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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죽으면 땡 아니에요? 익스트랙션 장르의 변주

특유의 '불쾌감'을 덜어내기 위한 노력들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주(사랑해요4) 2024-05-23 18:13:30

익스트랙션 장르는 어떻게 발전하고 있을까?

지난 칼럼에서 최근 익스트랙션 장르의 유행에 대해 설명했다. 다만, 분량상 몇 가지 설명하지 못한 지점이 있었다. 

익스트랙션 게임에서 하나의 게임에서 얻은 전리품은 반드시 무사히 탈출해야 가질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탈출하지 못하면 모든 것을 잃기에 불쾌감이 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30~40분 동안 진행되는 긴 호흡의 게임에서 단 한 번의 실수나 우연 때문에 들인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면 기분이 좋을 플레이어는 없을 것이다.

이전에 유행했던 배틀로얄 장르의 문제점과 유사하다. 배틀로얄 장르는 1등만의 승리의 기쁨을 누릴 수 있기에 시간이 지나며 빠르게 플레이어가 이탈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이에 많은 게임이 '부활' 기능이나 파밍 간소화 등을 통해 불쾌감을 완화하고 게임에 대한 반복 플레이 동기부여를 늘리려 하는 모습이 보였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PvP가 존재하는 게임에서 이미 보였던 흐름이다. 게임 내 필드에서 PvP가 가능했던 <WOW>나 <대항해시대 온라인>과 같은 게임에서도 비슷한 불편함이 발생하다 보니 PvP가 금지된 서버를 별도로 만들거나 하는 모습이 보였었다.

한 때 스포츠 장르의 게임이 인기를 얻기 힘든 원인으로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고, 패배의 경험이 누적되면 불쾌감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경쟁이나 한 번에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긴장감이 중요한 게임 장르라도, 경쟁에서 지거나 우연한 사고가 발생해 모든 것을 빼앗긴다면 허탈감은 너무나 커진다. 

불쾌감이 장르가 주는 재미보다 크다면 게이머는 그 장르 게임을 잘 플레이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게임사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은데, 출시 혹은 개발 중인 게임의 시스템을 예시로 들어 노력 사례를 설명해 보고자 한다.

<타르코프>


# 최소한의 손실 방지 시스템

익스트랙션 장르의 선두 주자인 <타르코프>는 보험과 안전 컨테이너라는 두 시스템으로 플레이어의 불쾌감을 어느 정도 줄이려는 모습을 보였다.

보험 시스템은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플레이어의 장비에 특수한 효과를 부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만약 게임 내에서 사망하거나 보험을 들어 놓은 아이템을 잃어버릴 경우, 다른 플레이어가 아이템을 챙겨 탈출한 것이 아니라면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아이템을 되돌려준다. 플레이어의 의뢰를 받은 NPC가 나중에 해당 지역으로 찾아가 아이템을 되찾아 왔다는 설정이다.

보험 시스템 (출처: 타르코프 위키)

보안 컨테이너는 다른 플레이어가 내용물을 보거나 빼앗을 수 없는 플레이어만의 인벤토리다. 보통 크기가 작기에 많은 아이템을 담을 수는 없지만, 게임 내에서 사망하더라도 보안 컨테이너 안에 있는 아이템은 그대로 유지된다. 덕분에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값나가는 아이템을 발견하거나 수술 키트와 같은 비싼 소모품은 보안 컨테이너 안에 넣어서 운반하고 있다.

더불어 보안 컨테이너는 익스트랙션 게임의 BM이 되기도 한다. <타르코프>는 비싼 에디션을 살 경우 더 큰 보안 컨테이너를 플레이어에게 지급한다. 모바일게임 <아레나 브레이크아웃>은 게임은 무료로 플레이가 가능하지만 큰 보안 컨테이너는 구독제 형식으로 구매하도록 만들었다.

일종의 P2W 요소로 보일 수도 있지만 보안 컨테이너의 크기는 엄청나게 큰 것은 아니기에 게임의 승패에 큰 영향은 없어 관련한 논란은 적은 편이다. <타르코프>에서는 게임에서 가장 큰 보안 컨테이너는 모든 퀘스트를 수행해야 얻을 수 있도록 했다. 가장 좋은 성능의 컨테이너를 사용하려면 과금보단 오랜 기간 게임플레이를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보안 컨테이너 (출처: 타르코프 위키)


# PvP를 없애고, PvE에 집중한 경우.


플레이어 간의 PvP 요소를 배제하고 PvE 콘텐츠만 남겨 놓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기존의 오픈 월드 게임과 큰 차별점이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익스트랙션 장르의 틀을 유지했다는 것은 게임 내에서 '세이브-로드'와 같은 편법이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아이템을 가지고 무사히 탈출해야 한다는 긴장감과 재미는 그대로 가져가되, 다른 플레이어와의 싸움은 없앰으로써 PvP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발생하는 불쾌감은 제거하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주로 익스트랙션 장르를 표방한 인디 게임에서 보이고 있다. 커뮤니티 등지에서 '2D 타르코프'라는 표현으로 유명해진 <제로 시버트>나 우주를 배경으로 한 인디 게임 <콰시모프>가 있다. 기존 게임에서 별도의 PvE 모드를 만들어 분리하는 경우도 있다. <타르코프>는 최근 PvE 모드의 도입을 발표하고 특정 에디션 이상을 구매한 플레이어에게 체험할 수 있는 권한을 순차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제로 시버트>



