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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T1의 '라인업 돌림판', 그 의미를 파헤치다 (feat 팀스노우볼)

페이커가 '운영'에 미친 영향력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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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철(텐더) 2021-03-30 10:13:01

'페이커' 이상혁이 속한 T1은 명실상부 LCK 최고의 인기 팀인 만큼, 항상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그런데, 올해 T1은 유독 그 빈도가 잦았다. 이유는 '지나치게 다양했던 선발 라인업' 때문이다. 실제로 T1의 양대인 감독은 서포터를 제외한 모든 라인에 2명 이상의 선수를 등록한 뒤, 계속해서 라인업을 교체하며 실험을 이어갔다. 이를 지켜본 전문가와 팬들의 의견도 다소 갈리는 모양새다.

 

과연 양대인 감독의 '실험'은 어떤 결과로 이어졌을까.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데이터를 다루는 팀 스노우볼 김진일 대표와 올 시즌 T1의 라인업별 지표를 돌아보는 한편,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였던 '페이커'와 '클로저' 이주현의 숫자도 파헤쳐봤다. 흥미로운 내용이 가득한 만큼, 부디 페이지 고정을 부탁드린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으며,

팀 스노우볼이 제공한 '3월 21일까지의 2021 LCK 스프링 데이터'를 기준으로 작성됐습니다.

  

T1 양대인 감독은 올 시즌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이며 많은 팬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출처: T1)

 

  

# 뛰어난 운영의 '칸커페테케'와 강력한 라인전의 '제엘페구케'

  

디스이즈게임: 이번 시즌은 치열한 순위경쟁과 수많은 업셋으로 인해 다이나믹하게 흘러갔습니다. 대표님께서는 올 시즌을 어떻게 지켜보셨습니까.

 

김진일 대표: 지난해 스프링에서 서머로 넘어가는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LCK를 챙겨보기 시작했는데요. 당시만 해도 LCK는 팀 전력 그대로 흘러갔습니다. 이변도 거의 없었죠. 반면 올 시즌은 최강 팀이 최약 팀에 잡히는 등, 변수가 상당히 많이 발생했습니다. 각 팀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아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시즌이었죠. LCK가 상향 평준화된 듯한 느낌도 듭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T1 이야기를 해봐야할 것 같은데요. 올 시즌 T1은 '독특할' 정도로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였고, 그만큼 이를 둘러싼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김진일 대표: 올 시즌 T1은 '제우스' 최우제, '구마유시' 이민형 등 솔로랭크에서 주목받은 신인들을 대거 기용했지만, 결과는 썩 좋지 않았습니다. 솔로랭크와 팀 게임이 다르다는 걸 보여준 사례가 될 듯해요.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도 합이 맞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올리기 어렵다는 게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얼핏보면 많은 듯하지만... 이 중 대부분이 리그에서 활용됐다 (출처: LOLesports)

 

 

그렇다면 T1의 라인업별 승률은 어떤 편인가요?


김진일 대표: 올 시즌 T1이 선보인 라인업 중 크게 다섯 개 정도를 뽑아 지표를 살펴보려 합니다. 2021 스프링 기준, T1은 '칸나-커즈-페이커-테디-케리아'(이하 칸커페테케)부터 '제우스-오너-클로저-구마유시-케리아'(이하 제오클구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였는데요.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건 '칸커페테케'였습니다. 가장 승률이 저조했던 건 시즌 초 등장한 '칸나-엘림-페이커-구마유시-케리아'였고요.

 


지표만 놓고 볼 때, 라인업별로 어떤 부분이 달랐는지도 궁금합니다.

 

김진일 대표:​ 수치상으로 가장 강한 라인전을 뽐낸 조합은 '제우스-엘림-페이커-구마유시-케리아'(이하 제엘페구케)인데요. 라인전 능력치가 '972'로 상당히 높았습니다. 

 

반면 '칸나-엘림-페이커-구마유시-케리아'의 라인전 수치는 '-14'였고, 운영 능력치 역시 '-2'에 불과했어요. 다른 수치도 전체적으로 저조한 편입니다. 최근 주전으로 나서고 있는 '칸커페테케'의 경우, 라인전 수치는 '제엘페구케'에 비해 조금 낮지만, 운영에서 좋은 지표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라인업별로 수치가 천차만별이군요. 그렇다면 모든 라인업이 공통적으로 갖고있는 특징도 있을까요?

 

김진일 대표: 같은 코칭 스태프가 이끄는 팀인 만큼, 다양한 라인업 안에서도 비슷한 부분이 있을 거로 생각하시는 분이 있으실 텐데요. 지표만 놓고 보면 모든 라인업이 제각기 다른 색깔을 갖고 있는 상황입니다. 라인업 중 한 명만 바뀌어도 지표가 크게 달라지고 있어요. 저희도 굉장히 놀란 부분입니다.

