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RPG <용사는 진행중>에 이어 힐링 게임 <마이 오아시스>, 그리고 텍스트 기반 모바일 어드벤처 신작 <세븐데이즈>까지. 버프 스튜디오의 출시작 흐름은 어딘가 예측할 수 없는, 혹은 가늠하기 힘들게 느껴진다.
인터뷰에 응한 버프스튜디오 김도형 대표, 송 경 기획자는 그들이 선보인 게임의 흐름에 대해 “우리가 만들고 싶은, 잘 만들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 온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설령 그것이 위험 요소가 있더라도, 보다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의미 있는 도전’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버프 스튜디오가 BIC에 출품하는 <세븐데이즈>는 7일이라는 옴니버스 형식의 스토리 구성에, SNS의 메신저 채팅을 활용해 색다르게 게임을 풀어냈다. 어떻게 보면 대중에게 다가가기 쉬운 접근 방법으로 풀어낸 비주얼노벨 형식의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김도형 대표는 “도전하기 어려웠지만, 무료 게임보다 조금 더 볼륨 있고 재미 있는 유료 게임을 유저에게 제공하고 싶었다. 더 많이 인정받고 재미있는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로 기억되고 싶다”며 향후 계획에 대해 밝혔다. <세븐데이즈>로 BIC 참관객들과 만날 버프스튜디오의 김도형 대표, 송 경 기획자를 만났다.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먼저, 버프 스튜디오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한다.
김도형 대표: 2014년 창업한 버프 스튜디오라고 한다. <용사는 진행중>을 비롯해 작년 힐링 게임을 표방한 <마이 오아시스>를 출시했다. 인디게임 개발사라 부르는 곳도 있지만, 우리는 인디게임도 개발하는 소규모 개발사라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힐링’이 콘셉트였던 <마이 오아시스>와는 사뭇 다른 콘셉이다. <세븐데이즈>는 어떤 게임인가?
송 경 기획자: <세븐데이즈>는 한 편의 이야기를 유저가 직접 만들어 나간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게임이다. 텍스트 기반으로 펼치는 어드벤처 장르로, 다양한 선택을 하면서 게임 내 여러 인물들과 관계를 맺고 그것이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 살짝 암울한 소재로, 소재에 맞게 독특한 그림체로 구성했다.
김도형 대표: 어떻게 보면 비주얼노벨과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다.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만큼 그래픽 스타일을 서구적인 느낌으로 풀어냈다.
위와 같은 콘셉을 시도하게 된 계기는?
김도형 대표: <마이 오아시스>로 많은 유저에게 각인시키는데 성공했지만 사실 버프 스튜디오는 <용사는 진행중>으로 먼저 알려졌던 회사다. 아마, <마이 오아시스>가 꽤 의외라는 반응이 강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마이 오아시스> 같은 게임을 선보인 이유는 회사의 개발 방향이 위험 요소가 있더라도 우리가 잘 개발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다. <세븐데이즈>도 마찬가지다. 수익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국내 게임사에서 이런 게임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송 경 기획자: <세븐데이즈>는 회사가 개발 중인 여러 프로젝트 중 도전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 3명이서 개발했으며, 한정된 소규모 인원이 잘 개발할 수 있으면서 좋아하는 것을 찾다 보니 텍스트 기반 장르를 선택하게 됐다.
처음에는 미연시를 생각하기도 했으나, 이미지 비중이 클 수도 있다고 생각돼서 현재 모습으로 결정했다. 또, SNS의 메신저 채팅과 같은 대화 방식을 택하면서, 이미지는 많지 않지만 유저가 쉽게 접근하며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참고로, 텍스트 기반 장르로 풀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거쳤다. 소설과 다르게 대화 형식으로 스토리를 풀어내야 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일상 생활에서 쓰이는 구어체로 캐릭터에 맞게 작성했다. 물론, 텍스트로도 스토리가 잘 전달되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현재 어느 정도 개발된 상태인가?
송 경 기획자: 작년 9월 논의를 시작해 본격적인 개발은 올해 5월부터 진행했다. 3명이서 개발했지만 꽤 완성도를 갖춘 상태다.
