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에서 이렇게 허심탄회하게, 솔직하다 못해 적나라하게 말하는 개발자가 또 있을까? 30일, <시노앨리스> 미디어 쇼케이스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요코오 타로’ 디렉터 이야기다.
요코오 타로 디렉터가 30일, 넥슨이 개최한 ‘시노앨리스 미디어 쇼케이스에 참석해 특유의 유머러스하고 시니컬한 입담을 뽐냈다(?). 그와 함께 <시노앨리스>를 만든 마츠오 료키 수석 크리에이티브 플래너의 입담도 요코오 디렉터 못지 않았다. 기자들이 ‘포장의 달인’이라고 평가하는 성승헌 캐스터도 사회를 보며 당황할 정도였다.
<시노앨리스>를 만든 요코오 타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마츠오 료키 수석 크리에이티브 플래너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대충 보면 가식 없는 아무말 대잔치(?) 같지만, 순간순간 번뜩이는 개발 철학도 인상적이다.
다른 게임 인터뷰에선 보기 힘든 가식 하나 없는, 솔직하고 적나라하고 통쾌한 인터뷰를 감상하자.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편집은 최소화했다.
# 성승헌 캐스터와의 대담
성승헌: 요코오 타로 디렉터에겐 <시노앨리스>가 첫 모바일게임으로 알고 있다. 평소 만든 것과 여러모로 달랐을 텐데, 힘든 점은 없었나?
요코오 타로: 소셜 게임(= 모바일 게임)은 계속 서비스되고, 또 한편으론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게임이다. <시노앨리스>는 처음에 기획할 때 어느 정도 진행하면 ‘엔딩’을 볼 수 있게 만들었는데, 이 기획에 맞춰 이야기를 준비하는 게 힘들었다.
그런데 예상외로 굉장히 서비스가 잘 되고 있다. 그래서 내가 준비한 엔딩이 공개가 안되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굉장히 힘들다. (뜬금없이) 한국 유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상이다.
성승헌: <시노앨리스>는 동화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주인공들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작가를 부활시키려 하고 있고. 굉장히 독특한 시놉시스인데, 어떻게 이런 작품을 구상하게 됐나?
요코오 타로: 동화 모티브는 스퀘어에닉스의 후지모토 요시나리 PD가 ‘앨리스를 소재로 게임 만들면 어떨까’ 제안해 시작했다. 나는 프리랜서라, 스퀘어에닉스가 하자고 하면 할 수 밖에 없는 노예 같은 상황이다. (웃음) 제안을 받지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나와 스퀘어에닉스의 주종관계가 캐릭터와 작가의 관계에도 녹아있지 않았나 싶다. 캐릭터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작가를 죽고 죽이는…. 이런 것에서 내가 스퀘어에닉스에 가진 애증(?)이 녹아 있지 않을까? 아, 마지막 말은 농담이다.
성승헌: 에밀(니어 시리즈의 등장인물, 요코오 타로 디렉터는 공식 석상에 나올 때 만날 에밀 가면을 쓰고 나온다)도 ‘생존’이라는 키워드를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시노앨리스>에 나오는 캐릭터들도 저마다 속박, 정의 같은 키워드를 가지고 있고 여기 맞춰 이야기를 전개하더라. 이런 이야기 구조는 어떻게 짜는가?
요코오 타로: <시노앨리스> 주인공들이 가진 키워드는 사람들이 가진 ‘감정’을 과장해 표현한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평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사람은 없다. 모두 편향되고 일그러져 있다. 사람들이 가진 이런 속성을 키워드로 만들어 표현하고 싶었다.
성승헌: <시노앨리스>의 시나리오는 어떻게 작업하는가? 두 사람(요코오 타로, 마츠오 료키)이 같이? 아니면 각각 나눠서?
마츠오 료키: 서비스 전에는 요코오 타로 디렉터가 혼자, 서비스 이후엔 나와 요코오 디렉터가 플롯 만들면 다른 시나리오 라이터가 이걸 바탕으로 구체적인 이야기를 작성한다. 시나리오 플롯은 둘이 1시간 정도 잡담하며 결정한다.
요코오 타로: 이왕이면 조금 더 오래 작업한다고 얘기하지….
마츠오 료키: 1시간 잡담하며 대략적인 플롯 짜고, 그 후 더 긴 시간 들여 자세한 플롯을 짠다.
