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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NFT는 255번째 디지털 봉이 김선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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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우티) 2021-11-12 14:11:07
NFT(Non Funible Token, 대체 불가 토큰)이 시장의 새로운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해 디지털에서 대상의 가치(유일성 내지는 희귀성)를 인정하는 토큰을 발급한다는 NFT는 게임의 새로운 미래가 될 것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또 NFT는 요즘 뜨는 '메타버스'의 핵심 엔진으로 떠오르고 있다. 메타버스를 언급하는 회사들은 모두 NFT를 직접적으로 준비 중이거나, 연관이 있다. 한 달 사이에 주요 게임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NFT를 말했다. 실적발표 질의응답 시간에 NFT를 언급하면 그 기대감은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이틀 새(11월 10일 ~ 11일)펄어비스는 "자회사 CCP게임즈의 <이브 온라인>에 NFT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며 NFT 게임 개발이나 출시에 대해서는 향후에 일정을 공유하겠다"라고 밝혔고 엔씨소프트도 "NFT, 블록체인과 게임의 결합이 우리에게 엄청난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다고 믿고, 그렇게 준비하고 있다"라고 발언했다. 

발표 직후 두 회사의 주가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유비소프트와 EA도 블록체인과 NFT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이만하면 글로벌 트렌드라고 부르기 모자람이 없는 듯하다. NFT는 게임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TIG 메타버스-P2E 특별기획

 

① NFT는 255번째 디지털 봉이 김선달인가? (현재 기사)

② P2E 에서 '플레이 앤 언'으로? NFT 게임, 어디로 가나 (바로가기)

③ 메타버스, NFT, 그리고 P2E는 정말 트렌드였을까? (바로가기)

④ 위메이드 '미르4' 정말 세계적으로 많이 할까? 사실은... (바로가기

⑤ NFT 게임을 자랑스런 K-콘텐츠로 소개할 수 있을까요? (바로가기

⑥"내 작품이 도용됐다" 유니티 어셋 훔쳐간 사연... NFT는 무법지대인가? (바로가기

⑦게이머 59.4% P2E 키워드에 부정적, P2E 게임 해본 사람은 12.6% (바로가기)

⑧ 유저가 느낀 P2E 게임… ‘수익’과 ‘재미’ 상관관계는? (바로가기)

⑨ "P2E 게임 해봐야 게이머는 돈 못 법니다" (바로가기


 

# NFT가 뭐길래

 

먼저 NFT가 무엇이길래 이러는 걸까? 현재 업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NFT 기술의 개략부터 살펴보자. 

NFT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보장받는, 디지털 데이터의 '인증서'에 해당한다. 암호화폐가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효력을 발생시키는 '코인'이라면, NFT는 '인증 토큰' 그 자체다. 화폐보다는 광범위한 대상을 보증하는데, 최근 여러 미술 작가들의 디지털 아트를 비롯 '김계란', 포토뉴스 같은 대상도 NFT로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토큰은 주로 경매의 대상이 된다. 트위터 CEO 잭 도시가 트위터를 만들며 남긴 최초의 트윗도 NFT로 만들어져 1,630ETH(이더리움, 낙찰 당시 시세로 약 32억 원)에 판매됐다.

 

여러모로 역사의 시작을 알린 트윗은 NFT로 만들어져 거래됐다 (출처: 트위터)

그림, '짤방', 디지털 아트 등등 원하는 대상을 니프티, 게이트웨이 등 경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에서 ​NFT로 민팅(Minting; 발행)하면 이더리움, 위믹스 등 호환되는 암호화폐를 불러 거래가 이루어지는 방식이다. NFT 안에는 소유권과 거래 내역 등이 메타데이터로 저장되며, 이는 대체로 블록체인으로 변환되므로 복사와 교환이 불가능하다. ​

'대체 불가능한'이라는 표현 때문에 NFT는 유일무이한 단 하나의 대상만을 발행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발행 주체의 필요에 따라서 디지털 공간에 복수의 NFT를 발행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서 간송문화재단은 100개의 훈민정음 해례본 NFT를 만들었다. '대체 불가능한'​이라는 표현은 NFT를 암호화폐와 구분짓기 위해 동원된 수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 발 더 들어가면, NFT는 발행 주체마다 다른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를테면 NFT는 블록체인으로 연결됐지만, 메타데이터가 HTTP URL로 저장되었을 경우 완벽한 탈중앙화로 분류하기 어렵다. 서버를 제공하던 업체가 문을 닫으면 NFT의 효력을 주장하기 어려워진다. 어떤 NFT가 얼마에 낙찰됐다는 홍보성 기사들은 설명하지 않는 이야기다.