# 난이도 구분을 통한 초심자와 숙련자 매칭 분리


숙련자와 초심자가 하나의 게임 안에서 경쟁하기보단, 난이도를 나누어 자연스럽게 매칭이 나뉘도록 하는 시도도 존재한다. 초심자가 숙련자를 만나 장비와 경험 차이로 허무하게 사망하고 열심히 모은 아이템을 잃는다면 게임을 이탈할 수 있는 커다란 불쾌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크 앤 다커>나 <인피니트>가 이런 시스템을 차용하고 있다. 같은 맵이라도 난이도를 나누어 강한 적들이 등장하고, 고가치의 아이템이 출현하는 난이도는 입장료를 지불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장비를 가진 플레이어만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자연스레 숙련자는 가치 있는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높은 난이도로 향하고, 아직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초심자는 가치 있는 아이템을 얻기는 어려운 대신 비교적 안전한 낮은 난이도로 향하게 된다.


<아레나 브레이크아웃: 인피니트>
노말, 락다운, 포비든 존이라는 세 가지 난이도가 존재한다.


# 같이 하면 덜 짜증난다! 

유명한 말이 있다. '뭐든 같이 하면 더 재미있다'는 것이다. 만약 게임 내에서 사망한다고 하더라도, 내 장비를 챙겨 와서 돌려주거나 갑작스러운 습격으로부터 뒤를 보호해 줄 아군이 있다면 불쾌감은 줄어들 수 있다.

<아레나 브레이크아웃: 인피니트>(이하 인피니트)가 하나의 예시다. <인피니트>는 <타르코프>와 많은 부분에서 유사하지만, 팀원 간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자동 매칭 시스템을 지원함으로써 다른 사람과 같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을 장려했다. 배틀로얄 게임처럼 게임에서 체력이 다해 쓰러지더라도 팀원이 일으켜 세워줄 수 있기에 일종의 '재도전' 기회를 부여하고 있기도 하다.

MOBA와 익스트랙션의 결합을 시도하고 있는 <시커스 오브 스카이베일>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라이엇 등 여러 게임사 출신 베테랑 개발자가 모인 '엘로디 게임즈'에서 개발 중인 이 게임은 최대 3인의 플레이어가 팀을 이루어 게임을 진행하도록 하고 각각의 역할을 가진 캐릭터를 선택해 협력하도록 했다. 여담으로 엘로디 게임즈는 국내 개발사 크래프톤이 투자를 통해 일부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커스 오브 스카이베일> (출처: 엘로디 게임즈)



# 탈출구 분리를 통한 '일방적인 기습' 방지

익스트랙션 장르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보통 맵에서 지정된 탈출구로 이동해 일정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문제는, 맵에 존재하는 탈출구는 고정되어 있기에 타인이 올 것으로 예상되는 탈출구에 미리 이동해 숨어 있다가 다가오는 플레이어를 기습하는 행위가 빈번히 발생했다. 

전략적으로는 훌륭하지만, 아무래도 탈출구 앞까지 와서 모든 것을 허무하게 잃으면 불쾌감이 클 수밖에 없다. 자신은 게임을 열심히 플레이했는데, 탈출구 근처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던 다른 플레이어에게 전리품을 모두 빼앗기면 억울함을 참기 어렵다.

그럼에도 탈출구 근처에서 숨어 대기하는 플레이어가 아무래도 싸움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기에 대처하기 힘든 부분이다.

<타르코프>의 맵 중 하나인 '리저브'
고가치 자원이 많지만, 탈출 포인트가 제한되어 있어 '탈출구 매복 플레이'로 악명이 높다. (출처: 타르코프 위키)

넥슨에서 개발 중인 <낙원>은 '개인 탈출구' 시스템을 통해 보다 합리성을 살리려 하는 모습을 보였다. 플레이어만 이용할 수 있는 탈출구를 게임 시작 부분에서 지정해 주는 식이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개인 탈출구를 이용해 탈출하기 때문에, 타인이 사용할 탈출구를 미리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낙원>에는 배틀 로얄 장르 게임의 '자기장'처럼 플레이어가 행동하는 범위를 축소시키는 '가스 지대'라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이 가스 지대는 맵 바깥에서 좁혀져 플레이어를 하나의 좁은 구역으로 몰아가는 대신, 한 지역에서 시작해 커지는 방식으로 퍼져 나간다. 


플레이어는 가스 지대를 피해 맵 전체로 자연스럽게 퍼져 이동하게 된다. 덕분에 예상되는 탈출구 근처에서 기다리는 상대 플레이어를 마주칠 일이 더욱 적어졌다.


<낙원>의 개인 탈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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