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게임 시장에 한 이변이 나타났다. 소규모 개발사 '키위웍스'의 <마녀의 샘> 시리즈가 글로벌 기준 유료 1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한 것. TV 광고와 같은 대규모 마케팅이 없었던 1인 개발사의 성공이니 더욱더 놀라울 수밖에 없다.
소규모 게임회사가 이런 커다란 성공을 거두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매달 수십, 수백의 게임들이 론칭하는 모바일게임 시장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상태가 된 지 오래다. 게다가 대형 IP나 마케팅 노하우를 축적해 온 대형 게임사들 보다 모든 부분에서 부족한 소규모 게임사의 게임이 게이머들의 선택을 받기가 힘든 것도 사실이다.
이런 현실에서도 제2, 제3의 <마녀의 샘>을 꿈꾸는 '게임 개발자'들이 있다. 이들이 만드는 게임과 앞으로 만들고 싶은 게임에 대해 들어봤다. /작성: 경기콘텐츠진흥원, 편집: 디스이즈게임
# 색이 다른 하드코어 SRPG <인간 혹은 뱀파이어>
'하이디어'의 김동규 대표와 팀원들.
경기콘텐츠진흥원: 하이디어의 <인간 혹은 뱀파이어>는 어떤 생각으로 만들었나?
하이디어: 자본과 인력이 투입된 대작들 사이에서 조금이라도 다르게 보이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하루에도 여러 개의 게임이 출시되는 레드오션에서 하이디어의 게임이 살아남는 방법은 차별화라고 생각했다. 전작인 로그라이프의 성과로 사람들이 하이디어를 알아볼 정도는 되었다. 하지만 성공 공식을 쫓아 답습하고 싶지 않았다. 똑같은 다른 게임을 만드는 건 개발자로서 재미도 없다.
개발자로서 재미있는 게임은 무얼 말하는 건가?
하이디어: 크리에이터로서 똑같은 것은 흥미가 없다. 그래서 추가한 것이 바로 익숙하면서도 조금은 흥미를 끌 수 있는 소재인 뱀파이어. 이 프로토타입으로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에 출품하여 탑10에 드는 성과를 얻었고 또 경기게임오디션(구 게임창조오디션)에서도 2위를 수상하여 게임의 가능성을 보게 되었다. 추구하는 방향에 대한 확신이 개발의 추진력이 되었다.
<인간 혹은 뱀파이어>가 정식출시한 지도 반년 가까이 되었는데 시장 반응은 어떤가? 경기게임오디션에서도 호평이 많았고 많은 사람이 기다렸던 게임이라 궁금함이 크다.
하이디어: 참신하다, 난해하다, 예쁘다, 불편하다 등 시장 반응은 다양했다. 아마 모든 게임이 론칭되면 그런 반응일 거다. 하지만 단기간에 200만에 가까운 다운로드 수에 도달했고, 빠르게 해외 유저들에게 소개될 수 있었다. 매출을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지만 나쁘지 않다. 다음 게임을 안정적으로 개발할 정도는 벌고 있다.
경기게임오디션의 경험이 게임의 성과(완성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하이디어: 게임을 완성하지 않은 채, 게임개발사와 직접 게임을 즐길 유저들에게 소개할 기회는 흔치 않다. 게다가 현장에서 전문가들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더욱더 그렇다. 경기게임오디션은 하이디어가 ‘이 게임은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개발할 기회였다. 게다가 오디션에서 받은 상금으로 한 달 정도 개발비를 걱정하지 않게 해주었다. 게임 전체 개발비용으로 보면 적은 금액일 수도 있으나,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꽤 큰 도움이 된다.
또 경기게임오디션의 혜택으로 마케팅과 외국 성우의 음성녹음 등에서도 제작지원 지원을 받았다. 사운드 담당자의 부재 때문에 아트 담당자가 저가의 음원을 구매하여 짜깁고 편집하여 쓰던 사운드가, 퀄리티 좋은 사운드로 교체될 수 있다. 비용대비 효과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은 해외시장도 인플루언서를 통해 게임을 소개하여, 다운로드에 효과가 있다.
그리고 임대료가 거의 부담되지 않는, 넓고 쾌적한 입주공간을 가질 기회도 얻었다. 게임을 개발하다 보면 협력사나 손님이 찾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판교는 우리나라 게임 산업의 중심이다 보니 접근성도 좋고 미팅공간도 좋다고 한다. 건물 내에 저렴한 구내식당이 있는 것도 상당히 편리하다. 지금은 편하게 개발하고 있다.
