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원작으로 한 실사 영화는 이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을 활용해 영화를 만드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게임을 통해 영화를 만들려는 시도는 꽤 역사가 깊습니다. 게임을 통해 만든 영화를 통칭하는 머시니마(Machinima)라는 단어도 있으며, 소스 필름 메이커를 통해 만들어진 영화 시상식인 '색시 어워드(Saxxy Award)'도 있죠.
그렇다면 최초의 머니시마는 무엇이었을까요? 그리고 머니시마를 대중화 시킨 작품, 가장 인기를 얻었던 작품, 작품성이 높았던 것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나요? 더불어 머니시마를 제작하기 위한 툴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스크롤을 아래로 내려보시기 바랍니다. /편집= 디스이즈게임 김재석 기자
머시니마(Machinima)는 기계(machine), 영화(cinema), 애니메이션(animation)의 합성어로 게임을 사용해 만든 영화를 말합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게임 플레이를 촬영하고, 영화처럼 편집한 후 따로 성우나 인 게임 보이스를 통해 대사를 넣어 하나의 이야기를 연출한다면 머시나마라고 볼 수 있습니다.
머시니마는 예전부터 많은 아마추어 창작자들에게 사랑 받아왔습니다. 큰 제작 비용이나, 전문 3D 인력을 들이지 않고도 3차원 세계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죠.
가장 최초로 여겨지는 머시니마는 <퀘이크>로 제작된 '캠퍼의 일기(Diary of a Camper)'입니다. 100초 남짓한 짧은 러닝 타임에도 불구하고 다이어리 오브 캠퍼는 많은 반응을 이끌어내며 다른 작품에 큰 영향을 미쳤죠.
이후 <언리얼 토너먼트>, <배틀필드>, <심즈>, <헤일로> 등 수많은 게임들을 통해 머시니마가 만들어졌습니다.
특히 가장 인기를 끌었던 작품은 <헤일로> 기반으로 만들어진 단편 코미디 작품인 '레드 vs 블루(RED vs BLUE)'입니다. '레드 vs 블루'는 본래 가볍게 만들어진 단편 작품이었지만 <헤일로> 팬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덕분에 시리즈 역시 확장되어 무려 17시즌이나 제작되었죠.
심지어 시즌 3부터는 DVD까지 발매되었는데, 적지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레드 vs 블루'는 머시니마를 대중화시킨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죠.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도 머시니마의 발전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게임입니다. 머시니마가 유행하던 당시 <와우>의 인기는 정말로 엄청난 수준이었고, <와우> 속에는 게이머들의 흥미를 끌 수많은 이야기로 가득 차 있었으니까요. 유저들은 자체적으로 머시나마 툴을 만들어 와우의 스토리를 다룬 작품을 만들곤 했습니다.
또 머시니마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는 밸브 코퍼레이션의 <하프 라이프 2>를 꼽을 수 있습니다. 발매 연도인 2004년 당시만 하더라도 <하프 라이프 2>는 믿기지 않을 만큼 뛰어난 그래픽을 자랑한 게임입니다. 특히 실제 사람과 같은 다양한 표정 묘사는 압권이었죠. 게다가 여러 세세한 에디팅 기능까지 제공해 창작자들은 <하프 라이프 2>를 통해 기존 머시니마에서 표현하기 힘들었던 다양한 연출을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하프 라이프 2>의 모드인 <게리 모드>를 통한 영상 창작물 작업도 꽤나 활발하게 이루어졌습니다. <게리 모드>는 샌드박스 게임으로써 정해진 목적 없이 게임 내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툴을 사용해 마음껏 놀 수 있는 게임입니다.
