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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젠지 '페이즈' 김수환이 최고의 유망주인 이유

이 원딜러, 깡이 남다르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서준호(index) 2023-02-14 14:55:34
페이즈 선수는 아카데미 시절부터 관계자 분들에게 평가가 높았으며, 필자가 처음 작성했던 유망주 리포트에서 1위를 차지했던 선수입니다. 관계자 분들에게 너무나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개인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이후 페이즈 선수를 1년 정도 꾸준히 눈여겨보며 확신을 하게 됐죠.

지금까지 들어온 페이즈 선수에 대한 관계자분의 평가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페이즈 선수의 재능에 대해 이야기해봅니다. /서준호 필자(index), 편집=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 이상적인 성장 속도

 


 

페이즈의 애쉬 트리플 킬 하이라이트 (1분 32초부터)


페이즈 선수는 아카데미 시절부터 관계자 분들에게 평가가 높았던 선수입니다. 다만, 아카데미 시절에도 교전 단계에서 매우 공격적인 모습을 자주 보여줬으며 이로 인해 죽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당시 필자는 원거리 딜러는 최대한 안정적으로 해야 더 많은 대미지를 넣을 수 있으며, 더 높은 수준의 경기에서는 이러한 공격적인 플레이가 통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존의 많은 스포츠에서 유망주가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상위 수준의 리그에 적응하는 일입니다. 하위 리그에서는 통하던 것들이 상위 리그에서는 통하지 않기 때문에 혼란을 겪거나 문제점을 개선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그대로 정체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따라서 페이즈 선수가 분명 CL에서도 통할만한 매우 뛰어난 피지컬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CL에서는 이러한 공격적인 플레이가 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플레이를 개선하는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아카데미 시절부터 공격적이었던 페이즈 (출처: LCK)

아카데미 선수들을 올린 젠지 CL팀은 2022 스프링 시즌 첫 15경기에서 4승 밖에 올리지 못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페이즈 선수가 나쁘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주긴 했지만, 초기에는 특출난 경기력을 보여주진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페이즈 선수의 실력이나 플레이 스타일은 당시 팀적인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드러나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페이즈 선수는 이후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주며 18경기 동안 11승 7패를 기록합니다. 매우 높은 승률은 아니지만 이전에 비하면 확실히 개선된 경기력이었으며, 개인적으로는 통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던 공격적인 플레이가 성공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페이즈 선수의 가장 대표적인 명장면으로 뽑히는 아펠리오스로 상대 챔피언 4명을 처치하는 장면도 이 당시 나왔던 장면입니다.



특히, 당시(4월 말 경) 또 다른 유망주 관련 기사를 준비하며 젠지 관계자 분에게 “현재 (클리어, 준, 캐슬 선수와 함께) 페이즈 선수는 CL에서 가장 고평가 받고 있다”라는 평가와 멘탈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개인적으로 페이즈 선수의 성공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앞서 말했듯 많은 유망주들이 상위 리그에 적응을 실패하며 결과적으로 자신의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지만, 반대로 상위 리그에 쉽게 적응하는 유망주들은 자신의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하며 주전급 선수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페이즈 선수는 아카데미에서 올라온 최연소 선수가 CL에 입성한지 한 시즌만에 최고의 선수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줬습니다. 상위 리그에 확실히 적응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필자의 생각과는 달리 자신의 플레이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정밀하게 발전시킨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멘탈적인 이슈의 가능성도 적다고 봤기에 이상적인 유망주의 모습에 가까웠습니다. 

 

(출처: LCK)

 

# 페이즈 선수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재능

 

많은 LCK 팬 분들이 슈퍼 플레이를 보고 싶어하며, 슈퍼 플레이가 곧 S급 선수의 상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페이즈 선수가 CL에서 보여준 여러 슈퍼 플레이는 이 선수가 가지고 있는 S급 선수의 자질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 몇몇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개인적으론 DRX CL을 상대로 보여준 페이즈 선수의 플레이가 2가지 이유에서 이 선수가 가진 특별한 재능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페이즈의 루시안 하이라이트 - 영상 9분 15초부터


장면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페이즈의 루시안이 상대 알리스타를 잡기 위해 앞대쉬를 썼으며, 여기에 반응한 알리스타의 WQ 콤보를 점멸로 피합니다. 이후 고속 연사포를 이용해 상대 사미라를 카이팅하며 잡아냅니다. 일반적인 시선으로 봤을 때, 사실 앞대쉬를 썼다가 점멸이 빠지는 루시안의 플레이가 좋은 플레이로 보이진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상황을 보면 페이즈 선수가 알리스타의 WQ 콤보를 피한 순간 한타가 거의 끝났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전 상황을 보면 DRX의 알리스타와 비에고의 진입을 막기 위해 젠지의 핵심 스킬인 나미의 해일과 탈리야의 대지의 파동 스킬이 사용된 상황입니다. 

