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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잃어버린 사행성을 찾아서] 6화: 일본 게임업계가 초고속으로 대응한 사건, ‘콤프 가챠’

콤프 가챠는 사라졌지만 ‘콤프 가챠성’은 남았다

디스이즈게임(디스이즈게임) 2019-04-09 17:17:02

[잃어버린 사행성을 찾아서] ​‘사행성’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사행성은 ‘우연한 이익을 얻고자 요행을 바라거나 노리는 성질. 또는 그러한 특성’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누구나 한 번은 혹할 법한,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을 자극한다는 특징 때문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의미와는 다른 엄밀한 법적 개념과 관리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디스이즈게임이 이러한 ‘사행성’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연재물을 선보입니다. 필자 노시흥씨는 2000년대 초반, 일본의 빠찡코, 빠찌슬롯 로컬라이즈 작업에 참여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으며 지금도 게임업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사행성. 뭔가 위험해 보이지만 그간 우리가 제대로 알지는 못했던 미지의 세계. 지금부터 만나보시죠. 

 

* 외부 연재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편집자
 

 

빠찡꼬로 대박 나서 팔자 고치는 일은 아무리 환금성이 있다 해도​ 매우 낮은 사행성으로 인해 불가능합니다. 전 편에서 다룬 바와 같이 밤낮없이 빡센 직장 생활 수준으로 길드 생활을 해야 겨우겨우 먹고 사느니 마느니 한다고 하니, 빠찡꼬를 너무너무 사랑하지 않는 이상은 못 할 짓입니다.

 

여기서 ‘환금성'이 무슨 의미를 가지게 될까요? 빠찡꼬를 ‘재미로 하는' 사람들 기준으로 봅시다.

 

이 사람들은 환금 구조를 알고 있을지라도, 게임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이 자신에게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별로 그럴 생각도 없고요. ‘빠찡꼬 전문가'와 이야기했을 때, 이 정도로 빠삭한 분이 돈 벌 생각 없이 ‘순수하게 즐긴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저는 당연히 빠찡꼬 같은 것 하는 사람들은 돈 따려고 눈 벌게져서 달려드는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로만 생각했거든요. 

 

 

여기서 ‘돈을 번다.'의 기준이 중요한데 일정 기간에 투입된 모든 노력, 시간, 돈을 합한 개념입니다. ‘재미'를 제외한 상태에서 장기적인 관점으로는 이 손익이 플러스가 될 것이 아님을 알고 즐긴다는 뜻입니다. 이러면 환금은 일종의 ‘리베이트'입니다.  

 

‘이 게임이 재미있어서 한 달 잘 놀았다. 100 쓸 생각이었는데 여차저차 게임 공략을 잘해서 점수를 많이 딴 관계로 할 만큼 하고 게임 접는 시점에 50 돌려받았다. 결과적으로 50밖에 안 썼다. 30 밖에 못 건질 줄 알았는데, 나 게임 좀 하는 듯?’ 입니다. ‘100 썼는데 20 돌려받아서 결과적으로 80 에 A짱의 빠찡꼬 오리지널 보컬 곡 연출을 볼 수 있었다. 게임 좀 잘했으면 40 정도에도 가능했을 것 같은데...'

 

같은 식입니다.

 

남은 계산은 ‘50 혹은 80 정도의 즐거움을 얻었는가’ 뿐입니다. 이걸 포함해서 감정적인 이득이 있는 사람들은 즐겁게 게임을 합니다. 친구랑 서너 명이 하루 놀러가서 이런 저런 방식으로 이 자리 저 자리 앉아가면서 전략과 실력을 겨뤄봅니다. 누가 이기나 봤는데 한 친구가 좀 이겼으면 ‘이 녀석 좀 하는데! 너 저녁 사라.' '오케이, 콜!' 하고 끝나는 게 일반적인 경우가 됩니다. 

 

말만 들으면 너무 건전해서 제가 빠찡꼬 홍보하러 나온 줄 알겠습니다.

 

“일부 사람들이나 이 구조에서 손익이 플러스가 되게 해보겠다고 진지하게 많은 노력을 하는 거지 그런 사람들 때문에 이런 서민의 소소한 즐거움까지 막으러 들려 하면 좀 그렇지 않나요?” 하는 이야기가 여기서 나옵니다.

