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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글 뭐하냐고? 캐리하는 중! '협곡 살림꾼' 정글러 변천사

가장 인기없고, 욕 많이 먹는 포지션임에도 또 다시 강타를 드는 이유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주(사랑해요4) 2020-09-01 10:12:54

<리그 오브 레전드>에는 다른 AOS 게임과 다른 ‘독특한’ 포지션이 존재합니다. 바로 중립 지역에서 정글 몬스터를 사냥하고, 라인을 갱킹해 킬 포인트를 만들며, 오브젝트를 통해 이득을 얻는 ‘정글러’ 입니다. 

 

때문에 정글러는 초반 게임의 흐름을 총괄하는 사령관에 해당하지만, 그만큼 사람들이 기피하는 포지션임과 동시에 가장 많은 비판을 받는 자리에 해당합니다. 독특한 포지션인 만큼, 정글러의 역사는 그야말로 파란만장했습니다, '제2의 서포터'로 불린 초창기부터, 게임의 흐름을 결정짓는 사령관이 되기까지! <리그 오브 레전드> 정글러 변천사를 정리했습니다.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 제2의 서포터나 다름없었던 초창기

 

<리그 오브 레전드> 초창기, 정글 위치에 등장한 것은 대부분 '탱커형 챔피언'이었습니다. 지금처럼 아군이 첫 번째 버프 사냥을 도와주는 개념도 없었을뿐더러, 정글 몬스터의 공격력 또한 너무 강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정글링을 도와주는 아이템도 '마드레드의 손'이나 '리글의 랜턴' 뿐이었죠. 

 

때문에 워윅이나 피들스틱, 우디르처럼 튼튼하고 유지력이 좋은 챔피언들이 주로 정글 포지션에 배치되곤 했습니다. 

 

그 시절 우디르, 피들스틱, 워윅은 '정글 3대장'으로 꼽혔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물론 예외도 있었습니다. 바로 '샤코'인데요. 샤코는 '깜짝 상자'를 통해 버프 몬스터를 빠르게 사냥할 수 있음은 물론, 이를 통해 상대 정글러를 처치하거나 다른 라인을 갱킹해 스노우볼을 굴릴 수 있었죠. 대신 운영 난이도도 매우 높은 편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샤코가 많은 외국 유저로부터 '코리안 시크릿 웨폰'으로 불렸다는 점인데요. 별도의 한국 서버가 없었던 시즌 1부터 많은 한국인이 북미 서버를 통해 샤코를 즐겨 썼기 때문입니다. 

 

특히 '인섹' 최인석, '호로' 조재환 등 1세대 프로게이머들이 대표적인 샤코 장인으로 꼽히기도 했죠. 이에 라이엇 게임즈는 한국 서버 오픈 1주년을 기념, <리그 오브 레전드> 최초의 한국형 스킨 '신바람 탈 샤코'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코리안 시크릿 웨폰'의 명성은 대단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하지만 샤코와 같이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정글러는 라이너보다 획득할 수 있는 경험치와 골드량이 너무나도 적었던 가난하고 고달픈 포지션이었습니다. 시즌 2부터는 라이너들이 적극적으로 정글 몬스터를 훔쳐먹는 ‘더티 파밍’ 메타가 도래하면서 정글러들의 배고픔은 더욱 심화됐고요.

 

특히 게임 시간이 10분을 넘어가는 순간 늑대와 유령은 미드 라이너가, 골렘은 봇 듀오와 탑솔러가 건드리니 정글러의 성장은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정글러는 불리한 라인을 커버해야 했고, 유리한 라인에는 갱킹을 가야 했으며, 와드를 통해 맵을 밝히는 한편 버프 몬스터를 라이너에게 바쳐야했습니다.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죠.

 

때문에 정글러는 분당 획득 골드를 늘려주는 황금의 심장이나 현자의 돌 같은 아이템을 두른 채 가성비가 좋은 탱킹 아이템을 갖추는 것을 우선시하곤 했습니다.

