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사에서 이번 3월을 시작으로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P2E(블록체인, NFT 등) 게임 출시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을 살펴보았다. 그렇지만 한국 게이머들은 (좋든 싫든) 이들의 신작을 체험하지 못하거나, <미르4>처럼 환전 기능이 빠진 자체 빌드를 플레이해야 한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현행 게임산업법에서 게임머니의 환전, 알선, 재매입을 업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르 4> 글로벌 빌드가 일종의 선구자적 테스트였다면, 이번 3월부터 펼쳐지는 여러 게임사들의 도전은 돈 버는 게임에 대한 대규모 각축전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각축전에서 A사가 B사의 코인 결제를 가능케 하는 등의 협업 관계는 맺겠지만, 각 회사들은 결국 생태계의 '대장'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P2E 각축전의 초입에서, 자주 나오는 질문들을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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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2022년 봄, P2E 게임 본격전 시작된다 (바로가기)
Q. P2E 게임을 이용하는 게이머는 처벌 받을까?
현행법 체계상으로 그렇지 않다.
개별 게이머가 VPN 등을 통해서 P2E 게임을 플레이하고 가상자산 지갑을 통한 환전 과정을 거쳐 차익을 실현해도 그 자체로 기소되거나 벌금을 물 우려는 적다. 미심의 게임물 이용 자체를 처벌할 수 없다. 게임물관리위원회(게관위)는 "제공자에 대한 처벌 규정은 있어도, 이용자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단, 이용자가 P2E 게임에서 봇, 매크로 등 서비스 주체가 용인하지 않은 불법 개·변조 프로그램을 동원하여 수익을 내면, 제재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부산 게임물관리위원회 사무실
Q. 한국 게이머들은 어떻게 P2E 게임을 접하고 있을까?
네 가지 방법을 꼽을 수 있다.
(1) 웹게임
현재 적지 않은 P2E 게임들이 웹 기반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멋쟁이사자처럼 이두희 대표가 개발 중인 <실타래> 또한 웹 기반으로 테스트 심의 없이 CBT를 진행했다. 게관위 측은 "게임물의 내용을 살펴봐야겠지만,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소관이 될 수도 있는 문제"라며 "<실타래>는 테스트 게임물이라도 등급분류 절차를 밟아야 하므로 위법의 소지가 있다"라고 답했다.
적지 않은 P2E 웹 게임은 당국의 감시를 벗어난 것으로 확인된다. 테스트 목적의 게임이라고 하더라도 심의를 받아야 하지만, <로블록스>에 삽입된 게임들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듯이 게관위가 일일이 추적해 조치를 취하기도 어려운 실정인 것으로 보인다.
애플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P2E 웹게임에 접속할 경우, 애플이 제공하는 '프라이버시 보호' 기능을 이용해 접속 위치를 변경 시켜 한국에서도 아무런 제약 없이 게임을 접속할 수 있다.
(2) 모바일게임
유저들에게 가상화폐 ‘무돌 토큰’을 지급하며 ‘P2E 게임’ 마케팅에 나섰던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는 플랫폼의 설문형 등급분류를 받아서 시작했다.
지난 1월, 게관위의 등급분류 결정 취소 처분을 받기 전까지 게임을 서비스하며 유저들을 모았다. 이렇게 쉽고 빠른 자체 등급분류 기능을 이용해 일단 환금성이 있는 게임을 국내에 내놓는 사례가 앞으로 더 발생할 수 있다.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의 개발사는 "항고를 통해 유저분들께서 겪으실 불편과 피해에 대해 강력하게 피력할 예정이며, 등급분류 결정 취소 처분 소송 또한 적극 대응해 정상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게관위는 물론 자체 등급분류 사업자도 법에 따라 환금성이 존재하는 게임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
(3) VPN 이용
가상사설망(Virtual Private Network, VPN)을 쓰는 경우도 적지 않게 보고되고 있다. VPN이란, 통신사 등이 제공하는 공중 통신 서비스와 달리, 단체나 개인이 인터넷 망을 이용해 정보를 바깥에 드러내지 않은 채 접속하는 기술이다. 한국 게이머들은 이렇게 자국 스팀 스토어에서 막힌 <미르4 글로벌> 등의 게임을 할 수 있다.
(4) 투자만 하는 경우
게임을 하지 않고, 뉴스에 따라서 수익 실현을 위해 NFT, 토큰 등 가상자산에만 투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의 경우 'P2E 게임을 이용하는 게이머'라고 분류하기는 어렵지만, 향후 더 많은 수익, 재미 등을 좇아 게임에 접근할 가능성이 있으며, 게임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자산 시세에 영향을 주고 있다.
Q. P2E를 허용하도록 게임법을 고칠 가능성은 없을까?
지난 2월, 여당 주도로 만든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이 국회 공청회를 넘겼다. 공청회를 진행한 법 전부개정안은 법사위 회의 과정을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다.
