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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와드장이라 욕하지 마라! '언성 히어로' 서포터 변천사

진또배기 와드장이 시절부터 게임 터뜨리는 포지션으로 거듭나기까지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이형철(텐더) 2020-06-19 10:09:09

'와드'라는 말, 자주 사용하시나요? 와드는 게시글 알림을 받거나, 추후 다시 방문하기 위해 댓글을 다는 행위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유용한 글이나 다시 보고 싶은 글에 'ㅇㄷ', '와드' 등 짧은 댓글을 달아 책갈피처럼 활용하는 것이죠.


와드가 실질적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건 <리그 오브 레전드>의 영향이 컸습니다. 와드는 특정 지역을 감시하는 데 사용하는 설치형 도구로써 상대 동선을 파악하고 시야를 밝히는 핵심적인 아이템입니다. 하지만 이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서포터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박합니다. 걸핏하면 와드장이라는 비아냥을 듣기 십상일뿐더러, 무대의 중심에 서기도 어렵기 때문이죠.


<리그 오브 레전드> 서포터의 역사는 파란만장합니다. 모든 시야를 혼자 잡아야 했던 ‘진또배기’ 와드장이 시절부터 ‘캐리 할 수 있는 포지션’으로 거듭나기까지. <리그 오브 레전드> 속 서포터 변천사를 정리했습니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 외쳐! 매맨!

 

초기 서포터의 역할은 원거리 딜러 ‘베이비 시터’이자 ‘와드 박는 기계’였습니다.

 

당시 서포터들의 아이템은 온통 와드뿐이었고, 상대 와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오라클'을 사면 풀템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당연히 능동적인 플레이도 어려웠던 시절입니다. 이처럼 서포터는 눈에 잘 띄지도 않을뿐더러 팀의 승패에도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자연스레 모든 이들이 기피하는 포지션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편견을 박살 낸 것이 매드라이프였습니다. 2012 LCK 서머 결승전에서 ‘꿈에 나올 것 같은 알리스타’를 선보인 그는, 이듬해 마법 같은 블리츠크랭크를 선보이며 단숨에 슈퍼스타에 등극합니다. 천대받던 서포터에 대한 인식도 올라가게 됐죠.



# 라이엇의 '한 수', 1인당 설치할 수 있는 와드 개수 패치

  

 

시즌 3, 라이엇게임즈(이하 라이엇)는 서포터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추가 비용 없이도 와드를 제공하는 ‘시야석’을 신설합니다. 하지만 시야석은 아이러니하게도 서포터를 더욱 극단적인 와드장이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와드를 무료로 채워주는 시야석은 오히려 협곡의 ‘시야 싸움’을 더욱 세밀하게 만들었고, 서포터들은 아낀 돈만큼 비전 와드와 오라클을 구매해야 했죠. 이에 따라 다른 포지션과 서포터의 격차 역시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결국 라이엇은 2014시즌 <리그 오브 레전드> 역사를 뒤흔든 패치를 진행합니다. 바로 1인당 설치할 수 있는 와드 개수를 3개로 제한하는 한편, 시야 확보에 꼭 필요한 오라클도 삭제하며 서포터의 시야 부담을 줄이고자 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와드의 소중함을 모른 채 협곡을 누비던 다른 포지션에도 날벼락이 떨어졌습니다. 함께 와딩을 하지 않으면 시야를 잡을 수 없게 된 것이죠.


반면, 여윳돈이 생긴 서포터들은 전에 없던 호사를 누렸습니다. 아이템을 뽑을수록 강해지는 마법사 챔피언이 서포터로 등장한 시기도 이 무렵입니다. 특히 벨코즈, 브랜드 등 미드로 쓰기 애매하다는 평을 받은 챔피언들은 서포터 자리에서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뽐내기도 했습니다.

 

# '향로'를 빼놓고 서포터 전성시대를 논하지 말라

  

미포 서폿의 등장은 그야말로 혁신이었다 (출처: OGN 중계 갈무리)

‘대미지 넣는 서포터’ 메타는 2017시즌에도 이어졌습니다. 락스 타이거즈의 서포터 '고릴라'가 2016 롤드컵 4강에서 꺼낸 '미스 포츈' 서포터가 유행하기 시작했으며 말자하, 카르마, 자이라 등 속칭 '딜포터'들도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죠.