독자에게 기술의 문제점보다는 거래 금액과 콜라보 소식만 알려지고 있다.

 

# "무야호 짤방 같은 거 내 하드에도 있는데?"

 

MBC가 <무한도전> 속 '무야호' 짤방의 NFT를 발급하고, 이것을 경매에 부친다.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만약에 기자가 1억 원을 불러서 이 NFT를 낙찰 받았다. 그러면 기자는 '무야호' 디지털 데이터에 대한 원본을 보증하는 키를 받는다. 무야호 원본을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니라, MBC가 발행 업체에게 발주해서 구성한 무야호의 디지털 데이터에 대한 '인증서'를 받게 되는 셈이다.

무야~ 호~ (출처: MBC)

하지만 무야호 짤방은 어디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다. 기자가 위 '무야호' 사진을 구글에서 검색해 저장한 뒤 디스이즈게임 ​화면에 띄우는 데 유의미한 비용과 시간이 들지 않았다.

가정으로 돌아와서, NFT를 낙찰받은 기자는 인터넷에서 무야호 짤방을 쓰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한다. 이 짤방을 통해 상업적 이미지를 만든 기업들도 있다. 그렇지만 기자는 무야호 사용자들로부터 자신의 원본 소유권을 행사할 수 없다. 현재 NFT는 현실 세계에서는 어떠한 권리도 주장할 수 없다.​ MBC가 보증하는 디지털 한정판을 가진 것뿐이다.

2021년 11월 10일 시점으로 대부분의 암호화폐로는 밖에 나가서 밥을 못 사먹고, 그것을 거래소에서 KRW(원화)로 단위를 바꾸어야 한다. NFT 역시 실세계에서는 효용이 입증되지 않은 디지털 세계의 인증서에 해당한다. 디지털 세계는 단일화된 공간이 아니므로 기자는 무수히 많은 플랫폼마다 돌아다니며 무야호 짤방의 권리를 주장하기도 어렵다.

NFT는 디지털 인증서이므로, 현재 시점에서는 실제 가치와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 훈민정음 NFT를 가진 100명은 국보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을 것이다. 훈민정음을 국가에 1,000억 원에 매각하겠다던 배모 씨는 상주본의 실물로 추정되는 불에 탄 고서적이라도 가지고 있지만, 훈민정음 NFT 소유자는 그보다도 실물에 대해서 할 말이 적은 셈이다. (NFT 낙찰자를 대상으로 NFT 외적인 특전을 제공할 수는 있다.)

 

(출처: 픽사베이)

발행되는 NFT의 초상권 문제도 있다. 카메라 앞에서 시원하게 '무야호'를 외친 알래스카의 최규재 할아버지는 11년 전 앵커리지 한인회관에서 유재석을 만나 TV 프로그램을 촬영하고 그것이 방송으로 나오는 것에 동의한 것뿐이다. 보도 목적으로 촬영된 사진이 NFT화되어 경매가 이루어지고 암호화폐를 통해 거래되는 현상을 어떻게 볼지에 관한 문제도 존재한다.

아직까지 NFT 소유는 루나엠버시의 달 토지 등기부과 비슷하다. 미국의 루나엠버시는 1980년부터 지금까지 전세계 시민을 상대로 달과 화성의 부지를 1,200평 당 3만 원꼴에 판매하고 있다. 

"어떤 정부나 기관도 우주 천체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라는 유엔의 우주천체조약(Outer Space Treaty)에 개인의 소유권에 대한 내용이 빠졌다는 허점을 노린 것인데, 미국인 데니스 호프는 기업을 차리고 개인들에게 40년 째 등기부를 끊어주고 있다. 미국 법상 오류가 없는 관계로 샌프란시스코 지방법원으로부터 소유권도 인정받았는다. 그렇게 지미 카터, 톰 크루즈, 스티븐 스필버그가 달나라 땅을 분양받았다고 한다.

