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플레이-인 스테이지는 변방 국가 팀들이 참여한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올해는 시작부터 충격적인 업셋이 발생하며 많은 팬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소문난 잔치는 애피타이저부터 화려하다'는 것을 증명한 셈인데요.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낸 플레이-인의 주역들을 돌아봅니다. /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객원 필자
단언컨대, 이번 플레이-인 스테이지의 주인공은 PSG였습니다. 비자 문제로 인해 주전 선수 3명이 빠진 암울한 상태에서 LGD를 꺾고, 순위 결정전에서 UOL를 상대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당당히 그룹 스테이지 1위로 16강에 진출했기 때문이죠.
PSG의 강점은 한타력에 있습니다. PSG는 UOL과의 경기에서도 불리했던 경기를 한타 한 번으로 뒤집었죠. 특히 서포터 ‘카이윙’이 보여준 라칸 플레이는 그야말로 눈부셨습니다. 상대방의 빈틈을 정확히 캐치해 3명을 띄우는 환상적인 이니시에이팅을 선보이면서 역전승의 주역이 됐죠.
‘리버’ 김동우, ‘탱크’ 박단원 등 기존 멤버들의 비자 문제로 인해 ‘임시’로 합류한 ‘콩유’, ‘유니보이’, ‘디’ 역시 짧은 시간 호흡을 맞췄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멋진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들은 마치 오랜 시간 합을 맞춰온 것처럼 끈끈한 경기력을 선보였죠. 향후 그룹 스테이지에서는 기존 멤버인 리버와 탱크 한국인 듀오가 합류하는 만큼 어떤 경기력을 선보일지 관심이 가네요.
PSG는 본선에서 D조에 소속되었습니다. 무려 LCK 1시드 담원 게이밍, LPL 2시드 징동 게이밍과 한배를 타게 됐죠. 사실 PSG가 이 두 팀을 상대로도 좋은 경기력을 발휘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과연 PSG는 플레이-인 스테이지에 이어 또 한 번 그들만의 ‘동화’를 완성할 수 있을까요?
LGD의 플레이-인 스테이지는 악몽과도 같았습니다. LGD가 1부리그로 꼽히는 LPL 4번 시드를 받은 만큼,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선보였기 때문이죠.
LGD는 대회 첫날부터 PSG에 ‘압도적’으로 패배한 데 이어, 2일 차에는 A조 최약체로 꼽혔던 R7에도 업셋을 허용하며 탈락 위기에 몰리기도 했습니다. 특히 에이스로 꼽힌 ‘피넛’ 한왕호를 비롯해 ‘시예’나 ‘마크’ 같은 멤버들마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 가장 충격이었죠.
하지만 벼랑 끝에 몰린 LGD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이후 펼쳐진 경기에서 플레이-인 핵심 카드로 꼽힌 오른을 칼같이 밴하는 한편, 라인전에서의 강점을 살려 경기를 풀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LGD는 V3와의 패자 결정전을 잡은 뒤, 녹아웃 스테이지에서 R7과 LGC까지 3:0으로 잡고 천신만고 끝에 본선 진출에 성공하게 됩니다.
일단 한숨은 돌린 상황. 하지만 LGD가 플레이-인에서 보여준 경기력으로는 8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최대한 빨리 LPL에서 보여준 끈끈한 팀워크를 회복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특히 체급 차를 바탕으로 라인전 단계를 유리하게 풀어나갔음에도 불구하고, 한타 국면에서 보여준 집중력 난조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로 보이네요.
LGD는 2018 롤드컵 우승팀 인빅투스 게이밍을 꺾고 롤드컵에 진출한 팀입니다. 따라서 LPL에서 보여준 모습을 회복할 수 있다면 8강 이상은 충분히 바라볼 수 있는 팀이죠. 본인들도 4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짧은 시간 안에 멘탈을 추스르고 폼을 회복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해 보입니다. LGD는 프나틱, 젠지, TSM과 그룹 C에 속했습니다.
ITS에 불의의 일격을 허용했지만, LGC와의 1위 결정전에서 승리하며 북미 3시드의 자존심을 지킨 팀 리퀴드입니다.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 결국 탈락한 MAD나, 불안한 경기력을 보여준 LGD에 비해서는 선방했다고 할 수 있죠.
