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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덕후론_19] 2D에 숨겨진 암호를 해석 못하면 2D를 제대로 즐길 수 없어요

비덕이 쉽게 이야기해 주는 덕후 이야기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스카알렛 오하라(scarletOhara) 2022-10-17 12:31:14

 

<원신>과 <우마무스메>가 세계적 인기입니다. 우리는 이미 서브컬처 시대에 살고 있어요. 덕후와 덕질을 주제로 보다 많은 이야기가 소통되고, 덕후가 능력자로 인정받는 사회가 되길 희망합니다. 지금 저희는 '덕후의 역사'를 쫓아가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  /스카알렛 오하라&디스이즈게임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눈은 높아져갔고 작가들은 좀 더 복잡한 스토리와 스테레오 타입이 아닌 입체적 캐릭터를 그려내야만 했어요. 작가들은 그림에 보다 복잡한 암호를 그려 넣기 시작했어요. 특정한 의미를 가진 심볼을 얼굴에 그려 넣거나 동작, 상황에 집어넣기 시작했죠. 점차 사람들이 가진 직관 만으로는 해석하기 힘든 암호들이었어요.

 

대표적인 만화적 표현들 - “거기냐!”, 식은땀, 그리고 규칙이 되어버린 머리에 땀

 

이러한 표현을 처음 본 사람들은 어색하지만 상황을 보면서 넘어갔어요.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학습되고 나면 이러한 심볼은 더이상 암호가 아닌 자연스러운 표현이 되었어요. 이런 시도는 성공적이었고, 다른 작가들이 자주 써서 독자들에게 익숙해진 심볼은 다른 작가들도 사용하게 되었어요. 이러한 기법이 2D 세계에서 재빨리 퍼져갔어요.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만화의 세계는 점차 깊이가 더욱 깊어지고 복잡해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이러한 암호들도 더더욱 다양해지고 복잡 해졌고, 만화적 표현 외에도 어떤 액세서리나 스타일, 점, 문신 등은 숨겨진 서사를 가지고 캐릭터를 장식하게 되었어요. 

 

 

# 모에함을 추구하는 암호들...

 

현대에 들어 모에함을 추구하는 캐릭터들도 이렇게 발전한 암호들이 굉장히 많이 쓰이고 있어요. 발에 무엇을 신었는지, 손에 어떤 음식을 들었는지, 안경, 머리띠 등의 악세사리, 옷의 색깔과 스타일, 눈의 크기, 신체 비율 등 셀 수 없는 많은 요소들이 암호화되어 사람들의 여러 취향에 따라 모에함을 느끼게 해주게 되는 것이죠.

 

<원신>에 있는 모든 로고의 테마는 '별'이다. 이 이미지 요소는 게임 내 다른 원소와 달리 메인 테마를 상징하는 심볼이 되어 연관되는 캐릭터들 곳곳에 배치, 주인공 혹은 핵심 인물임을 암시하는 요소로 사용하였다. 맨 위 동공의 모양은 스킬 발동시 볼 수 있다.

 

또한 기존 심볼들이 가지는 이미지를 역이용하여, 캐릭터의 외견상 느껴지는 매력과 실제 캐릭터의 매력포인트 사이에 큰 간극을 만들어 이른바 '갭모에'를 만들어 내기도 해요.

 

대표적인 갭모에를 노리고 만들어진 캐릭터로는 <아즈망가 대왕>의 사카키와 <블루아카이브> 츠루기를 들 수 있다.  

 

 

도시와 건물의 기호나 모양, 대사 한마디 조차도 암호와 복선이 되어 세계관과 숨겨진 스토리를 은밀히 보여주게 돼요. 이러한 복잡한 암호들은 캐릭터나 세계관을 이해하는데 넘기 힘든 장애물이 되어요. 생각해보면, 같은 스토리라도 코믹이나 만화로 이루어진 원작보다 영화 한 편을 보는 것이 훨씬 이해가 빨리 가는 경험을 기억할 수 있을 거예요.

 

11월 4일 출시를 앞둔 <승리의 여신: 니케>의 주요 캐릭터, 라피, 마리안, 네온 

※그림의 추가 설명


1. 라피의 붉은 눈과 하이레그를 채 감추지 못한 제복은 정신적 불안정성과 억눌러진 본능을 암시하며 이는 소년물 주인공에서 자주 보여지는 성향. 

 

2. 마리안의 스튜어디스모자와 가슴 등의 체형은 친절함과 모성을 암시하는 조력 캐릭터 특징. 

 

3. 네온의 세라복을 연상케 하는 의상디자인과 빈유체형, 액세서리에 걸려 살짝 올라간 치마는 화력덕후 소녀의 덜렁거리는 성향을 암시한다고 해석할 수 있으나, 2D암호에 익숙하지 않다면 이러한 암시들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덕후들은 이런 숨겨진 암호들의 해독에 매우 유리해요. 정보를 잘 받아들이고 분석하는데 뛰어나기 때문이예요. 이런 복잡한 암호가 아니더라도 재미있는 스토리와 세계관은 일반인에게도 재미있고 잘 받아들여져요. 다만, 덕후만큼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그 깊은 속까지 알기는 쉽지 않아요. 게다가 그 속 안까지 알고 싶어 하지도 않죠.