 

루나엠버시는 실제로 등기부를 판매하고 있다. 한국에도 '루나엠버시코리아'가 활동 중이다. (출처: 루나엠버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증서를 3만 원에 가질 수 있는 흥미로운 이벤트 아이템 내지는 낭만적인 아이디어 상품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루나엠버시는 로켓 한 대 가지고 있지 않고, 조약대로 달에는 국가 소유권이 성립할 수 없으므로 대사관 역시 세워질 수 없다. 우주 공간에 대한 개발이 본격화되는 추세이므로, 미래를 속단하기엔 이르지만 40년 동안 루나엠버시는 달에 대한 어떠한 실효권도 행사하지 못했다.

그러나 역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우주 발사 로켓 기술을 가진 기업이 루나엠버시를 인수하고 실제로 달에 로켓을 쏘아 올리면서 유엔의 조약 속 허점을 물고 늘어지면 어떻게 될까? 지금은 디지털을 통한 기호 수집 정도로 이해되는 NFT의 미래도 어디로 튈지 모른다. 무야호 NFT 소유자가 인터넷에서 광범위하게 그 권리를 행사하는 날이 올까?

 

 

# "NFT, 암호화폐 시장 뛰어넘을 것"... 게임에서는?

 

초대형 블록체인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투자자와의 대화에서 NFT 시장이 암호화폐 시장보다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분석 업체 코인텔레그래프는 8일 암호화폐 시장에 등록된 암호화폐의 총액이 3조 달러를 돌파했다고 보고했는데,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이것보다 더 큰 시장으로 NFT를 지목한 것이다.

게임 업계는 일찍이 '블록체인 게임'이라는 이름으로 해당 기술과 접점을 가져왔다. 2017년 11월,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게임 <크립토키티>가 출시됐다. 온라인에서 고양이를 구입하고 교배를 통해 번식한 뒤, 시장에 올려 판매하는 게임으로 재화는 이더리움이 사용된다. 유전 등급이 높은 고양이일수록 높은 가격을 받고, 고양이는 각각 블록체인으로 기록된다. 2021년까지도 <크립토키티>의 고양이들은 평균적으로 25만 원에서 30만 원 사이의 금액에 거래되고 있다.

<크립토키티>

일찍이 블록체인 게임 사업에 나선 비트매트릭스의 김효진 대표는 2018년 인터뷰에서 "일반인들 역시 재미만을 위한 게임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자산 운용이나 투자 개념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초기부터 '플레이 투 언'(P2E)을 염두에 둔 게임 디자인을 기획했던 것이다. 지난 상반기 게임물관리위원회를 상대로 가처분을 신청한 <파이브스타즈>의 스카이피플은 "유저들이 일방적으로 돈을 쓰는 게임의 시대는 끝났다"라며 "게임사와 유저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엑시 인피니티>는 <크립토키티>의 발전 버전이다. <크립토키티>처럼 교배를 통해 새로운 캐릭터를 판매하는 기능이 들어있는데, 퀘스트를 달성해 다른 재화를 수급해 차익거래를 하는 기능이 들어있다.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온 가족이 <엑시 인피니티>에 몰려들어 생계를 해결한다는 소문이 있다. 한국에도 이 게임을 플레이하며 돈을 버는 이들의 커뮤니티가 있다.

 

필리핀에서는 <엑시 인피니티> 열풍이다. 판데믹 상황 속 주요 수입원으로 등장했다고. (출처: PLAY-TO-EARN 유튜브 채널)


한국 게임사들도 일찍이 블록체인 기술과 연을 맺었다. 넥슨 지주회사 NXC는 코빗을 인수했고, 게임빌은 코인원의 2대 주주가 될 예정이다. 인수 내지는 투자의 측면에서 이루어졌던 블록체인 관련 사업은 2021년 들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한국모바일게임협회 또한 국내 게임사 100여 곳을 아울러 블록체인게임 프로젝트 아이템버스를 출범시켰다.​

 

국내 NFT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기업은 위메이드로 꼽힌다. MMORPG <미르4>의 글로벌 버전에서는 블록체인을 적용해 '흑철'을 모아 '드레이코'로 교환한 뒤, 이를 자사가 발행한 '위믹스'로 교환할 수 있다. 위메이드는 위믹스를 NFT 게임의 기축통화를 만들고 100여 개의 게임에 위믹스를 연동시키겠노라 선언했다. 

