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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자의 D&D 사건파일 (7) “저도 던전마스터가 하고 싶은데요.”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디스이즈게임(디스이즈게임) 2019-07-08 10:09:04

[람자의 D&D 사건파일] 컴퓨터 RPG의 선조이자 무궁무진한 자유도를 가진 놀이 TRPG. 한국에는 TRPG 중 하나인 <D&D>가 컴퓨터 게임 덕에 잘 알려져 있죠. TRPG가 한국에 정식으로 소개된 지 약 25년이 지났습니다. 적지 않은 이들이 TRPG라는 이름을 들어봤고 여기에 관심을 가지지만, 독특한 방식 때문인지 TRPG로 입문하기까진 여전히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디스이즈게임은 TRPG가 어떤 놀이인지, 플레이하면 실제로 어떤 경험을 할 수 있는지, 초심자가 어떤 실수를 많이 하는지 알아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2016년부터 TRPG, <D&D>를 알리기 위해 꾸준히 행사를 연 '람자'의 이야기를 들어 보시죠.


[람자는 누구?] <D&D> 게임에 푹빠진 쌍둥이 아빠입니다. 영상콘텐츠 제작을 주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말에는 카페 ‘깔깔고블린’에서 많은 분들과 게임을 즐기고 있으니 곧 뵈어요!​


<던전즈앤드래곤즈>(이하 D&D)는 어린 아이부터 성인, 그리고 나이가 꽤 든 노인들까지도 격 없이 어울리면서 자신의 캐릭터를 연기하며 판타지 세계를 여행하는 게임입니다. 테이블 위에서 역할 연기를 하면서 진행하는 테이블탑 롤플레잉 게임(이하 TRPG/RPG)이라는 장르의 시초 격인 D&D. D&D는 최근 우리나라에 최신 판본인 5판이 정식 번역 발매 되면서 그 인기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TRPG와 D&D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은 DM 즉, 던전 마스터의 존재를 더불어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던전 마스터는 다른 보드게임과 TRPG, D&D 게임의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합니다. TRPG와 소꿉놀이를 구분 지어주는 ‘한 가지 특별한 것’이라고 과장해 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D&D 게임을 오래 즐겨온 팀에서는 아마 대체 다음 시나리오는 누가 마스터를 할 것인가에 대한 얘기를 끊임 없이 하며 서로 미룬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D&D 게임을 하고 싶었던 많은 사람들은 주변에 던전 마스터가 없어서 스스로 울며 겨자먹기로 마스터가 된 경우가 많습니다. 관심은 있으나 던전 마스터가 게임을 위해서 준비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서 기피하는 사람들도 다수입니다. 

 

‘세계 최고의 던전 마스터’가 아니라 ‘동네의 그저 그런 던전 마스터’가 되기 위한 조건들도 너무나 힘겨워 보이고 벅차 보일 때가 많다. (삽화 : 김기빈)

 

흔히 매체에서 던전 마스터는 책상의 가장 가운데에 앉아서 여러 사람들에게 이야기들 들려주는 늠름한 모습으로 시각화 되어 등장합니다. 어김없이 던전 마스터의 앞에는 시나리오의 반전과 비밀스러운 악당의 음모를 숨기기 위한, 가림판처럼 생긴 것이 놓여져 있구요, 모든 플레이어들은 던전 마스터의 발언이나 몸짓을 놓치지 않으려 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당당하고 멋진 던전마스터! 그야말로 그 게임 테이블의 지배자, 마스터라고 할 만한 위용이군요.

 

D&D 사이트에 게재되어 있는 이미지에 던전 마스터의 ‘공식적(?)’인 모습이 나타나 있다. (출처 : D&D 공식 홈페이지)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 테이블을 좌지우지 하는 멋진 던전 마스터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굉장히 드뭅니다. 게임을 플레이어로 즐기고 싶은 사람은 부지기수로 많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게임을 만들고 조율하고 심판 노릇을 해야 한다’면 고개를 갸우뚱 하기 마련입니다. 

 

다음의 유형들은 제가 플레이어가 되고 싶어서 던전 마스터를 해달라고 제안을 했다가 실패한 사례를 재구성한 것들입니다.

 

 

Case #1 ‘게임을 즐기고 싶어서 안함’ 유형

 

람자: 다가오는 행사에는 마스터링(던전 마스터를 맡아 게임을 진행하는 행위)을 하지 않고 플레이어 하고 싶습니다.

 

타겟1: 아 네. 람자님도 마스터링 많이 하셨으니 이제 같이 플레이 하시죠!