 

즐겁게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게임을 해서 무슨 대박을 내려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캐릭, 템 팔고 게임 떠날 때, 50쯤 돌려받을 수 있을 테니 (재미있으면) 더 써볼 여지가 있는 듯?’ 으로 가게 됩니다. 결제 거부감이 줄어듭니다. 50 회수할 수 있다면 50 결제할 것을 100 결제할 수 있습니다. 돌아가는 금액의 규모가 커지게 됩니다.  

 

 

판이 커지니 진지하게 벌어보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낄 여지도 커집니다. 간 보면서 시간만 걸리느니 차라리 시작할 때 확 질러서 상위권까지 한 방에 찍어 놓고 상황 봐서 더 하거나, 아닐지라도 아직 분위기 좋을 때 빠지면 시간 절약에 시세도 좋아서 많이 회수할 수 있습니다. 깨작깨작하는 것보다는 이쪽이 더 리스크가 낮은 상황까지 옵니다.

 

게임 오픈 시에 뒤도 안 돌아보고 지르는 분들이 이렇게 탄생합니다. 그런데 이 50이 인질입니다. 이렇게 나중에 빠지는 것 생각하고 권리금처럼 쥐고 있습니다. 다행히 재미있게 하고 있고 딱히 팔 생각은 없지만 시세표 보니 50이 60이 되었습니다. 괜히 기분이 좋습니다. 50이 45가 되었습니다. 뭐 이 정도면 5는 재미있게 즐긴 셈 치면 되니까 인정합니다. 

 

시세가 바뀌는 것은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쇼핑몰 결제 포인트처럼 약관 같은 것으로 보증되는 무언가는 아니라는 겁니다. 실제로는 있는데 법적으로는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밸런스 패치 하나로 밑에서 5 밖에 안 쓴 사람들이 확 치고 올라오면 시세가 떨어지니 미칠 만도 합니다. 확률을 높이는 것은 공정하지 않습니다. 내가 그거 얻으려고 쓴 돈과 시간이 얼만데... 박봉과 야근에 시달리며 복잡한 확률 체계 만들고 계신 선량한 개발자의 안전이 위험합니다. 입구에 보안 요원 둬야겠네요.

 

묶인 순간,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by 송곳)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 상황에 거래 불가를 위한 강력한 규제가 들어간다? 거의 정부의 모라토리엄 선언 수준이 되겠네요. 

 

자, 이 정도로 하고 오늘의 주제인 ‘콤프 가챠’ 이야기로 가 보겠습니다. 콤프 가챠는 확률형 아이템 자율 규제로 이어진 일련의 사건들의 출발점입니다. 확률형 아이템 자율 규제가 왜 이런 형태가 되었는지를 보려면 콤프 가챠에서 출발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바다 건너 일본 이야기니 좀 더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네요. 일단 제가 직접 해당 건에 관여한 당사자는 아니니 어느 정도는 드러난 사실에 기반한 추정이고, 잘 쳐줘야 '전문가의 견해' 정도 수준이라는 점을 미리 고려 부탁드립니다.  

 

 

일본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킨 ‘콤프 가챠 논란’은 무엇인가?

콤프 가챠는 무엇일까요?

 

특정 아이템 구성을 모으면 또 다른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방식입니다. 모아서 완성한다는 Complete에 가챠(뽑기)를 합쳐 '컴플리트Complete 가챠'가 되고, 이걸 줄여서 '콤프 가챠'라고 부릅니다. 

 

간단하게 들으면 특별히 대단할 것도 없습니다. '특정 카드 종류 세트를 맞추거나 장비 전설 셋 맞추면 부과 효과나 특별 아이템을 드립니다'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이 세트를 '유료 가챠를 돌려서 모두 모으면 준다' 면 문제가 된다고 보는 것이 콤프 가챠 문제였습니다. 

 

​​

<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 걸즈>의 콤프가챠 예시

왼쪽의 아이돌 카드 5장을 모두 뽑으면 오른쪽의 희귀 카드를 얻을 수 있었다. 왼쪽의 아이돌 카드는 오직 정해진 기간에만 뽑을 수 있고, 같은 카드가 또 나올 수도 있다. 뽑는 데 필요한 금액은 당시 6회에 1,500엔(약 2만1,400 원)이었다.