비에고의 진입을 막기 위해 소모된 핵심 스킬들 (출처: LCK)

물론 이 스킬들을 통해서 비에고의 진입을 막긴 했지만 알리스타의 스킬은 온전히 남은 상황이 되었습니다. 젠지 입장에서는 순간적으로 알리스타의 WQ 콤보를 견제할 수단이 없어지면서, 알리스타가 매우 위협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페이즈 선수는 사미라와 비에고에게 각을 주지 않는 선에서 앞대쉬를 통해 오히려 체력이 줄어든 알리스타를 공격하는 선택을 합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알리스타의 WQ 콤보를 점멸로 피해냈죠. 

즉, 순간적으로 매우 위협적이었던 알리스타의 스킬을 점멸 교환을 통해 무력화한 것입니다. 이후 궁극기를 통해서 진입할 수도 있는 상대방을 밀어내고, 정교한 컨트롤로 상대 딜러의 딜링각을 전혀 허용하지 않고 동시에 일방적으로 대미지를 넣으며 한타 승리를 만들어냅니다. 

(출처: LCK)

한타는 결국 우리팀이 때릴 수 있는 구도가 되느냐와 상대팀이 때릴 수 있는 구도냐의 싸움입니다. 페이즈 선수는 원거리 딜러 포지션임에도 자신의 플레이를 통해서 스스로 상대 팀이 공격할 수 있는 구도를 없애고, 일방적으로 때릴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제가 느끼는 페이즈 선수의 특별한 재능은 기본 공격 1~2번을 더하기 위해서 공격적인 플레이를 선보이는 원거리 딜러들과는 달리, 상대방의 스킬을 피하며 자신이 때릴 수 있는 구도 자체를 만들어낸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공격적인 플레이는 보통 오로지 자신만이 리스크를 가지지만, 페이즈 선수의 공격적인 플레이는 이를 대응해야 하는 상대방 입장에서도 스킬을 반드시 맞춰야 한다는 리스크를 만들어 냅니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페이즈 선수가 분명 위험한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이 플레이를 응징하기 위해서 날린 스킬이 빗나가는 순간 자신들이 그리고 있던 한타 구도가 무너져버린다는 부담감을 느끼게 됩니다. 


LCK에서도 등장한 페이즈의 공격적인 플레이 (출처: LCK)

그리고 이러한 플레이는 궁극적으로는 페이즈 선수가 왜 뛰어난 캐리력을 가졌는지를 설명해 줍니다. 결국 <롤>을 캐리하기 위해서는 게임에 대한 영향력을 계속 가지고 있어야 하며, 페이즈 선수는 원거리 딜러로써 게임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는 방법을 아는 선수입니다.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앞선 플레이가 얼마나 게임의 영향력을 미친 것인지는 이 상황에서 탈리야의 점멸이 없었다는 사실을 통해 한번 더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지의 파동 스킬을 쓴 순간 탈리야는 알리스타의 WQ 콤보를 회피할 수단이 전혀 없었습니다. 알리스타의 WQ 콤보에 사미라의 연계가 적절히 들어간다면 DRX 입장에서 충분히 한타를 이길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며, 반대로 젠지는 매우 위험했던 상황인 것이죠. 하지만 페이즈 선수는 이 플레이를 통해 변수를 완전히 차단했습니다.

두 번째로 이 장면이 페이즈 선수의 재능을 보여준다고 생각한 이유는 상대 선수들이 '최선의 플레이'에 가까운 반응을 했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 상황에서 알리스타가 WQ 콤보 외의 행동을 하기는 어려우며, 사미라 역시 일방적으로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나왔죠.