 

이제 내로라하는 국내 게임 개발사들도 NFT, 내지는 블록체인과 관계를 맺고 있다. NFT는 더이상 게임 시장 내 언더독의 무기가 아니다.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거의 모든 한국 게임사들이 NFT를 논하고 있다. 서두에서 살펴봤듯 NC도, 펄어비스도 NFT 카드를 꺼내 들었다.​

'리니지'류 게임에 NFT가 도입된다면 이용자들은 어떻게 될까?

 

# 이 유행을 냉정하게 보기 위해, 버즈워드 하나를 덜어내자

 

이 NFT는 메타버스의 키워드로 등장하며 더 그 몸값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정확한 논의를 위해서 NFT와 메타버스를 한 묶음이 아닌 상태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여러 지적대로 메타버스는 AR, VR, 인터넷, 가상 세계, NFT 등등 모든 개념들이 융합된 용광로와 같다. 메타버스가 "가상의 광기"나 "헛소리"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블록체인 기술은 게임 산업에서 요긴하게 쓰일지도 모른다.

 

메타버스와 NFT가 꼭 함께 가는 것도 아니다. '메타버스 대장'이라는 <로블록스>에는 블록체인이 쓰이지 않는다. 프로그래밍 언어 루아는 플랫폼 내 화폐 로벅스에 NFT를 적용하지 않았다. 로벅스는 넥슨 캐시와 비슷하게 중앙화된 사이버 머니로 특정 금액 이상 모이면 데브엑스(DevEx)라는 사이트를 통해서 계좌이체, 페이팔 등으로 지급받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2006년 출시된 로블록스는 중앙화된 로벅스 생태계 속에서 창작자들이 로벅스를 벌어서 자사 플랫폼에서 환전하는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기업의 미래에 NFT라는 키워드가 기필코 포함되어야만 하는 과장 경향이 없지 않지만, 블록체인 네트워크로 구축되는 NFT를 절대악으로 볼 분명한 근거도 없다. 중앙 서버가 아닌 네트워크가 플레이어의 데이터를 보증한다는 기술은 좋게 쓰일 여지가 있다.​ 이를테면 게임에 존재하는 각종 확률을 공정하게 관리하는 데 블록체인 기술이 사용되어 아이템의 공정성을 NFT로 담보하는 방식을 검토해볼 수 있다. '오징어게임 코인' 사례처럼 발행자가 마음먹고 사기를 칠 작정이 아니라면, 먹튀 게임이나 일방적인 게임 서비스 종료에 대한 완충재로 블록체인 기술을 검토할 수 있다. 

그럼에도 오늘날 게임사들은 투자자들 앞에서 NFT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소개하고 있다. 요컨대 요즘 게임사 컨퍼런스 콜에서는 존 카맥과 오웬 마호니가 지적했던 것처럼, 구체적인 실행 계획도, 사용자 경험에 대한 고려도 찾아보기 어렵다. "검토하고 있다" 내지는 "계획이 있다" 수준의 발언으로 주가는 요동친다. 

 

리포트를 정리 중인 기자는 개인적으로 기업들이 만족스럽지 않은 실적을 가리기 위해서 모두가 말하는 그 트렌드를 가리키고 있지만, 화살표 끝을 따라가보면 대상이 보이지 않는 느낌을 받는다. 다시 말하지만, 미래를 확언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러나 제출되는 로드맵을 보고 있노라면 NFT가 장밋빛 미래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긍정할 수 없다. 세상을 바꿀 신기술에 지레 겁을 먹은 걸까? 

얼마전 페이스북 → 메타처럼, ​역사와 전통의 게임사 게임빌은 그 이름을 컴투스홀딩스로 바꾸고 적극적 NFT 진출을 선언했다. 형제 회사 컴투스는 "일터이자 생활과 놀이를 아우르는 올-인-원 메타버스 계획도시"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기자는 39억을 들여 "서울을 메타버스로 만들겠다"는 임기 1년 짜리 시장의 선언이 오버랩됐다. 물론 컴투스가 서울시보다 훨씬 더 그럴듯한 메타버스를 구현할 재능과 실력이 있다고 믿는 편이다.