 

사용자가 원하는 것은 A인데 이걸 얻고 싶으면 가,나,다,라,마의 세트를 모아야 하니 지나치게 많은 결제를 하게 된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습니다. 또한 가,나,다,라,마의 평균 확률만 알려줬을 뿐, 실제로는 '마'의 확률을 매우  나쁘게 해서 완성을 어렵게 하는 방식들도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들이 당시 많이 발생했습니다.

 

콤프 가챠 사건을 간단히 시간순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2012년 5월 5일

요미우리 신문이 소비자청이 컴플리트 가챠라 불리는 상품이 경품 표시법에 금지하는 방법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중지 요청을 했고, 응하지 않으면 조치명령을 내릴 것이다'라고 했다고 보도.

 

보도 내용에는 '콤프 가챠는 2,500억엔(2조 5천억 원)을 넘는 소셜 게임 수익의 기둥 중 하나지만, 사행심을 부추긴다, 아이가 열중하여 고액을 청구당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라고 소개함. 해당 기사에서는 콤프 가챠를 쓰는 주요 게임으로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와 <탐험 도리랜드>를 언급. 이로 인해 소셜 게임 주요 회사인 모바게, 그리 등의 주가가 크게 하락.

 

2012년 5월 7일

요미우리 보도 내용을 소비자청이 부정. ‘검토를 시작한 단계. 중지 요청이나 조치 명령 등은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사업자명도 이야기한 적 없다. (요미우리) 기사 내용과 다르다’고 부정.

 

어느 나라에서도 ‘확률형 아이템’은 ‘청소년 이용불가’한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부정되었는데, 비슷하게 느낀다면 기분 탓이니 넘어갑시다. 

 

2012년 5월 8일

소셜 게임사 그리(GREE) 대표가 ‘만약 (소비자청의) 지적이나 요청이 있다면, 진격으로 대응을 검토하고 싶다(真摯に対応を検討したい)’라고 발언.

 

2012년 5월 9일

주요 소셜 게임 플랫폼 6사가 컴플리트 가챠를 5월 31일까지 모두 폐지하겠다고 공동 발표. 

 

2012년 5월 10일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서비스 업체인  반다이남코도 5월 31일까지 콤프 가챠를 폐지하겠다고 발표. 

 

2012년 5월 18일

소비자청, 콤프 가챠는 경품 표시법의 '그림 맞추기(カード合わせ)'에 해당하여 금지 대상이라는 견해(考え方) 발표자료.

 

2012년 5월 25일

위의 6사, '컴플리트 가챠 가이드 라인' 책정 발표, 6월 1일부터 운용. 

 

2012년 6월 28일

소비자청, 콤프 가챠 규제를 명시한 경품표시법 운용 기준을 공표. 7월 1일부터 적용. 

 

 

위 상황에 대해 해석을 해보겠습니다.

 

일반적인 해석은 이렇지 않을까요?

 

“정부에서 금지나 위법이라고 하지도 않고 검토 시작한 수준이라고 했는데 주요 회사들이 첫 기사로부터 단 4일 만에 월말까지 폐지하겠다고 발표를 해?”

콤프 가챠'는 '그림 맞추기'와는 다르다는!' 같은 반박도 전혀 안 하고?”

게다가 20일도 안 지나서 가이드라인이 나와서 다음 달 1일부터 운영을 했다고?”

일본 게임 회사들 초 양심적 아냐? 역시 선진국은 달라!”

게다가 검토 시작했다는 게 5월 7일인데 규제가 6월 28일에 나와? 일본 공무원 엄청 일 열심히 하네?”

한국은 뭐하고 있는거냐? 저렇게 대응이 빠르니 일본은 자율 규제라도 잘 굴러가는거 아니냐! 한국 게임 업계는 자성하라!”

 

게시판 돌아다니다 어디선가 본 멘트 같습니다. 

 

이제 얼터 버전 해석을 좀 해보겠습니다.

얼터 버전 해석을 하려면 설정을 좀 파야 합니다.