팀 리퀴드의 강점은 운영과 교전 설계 능력에 있습니다.
팀 리퀴드는 탑 라이너 ‘임팩트’ 정언영이 탱커를 픽해 든든하게 버텨주고 정글에서는 ‘브록사’가 리 신이나 볼리베어 같은 갱킹형 정글러를 선택한 후, 미드에서는 ‘젠슨’이 트페와 오리아나 같은 정통 메이지 챔피언을 픽해 경기를 풀어나갑니다. 특히 브록사의 리신은 LCS 서머에서 8승 2패를 기록할 만큼 ‘필승 카드’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저격밴도 심심치 않게 당할 정도였죠.
하지만 브록사는 그레이브즈를 제외한 다른 성장형 정글러는 잘 다루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최근 각광받는 카드인 릴리아를 잘 다루지 못한다는 점도 치명적이죠. 브록사는 LCS 서머 시즌에도 단 한 번밖에 릴리아를 기용하지 않았고, 그마저도 패배했고,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도 ITZ를 상대로 릴리아를 꺼냈지만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습니다.
팀의 미드 라이너 ‘젠슨’도 브록사처럼 특이한 챔피언 폭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AD 챔피언은 절대로 선택하지 않고, 트위스티드 페이트나 아지르, 신드라와 같은 AP 챔피언을 선호하는 편이죠. 심지어 빙결 강화 질리언이라는 깜짝 카드를 통해 승리를 거둔 적이 있을 정도입니다.
따라서 팀 리퀴드는 자신들의 팀 컬러를 확실하게 살릴 필요가 있습니다. 비록 북미 3시드로 롤드컵에 진출한 팀이지만, LCS 서머 정규 시즌 1위를 달성하고 플레이오프에서도 TSM에게 한 끗 차이로 패배한 만큼, 자신들의 색깔을 살렸을 땐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포텐셜을 가진 팀이니까요.
팀 리퀴드는 G2, 쑤닝, 마치와 함께 A조에 속했습니다. 8강 진출을 위해서는 마치를 반드시 꺾어내고, 쉽지 않은 상대인 G2와 쑤닝과의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만큼 8강 진출은 쉽진 않아 보입니다. 게다가 A조에서 상대적 약체로 꼽히고 있는 마치는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PSG를 3:0의 스코어로 꺾은 팀입니다.
UOL은 롤러코스터와 같은 경기력으로 플레이-인 스테이지를 통과했습니다.
UOL은 2일 차 경기에서 V3, PSG를 연달아 잡고 강력한 1위 후보로 떠올랐지만, 이내 1위 결정전에서 PSG에 패배하며 녹아웃 스테이지로 떨어졌고 다시 SUP를 꺾으며 그룹 스테이지에 진출했습니다. 비록 그룹 스테이지 직행은 실패했을지라도 다른 팀과의 체급 차이를 보여 주며 본선행 티켓을 얻은 셈입니다.
UOL은 독립 국가 연합 리그인 LCL에서 ‘어나더 레벨’이란 평가를 받을 만큼 강력한 모습을 보였던 팀입니다. 정글러 ‘아나나식’의 공격성을 바탕으로 초중반에는 탑-정글 위주로 풀어가고, 후반에는 미드 라이너 ‘노만즈’의 캐리력을 바탕으로 승리를 가져가는 팀이죠. 그리고 그룹 스테이지에서 보여준 바텀 오리아나와 스웨인, SUP와의 3경기에서 보여준 미드 베인 등 깜짝 픽도 종종 활용하는 편입니다.
UOL는 TES, DRX, 플라이퀘스트와 같은 D조에 속했습니다.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는 LCL의 어나더 레벨다운 모습을 보여준 만큼, 독립 국가 연합의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해서는 반드시 플라이퀘스트를 잡고 자신들만의 깜짝 픽을 통해 강팀을 격파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올해 롤드컵은 플레이-인 스테이지부터 수많은 업셋과 이변이 발생하며 전 세계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팬들의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R7이 LGD를 격파하고, 가장 상황이 나빴던 PSG가 조 1위로 그룹 스테이지에 진출하는 등 시작부터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