성승헌: 기사엔 한 10시간 정도 같이 고민한다고 써 주시면 될 듯 하다. (웃음)
성승헌: 시나리오를 짜다 보면 처음 의도와 실제 구현된 것이 달라진 케이스도 많을 것 같다.
마츠오 료키: 기본적으로 위에서 ‘이런 캐릭터가 있으면 좋겠다’라고 뜻을 전하면, 요코오 디렉터가 이걸 잘 들은 다음 ‘무시하고’ 본인이 생각하기에 재미있는 것을 만든다. 이걸 지노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전달하면 또 지노는 그 중에서 본인이 그리고 싶은 것만 뽑아 그림을 그린다. 상황이 이러니 예상한데로 나오는 경우가 더 적다.
요코오 타로: 왜냐면 포케라보나 스퀘어에닉스에서 맨날 ‘수영복 여성 캐릭터가 필요하다’ 같은 것만 전하기 때문이다. 나로선 이럴 수 밖에 없다.
성승헌: 인터뷰도 정말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 같다.
성승헌: 캐릭터를 만들 때 특별히 어려웠던 사례가 있다면?
마츠오 료키: 처음 이 게임을 만드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웠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지나 힘든 것 다 잊었다. 이젠 모든 캐릭터가 다 사랑스럽다.
요코오 타로: (마츠오 료키 플래너가) 너무 일을 열심히 해 마음에 병이 생긴 것 같다.
성승헌: 마치 다둥이 아버지의 마음을 듣는 것 같다.
성승헌: 동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인데 캐릭터 디자인이 굉장히 독특하다. 예를 들어 앨리스는 파란 리본이나 시계 등 앨리스를 연상시키는 소품이 많이 쓰였고, 신데렐라 같은 캐릭터는 과감하게 머리카락을 ‘잿빛’으로 만들었다. 이런 콘셉트는 어떻게 정했나?
요코오 타로: 기본적으로 현대인들이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고민해 만들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쓸 때는 사람들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많이 전개했다. 예를 들어 대중이 알고 있는 ‘신데렐라’는 어려워도 꿋꿋하게 참는 캐릭터라면, <시노앨리스>의 신데렐라는 굉장히 폭력적이고 비열한 캐릭터다.
사실 내가 참여한 게임에 여성 캐릭터들이 많이 나오는데, 하나 같이 터프하고 와일드하고 폭력적인 성격을 가졌다. 아마 내가 알고 있는 여자가 대부분 강하고 터프해 그런 것 같다.
성승헌: 주변 분들에 대한 오마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정말 주변 분들이 많이 영향 준 작품이다.
성승헌: 게임에 굉장히 많은 무기가 나오는데, 그 무기마다 다 스토리가 있더라. 하나 하나 만들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 무기 스토리를 만들며 특별히 신경쓴 것이 있다면?
마츠오 료키: 사실 <시노앨리스>는 개발 단계에서 그다지 기대작이 아니었다. 그래서 (지원이 적어) 나보고 스토리를 다 쓰라고 해서 굉장히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것 말고도 해야 할 일이 많았으니까. 무기 스토리는 여러 시나리오를 읽은 후 잘 녹이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성승헌: 어려운 환경에서 작업했다. 애정이 없다면 하기 힘들었겠다.
요코오 타로: (정말 궁금하다는 듯이) 그런가?
마츠오 료키: 보충설명을 하자면, ‘니어’ 시리즈나 ‘드래그 온 드라군’ 시리즈 등 요코오 타로 디렉터의 작품을 여럿 참고했다. 이걸 보며 ‘요코오 타로가 쓴 이야기라면 이런 이야기가 들어가야지!’ 같은 느낌으로 작업했다.
요코오 타로: 내가 그런 게임들도 만들었으니, 관심 있다면 구매 부탁한다.
성승헌: 나는 다 샀다. 진엔딩도 봤다. (통역에게) 꼭 전해달라.
요코오 타로: 고맙다.
성승헌: 이벤트 스토리도 굉장히 인상적인 편인데,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지는가?
마츠오 료키: 내가 작업할 땐 요코오 타로 디렉터가 만든 작품을 많이 참고한다. 인간이 가진 어두운 부분, 인간이 가지고 있지만 숨기려 하는 것을 많이 녹이려 한다.
그래서 작업할 때 유저 분들의 SNS를 많이 팔로우한다. 유저 분들이 올리는 슬픔, 회사에 대한 원망 같은 것들. 이걸 보며 어떻게 하면 이야기가 더 슬플지, 혹은 이 글을 본 사람들이 위로 받을 수 있을지 생각하며 글을 쓴다.