 

의문1) 소비자청은 뭔데 갑자기 등장한 거지?


이번 편에 처음 등장한 소비자청에 관해 위키나 소비자청 홈페이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소비자청(消費者庁). 2009년 설립. 콤프 가챠 사건이 2012년이니 당시로는 설립한 지 얼마 안 된 상태겠네요. 내각 산하 기관으로 이런 저런 법률의 관리 권한을 내각총리대신으로부터 위임받았다고 나옵니다. 

 

콤프 가챠가 관계된 '부당경품 및 부당표시 방지법' 등을 포함하여 여러 소비자 관련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2009년 이전에 부당 경품 방지법은 ‘공정거래위원회(公正取引委員会)’ 소관이었다고 합니다. 낙하산 인사 문제로 몇 번 매스컴 구설수에 오른 것 같지만 그런 건 넘어갑시다. 이름이 비슷한 한국 소비자원과 다르게 엄연한 행정기관으로, 시정이나 과징금, 배상금, 환불 조치를 내릴 수 있습니다. (관련법)

  

소비자청이 위치한 산노파크타워

 

 

의문2) 콤프 가챠 금지의 근거가 되는 ‘카드 맞추기’는 대체 언제 어쩌다 규제된 것일까?

 

카드 맞추기 법률 자체는 1971년에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부당경품 및 부당표시 방지법' 법에 추가된 것으로 나옵니다. 과자 회사 중심으로 1950~70년대까지 여러 곳에서 우표, 야구선수 카드 모으기 등을 했는데 지나친 인기로 과자는 버리고 스티커나 카드만 모으는 등 상황이 심각해져 금지된 것으로 보입니다. 최초 사례는 1915년이라는 설도 있는 것을 보니 100년 전통이라고 해야 되나요? 다른 참고 출처. 

 

일본은 이미 1960년 대에 그림판의 모든 그림의 확률이 같아 보이는 착시를 만들고 한 두 개는 나쁜 확률을 만드는 일이 벌어졌었고, 이로 인해 1970년 대에 '같은 뽑기 상자에 포함되는 모든 아이템은 확률이 동일해야 한다'는 등의 규제 법안이 생겼다는 이야기입니다. 자본주의 선진국인지 규제 천국인지 모르겠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 생각하는 것은 똑같다고 해야 할 지...

 

참고로 빠찡꼬나 게임 센터는 ‘풍속법’ 아래 포함되어 경찰 출동 여지가 있는 영역입니다. 규제의 빡셈은 이미 다뤘습니다.

 

추가로 그 뒤에 벌어진 일을 좀 더 볼까요? 

 

 

2012년 7월 

위 6사를 중심으로 '일본 소셜 게임 협회(JASGA)' 설립(2015년 4월 CESA에 흡수 합병됨. CESA는 CERO를 하는 곳) * CECA: 컴퓨터엔터테인먼트협회​, CERO: 일본의 게임 등급 분류를 실시하는 비영리 자율 규제 단체

 

2012년 8월 1일

일본 온라인 협회(JOGA)에서 '온라인게임의 비즈니스 모델의 계획 설계 및 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

 

일단 모든 게임 회사도 아니고 소셜 게임 플랫폼 주요 6사이며, 정작 그 때 콤프 가챠로 급조된 협회인 JASGA는 3년 후, CESA로 흡수 합병됩니다.  이후 대응은 회사별로 제각각입니다. 자율 규제라서 CESA 버전, JOGA 버전이 있습니다. 어딘가에 더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소비자가 쓴 금액을 환불 시킬 법적 권한이 있는 '소비자청'이 이미 번개같이 한 달 남짓에 규제를 공표했는데, 이게 자율이 맞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제 믿거나 말거나 얼터 버전을 한 번 가보겠습니다.

 

일단 첫 시작에 소비자청은 '콤프 가챠가 경품고시법의 '카드 모으기'에 해당한다고 생각' 정도로 운만 띄웠습니다.

 

몇 가지 궁금한 점이 떠오릅니다. 

 

 

소비자청은 뭔데 갑자기 나타난 거야?

'카드 모으기'에 해당? 그럼 이미 기존 법이 있었다는 것 아냐?

