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안 겪은 세대는 잘 모를 거야.”
“그럴 지도요. 근데 전쟁 기억 때문에 객관적인 판단을 못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자네도 전교조 교육 받았지?”
“네. 근데 어르신도 군부독재와 언론통제의 시기에 교육 받으셨잖아요.”
역삼동 횡단보도 앞, 낯선 어르신이 말을 거셨다. 매너 있게 말을 주고 받았다.
소셜 미디어에 5월 말 있었던 일을 간단히 적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어르신의 매너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조건 자기 목소리만 높이지 않고, 제 이야기를 들어 주셨으니까요.
그날 저는 회사에서 역삼역 근처 파이낸스센터로 걸어가던 길이었습니다. 구글인디게임페스티벌 TOP3 개발사들을 만나기 위해서였죠. 파이낸스센터 근처 횡단보도였습니다. 한 어르신이 제 옆에 오더니 길 건더 편 더불어민주당 출마자의 플래카드를 가르키며 이렇게 이야기했죠. 그것으로부터 짧은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저기, 김X남 이름이 김정남이랑 닮았네."
"그러네요. 그런데, 김씨 중에는 그런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나도 김씨야.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후보니까 문제지."
"그게 왜 문제예요?"
"북한이랑 요즘 그렇고 그렇잖아."
"음... 정책이야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도 있잖아요."
"그렇지. 그런데, 전쟁을 안 겪은 세대는 잘 모를 거야."
“그럴 지도요. 근데 전쟁 기억 때문에 객관적인 판단을 못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자네도 전교조 교육 받았지? 그러니까 영향을 받았을 거야.”
“네. 근데 어르신도 군부독재와 언론통제의 시기에 교육 받으셨잖아요. 그 영향도 있지 않을까요?”
"음..."
"어떤 일을 판단할 때 배경에 대한 딱지를 붙이고 보는 것보다 사안 자체로 봐야죠. 타당하냐 아니냐, 더 나은 대안이 있느냐, 아니냐를 보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사안 자체로 봐야 한다? 음 그렇긴 하지. 조심히 가게."
"네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