# 아이템을 합성해서 더 강해지는 어드벤쳐 합성게임 <머지스타>
'콜드토치'의 김태균 대표.
콜드토치, 회사 이름이 독특한 거 같다. 무슨 뜻인가?
콜드토치: 콜드토치는 오랜 기간 같은 직장에서 게임을 개발했던 동료끼리 힘을 뭉쳐 시작한 소규모 스튜디오다. 문자대로만 보면 콜드토치(Cold Torch)는 차가운 횃불이다. 현실에서 차가운 횃불은 존재하지 않겠지만(웃음) 상상 속에서 가능한 무언가를 저희 나름대로 표현한 이름이다. 그리고 콜드토치의 게임에는 항상 횃불이 들어가 있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라이브 중인 게임 <머지스타>의 성과가 좋다고 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소개해달라.
콜드토치: 지난 3월 말에 구글과 애플 양대 마켓을 통해 글로벌로 출시하였다. 출시 직후 '터치 아케이드'라는 유명 리뷰사이트에서 핫게임 부문 1위 랭크를 시작으로 한국, 중국, 미국, 일본 등의 주요 국가를 포함하여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약 80여 개국, 구글플레이에서는 약 60여 개국에 글로벌 피쳐드 되었다. 덕분에 현재까지 글로벌 90만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하였다. <머지스타>의 경우 중국 쪽 반응이 좋으며 다운로드와 매출은 대부분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다.
아트가 독특한데 비결이 뭔가?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만든 건가?
콜드토치: 콜드토치는 2인 개발팀으로 모두 3D 모델러 출신이다. 일 년 전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는 중에 둘 다 <돈스타브>라는 게임을 즐겼고 영향을 받았다. 핸드드로잉 스타일의 친숙한 느낌과 비교적 이른 시간에 리소스를 제작 가능하다는 것이 <머지스타> 아트의 강점인 듯싶다. 소규모 개발사인 만큼 글로벌이 아니면 힘들겠다고 생각해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기획과 제작을 시작했다.
2018년 하반기 경기글로벌게임센터 일반공모로 입주한 첫 번째 업체로 알고 있다. 어떻게 들어오게 되었나?
콜드토치: 게임 출시 이후에도 집이나 카페에서 주로 작업을 해왔다. 안정적인 작업환경이 필요한 시점에 판교역 주변에서 우연히 지원공고를 보게 되었다. 시기적으로도 너무나 잘 맞았고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일반 공모로 들어온 첫 번째 업체라는 것은 경기글로벌게임센터에 들어온 후 입주사 대표모임인 '넥톡데이'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우연을 현실로 바꿔버렸다. 이쯤 되면 운도 실력 같다. 센터에 들어와 보니 어떤가?
콜드토치: 일단 들어오고 나니 저희로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라고 느끼고 있다. 집에서 가깝다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같은 공간 안에서 다양한 게임 개발자분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작업의 집중도나 의지가 상승한다.
입주사 대표들의 네트워킹인 넥톡데이에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정보와 브런치를 제공해주는 '넥모닝'같은 프로그램도 감사하게 누리고 있다. 얼마 전 캐나다 유명 IT 회사에 다니고 있는 동생이 왔었는데 사무실과 공용시설을 보고 놀라워했던 게 생각난다. 안정적인 작업공간을 확보해서인지 마음 편하게 차기작 준비도 진행하고 있다.
차기작은 어떤 게임을 준비하고 있나?
콜드토치: 아직 게임을 기획하는 단계라서 어떤 게임이라고 말씀하긴 어렵다. 콜드토치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한 단계 더 발전된 게임에 도전하고 싶다. 도전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은 아니고(웃음). 아직 초보 개발자라서 '지금보다 조금 더 성장한 게임을 개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하는 것이 정확할 것 같다.
# 끝없는 도전으로 자신들만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게임사 ‘스카이피플’
지스타 2018에서 진행되었던 한국 'NHN엔터테인먼트'와의 MOU.
경기글로벌게임센터 경기도관으로 지스타에 참여하여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들었다. 어떤 내용인가?
스카이피플: 경기글로벌게임센터의 지원으로 경기도관으로 참가한 지난 지스타에서 NHN엔터테인먼트와 협약을 체결했다. 글로벌 서비스 간 인프라 및 기술 지원에 대한 업무 협약이다.