하지만 이 시기 서포터를 상징한 메타는 단연 ‘불타는 향로’였습니다. 출시 초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향로는 ‘아군 챔피언을 치유하거나 보호막을 씌우면 대상의 공격 속도가 증가하고 평타를 칠 때마다 체력이 회복된다’는 내용이 추가되면서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에 따라 시야석보다 향로를 먼저 올리는 것이 흔한 일이 됐고, 원딜이 서포터에게 CS를 양보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그나 롤드컵 8강에서 레오나와 블리츠크랭크 등을 활용하며 향로 메타를 상대하기도 했지만, 이 시기 향로는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필수 전공’과도 같은 아이템이었습니다.


# 시야석 삭제! 서포터는 이제 자유에요!

 

2014 시즌 1인당 설치할 수 있는 최대 와드 개수가 제한된 뒤, 서포터의 살림살이는 전에 비해 많이 나아졌습니다. 모든 돈을 와드에 투자할 필요가 없어진 만큼,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라이엇은 여기서 한 번 더 큰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8.2 패치를 통해 시야석을 삭제한 것입니다. 대신 미니언 또는 그들이 떨어뜨린 골드를 먹거나, 상대를 공격해 일정 골드 이상을 획득하면 기본 아이템에 시야석 효과가 추가되는 형태로 변경됐죠. 이는 시야석을 위해 무조건 800 골드를 써야 했던 서포터의 살림살이를 한층 윤택하게 만들어줬습니다.

메타 역시 바뀌었습니다. 라이엇은 향로가 너프 됐음에도 유틸형 서포터의 강세가 이어지자 대규모 너프를 진행했습니다. 잔나와 룰루는 실드가 서서히 사라지는 식으로 변경됐고, 소라카와 모르가나 역시 스킬 대미지가 너프됐죠. 

이에 더해, 8.11 패치와 함께 바텀에 등장한 야스오, 카시오페아 등 비원딜들은 이러한 유틸형 서포터들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었습니다. 몸도 약하고 원딜을 보좌하며 후반을 도모했던 유틸형 서포터들에겐 실로 힘겨운 시기였던 셈입니다.


# 내가 운전대 잡는다! '대미지 넣는 서포터 두둥등장!'


서포터의 개념 자체를 박살 낸 챔피언도 등장했습니다. 바로 파이크와 세나입니다. 8.11 패치를 통해 협곡에 등장한 파이크는 ‘AD 암살자 서포터’라는 독특한 컨셉으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후 그는 높은 사기성을 인정받아 탑과 미드 등 솔로 라이너로 활용되기도 했죠.

지난해 11월 출시된 세나 역시 기존 챔피언과는 다른 ‘독특한’ 구성을 가진 챔피언입니다. 세나는 적을 공격하는 동시에 아군을 회복시켜주는 스킬을 갖고 있고, ‘영혼 수집’을 통해 아이템을 올리지 않아도 능력치를 올릴 수 있죠. 덕분에 이를 역으로 활용한 단식 원딜 세나가 등장해 탐 켄치와 호흡을 맞추는 사례도 등장했습니다. 

시야 잘 먹고, 아군 잘 살리고, CC기 잘 넣어서 아군의 캐리를 ‘돕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게임을 ‘터뜨릴 수 있는’ 서포터 챔피언이 등장한 것입니다.


# 고개 드세요, 당신 죄인 아닙니다

언성 히어로(Unsung Hero)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보이지 않는, 이름 없는 영웅’이라는 뜻으로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묵묵히 제 몫을 해 팀에 공헌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서포터 역시 이러한 ‘언성 히어로’에 포함될 자격이 충분한 포지션입니다. 

늘 곁에 있어 소중함을 모르는 ‘공기’처럼, 협곡 유저들 역시 ‘정상적인’ 서포터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할 때가 많죠. 멀쩡한 쓰레쉬 서포터와 AP 미스포츈 서포터를 비교해보면 분명 와 닿는 게 있으실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리한 경기에서 ‘서폿 차이’를 외치는 유저는 거의 없습니다. 우리 팀 서포터가 확보한 시야나, 멋지게 맞춘 CC기에 대한 칭찬 역시 드물죠. 대부분은 신들린 듯 원딜 차이, 정글 차이, 미드 차이, 탑 차이 등을 외치곤 합니다.

그래도 고개 숙이지 마세요. 설령 우리 팀이 명예 투표를 서포터에게 주지 않아도, 직접적인 칭찬을 하지 않더라도 기죽을 필요 없습니다. 분명 당신은 부시에 설치한 와드를 통해 1킬 이상의 값어치를 했고, 소박하지만 꼭 필요한 스킬 활용으로 수많은 아군 라이너를 구했으니까요.

따라와, 캐리해줄게! (출처: 리그오브레전드 코리아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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