 홍보 담당자가 전시할 수 없다.” 이런 내용이다.
이번에 텐센트 넥스트 스튜디오의 게임이 전시작으로 선정됐다고 하던데. 내부에서 어떤 의견이 있었나?
갑론을박이 많았다. 그리고 개발사에 솔직히 물어봤다. 텐센트 자회사 아니냐고. 그리고 서면을 보내 위에서 언급했던 부분에 대한 확인 과정을 여러 번 거쳤다. 사실 우리 조항 중에 대기업은 떨어뜨려야 한다는 조항은 없다. 그런 문제를 가지고 이게 인디다 아니다를 가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저니>를 개발한 댓게임컴퍼니도 소니와 계약을 맺고 시작한 회사고.
다만, 이 스튜디오가 이번에 굉장히 많은 수의 게임을 출품했는데 스튜디오당 게임 하나만 전시할 수 있도록 조항을 좀 보완했다.
텐센트 넥스트 스튜디오가 BIC에 전시하는 게임 <Meowoof>
결국 대기업 이름으로 나오는 게임이 ‘자유 창작 의지로 개발될 수 있느냐’는 문제 같다.
인디의 조건은 여전히 다양하다. 요즘은 커머셜(commercial, 상업적) 인디게임, 어스파이어링(aspiring, 출세지향적) 인디게임이라는 용어도 등장하고 있다. 사실 대기업이라고, 퍼블리셔와 함께 한다고 인디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본다. 상업성을 가지고 인디냐 아니냐를 말하려면 엄밀히 따져 2000년 초반에 나온 플래시게임 정도가 인디로 인정받을 수 있겠지.
그래서 나도, BIC 심사위원들도 자유 창작 의지를 중요하게 보는 편이다. 사실 심사위원급이 되지 않아도 알 수 있지 않나. 이 게임이 트렌디한 메카닉을 차용해 만든 게임인지, 비슷한 부분이 있더라도 개발자의 의지나 개성이 반영된 게임인지. 그 답을 누구 하나가 정할 수는 없으니 우리는 신뢰할 수 있는 심사위원을 다수 선정하고 그들이 모은 중의를 따르는 게 맞다고, 지금은 그렇게 판단하는 상태다.
나는 소규모 회사와 인디를 좀 분리해서 생각하고 싶다. 인디의 본연적 가치는 ‘창작’에 있다. 가치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회사가 커질수도, 계속 1인으로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규모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 전시 조건에 대기업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들이 있다. 위에서 말한, 개발자가 직접 나와야 한다거나. 이러한 경우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도 조직위 내부에 계속 있어왔다. 오히려 이런 부분에 대한 조건을 만드는 것 자체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불필요한 규정을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비즈니스데이는 올해 처음 생겼다.
일부러 비즈니스데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원래도 비슷한 자리는 있었다. 한 쪽에서는 컨퍼런스를 진행하고 한 쪽에서는 개발자와 퍼블리셔, 스폰서 밋업을 진행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다보니 사람들이 분산되더라. 기왕 유료로 진행하기로 한 김에 분리해 제대로 진행하자고 결정했다.
비즈니스데이라고 해서 막 투자를 유치하고 그런 건 아니고, 개발자들과 퍼블리셔, 미디어, 솔루션사가 비공개로 모여 조용히 얘기 나눌 수 있는 자리다. 주말엔 관람객 응대하느라 바쁘니까. 좋은 게임을 만드는 분들과 그런 게임을 찾는 분들과 만날 수 있는 판을 까는 것. 그것이 BIC의 역할이다. 연결은 시켜주되, 이후 어떤 길을 갈 지는 개발자의 선택이다.
좋은 게임이란 어떤 게임인가.
사실 ‘좋은 게임’을 규정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지금 말한 좋은 게임은 개발자의 순수 창작 의지에 따라 만들어진 게임을 뜻한다. 인디의 가치, 즉 창작이란 개발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것이지 않나.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었다면 좋은 게임인 것이다. 그걸 판단하는 것은 유저들의 몫이고. 인디가 뭐냐는 질문을 너무 많이 듣는다. 그래서 요즘은 역으로 질문한다. “인디가 해서는 안 될 일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창작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인디에서 좀 개인적으로 배제하고 싶은 것들은 있지. 유명 IP를 가져와 고민없이 게임을 만들었다든가, 트렌드에 맞춘 메카닉을 그대로 차용했다거나.
3회부터는 유료였는데도 관람객이 많이 늘었다.
맞다. 하지만 관람객이 많다고 좋은 행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관람객 모으는 방법은 있다. 알지 않나. 부대 행사에 유명인을 부르거나, 상품을 화려하게 구성하거나. 우리는 그런 마케팅을 지향하진 않는다.
사실 전시자들의 불만이 많았다. 부대 행사에 참여한 유명인 보고 싶어서, 상품 받고 싶어서 게임은 대충 해 보고 빨리 도장 찍어달라는 얘기가 너무 많다며. 그런 얘길 듣고 과연 숫자에 연연하는 게 맞느냐는 질문을 스스로 하게 됐다. 유료화를 하는 건 상당히 큰 모험이었다. 아무래도 부산시와 함께 진행하다 보니, 시 입장에서는 수치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치에 연연하지 말고 내실을 다지자고 해도, 그게 눈으로 드러나는게 아니니까.
근데 막상 유료화를 했더니 전시자 반응도 너무 좋고, 관람객도 늘어났다. 전시자들이 “이제 그런 분들 안 온다, 게임을 다들 너무 진지하게 해 주신다, 질문의 퀄리티가 달라졌다”라고 하시더라. 유료화 하고 나서 행사가 더 단단해진 것은 물론 본질에 한 발 더 다가갔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번 비즈니스데이도 그런 부분에서 교훈을 얻어 비용을 받되 제대로 된 자리를 만들자고 생각하게 됐다.
펄어비스가 스폰서 리스트에 올라 있더라.
올해 많은 곳에서 스폰서를 희망하셨고, 실제로 많이 하셨다. 작년에는 소니가 크게 해 주셨는데 올해는 또 다른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셨다. 펄어비스 같은 경우를 우리는 좋은 신호라고 본다. BIC는 마치 영화 산업처럼 메이저와 마이너가 서로를 보완하며 성장하는 축 역할을 하고자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이런 큰 개발사가 BIC에 참여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산업 전체적으로도 의미가 큰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앞으로는 어떻게 만들어 나갈 생각인가. 다른 인디게임 행사와 차별되는 BIC만의 색깔은 무엇인가?
행사를 보다 전문적으로 진행해서 많은 사람들의 기대에 부합하겠다는 욕심이 있다. 사실 1회 행사는 개발자가 만든 개발자들을 위한 행사라는 걸 강조했다. 하지만 행사 규모가 커지며 점점 한계가 생기더라. 개발자는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지 전시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지 않나. 사무국이 세팅되고 유료화를 한 만큼 행사의 완성도를 높여야겠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심사다. 게임을 판별하고 평가하는 것에 있어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고, 절차도 더 꼼꼼히 만드는 것. 심사 과정을 좀 더 체계적으로 만들어 개방할 수 있는 단계까지 발전시키고도 싶다.
공신력 있는 심사를 통해 국내외 개발자들이 BIC에 계속 전시할 이유를 만들어 주는 것이 목표다. BIC에 전시하거나 어워드에서 수상하는 것이 굉장히 영광스러운 일이 될 수 있도록. 여기에 전시한 게임은 인디의 가치를 증명하는 게임이라는 수식. 그런 수식이 붙는 행사가 됐을 때, 비로소 성공한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