 

덕후들은 오히려 이런 숨겨진 정보를 찾고 공유하고 체계화하는 것을 좀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요. 스토리와 세계관에 대한 이해도에서 덕후들이 훨씬 더 잘 이해하게 되기 때문에 그 스토리와 세계관의 '덕후'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예요.

 

즉, 덕후들은 복잡한 암호로 이루어진 2D 세계의 장애물을 좀 더 쉽게 넘을 수 있어요. 덕후가 아닌 사람들보다 저 장애물을 넘는데 스트레스도 덜하고, 오히려 이러한 장애물을 넘는데 재미를 느끼기도 해요.

덕후들이 2D를 좋아한다는 것은 어떤 점에서는 틀린 말이예요.

 

# 덕후들은 이런 암호에 익숙해요

덕후들도 덕후가 아닌 사람처럼 3D를 좋아해요. 다만, 덕후가 아닌 사람이 소화해 내기 어려운 2D의 매력을 잘 소화해 낼 수 있기 때문에, 3D 못지않게 2D 역시 좋아해요. 3D에서도 복선이나 플롯 등을 이용해 암호를 넣어두는 콘텐츠가 꽤 있죠. 

 

주로 장르물이 그렇죠. 덕후들은 덕후가 아닌 사람들보다 이런 장르물도 잘 받아들이죠. 2D를 덕후가 아닌 사람들보다 잘 받아들이는 것과 같은 이유죠.

 

덕후가 2D를 좋아하기보다, 비덕이 복잡하게 암호화된 2D를 소화해내지 못하는 것이다.

 

모에는 이러한 복잡한 암호 중 한 분야라고 할 수 있어요. 모에함이 덕후성향의 사람들에게 잘 작용하는 이유 중 하나는, 추상화 능력이 뛰어난 이들 덕후들이 모에한 캐릭터 안에 숨겨진 다양한 기호들을 잘 이해할 수 있고 이해가 높은 만큼 매력이 쉽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기도 해요. 숨겨진 기호로부터 자신의 취향과 매칭되는 매력을 발견하는 능력이 이들 덕후들에게 갖추어져 있다는 것이예요.

 

초창기 정적이었던 2D 콘텐츠는 영화적 표현에 관심이 지대했던 테즈카 오사무부터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의 이타노 이치로, 아키라의 오토모 카즈히로 등을 거치며 3D 콘텐츠에 못지 않은,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역동적인 표현을 개발해 내며 특히 액션 관련된 콘텐츠에서 커다란 시장을 만들어 내게 되었어요. 이는 나중에 애니메이션 외에 게임에서도 덕후들이 액션 장르에 모이게 되는 계기가 돼요.

 

오토모 가즈히로가 작성한 아키라의 콘티 일부

 

 

​# 암호화된 심볼을 사용하는 이유

최근 들어서는 3D 게임이면서도 2D의 특징인 암호화된 심볼을 열심히 때려 넣는 게임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죠. 한국, 중국, 일본 모두 그런 것 같아요. 덕후들이 이러한 콘텐츠에 반응하고 그로 인해 디시인사이드나 나무위키 등의 정보 관련 플랫폼을 통해 정보가 스스로 잘 유통되어 유사한 취향의 덕후들을 단기간에 모을 수 있다는 점을 공략하고 있죠.

 

이런 게임들은 2D의 강점인 심볼을 잘 표현하기 위해 여러가지 기술들을 사용해요. 예를 들면 모니터에 표현되는 각 오브젝트들의 색깔을 조정해주는 함수들의 집합인 셰이더는 오래동안 3D 환경에서 2D 아트 표현을 가능케 해준 대표적인 기술분야 중 하나였죠. 이러한 각종 표현 기술들의 발달에 대해서는 덕후론의 최종장에서 다루도록 할 거예요.

 

최근에는 AI 드로잉이 큰 화제가 되고 있어요. 2D일러스트를 프로작가 수준으로 아름답게 뽑아내 주고 있죠. 그런데 아직까지는 캐릭터의 개성을 창조하기 위해 암호화된 심볼을 넣어 덕후의 상상력과 분석력을 자극할 수준까지는 덜 발달한 것 같아요. 사용자가 어떤 암호를 어디에 넣어줘야 할 지 지시하면서 반복적으로 시안을 뽑아내 줘야 하거든요. 

 

하지만, 기술이 인문학을 흡수하고 적용되는 속도를 보자면 AI가 스스로 암호를 '창조'해 넣어주는 수준에 도달하는 것도 멀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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