 

이러한 정글러의 설움은 '시즌 3' 들어서 조금 나아졌습니다. 정글링 보상이 증가했으며, 새롭게 추가된 정글 아이템을 통해 수월한 정글링이 가능해졌기 때문이죠. 이에 더해 정글러들의 평균 실력이 늘어남에 따라 상대 정글을 빼먹는 '카운터 정글'이 유행하는 등 수 싸움도 더욱 치열해졌습니다.  

  

많은 정글러들이 애용했던 '황금의 심장'. 지금은 골드 아이템이 전부 삭제되었기에 찾아볼 수 없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 성장형 정글러의 서막을 열다! '야생의 섬광'

 

이처럼 서럽게 눈치밥을 먹어야 했던 정글러에게도, '최고의 캐리력'이 부여된 시절이 있습니다. 바로 '야생의 섬광'이라는 아이템이 등장한 2014시즌인데요. '야생의 섬광'은 '리글의 랜턴'을 갖춘 채 킬, 어시스트, 대형 몬스터 처치를 30회 이상 달성하면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었습니다.

 

특히 몬스터를 사냥할수록 추가 피해 대미지가 증가한다는 점으로 인해 마스터 이, 워윅, 렝가와 같은 평타 기반 정글러가 급부상했죠. 따라서 그들은 섬광 스택이 충분히 쌓일 때까지 정글 몬스터를 여유롭게 사냥한 뒤 한타를 지배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섬광 메타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야기했습니다. 특히 섬광 정글러들이 20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오로지 '파밍'에만 집중한 뒤 게임을 터뜨리는 것은 <리그 오브 레전드>를 마치 RPG 게임처럼 느껴지게 했죠. 결국 라이엇은 여러 차례 너프 끝에 야생의 섬광을 삭제해버렸고, 섬광 메타는 그렇게 짧은 전성기를 마감하게 됩니다.

 

메타를 흔들었던 '야생의 섬광' (출처: 라이엇 게임즈)
 

 

# 잿불 거인의 등장과 초식 정글러의 반격

 

2015년, 라이엇 게임즈는 '전략적 다양성'을 목표로 <리그 오브 레전드>에 다양한 업데이트를 진행합니다. 이에 따라 정글 포지션 역시 기본 아이템 '사냥꾼의 마체테'를 업그레이드해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는데요. 

 

추가 체력을 제공하고, 주변에 마법 대미지를 입히는 '잿불거인', 지금의 '루덴의 메아리'와 비슷한 '룬의 메아리', 물리 대미지 정글러에게 특화된 '용사', 대상의 최대 체력의 4%에 해당하는 추가 물리 피해를 입히는 '피갈퀴손'이 그것이었습니다. 지금은 흔한 존재가 되버린 바위게와 심술 두꺼비도 이때 추가됐죠.

  

'추적자의 검'과 같은 아이템도 이 시기에 출시되었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그리고 이 메타를 주름잡은 건 다름 아닌 '잿불 거인'이었습니다. 탱커형 정글러를 위한 아이템이었던 '잿불 거인'은 주변 적을 불태우는 지속 효과로 인해 정글을 빠르게 돌 수 있었을뿐더러, 다른 정글 아이템에 비해 50골드나 저렴한 가격 덕분에 초식 정글러들의 구세주로 꼽혔습니다. 덕분에 세주아니를 비롯한 여러 초식 정글러들이 1티어에 오르며 '잿불 거인' 시대를 열었습니다.

 

이후 강타가 충전식으로 바뀌는 한편, 정글 몬스터의 보상이 변경되는 등 패치에 따라 정글 메타는 돌고 돌았습니다. 

 

2016년에는 정글 몬스터가 약해지고 보상이 대폭 늘어남에 따라 니달리, 엘리스, 킨드레드, 그레이브즈의 시대가 찾아왔죠. 자신 또는 가까이 있는 아군이 대형 몬스터를 잡으면 영구적으로 체력을 얻는 '영겁의 힘'과 빠른 정글링을 통해 엄청난 성장력을 도모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2017년에는 영겁의 힘이 삭제되고 '향로 메타'가 찾아오면서 정글러라는 포지션 자체가 힘을 잃기도 했죠.