 

(제공: 팀스노우볼)

 

시즌 초 T1이 주전으로 내세웠던 '칸엘페구케'의 수치가 썩 좋지 않았던 건 의외네요. 젠지나 담원기아와의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거로 기억하는데.

 

김진일 대표:​ ​'칸엘페구케'의 지표는 확실히 저조한 편입니다. 다만, 이 조합은 타 라인업에 비해 빠른 교전 합류 속도를 자랑합니다. 올 시즌 '칸엘페구케'의 15분까지 교전 발생 시 합류 속도는 '1.23초'로 상당히 빨랐습니다.

 

 

그렇다면 '칸엘페구케​'와 '칸커페테케​' 라인업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었습니까.

 

김진일 대표:​ 가장 큰 차이는 '분당 대미지'입니다. '칸커페테케​'의 분당 대미지는 400대인데 반해, '칸엘페구케​'는 319에 불과해요. 두 조합의 분당 골드 차이가 30 정도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격차죠. 정확한 상황을 알 순 없지만, 딜러진의 호흡 문제가 수치로 드러난 것처럼 보입니다.

  

게다가 구마유시는 초반 라인전이 굉장히 쎈 편이에요. 따라서 다른 라인이 바텀의 스노우볼을 활용할 수만 있다면 '칸엘페구케' 역시 충분히 좋은 조합입니다. 다만, '칸엘페구케'는 이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어요. 한 번 말리면 그대로 패배하거나, 초반 유리한 경기를 펼치고도 경기를 내준 적이 많았던 거죠.

 

시즌 후반, '칸커페테케'로 라인업을 고정한 T1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 클로저의 초반 라인전 우위, '팀적 지원'과 연결되어있다

  

올 시즌 T1을 둘러싼 또 다른 화제는 페이커와 클로저의 미드 주전 경쟁이었습니다. 두 선수의 지표는 어땠나요.

 

김진일 대표: 확실히 초반 지표는 클로저가 페이커를 앞서고 있어요. 실제로 지표만 놓고 보면 15분까지 경험치, CS 차이 등에서 클로저가 우위를 점하고 있죠. 타워 허깅 타임(tower_hugging_time​) 라이너가 라인을 밀지 못하고 타워에서 CS를 받아먹은 시간을 뜻하는 건데요. 이 역시 페이커가 클로저에 비해 60초가량 긴 편입니다. 그만큼 클로저가 공격적으로 라인전에 임한 겁니다.

 

다만, 이는 클로저에 대한 팀적 지원과도 연결되어있어요. 지표상으로 클로저는 페이커에 비해 타 라이너의 지원을 받은 시간이 깁니다. 반면 페이커는 그러지 못했기에 클로저에 비해 다소 수비적으로 라인전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 가능하죠.

 

 

하지만 '15분까지의 골드 차이'는 오히려 클로저보다 페이커가 더 높은 상황이네요?

 

김진일 대표: 클로저가 페이커보다 초반 CS와 경험치를 더 챙겼음에도 이러한 지표가 나타난 건, 페이커가 정글 싸움에서 킬과 어시스트를 통해 소득을 올렸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정리하자면 클로저 역시 강한 라인전을 펼치는 '좋은 선수'에 해당하지만, 상대적으로 지원을 덜 받으면서도 포인트를 챙긴 페이커 역시 '이상적인 선수'라는 걸 알 수 있는 셈이죠.

 

(제공: 팀스노우볼)

 

이 외에 양대인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세 명의 정글러'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낸 바 있잖아요. 로스터에 등록된 세 명의 정글러 오너, 엘림, 커즈의 지표 중 눈여겨볼 만한 부분을 소개해주신다면요?

 

김진일 대표: 세 선수의 지표를 살펴보면 오너가 타 정글러에 비해 지원받은 시간이 적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너는 15분까지의 CS, 경험치 차이에서 상당히 좋은 숫자를 기록했어요. 수치만 놓고 보면 오너가 타 선수에 비해 카정이나 갱의 빈도가 잦은 '공격적인' 성향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듯합니다.

 

반면 커즈는 오너에 비해 초반 수치는 낮지만, 15분까지의 골드 차이는 훨씬 준수했어요. 이는 페이커와 마찬가지로 커즈 역시 자신의 성장보다는 아군 라이너의 뒤를 봐주고, 여기서 펼쳐진 교전을 통해 이득을 챙겼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단정 지을 순 없지만, 양대인 감독이 클로저와 오너, 페이커와 커즈를 조합한 것도 이러한 색깔 차이 때문으로 짐작됩니다.

  

(제공: 팀스노우볼)

 

올 시즌 T1은 '칸커페테케​' 라인업을 고정한 뒤,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다만, 이는 지난해 스프링/서머와 거의 똑같은 라인업인데요. 당시와 지금의 T1은 어떤 차이점이 있습니까.