전반적인 게임 스토리에 대해 설명 부탁한다.
김도형 대표: 죽음을 앞둔 주인공 키렐은 죽음으로 인도하는 저승사자 카론, 그리고 같은 시점에 죽음의 문턱에 선 캐릭터들과 함께 부활을 위해 카론의 테스트에 임하게 된다. 7일간의 테스트를 통과해야 환생할 수 있는 키렐이 무사히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올 수 있을지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스토리가 매력적이어야 하는 만큼 이를 위한 여러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 기법이나 시스템, 구성 등. 어떤 노력을 했는지?
송 경 기획자: 텍스트를 많이 강조하기는 했지만, 그 외에 이미지 표현이나 애니메이션, 사운드 등 시스템적인 장치도 심혈을 기울였다. UI도 직관적이고. 또 대화로 스토리를 진행하는 만큼 소설처럼 무언가를 서술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부족함이 없도록 했다.
위에서 설명한 대로, 스토리는 사건의 흐름을 7일이라는 형태로 나누어 옴니버스 식으로 진행된다. 하루동안 어떤 선택을 했느냐에 따라 하루를 마쳤을 때 꿈에서 그에 대한 결과들이 비춰지며, 힌트를 제공하기도 한다. 주인공과 친분을 쌓은 이, 혹은 주인공과 사이가 좋지 않은 이에 대한 내용이 나오기도 한다.
선택은 게임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특정 캐릭터의 신뢰도를 얻기도 하며, 선택에 따라 정 반대의 관계가 형성되기도 한다. 엔딩도 여러 갈래로 나뉜다.
참고로, 게임은 7일 간 이야기를 다루지만 그 전에 0일차가 있다. 게임에서 선택이 중요한 만큼 0일차에서 사신을 만나 다양한 질문을 받는다. 일종의 심리테스트인 셈이지. 사신은 유저가 선택한 결과에 따라 판단을 내리고 1일차에서 그에 따라 유저가 만날 수 있는 동료를 결정해준다.
선택에 따른 그만큼의 위험 요소도 주어지나?
송 경 기획자: 특정 선택이 유저와 캐릭터의 신뢰도를 하락시키는 경우도 있다. 그것이 유저가 판단하기에 옳은 결정이라면. 물론, 선택의 기준을 캐릭터와 신뢰에 무게를 둘 수도 있다. 다양한 캐릭터와 관계를 맺게 되는 만큼 여러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될 것이다.
<세븐데이즈> 내 등장 인물은?
송 경 기획자: 10명 내외이며, 신뢰도를 쌓을 수 있는 인물은 4~5명 정도 될 것 같다. 캐릭터를 많이 늘리기 보다는 캐릭터 당 관계와 스토리의 깊이를 더하는데 중점을 뒀다.
멀티 엔딩이지만, 시작과 끝이 정해진만큼 반복 플레이를 위해서는 그만한 동기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도형 대표: 스토리가 답이 되지 않을까 싶다. 유저가 하루를 마무리 지을 때 꾸는 꿈으로 풀어냈다. 꿈에서는 한 번에 모든 관계, 힌트가 뚜렷이 드러나지 않는다. 여러 회차에 걸쳐 플레이를 할수록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면, 1회차 때 잘 몰랐던 것이 다른 루트로 2회차를 하면 1회차에서 벌어졌던 이유를 알 수 있는 형식이다.
여러 엔딩이 있기는 하지만 엔딩의 분기가 엄청나게 많은 것은 아니다. 선택에 따른 수백 개의 경로가 존재하며, 이는 다수의 엔딩으로 모인다.
추가 콘텐츠 확장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어떤 캐릭터의 숨겨진 이야기라던지,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요소 같은 것이 있나?
김도형 대표: 현재로서는 계획 없다. <세븐데이즈>를 만들면서 이런 스타일의 게임을 계속 만들어내기 위한 프레임 구축도 함께 진행했다. 어느 정도 검증이 되면, 프레임으로 다른 게임을 만드는 것도 해보고 싶다.