국내 기업 간의 협업으로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과 성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진행하게 됐다. 이 협약으로 <파이널 블레이드>의 글로벌 자체 서비스와 스카이피플의 블록체인인 '미네랄 허브'의 개발과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파이널 블레이드>가 구글플레이 매출 2위, 앱스토어 매출 3위를 달성할 정도로 유저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예정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스카이피플: 경기글로벌게임센터의 지원으로 대만게임쇼에 참여한 이후 대만에서 퍼블리싱 서비스 경험이 있다. 한국과 대만에서 경험을 기반으로 글로벌 자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영미권은 기존 서비스 지역과 플레이 스타일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현재 4개국에서 소프트 론칭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게임의 많은 부분을 다듬고 있다. 협력업체와 함께 마케팅과 운영 부분에서도 프로세스를 다듬으며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많은 중소 게임사가 해외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어떤 방법으로 진출하는 것이 좋은가? 방금 글로벌시장진출 지원사업을 말했는데 도움이 되었나?
스카이피플: 중소규모 개발사가 글로벌 진출을 자력으로 해내기는 사실 어려움이 많다. 부족한 맨파워를 만회하기 위해 경기글로벌게임센터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해외 유명 게임쇼에 참가할 수 있는 자체가 큰 기회다.
현지 퍼블리셔와 네트워킹을 통해 장기적인 관계로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현재는 글로벌시장진출 지원을 받고 있다. 경기도의 게임 지원사업을 통해 스토어, 커뮤니티, CS 등 글로벌 서비스의 운영과 관리에 관한 내용을 주기적으로 리포팅을 받고 있다. 이를 통해 잘못된 번역을 교정하고 실제 유저들이 원하는 방향을 캐치하여 마케팅 효율을 높일 수 있었다. 유저 체류 시간도 높일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향후 진출하고자 하는 시장이 있나?
스카이피플: 일본의 경우 별도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경기글로벌게임센터가 지원하는 도쿄게임쇼도 참가했다. 일본은 기본 번역 외에 사전예약, 마케팅, 성우 활용 등 모든 부분에서 비용이 많이 드는 편인 데다가 문화적 특성이 강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방법으로 순위권에 진입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하여 준비에 공을 들이고 있다.
# 게임으로 글로벌에 도전하는 곳 ‘스피릿게임즈’
첫 모바일 게임 출시작인 <스피릿 클래시>는 어떤 게임인가?
스피릿게임즈: 스피릿게임즈가 개발한 <스피릿 클래시>는 유저간 대결(PVP)을 메인 콘텐츠로 하는 턴 방식의 전략 게임이다. 다른 턴제 게임과는 실시간으로 서로의 패가 공개된다는 점이 유니크 포인트다. 턴제 게임의 전략성과 글로벌 유저들이 모바일에서 즐기기 좋은 편의성을 고려해서 실시간 턴제 전략게임을 완성하게 됐다.
최근 인도네이사아에서 좋은 소식이 있다고 들었다. 어떻게 된 건가?
스피릿게임즈: 경기글로벌게임센터의 글로벌 지원사업인 '글로벌상용화지원사업'으로 알게 된 인도네시아의 퍼블리셔에게서 지난 11월 중순 퍼블리싱 의사를 전해 듣고 계약을 체결하였다. 6월 중순에 글로벌상용화지원사업에 선정된 이후 <스피릿 클래시>의 개발 및 론칭 일정에 맞춘 지원을 적기에 받을 수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현지 게임 유저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GCA Global Game Expo’ 쇼케이스를 통해 퍼블리셔와 인연이 닿게 됐다.
GCA Global Game Expo를 계기로 서로 연락을 주고받은 후, 퍼블리셔에서 한국 방문 의사를 밝혔고 경기글로벌게임센터의 공식초청으로 지스타에서 얼굴을 마주 보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 후 NDA(기밀 유지협약)를 맺고 계약 조건을 협의하는 등 계약 체결을 위한 절차들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인 것은 밝히기 곤란하지만, 이 건 외에도 동남아시아 몇몇 기업과 퍼블리싱에 대해 논의 중이다. 스피릿게임즈의 <스피릿 클래시>를 잘 소개해 줄 수 있는 글로벌 퍼블리셔와 좋은 계약을 이어나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