이미 다수의 한국 게임사가 P2E 진출을 선언하였으니, 심사 과정에서 'P2E가 대세인데 낡은 법을 고쳐야지 않겠느냐'라는 형식으로 재논의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게임산업협회는 의견서를 내고 현재 법안에 위헌적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게임협회 의견서에는 P2E, 돈 버는 게임, 확률형 아이템에 관한 언급은 배제되었으나, 법 전부개정의 시계추를 돌려 P2E 이야기를 새로 하자는 의견은 나올 만하다. 전부개정안이 절차대로 통과가 된 뒤, P2E 콘텐츠에 대한 분류와 적용을 새로 하려는 움직임이 조직될 수도 있다.
P2E 콘텐츠가 '게임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경우의 수도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메타버스를 게임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보고서를 냈 적 있는데, 이쪽 시류에 편승해 한국 시장 역차별 문제 등을 거론하며 규제 샌드박스나 P2E 자율규제 등을 카드로 꺼낼 수 있다.
'바다이야기' 사태로 탄생한 게관위는 P2E로 인한 부작용을 강하게 의식하고 있는 기관이다. 게관위 김규철 위원장은 P2E에 대해 "게임법에 사행성 금지가 있다면, NFT 게임은 불가하다"라던지 "비즈니스 모델(BM)이라고 하지만 사실 피해는 멀쩡한 일반 소비자가 입는다, 게임사가 발행한 알트코인으로 거래소에 상장하고 유통한다면 오해를 받을 수 있다"라고 발언했다.
국회에서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열린 모습
Q. 이 열풍은 언제 정리될까?
게임업계에서 P2E에 대한 취재를 하다 보면, 간혹 업계인으로부터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반응을 받기도 한다. 적어도 이전 기사에 언급한 다섯 회사(위메이드, 넷마블, 컴투스, 네오위즈, 카카오게임즈)는 P2E 생태계 구축에 '진심'이며, 자사는 물론 중소 게임사의 타이틀도 자기 생태계에 끌어들이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개중에 자사 타이틀의 90% 이상을 P2E 게임으로 개발하는 곳도 있다.
다수의 주요 게임사들이 VR에 대한 연구개발(R&D)에 투자한 적 있다. 그렇지만, 이럴 듯한 VR 게임은 나오지 않았다. P2E에 대한 업계의 질주 또한, 게임 산업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한 연구개발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전에 업계에 유행하던 다른 키워드들과는 달리 P2E는 블록체인 네트워크, 가상자산, 탈중앙화 거래소 등과 깊게 연관되기 때문에 보다 재무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3월부터 본격적으로 게임이 나오기 시작하였으니, 재무적으로 2~3분기 안에는 P2E 진출의 득실을 '부분적으로나마'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월, 위메이드의 위믹스 대량 매도가 문제가 됐던 것처럼 투자자 입장에서는 게임 기업이 자사 가상자산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언제 매도했는지, 수익은 얼마나 봤는지 알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재무제표에서 가상자산은 '기타의 무형자산'에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산이 순전히 가상자산만 포함하는지 여부도 불분명하다.
DART에서 검색한 위메이드의 재무제표. 위믹스는 '기타의 무형재산'으로 잡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Q. 앞으로 어떻게 될까?
미래 예상은 언제나 조심스럽다. 그렇지만 재미있는 게임이 오래 살아남을 것이라는 명제는 P2E에서도 일정 부분 유효하다.
국내 개발사가 새로 개발한, 또는 기존 게임에 블록체인을 얹은 게임들은 결국 재미를 담보해야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롱런할 수 있을 것이다. P2E 게임에는 '수익'이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에, 완성도가 부족한 게임이라도 수익성이 담보된다면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다. 재미는 주관적 판단의 영역이기 때문에, 돈 버는 재미가 좋다면 같은 게임이라도 더 오래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수요-공급 곡선 붕괴(재화 과다 공급, 신규 수요 부족)를 겪은 <엑시 인피니티>의 사례처럼 되지 않도록 돈 버는 재미를 오래도록 제공하는 것이 관건이다. 특정 가상자산을 '줄 때 먹고 나가는' 게임이 된다면, 게임 콘텐츠 자체의 장기 흥행성은 보장하기 어렵다.
오늘날 이 판에 출사표를 던진 기업들은 자체 P2E 생태계 조직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므로 자상자산의 시세도 생태계 운영에 무시 못 할 변수가 될 것이다. 아무리 생태계를 잘 꾸려놔도 '암호화폐의 기축통화'라는 비트코인의 시세, 국제 정세, 미국 연준의 결정 등 외부 변인에 따라서 자산 금액은 변동할 것이다.
1월, 블록체인 사업 진출을 본격화한 넷마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