 

컴투스가 3분기 IR 자료에서 공개한 메타버스 로드맵

 

최근 오세훈 시장이 직접 발표한 서울시의 메타버스 로드맵 (출처: 서울시)


# 반발도 만만치 않은 NFT... 아미가 불매운동 나선 사연은?

 

유저 모두가 P2E으로 ​부수입을 벌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복잡하고 아리송한 개념의 도입 없이 자신들이 영위하던 서비스를 안정감 있게 즐기기 바라는 계층도 분명 있다. 게임 생태계 밖에서 한 가지, 안에서 한 가지 사례를 들 수 있다.

지난 4일, 하이브(구 빅히트)의 방시혁 의장과 박지원 CEO는 쇼케이스에 직접 출연해 NFT 사업 진출을 공식화하며 "포토카드 같은 것들이 디지털상에서 고유성을 인정받아 영구적으로 소장 가능할 뿐만 아니라, 위버스와 같은 글로벌 팬 커뮤니티 플랫폼에서 수집, 교환, 전시가 가능하게 되는 등 보다 다양하고 안전한 방법으로 소장하는 방법이 생겨난다면 어떨지 두나무와 같이 구체화해보겠다"라고 발언했다. 두나무는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업체다.

하이브 소속 연예인의 음반, 사진, 굿즈 등을 NFT로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BTS를 응원하는 아미 중 일부는 현재 하이브의 불매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아미 자체가 조직화된 팬덤 조직이 아니다 보니 이 운동은 다소 산발적이지만, 요지를 읽어보면 응원하는 아티스트와 음악과 무대를 통해 소통하는 것이 마땅한 행보이며, NFT는 탄소 발자국을 남기기 때문에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BTS는 기후 위기 문제에서 여러 차례 메시지를 남긴 바 있는데, 일각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이 전기 에너지를 사용한 채굴을 하기 때문에 환경적이지 못하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하이브의 NFT 발행은 모순적인 행보라는 것이다.

 

BTS는 9월 UN총회에 초청되어 지속 가능 발전 목표를 주제로 연설했다. 사진은 이후 이들이 총회장에서 찍은 <Permission to Dance> 무대 (출처: UN)

 

게임 플레이에 요긴하게 쓰이며, 커뮤니티로도 활용되고 있는 디스코드. 지난 9일까지 NFT 사용과 가상화폐 결제 도입에 관한 설문을 받았다가 이용자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마찬가지로 채굴이 가져오는 환경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가 나왔으며, 스팸 게시글과 보안 문제에 집중해야 하는 시점에 과장되게 유행되고 있는 블록체인 관련 사업 진출은 섣부르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몇몇 이용자들은 유료 구독 시스템인 니트로를 해지한 스크린샷을 인증하기도 했다.

이용자들의 반발이 극심하자 제이슨 시트론 디스코드 CEO는 "현재로서는 암호화폐를 지원할 계획이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시장 조사 단계에서 유저들의 반발을 마주해 한 발 뒤로 물러선 것이다.

 


 

# NFT 밸브 잠근 스팀, 라프 코스터 "디지털 소유권? 그런 거 없다"

지난 달 밸브는 스팀 가이드라인에 "암호화폐 및 NFT를 발행하거나, 그 거래를 허용하는 형태의 블록체인 기술 기반 게임은 출시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스팀은 플레이어의 구매와 창작자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지만, 가이드라인 상 블록체인 게임을 "위법이거나 명백한 악의적 장난(trolling)으로 판단되는 콘텐츠"로 분류하고 있다.

제지를 당한 <에이지 오브 러스트> 개발사는 "밸브는 현실에서 금전적 가치를 지니는 아이템을 자기 플랫폼에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스팀에서 NFT 서비스를 제공하던 위메이드도 "스팀 정책에 맞춰 대응을 완료했으며, 앞으로도 국가 및 플랫폼 정책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전했다. 아이템의 거래에 대해 밸브는 '커뮤니티 장터'라는 중앙화된 방식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구글과 애플 역시 블록체인 게임에 보수적인 태도다. 그래서 최근까지 ​적지 않은 블록체인 모바일게임이 '.apk'로 유통됐다.