만약 페이즈 선수가 앞대시를 한 순간에 알리스타가 WQ 콤보를 사용하지 않았더라면, 궁극기를 썼더라도 잘 큰 루시안의 화력과 탈리야의 데미지 및 슬로우 지원을 견디지 못하고 죽었거나, 생존을 위해 한타에서 완전히 이탈해야 했습니다. 즉, 알리스타 입장에서는 WQ 콤보가 그나마 가장 가능성이 높은 최선의 플레이였던 셈이죠.

(출처: LCK)

사미라의 경우는 말 그대로 루시안이 고속 연사포를 이용해 사정거리 밖에서 때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루시안이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지 않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페이즈 선수가 루시안으로 완벽한 플레이를 선보이니 아무것도 할 수 없었죠. (이전 기사에서 언급했던 천상계와 프로 경기에서 사미라가 사용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처럼 페이즈 선수는 자신이 상대보다 유리한 상황에서 상대방을 압도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서


페이즈 선수가 LCK에서 성공하기 위해 풀어야 하는 숙제는 라인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페이즈 선수가 CL 기준에서는 강한 편이지만, LCK에서는 라인전이 강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페이즈 선수의 라인전 능력이 뛰어나지 않다기보단, 당시 콜업된 선수들이 CL 기준에서는 분명 강한 라인전 능력을 가졌음에도 LCK에서는 크게 무너지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프로 경기 수준의 라인전은 매우 디테일적인 부분이 많기 때문에 전문가가 리플레이를 통해 면밀히 살피는 것이 아니라면 완벽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중계를 보는 시청자는 라인전의 모든 장면을 관찰할 수 없기에 더더욱 어렵죠.

딩거 서포터가 주류로 올라설 정도로 바텀 라인전이 중요해졌다는 점도 한몫합니다 (출처: LCK)

그렇기에 비교적 신뢰도가 높은 라인전 지표를 바탕으로 예측해 보면, 페이즈 선수와 비슷한 수준의 라인전 지표를 기록했던 CL 선수들이 LCK에서 좋지 못한 라인전 지표를 기록하는 경기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이에 페이즈 선수 또한 LCK에서는 좋지 못한 라인전 지표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페이즈 선수가 이러한 문제를 시간이 지나면 분명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먼저 필자가 아직 아카데미에 있던 페이즈 선수를 솔로 랭크에서 처음 관찰했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이즈리얼의 신비한 화살을 상대방 원거리 딜러에게 모두 맞추며 라인전이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아 일방적인 구도를 만들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빼어난 피지컬을 가지고 있는 선수라면 언젠가는 이렇게 솔로 랭크에서처럼 뛰어난 라인전 능력을 대회에서 선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페이즈 선수는 CL 스프링 시즌의 라인전 지표를 (15분 CS 리드율 51.5%, 15분 CS 격차 -1.2, 15분 골드 격차 -139) 서머 시즌에 모두 개선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15분 CS 리드율 63.9%, 15분 CS 격차 4.3, 15분 골드 격차 58) 

2022 CL 서머 시즌 올프로에 선정됐던 페이즈 (출처: LCK)

특히 CL 스프링 시즌 중반 이후 폼이 좋아지면서 상대팀의 집중 견제를 받았음에도 이러한 성과를 거둔 점이 매우 긍정적이었습니다. 처음 상대팀의 견제를 받던 시기에는 라인전에서 크게 무너졌었지만, 짧은 시간 내에 이러한 견제를 버텨내는 방법을 터득하며 빠르게 발전했죠. 라인전 지표가 아주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좋은 평가를 하는 이유는 이렇듯 피지컬을 바탕으로 한 빠른 성장세를 보여 줬기 때문입니다.

즉, 관계자 분들의 평가를 제외하고도 필자가 페이즈 선수가 최고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이유는 타고난 피지컬 및 재능을 바탕으로 완벽에 가까운 플레이를 할 수 있고, 그 동안 자신의 문제점을 빠르게 개선해냈다는 것입니다.

 

아마 이번 기사 이후로 '유망주' 페이즈 선수를 다루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앞으로 페이즈 선수는 케리아, 제우스 선수와 같이 더 이상 신인이 아닌 다른 선수들과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받는 선수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최고의 유망주 페이즈 선수가 아닌, 최고의 선수 페이즈 선수에 대한 연재를 준비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보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출처: L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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