 

김진일 대표: 표면적으론 에포트 '이상호' 대신 '케리아' 류민석이 들어온 게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습니다. 2020 서머 T1의 라인전 수치는 '-199.9'로 상당히 낮은 편이었어요. 하지만 15분까지의 평균 교전 합류 속도는 리그 최상위권에 가까웠습니다. 라인전에서의 불리함을 합류와 운영으로 커버한 느낌이죠.

 

개인적으론 작년이나 올해나 T1이 참 운영을 잘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페이커가 경기에 출전하면 운영의 수준이 올라가는 걸 느낄 수 있죠. 물론 '칸엘페구케'의 경우, 페이커가 포함됐음에도 운영 수치가 썩 좋지 않은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이 라인업은 초반 라인전부터 무너진 만큼, 운영을 못 한다고 단정 짓긴 어렵습니다.

 

 

그러고 보면 2020 서머 T1은 속칭 '눕는다'는 평가를 꽤 많이 받았던 팀이기도 합니다.

 

김진일 대표: 라인전 수치가 저렇게 안 좋은데 리그 4위를 차지했다는 건, 그만큼 운영이 뛰어났다는 것과도 연결됩니다. 초반에 불리해도 어떻게든 스노우볼을 만들고 굴려서 꾸역꾸역 승리를 따낸 거죠. 당시 T1이 운영의 정점을 보여줬다고 볼 수 있을 듯합니다.

 

관련 기사: 속도의 딜레마, 페이커는 '반드시' 변해야 하는 걸까


 

# "담원기아는 불가사의한 팀... 가장 인상 깊은 선수는 케리아"

  

다가올 포스트시즌, T1의 첫 번째 상대는 DRX입니다. 어떻게 예상하고 계시는지요.

 

김진일 대표: 전반적인 수치는 T1이 앞서는 편입니다. 특히 '제엘페구케​'의 평균 경기 시간은 '28.86'으로 DRX(33.63)에 비해 굉장히 짧은 편이에요. 반면 '칸커페테케'의 경우, 분당 대미지가 무려 441에 달합니다. DRX(-3)에 비해 운영 능력치(5)도 준수한 편이죠. 사실 DRX는 시즌 내내 한타로 게임을 풀어가는 느낌이 강했어요. 아마 T1이 이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약 T1이 결승에서 담원기아와 맞붙는다면, 어떤 경기가 펼쳐질 것 같으신가요.

 

김진일 대표: 수치만 놓고 보면 담원기아는 '신의 조합'에 가깝습니다. 어쩜 저리 한 몸처럼 움직일 수 있는 건지... 불가사의할 뿐이에요. 담원기아가 이토록 멋진 시즌을 보낼 수 있었던 이유는 라인전에 있습니다. 라인전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기에 스노우볼과 합류 싸움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거죠.

 

다만 '절대'라는 건 없습니다. 담원기아가 올 시즌 프레딧 브리온에 덜미를 잡히기도 했고, 당장 지난주만 봐도 이변이 참 많이 발생했잖아요. 덕분에 저희 승부예측도 많이 엇나갔고요. (웃음) 게다가 플레이오프는 선수들에게 묘한 긴장감을 불어넣습니다. 무조건 담원기아가 우승한다고 말씀드리긴 어려워요.

  

담원기아는 올 시즌 압도적 '1황'의 경기력을 자랑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T1과 별개로, 올 시즌 지표상으로 흥미로웠던 팀이 있다면 말씀해주시죠.

 

김진일 대표: 리브 샌드박스였습니다. 올 시즌 리브 샌드박스는 꽤 좋은 지표를 기록했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실패했어요. 숫자만 보면 리브 샌드박스가 이겨야 하는 경기인데, 불가사의하게 내준 경우가 허다했죠. 분명 리브 샌드박스는 선수 개개인만 놓고 보면 굉장히 훌륭한 팀입니다. 특히 '페이트' 이수혁은 최상위권 미드 라이너에요. 그럼에도 이런 성적을 올린 건 운영 문제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가장 인상 깊은 선수는 누구였습니까.

 

김진일 대표: T1의 서포터, 케리아를 꼽고 싶어요. 시즌 초 T1이 다소 부침을 겪으면서도 꾸역꾸역 승리를 따낸 건 이 선수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케리아는 올 시즌 쓰레쉬와 같은 정석 서포터부터 공격적인 파이크와 아군을 보좌하는 탐 켄치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챔피언을 활용했고 플레이 자체도 꽤 준수했습니다.

 

올 시즌 T1이 공격적인 구마유시와 비교적 수비적인 테디를 번갈아 활용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케리아의 공이 컸다고 생각해요. 말 그대로 공-수를 다 맞춰줄 수 있는 서포터니까요. 이에 더해 팀의 플레이메이커 역할도 수행해온 만큼, T1의 '색깔'을 만들어내는 선수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케리아는 팀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꾸준히 좋은 경기력을 유지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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