통계를 종합해보면, 50~70%의 게임이 스팀에서 다운로드되고 있고, 지금까지 누적 10억 개가 넘는 계정이 스팀에 등록됐다. 명실상부 최대 PC게임 플랫폼인 스팀에서 블록체인 게임은 금지 대상이다. 도전자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블록체인 게임을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했지만, ​사장 팀 스위니는 과거 "에픽게임즈는 NFT에 손대지 않겠다. NFT는 흥미로운 탈중앙화와 사기(scams)가 뒤섞인 다루기 힘든 혼합체"라고 비판했다. 스토어에서는 받아주겠지만, 회사는 그 기술에 접근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스토어에서 허용하겠지만,에픽은 NFT에 관심이 없다는 팀 스위니 (출처: 팀 스위니 트위터)

현재 게임과 NFT가 관계를 맺은 핵심 연결고리는 재화의 외적, 통합적 활용이다. 플레이 데이터가 블록체인에 존재하기 때문에, 같은 블록체인 안에 구현된 다른 게임들끼리 재화를 넘겨받는 등 같은 NFT를 함께 활용할 수 있으며, 이것이 새로운 재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위메이드의 '위믹스 기축통화론'과도 일정 부분 연결된다.

NFT 아이템을 서로 다른 게임에서 사용 가능하게 하려면 결국 각 게임의 개발자가 여기에 용이한 형태로 게임을 만들어야 하는 한계가 있다. <재미이론>을 저술한 라프 코스터는 자신의 블로그에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에서 요리한 파이가 <헤일로>에서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추산하기 어렵다​"라며 프로그램 간 개체 이식이 쉬운 일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두 개의 다른 개체에서 데이터를 이식할 때,) 하나의 스크립트에 버그가 발생하면 그 안에 접속하던 모든 사람들이 작동을 멈추기 떄문에 복사본을 만들고, 버전 기록을 유지하고, 포크(forks)를 걱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결국 중앙화가 이루어진다는 모순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강연에서 NFT에 관해 "무엇이 됐든 디지털 소유권이란 환상(illusory)이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국제 게임 개발자 협회(IGDA)는 개발자들이 단일 생태계에서 NFT 사용을 중단하고 교차 생태계(cross-ecosystem)에서만 NFT를 시도할 것이며, 이 경우 PoS(지분 증명)을 사용할 것을 촉구했다. 게임 산업은 첨단 기술을 추진해야 하지만, 에너지 비효율적인 솔루션을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또 IGDA는 사용자 동의 없이 백그라운드 마이닝을 하지 말라 권고했다.

 

2014년 GDC에서 촬영된 라프 코스터

 

# 255번째 봉이 김선달 vs 디지털 콘텐츠의 미래

모두가 한 방향을 향해 달려간다고 그것이 항상 정답이 되는 것은 아니다. 1600년대 튤립은 한 달 동안 OO코인에 준하는 상승세를 기록했지만, 튤립의 시세는 머지않아 몰락했다. 오늘날에도 수많은 '버즈워드'들이 우레와 같이 몰려왔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NFT와 메타버스가 게임에 혁신을 가져다줄지 모르는 일이지만, 그 반론과 의심 또한 만만치 않다.

콘텐츠 산업은 언제나 흥행 산업이라는 점을 생각해봤을 때, NFT가 널리 쓰인다고 해도 이는 소수 기업의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공산이 크다. 과거 닷컴버블을 버텨낸 기업들이 오늘날의 빅테크가 되었듯이 말이다. 오늘날 빅테크들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사용자 접근성을 확보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NFT 도전자들은 "투기 아니냐"라는 우려, 이미 중앙화된 플랫폼들과 맞서야 한다.

'이제 돈 쓰는 게임의 시대는 끝났고, 돈 버는 게임의 시대가 됐다'라는 표현이 뜨고 있다. 게이머들은 이미 게임으로 돈 버는 계층의 존재를 알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중요한 질문을 도출할 수 있다. '쌀먹'이야말로 게임의 오래된 미래인가? (계속)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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