성승헌: 직장인들이 많이 도움을 준 것 같다. 굉장히 유저 친화적인 게임이다.
성승헌: <시노앨리스>엔 매력적인 캐릭터가 여럿 등장한다. 그 중 가장 애착가는 캐릭터가 있다면?
마츠오 료키: 개인적으로 백설공주를 좋아한다. 잘 알겠지만 우리 포케라보는 돈을 많이 벌고 싶은 회사다. 그런데 백설공주는 관련 아이템을 뽑기에 넣으면 매출이 급증하는 캐릭터다. 그래서 굉장히 좋아한다.
요코오 타로: 기신, 안키라는 인형들을 굉징히 좋아한다. 스토리를 만들 때 이런 캐릭터를 넣으면 양념 같은 역할을 해 줘 이야기를 쓰는데 굉장히 편하다. 또 기신과 안키는 성우 녹음도 필요 없어 개발비도 아낄 수 있다.
이런 아무래도 좋은 답변들을 열심히 들어주셔서 감사하다.
성승헌: <시노앨리스>의 매력 중 하나가 BGM이다. ‘철권’ 시리즈나 ‘니어’ 시리즈로 이름 알린 ‘오카베 케이이치’ 작곡가와 작업했는데, 그와 함께 일하며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일했나?
요코오 타로: 둘 사이 어떤 얘기가 있었냐면, 유튜브 URL 보내주며 이런 느낌으로 만들어달라고 했다. 그게 끝이다.
이것과 별개로 여러분(기자)께 꼭 전하고 싶은 것은 오카베가 요즘 자기 음악에 대해 좋은 평을 많이 들어 약간 우쭐해졌다. 음악 관련해 다른 얘기는 안 써도 되는데, 오카베가 요즘 자만하고 있다, 우쭐하고 있다는 내용은 꼭 써줬으면 좋겠다.
오카베와는 대학 때부터 친구인데, 이젠 친구를 그만둘까 생각 중이다.
성승헌: 정말 예상 외의 답변들이 나왔다. 아마 오카베 작곡가도 깜짝 놀랄 것 같다.
마츠오 료키: (요코오 타로가) 항상 이래서 오늘 멘트를 봐도 별로 안 놀랄 것 같다.
성승헌: 둘이 정말 사이가 좋은 것 같다.
성승헌: 일본에서 서비스를 시작한지 2년 만에 글로벌로 나온다. 팬들은 오늘 발표만으로도 설렐텐데, 그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마츠오 료키: 사실 나는 과거 한국에서 게임을 만든 적이 있다. 그것 때문에 한국 음식을 많이 좋아하게 됐는데, 이렇게 <시노앨리스> 덕에 한국에 다시 올 수 있어 정말 기쁘다. 유저들이 힘든 하루를 마치고 돌아와 잠들기 전 우리 게임을 하고 웃으며 잠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많은 기대 부탁한다.
요코오 타로: 한국에 처음 와봤는데 정말 멋진 나라다. 이런 나라 사람들이 우리 게임을 한다니 정말 행복하다.
마지막으로 <시노앨리스>를 기다려주신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은, <시노앨리스>처럼 뒤틀린 게임을 굳이 즐기려 기다려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또 (이런 게임을 기다리는 것 보니) 걱정도 된다. 빨리 정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 한국 기자 공동 인터뷰
글로벌 버전도 <니어: 오토마타>와 컬래버 이벤트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벤트엔 원작의 어떤 캐릭터가 등장하고 어떤 이야기가 진행되는가? 아, 캐릭터들의 소유 여부도 궁금하다.
요코오 타로: 2B와 9S가 등장한다. 소유도 가능하다. 시나리오는 다 설명하면 인터뷰가 끝날 것 같아 못하겠고, 정말 간단히 말하자면 ‘둘이 나오고, 엄청 안 좋은 일이 생기고 끝난다’.
그동안 만든 작품 대부분이 어두운 이야기를 보여준다. 이번 <시노앨리스>도 그런 것으로 알려졌고. 이런 이야기를 쓰는 이유, 이런 이야기를 통해 이번 작품에선 어떤 것을 보여주고 싶은가?