'가챠'가 '사행성' 문제라면 빠찡꼬처럼 풍속법, 경찰 같은 무서운 소리가 오가는 쪽이 등장해야 되는거 아냐? 왠 소비자청?

경품고시법? 그러면 사행이 문제가 아니라 '고시'를 제대로 안 했다는 거야?

 

이 전제하에 

 

'콤프 가챠가 경품고시법의 '카드 모으기'에 해당한다고 생각'이란 한 마디에 대해, 업체 입장에서 '최악의 해석'을 잠깐 따져봅시다. 

“콤프 가챠 규제는 한국의 '셧다운' 같이 새로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니라서 신규 법안이 필요 없다. 이미 기존 법 위반이다. 기존 법 위반이니 소급 적용이 가능하다. 우리가 이미 많이 들어와 있는 소비자들의 콤프 가챠 결제 클레임 문의에 대해 '기존 법 위반'으로 해석하면, '환불' 처분을 내릴 수 있고 소비자청은 그럴 권한이 있다. 알아서 숙여라. 에헴. 싫으면 경찰한테 가서 '우리 사행입니다. 풍속법으로 빠찡꼬 수준의 규제를 받겠습니다'라고 하시던가.”

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완전 후덜덜한 이야기입니다. 대량 환불 조치가 내려질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과징금 같은 건 덤이겠죠. 돈만 문제겠습니까. 새로운 규제에 억울하게 당하는 게 아니고 그간 위법한 사업을 했던 것이 됩니다. '진격으로 검토하고 싶다'고 할 만합니다. 알아서 하는 모습을 강력하게 보여야 합니다. 초고속 대응이 나올 만 합니다.  

 

 

그런데 마냥 나쁜 것일까요? 

 

기특하게도 업체의 광속 자율 규제가 시행 중인 시점이니 그냥 놓아둘 만도 한데 굳이 한 달 뒤에 콤프 가챠에 특화한 규정이 추가됩니다. 

 

이것은 무슨 의미가 될까요?  

- 이제 '확률형 아이템' 떡밥은 소비자청이 관리합니다. 사행성, 환금성으로 걸어볼까 기웃거리는 풍속 경찰 저리 가세요. 

- 콤프 가챠 규정이 ‘새로’ 나왔다는 것은 '기존 규정을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기존 결제에 대한 환불 여지는 없습니다, 고객님.

- 콕 집어 '콤프 가챠'가 문제라고 소비자청 님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냥 가챠'는 괜찮다는 뜻으로 해석하겠습니다. 그냥 가챠는 시비 걸지 마세요.

- '경품 표시'의 문제입니다. '확률 표시'는 해드릴게요. 빠찡꼬처럼 확률 범위같은 기기묘묘한 규제에 경찰한테 확률 검사까지 받으라고요? 그런 건 사행성, 환금성 쪽에 가서 이야기하세요. 소비자청님이 우리는 그런 거 아니랍니다. 

- 그리고, 자율 규제를 선언한 6사 중심의 협회는 좋게 말해 CESA에 흡수되었고 굳이 따지면 지금은 없어졌습니다. 저 찾지 마세요, 고객님.  

살을 주고 뼈를 치는 수준이 아닌, 옷깃 내주고 뼈를 치는 수준이네요. 빠찡꼬도 그렇고 콤프 가챠도 그렇고 선진국은 대응하는 것이 뭔가 달라도 다릅니다. 아름다운 자율 규제입니다. 베팅 속도가 4초인지 3초인지가 무슨 상관입니까. 까짓거 5초 해드리면 되나요? 독립 시행이니 뭐니 가지고 지식 자랑하며 게시판에서 아웅다웅할 필요가 없습니다. 큰 그림을 봐야죠. 이 큰 그림을 한 달 안에 해냅니다. 배울 것이 많은 분들입니다. 앞으로 많이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이후에도 소비자청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 규제를 실제로 하고 있습니다. 대충 찾아봐도 몇 개 나오네요. 사례 1, 사례 2

 

확률형 아이템은 소비자청 관리 하의 자율 규제입니다. 지적 사항도 확률 표기 문제이지 '사행성' 이야기는 안 보입니다. 동네북인 빠찡꼬에서 확률 표기 오류면 경찰 출동일 텐데 훨씬 약한 제재입니다. 우리 '잃어버린' 사행이가 어디 쯤에서 행방불명된 건지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도 드네요. 