 

   

# 2레벨에 모든 것이 결정된다! '바위게' 메타

 

2018년은 정글러에 큰 변화가 시작된 해로 꼽힙니다. 협곡 중앙에 등장하는 중립 몬스터 '바위게'가 많은 경험치와 골드를 주도록 변경됨에 따라, 그 중요성이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기 때문이죠. 

 

게다가 바위게가 '2분 15초'에 등장하는 만큼, 정글러와 미드라이너가 2레벨을 찍자마자 바위게를 두고 싸우는 이른바 '바위게 메타'가 도래하게 됩니다. 당시 바위게의 비중은 정글 성장 격차를 결정짓는다고 평가될 만큼 큰 편이었고, 정글 챔피언 역시 2레벨, 3레벨 구간에 강한 챔피언이 1티어로 부상하게 됩니다.

 

때문에 정글러는 바위게를 통해 초반 게임을 끌어갈 수 있는 중요한 포지션으로 꼽혔는데요. 실제로 초중반 싸움에 굉장히 능했던 IG의 정글러 '닝' 가오전닝은, 공격적인 플레이로 소속팀의 2018 롤드컵 우승을 이끌며 대회 MVP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닝' 가오전닝의 공격적인 플레이는 메타까지 바꿔 버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그리고 올해, 정글러에겐 또다시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정글 몬스터가 더욱 자주 생성되도록 변경됐지만, 전체적인 정글 경험치와 골드 보상이 감소함에 따라 성장력 또한 감소한 것이죠. 게다가 레벨이 뒤처졌을 때 주어졌던 보너스 경험치마저 사라짐에 따라, 한 번 상대 정글과의 격차가 벌어지면 따라잡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라이너의 레벨링 역시 따라가기 버거워졌음은 물론입니다.

 

반면 정글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는데요. 협곡의 전령, 원소 드래곤 등 협곡에 등장하는 오브젝트의 중요성이 전에 비해 훨씬 커졌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초식형 정글러는 설 자리를 잃었고, 육식형 정글러들이 1티어에서 군림하는 체계가 굳혀졌습니다.

  

정글러 상위 티어는 대부분 육식 정글러들이 차지하고 있다 (출처: OPGG)

   

 

# 우리 정글 뭐하냐고? 캐리하는 중!

 

정글러는 여러모로 고통을 견뎌야 하는 포지션입니다. 라인전에 개입해 영향을 미치고, 오브젝트 관리의 책임을 맡은 만큼 게임이 불리해질 경우 비난의 화살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기 때문이죠. "우리 정글 뭐하냐"는 아군의 외침은 더이상 특별하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일상적인 비판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에더해 정글러는 부족한 성장력으로 인해 중후반부터는 거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고, 결국 '바쁘지만 존재감 낮은' 포지션으로 꼽히며 많은 이가 기피하는 포지션이 돼버렸습니다.

 

통계만 보더라도 정글러는 ‘명백한’ 기피 포지션이다 (출처: OPGG)

 

이는 통계를 보면 더욱 명확해집니다. OPGG가 제공한 <리그 오브 레전드> 한국 서버 포지션 선호도에 따르면, 정글러는 서포터와 함께 가장 선호도가 낮은 포지션에 해당합니다. 특히 상위 티어로 올라갈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해지는데요. 애석하게도 정글러는 '다이아몬드' 구간 이상에서 가장 기피되는 포지션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정글러는 오늘도 팀의 승리를 위해 묵묵히 정글을 돌고 있습니다. 

 

바쁘지만 존재감도 낮고, 많은 이가 기피하는 포지션으로 꼽히지만 끝없이 라인에 개입하고 오브젝트를 챙기며 팀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니 오늘 하루쯤은 정글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아무리 답답한 정글러라도 분명 말 못 할 사정이 있었을 겁니다. 서로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다면, 승리는 자연스레 우리 곁으로 찾아올 겁니다.

  

버프를 받아갈 때도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말자 (출처: 라이엇 게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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