요코오 타로: 어두운 이야기를 쓰는 건 별 이유 없다. 비즈니스적인 이유다. 내가 주로 스퀘어에닉스와 많이 일하는데, 이 회사는 ‘파판’이나 ‘드퀘’ 같은 밝은 이야기를 주로 보여준다. 그들과 같이 싸워선 승산이 없을 것 같다 생각해 블루오션을 찾아 여기(어두운 이야기)로 왔다.
그런데 요즘 아시아권에서 만들어지는 게임 중 어두운 게임이 많아 고민이다. 위기감을 느낀다.
보통 모바일게임은 스토리를 곁가지고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노앨리스>는 스토리와 세계관을 많이 강조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마츠오 료키: 일본에서는 길드 vs 길드 콘텐츠가 인기다. 그래서 <시노앨리스>도 처음에 이 방향으로 기획됐는데, 이렇게 하면 게임 시스템이 너무 복잡해진다. 그래서 라이트 유저들에게도 어필하기 위해 (스토리 같이) 겉보기에 재미있고 흥미 있는 것을 배치했다. 유저들이 이거 보고 들어왔다가 자연스럽게 길드 vs 길드에 빠지게.
요코오 타로: 발표회 중 한국에선 많은 유저들이 스토리를 스킵한다고 들었다. 사실 나도 그렇다. 나부터 소셜 게임 스토리를 안 읽다 보니, 스킵해도 (스킵하기 전) 화면에 보이는 글자만 봐도 어떤 이야기인지 알 수 있도록 디자인적으로 많이 신경썼다. 주요 키워드 같은 것은 크기를 많이 키워 강조했다. 또한 텍스트 뿐만 아니라 화면 디자인적으로도 이야기 분위기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여기까지가 표면적인 이유다. 솔직히 말하면 너무 긴 시나리오는 쓰고 싶지 않아서 저렇게 이야기를 썼다.
마츠오 료키: 덕분에 우리 게임은 한 이야기의 텍스트 양이 적은 편이다. 물론 오래 서비스된 게임이다 보니 전체 양은 많은 편이지만. 아무튼 플레이할 땐 부담 없이 (이야기를) 스킵해도 좋다. 다시 읽기 기능 있으니 나중에 생각날 때 봐주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읽으면 마치 (적은 글로도) 마치 소설 읽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캐릭터성이 좋다는 평이 많다. 과거 인터뷰에서 매력적인 캐릭터, 잘 팔리는 캐릭터를 강조했는데, 요코오 타로 디렉터가 생각하는 매력적인, 잘 팔리는 캐릭터란 무엇인가?
요코오 타로: 다른 인터뷰에서 그렇게 얘기한 건 맞는데, 사실 스퀘어에닉스에서 인터뷰 전 홍보에 필요하다고 여러 코멘트를 줬는데 나는 그걸 다 외우기 귀찮아 그것만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 (웃음)
이것과 별개로, 내가 생각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는 우리(개발자)가 임의로 만들 수 없는 것이다. 매력이라는 것은 결국 플레이하는 유저들의 마음 속에서 작용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란 유저들 마음에 쉽게 다가갈 수 있게 ‘약점’이 있는 캐릭터다. ‘얘는 약해서 내가 챙겨줘야 해’, ‘얘는 마음이 약하니 보살펴야 해’ 같은 마음이 생기게. 무언가 결여된 캐릭터가 매력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만든 작품들을 보니 대부분 암울하고 특히 커플에게 많은 고통을 준다. 혹시 <시노앨리스>도 그럴까?
요코오 타로: 많이 오해하는데, 나는 커플을 용납 못하는게 아니다. 그저 커플 중 남자만 용납 못하는 것뿐이다. <시노앨리스>에서도 남성 캐릭터가 몇 명 등장하는데, 언젠가 죽을 것이다.
마츠오 료키: <시노앨리스>엔 잘생긴 남성이 몇몇 등장하는데, 요코오 디렉터가 남자를 싫어해 다들 성격 파탄자거나 굉장히 왜곡된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요코오 타로: 내 개인적인 생각인데, 대부분의 전쟁은 남자들이 일으킨다. 그렇다면 남자만 없어지면 세상이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아, 물론 나 말고 다른 남자 말이다.
최근 <니어: 오토마타>의 2B가 여러 게임에 등장하고 있다. 이유가 궁금하다.
요코오 타로: 특별한 이유 없다. 스퀘어에닉스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컬레버 제안에 적극적이다.
‘드래그 온 드라군’, ‘니어’ 시리즈 모두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시리즈를 이어왔다. 혹시 <시노앨리스>도 그런 계획이 있을까?