 

 

그럼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사행'성', 환금'성' 다 보셨으니 이제 예상 가능합니다. 콤프 가챠가 규제가 되었다? 음, 그렇다면 이것은 '정부 공인의 효과가 검증된 기획!' '그럼 이제 콤프 가챠가 아닌 콤프 가챠'성'을 강화하자!'

카드가 아니라 장비를 맞추는 것이면?

전설의 복장 셋을 맞추면 부가 효과가 있는 것이면?

갖추면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좋은 템 나오는 던전에 입장할 수 있거나 매우 유리한 것이면?

팀 덱을 모았더니 효과가 영속적인 것이 아닌 일정 기간의 부스트 효과면?

그보다 5개 맞춰오면 다른 3개 주는 것이면? 5개 중의 3개만 가져와도 1개 주는 것이면?

유료템과 무료템을 섞어서 맞추는 것이면?

확정템과 가챠템을 섞어서 모아 오면 다른 상위 모으기 세트에 도전할 수 있는 것이면?

유료템과 다른 사용자로부터 이겨야 모을 수 있는 것을 합치면? 실력이니까 더 문제없겠네?

...역시 앉은 자리에서 10개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만, 저보다 이 글을 보실 분들이 더 잘 아실 것 같군요. 어디서 본 것 같다면 물론 우연입니다. 그보다도 JOGA에서 '온라인 게임에서 비즈니스 모델의 기획 설계 및 운영 가이드라인'이란 이름으로 '이 방식은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꿀팁을 배포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일본어 배우길 잘했네요.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이제 한 달 만에 강한 인상을 남기고 사라졌던 일본의 콤프 가챠 사건이 이후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충분히 알게 되셨을 것 같습니다.

 

이제 ‘사행성'이 아니라 어느 순간 ‘확률 표시'이야기가 나오고 ‘우량 오인'이니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영역으로 전환됩니다. 전에 비하면 제대로 안 지킬지라도 ‘표기 실수'나 ‘과장 광고' 정도가 되는 영역으로 어느새 프레임 전환이 된거죠. 

 

한국으로 다시 돌아옵시다.

 

이제 '확률형 아이템'에 소비자청의 영역을 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출동하게 되는 걸까요? 

 

예전에는 일본 콤프 가챠 규제의 근거가 되는 '부당경품 및 부당표시 방지법' 의 한국판쯤 되어 보이는 '경품류제공에관한불공정거래행위의유형및기준지정고시'라는 게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기서 추첨이나 소비자 간에 실력을 겨루는 방식으로 경품을 주는 '현상 경품'이 '확률형 아이템'에 가까운데요.

 

2이상 또는 2회 이상 상품이나 용역을 구입하여야만 문자·회화·부호 및 카드 등의 특정 조합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에 의한 소비자현상경품류의 제공은 제8조(소비자현상경품류의 부당한 제공행위)의 규정에 불구하고 이를 행하여서는 아니된다.

 

같은 '콤프 가챠' 규제 비슷한 내용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과거형으로 이야기한 이유는 2016년에 폐지되었기 때문입니다. 폐지 이유 중에 재미있는 것이 있습니다.

 

 

과거와는 달리 최근의 현명한 소비자들은 단순히 경품을 획득하기 위해 분수를 넘어서는 소비를 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됨

 

 

이라고 합니다. 그...그렇군요. 현명하게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은 '분수를 넘어서는 소비를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고시가 폐지일 뿐이지 문제 있으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출동하긴 한다고 합니다. 혹은 제가 모르는 어딘가에 추가적인 법이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한국의 경우 게임 쪽에는 어지간해서는 공정위가 출동하지 않을텐데, 그 이유는 게임이 문화체육부 산하의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게임산업진흥법에 따라 발급하는 강제 '공인인증서'인 '게임물등급분류'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게임이니까 혼내도 게임물관리위원회가 혼낸다로 갑니다. 자율 규제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자율 규제'성'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경품 관점일 경우, '꽝'만 아니면 됩니다. 결제한 금액에 해당하는 물품을 주고 다른 것을 더 주면 경품 제공이 됩니다. 그래서, 2000년대 중반부터 온라인 게임 가챠에 꽝이 사라집니다. 