물론 게리 모드를 통한 창작물들은 스톱 모션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대다수였습니다. 본래 영상물을 제작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아니다 보니 각 인물들의 움직임을 구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2012년, 소스 필름 메이커(SFM)가 공개되면서 머시니마는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소스 필름 메이커는 밸브 코퍼레이션에서 자체 제작한 3D 애니메이션 개발 도구입니다. 밸브 사내에서 <팀 포트리스 2>나 <레프트 포 데드>같은 게임의 트레일러를 만들기 위해 사용된 툴이었죠. 특히 밸브에서 소스 필름 메이커로 만들어진 <팀 포트리스 2>의 '팀원을 만나다' 시리즈는 많은 유저들에게 호평받아 왔습니다.
소스 필름 메이커는 '팀원을 만나다'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파이로를 만나다'와 함께 무료로 공개되었습니다. 그리고 밸브는 여기에 덧붙여 유저들의 창작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색시 어워드(Saxxy Award)'를 개최했죠.
본래 색시 어워드는 리플레이 기능을 홍보하기 위해 유저들의 재미있는 리플레이 동영상을 한 데 모아, 가장 재미있는 작품에게 상을 주는 행사였습니다. 하지만 소스 필름 메이커를 홍보하기 위해 2회부터는 단편, 액션, 드라마, 코미디, 종합 부분에서 상을 주는 행사로 바뀌었죠.
소스 필름 메이커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습니다. 소스 필름 메이커로는 기존 게리 모드나, 인 게임 동영상을 촬영하는 것보다 더욱 좋은 결과물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죠. 게임상의 제약을 넘어 원하는 장면을 마음껏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덕분에 색시 어워드는 많은 게이머들의 관심을 끌며 대성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2회차 드라마 부분 우승작인 '배드 메디슨'을 꼽을 수 있죠. 오직 소스 필름 메이커만의 오픈 소스를 사용해 머시니마를 만들고, 음악만을 자체 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하프 라이프>나 <팀 포트리스 2>을 통해 만든 제작자의 이전 작품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퀄리티를 선보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두 단편을 비교하면 여러 부분에서 큰 발전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출처 : Zachariah Scott 유튜브)
'이그니스 솔루스'
'배드 매디슨'
두 번째 색시 어워드가 큰 성공을 거두자 밸브는 여기에 멈추지 않고 매년 색시 어워드를 개최했습니다. 따라서 수상을 노리는 아마추어 창작자들의 영상 퀄리티도 해가 거듭할수록 발전하기 시작했죠.
2013년 최종 우수상을 수상한 '작은 수호자 파이로(Lil' Guardian Pyro)'를 보면 머시니마의 연출력이 어느 정도까지 발전했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선로의 끝'의 경우처럼, 5회 색시 어워드가 열린 2015년부터는 유명 SFM 제작자들이 더욱 양질의 머시니마를 만들기 위해 협업을 진행하기 시작했습니다.
15년 색시 어워드 최우수상을 수상한 '난기류(Turbulence)'는 아마추어 감독, 성우, 3D 아티스트 8명이 모여 만든 작품이죠. 그만큼 영상의 퀄리티도 뛰어났고, 유튜브 조회수도 800만 가량에 도달할 정도로 정도로 성공했습니다. 물론 아마추어들이 모여 만든 작품이기에 스케줄 문제로 결국 제작자가 약속한 최종 완성본은 나오지 못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뛰어난 작품이었죠.
색시 어워드가 마무리되면서 아마추어 창작자들이 만든 '머시니마'는 이전보단 인기가 줄어들었습니다. 아무리 실제 3D 애니메이션 제작보다는 간단하더라 하더라도, 수많은 창작자들의 적지 않은 노력이 들어가야 하는 만큼 제작하기가 상당히 까다롭기 때문이죠.
실제로 색시 어워드가 중단되고, 머시니마가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멀어지기 시작하면서 예전만큼 많은 노력이 들어간 머시니마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머시니마 작품을 전문적으로 다루던 웹 사이트 '머시니마 (Machinima)'도 여러 이유로 인해 19년 2월 공식적으로 활동을 중단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