마츠오 료키: 요코오 타로 디렉터 작업 스타일을 봤을 때, 스퀘어에닉스에서 만들자고 하면 하지 않을까?
처음 게임을 켰을 때, 게임이 시작되기도 전에 인형들이 나와 ‘어차피 리세마라 할거잖아’라고 하며 10연차를 시키더라. 혹시 이렇게 만든 이유가 있는가?
마츠오 료키: 일본은 소셜 게임 할 때 최고 성능 캐릭터를 얻을 때까지 캐릭터를 반복 생성해 뽑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얘기를 해주니 요코오 타로 디렉터가 굉장히 흥미롭게 여기더라. 그래서 어차피 사림들이 리세마라 할거면 마음 편히 지우고 반복할 수 있게 하자고 해서 그런 장치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것 때문에 서비스 초기엔 앞 부분에 너무 많은 사람이 집중돼 서버가 다운된 적이 있다.
모바일게임은 언제 서비스가 종료될지 몰라 엔딩을 미리 만들어 놨다고 말했다. 혹시 어떤 엔딩을 만들어놨는지 귀뜸해 줄 수 있는가? 서비스가 계속 돼 영원히 못 보여줄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은가?
요코오 타로: 굉장히 재미있는 엔딩을 만들었는데, 여기서 말하면 다들 (인터뷰에서) 나갈 것 같다. (웃음)
나는 엔딩을 가급적 많은 유저들이 봐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2년 전과 달리, 이젠 <시노앨리스>가 3개 버전으로 분화됐기 때문에 고민이 많다. 예를 들어 일본 버전은 계속 서비스 중인데, 글로벌 버전은 서비스를 종료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어느 한 쪽에 엔딩을 보여주면 다른 유저들은 스포일러를 당하게 되고.
그래서 요즘 포케라보에게 이런 제안을 했다. 지역마다 엔딩을 바꿨으면 좋겠다. 지금은 이야기만 전한 상태라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그래서 한국 유저들이 앞으로 어떤 엔딩을 볼진 나도 모르겠다.
만약 넥슨이 가까운 시일 내에 갑자기 글로벌 버전을 종료하면 (스포일러 문제 때문에) 엔딩을 못 볼수도 있겠지. 아, 넥슨 관계자 분들 표정이 험악해진 것 같다. 다음 질문부터는 더 충실하게 답하겠다.
※ 작성자 주: 아쉽게도, 이 뒤론 시간 관계 상 질문 2개만 가능했다.
어두운 게임을 만들 때 ‘이것만은 지켜야 한다’, ‘여기에 신경써야 한다’ 같은 것이 있다면?
요코오 타로: 모든 사람이 이런 게임만 만들면 나 같은 사람들의 일자리가 없어진다. 그만 만들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내가 만드는 것이 그렇게 어두운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말해서 알게 됐다. 사실 내 관점에선 일반적인 이야기가 더 잔혹하게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이를 위해 많은 것을 죽인 끝에 해피 엔딩을 맞이하고 키스를 했다고 치자. 수많은 살인의 끝이 평범한 해피엔딩이라는 것이 더 잔혹하지 않은가? 오히려 내 이야기가 덜 잔혹하다고 생각한다.
과거 인터뷰에서 요코오 타로 디렉터가 ‘<시노앨리스> 만들 땐 뒤에서 뒷짐지고 젊은이(?)들의 모습 보며 참견만 했다’고 말했는데, 마츠오가 보기엔 어떻던가?
마츠오 료키: 옆에서 투덜거린 것이 많긴 했는데, 개인적으로 만화가와 어시스턴트 같은 역할분배라 생각한다. 요코오가 만들고 싶은 세계가 있어 틀을 주면, 내가 옆에서 ‘그럼 나무가 필요하겠네’ 하며 나무 그리고, 이 둘 사이에 이게 있으면 좋지 않을까 제안해 무언가 만들고 하는….
요코오 타로: 만화가가 엄청 잘나가면 만화가는 점점 일을 안하고 어시스턴트들이 만화를 거의 다 그린다. 그게 바로 내가 꿈꾸는 이상향이다. 더 잘 돼서, 언젠가는 내가 더 일 안해고 마츠오 플래너에게 다 시키고 싶다.
마츠오 료키: 그렇다면 나도 더 잘돼서 어시스턴트 고용해 일 돌리겠다. 희생양으로 해야지.
요코오 타로: 무한히 반복되는 지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