 

디지털은 복제 발행 비용이 0에 수렴하므로 가챠 금액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소모성 물품을 주고 확률을 제대로 표기했다고 주장한다(주장이라고 하는 이유는 증명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면 사실 거의 규제가 없다고 보면 됩니다. '실수'했을 경우의 페널티도 사실 법적으로는 거의 없구요. 0.2%가 0.0002%가 된다고 해서 갑자기 '사행'이 성립되거나 그 반대가 되기 어렵다는 것은 이미 앞에서 다뤘습니다. 

 

그런데 국내에서 이런 방향으로 갈 가능성은 낮아보입니다. 왜냐하면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가진 가장 큰 무기가 ‘심의 거부'인데 심의 거부 게임의 대다수가 ‘사행성' 문제를 이유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한국 심의는 어지간한 폭력, 선정 표현에 대해서는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내려 거의 무제한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심의 거부'까진 안 하고 있습니다. 게임물관리위원회 입장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놔주고 ‘공정거래위원회 출동하세요’ 하고 싶진 않을 것 같네요. 여전히 ‘모사'라던가 ‘사행성으로 지나친 소비를 요구한다’ 관점으로, ‘심의 거부' 카드를 전제로 적당히 조율하는 형태로 계속 규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슬슬 마무리할 때가 되었습니다. 

 

처음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여러 가지 사정과 관점과 논란들을 발단부터 살펴보았으나 딱히 결론은 없습니다. 지금 상황에 '사행성', '환금성'은 있지만 '사행', '환금'은 없고, 콤프 가챠는 없지만 콤프 가챠'성'은 있습니다. 추가로 ‘강제’로 ‘자율’ 심의를 받아야 하는 민간 자율 심의'성'도 있습니다. 알면 알수록 분명한게 하나도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낮에는 폰으로 오토를 돌리며 콤프 가챠'성' 기획을 성실하게 하고 집에 와서 콤프 가챠'성' 뽑기를 욕은 하지만 분수를 넘지는 않게 소비하며 자신이 못 뽑은 카드의 드랍률 계산을 하다가 시세표를 확인하고 안심하며 잠들 수 있습니다. 누가 누굴 욕 하겠습니까. 그게 게임의 '재미' 라고 하면 '재미' 일 수 있겠습니다. 

 

베팅 속도가 4초가 되건 5초가 되건, 혹은 갑자기 '더' 공정하기 위해 빠찡꼬처럼 당첨 상황 그래프를 보여주건 그게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정도는 아시게 되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의원님, 베팅 속도 5초에 확률 공개 받고 대신에 결제 제한 없애고 자동 결제 콜?’ 

 

하면 되죠. 

 

이야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긴 이야기를 끝까지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또한 본 글의 게재를 결정해주시고 긴 글 교정에 힘써주신 디스이즈게임과 반세이 기자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답 없는 궁금증을 사족으로 덧붙여봅니다. 여기까지 관심 가지고 읽으신 분들은 한 번 같이 생각해보시면 어떨지요?

 

궁금증 하나,

게임서비스사와 아이템OO 간에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가정하자. 하지만 아이템 시세는 매출과 동접에 실제로 많은 영향을 미친다. 기획자가 직, 간접적으로 아이템 시세를 보고 게임 재화의 수급을 조절하거나 아이템 드랍율을 조정한다면 이것은 아이템 거래와 무관한 밸런스 조절일까?

 

궁금증 하나,

몬스터 하나 잡기가 매우 낮은 당첨 확률의 1회 복권을 뽑는 것이라고 하자. 로또라면 어쨌든 구매 제한이 있으므로 내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일정 비율 이상의 당첨률 점유가 불가능하다. 자금과 오토를 돌릴 대량의 계정과 장비를 갖출 수 있다면 당첨률 점유를 통해 암호화폐 채굴하듯이 아이템을 채굴해 낼 수 있다. 여기서 '오토'가 굳이 기계일 필요는 없다. 손으로 한땀 한땀 클릭하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장비 구입 노력과 실력을 인정해야 공정한가? 

노시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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