개발이 빠르게 이루어 질 것이므로 깊이를 더하기 위해 외부에서 시나리오 전문 작가를 섭외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플랫폼화 시켜서 유저가 직접 만드는 툴을 선보이거나. 물론, 모든 것은 유저 반응이 가장 중요하다.
BIC에서 체험할 수 있는 버전은 어느 정도인가? 더불어 관람객들이 즐겨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김도형 대표: 대략 게임 내 2일차 플레이 수준까지 마련했다. 아무래도 스토리가 중요하다 보니 너무 많이 열게 되면 스포일러의 위험도 있고(웃음). 물론, 2일차 분량의 콘텐츠도 적지 않다. 가급적이면 부담없이 즐기고 많은 의견 주셨으면 좋겠다.
<세븐데이즈>의 대략적인 출시 일정은? 글로벌 출시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는데, 글로벌 출시 일정도 알려달라.
김도형 대표: BIC 개막에 맞춰서 양대 플랫폼에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게임 내 단어 수가 대략 계산해도 5만 개 정도 된다. 이를 나라에 맞게 현지화하게 되면 적지 않게 부담이 된다. 따라서, 우리나라 포함해 중국어 간체/번체, 영어, 일본어 정도 준비해서 출시할 것이다. 글로벌 출시 시점은 국내 출시 후 1~2개월 내가 될 것 같다.
요즘은 모바일게임이 타 플랫폼에 출시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관련 계획은?
김도형 대표: 추가 플랫폼에 대한 계획은 현재는 없다. 다만, 내년쯤 PC 스팀, 콘솔 쪽 유저를 타깃으로 하는 게임을 개발하기 위한 신규 팀을 꾸리고 싶은 생각은 있다. 물론, 현재 준비 중인 신작들을 올해 안에 잘 선보이는 것이 먼저다.
개발 중인 신작들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면.
김도형 대표: 총 4종이며, 실험적인 시도를 한 게임 2종, 안정적이면서 어느 정도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게임 2종으로 나뉜다. 먼저, 앞 2종은 <세븐데이즈>와 <갤럭시 패션 어택>이 있다. <갤럭시 패션 어택>은 실시간 대전 장르로, 격투가 아니라 실시간으로 패션으로 겨루는 게임이다.
특정 주제에 맞춰 자기가 보유한 옷으로 캐릭터를 갈아 입히며 패션쇼를 한다. 유저들끼리 채점을 할 수도 있고 그에 대한 랭킹도 매겨진다. 특징은 게임의 그래픽이 7~90년대에 볼 수 있던 레트로 팝아트 스타일을 담고 있다.
나머지 2종에 대해 말하면, <마이 컬러링>과 <프로젝트 TS>가 있다. <마이 컬러링>은 어떻게 보면 <마이 오아시스>의 정신적인 후속작이라고 볼 수 있다. ‘힐링’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있으며, 각각의 오브젝트에 색을 칠하면서 디오라마를 완성시켜 가는 게임이다. 많이 볼 수 있던 색칠 앱을 조금 더 게임스럽게 표현했다고 보면 된다. 마지막 <프로젝트 TS>는 구체적인 명칭이 정해지지 않았다. 카드와 성장 요소를 섞은 게임이다.
앞으로 버프 스튜디오의 목표는?
김도형 대표: <용사는 진행중> 이후 오랜만에 내놓은 유료 게임이다. 14명 정도의 현재 회사 규모에서는 쉽지 않은 시도다. 유료 게임으로 10명 이상의 회사가 매출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도전하기 어려웠지만, 무료 게임보다 조금 더 볼륨 있고 재미 있는 유료 게임을 유저에게 제공하고 싶었다. 더 많이 인정받고 재미있는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로 기억되고 싶다.
BIC 관람객, 그리고 디스이즈게임 독자들에게 한 마디.
김도형 대표, 송 경 기획자: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게임, 개발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소규모 게임사도 이런 게임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을 꾸준하게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다양하게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정 장르가 성공이나 수익 가능성이 높다고 비슷한 게임을 선보이는 것보다, 어떻게 보면 이상할 수도 있지만 재미있는 시도를 많이 해보고 싶다. 많은 관심과 호응 부탁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