 

람자: 그래서 말인데요. 님께서 이번에 던전 마스터를 맡아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타겟1: 네? 제가요?;;; 아… 저는… 음….

 

람자: 행사에도 많이 참여하셨고 규칙도 잘 아시고 분위기도 잘 이끄셔서 마스터 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타겟1: 저는 아직 게임을 더 즐기고 싶어서 마스터링은 추후에 하겠습니다.

 

람자: 마스터도 게임을 즐기는 것입니다. 다만 방법이 다를 뿐입니다.

 

타겟1: 어떤 면인지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람자: 음… 일단 조물주처럼 세계를 움직이고, 통제하기도 하고, 물리법칙을 조율하기도 하고…

 

타겟1: 전 그냥 캐릭터 하나를 마음껏 움직이고 싶을 뿐인데요. 그렇게 거창한 일은 좀…

 

람자: 그리고 전투에서 마음껏 자원을 써서 몬스터들을 출동 시켜서 좋아하시는 전투의 전술을…

 

타겟1: 으 그게 게임을 즐기는 건가요? 정교하게 하면 엄청 어려울 것 같은데요?

 

람자: 그리고 다양한 NPC들을 등장시켜서 플레이어들을 웃기고 즐겁게 하면…

 

타겟1: 재밌는 얘기를 듣고 웃는 게 좋지, 웃기려고 노력하는 건 노동에 가깝다고요!

 

람자: 그리고 행사의 마스터는 참가비가 무료입니다.

 

타겟1: 아니 그 준비를 그렇게 심하게 하는데 당연히 무료인 것 아닌가요? 그게 뭐 대단한 거라고!? 마스터 정말 개구리네!

 

람자: ….


던전 마스터는 자기 학대적인 사람인 것일까요? 게임적 재미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쪽에 있는 역할인 것일까요? 던전 마스터는 오로지 의무감으로만 맡을 수 있는 것일까요? 던전 마스터는 어떤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요?

 

<D&D> 5판의 <던전 마스터 가이드>에는 암흑의 힘을 발산하는 언데드 몬스터와, 그 힘에 따라 움직이는 한 전사의 삽화가 그려져 있다. 던전 마스터와 플레이어들의 관계에 대한 비유일까. (출처 : <D&D> 5판 한국어 버전 펀딩 사이트)

 

<D&D>의 최신 판본인 5판 <던전 마스터 가이드>에서는 던전 마스터에 대한 정의를 내리면서 ‘던전 마스터는 게임 뒤에 있는 창조적인 힘(the creative force)이며 (중략) 글쓰기, 스토리텔링, 연기, 심판 등의 일을 다루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것들을 즐길(enjoy)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일반적인 창작이나 창조적인 행위를 즐기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겁니다. 그 사람들은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극작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연기를 연습하는 것을 즐기곤 합니다. 

 

던전 마스터의 역할로 <D&D> 게임 시나리오를 진행하는 것은 분명히 창조적인 행위인 것 같습니다. 던전 마스터는 NPC들의 목소리나 명대사, 특징을 만들어내야 하고 전투에 등장하는 몬스터들의 생김새, 배치와 전략을 고민해야 합니다. 핸드아웃을 디자인하고 출력하거나 엄청난 반전을 시나리오에 적어 넣기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창조적인 행위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던전 마스터는 큰 즐거움일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25년 전 출간되었던 <D&D> 클래식 한글판의 박스 세트에는 <D&D> 게임의 개요에 대해 적은 출판사의 가이드가 들어있었다. 여기에서도 DM이 느껴야 할 재미에 대해 적고 있다. DM의 재미에 대한 서술들은 DM이 얼마나 고단한 역할인지에 대한 반증이다. (출처 : <D&D> 클래식 한글판 내 삽입물)

 

하지만 위와 같은 일반적인 창작 행위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림이나 극작이나 디자인물 제작을 귀찮아 하고 피하고 싶어하는 지인 중에서도 던전 마스터가 즐겁다고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습니다. 이들은 주로 상황이나 물리법칙, 세세한 디테일에 대한 통제와 재현 그 자체를 즐기거나, 이미 있는 플롯과 시나리오, 세팅을 최대한 살리고 극적인 장면을 재현하기 위한 ‘연출’에 관심을 느끼는 케이스가 많았습니다.

 

TRPG는 규칙의 게임이기도 합니다. 규칙을 줄줄 꿰어서 그 규칙에 맞게 심판의 역할을 하고, 또 규칙의 허점을 플레이어들이 찾아내 플레이 하는 것을 또 다른 규칙으로 방어하는 식의 놀이를 즐기는 던전 마스터도 있습니다. 그들은 마치 <역전재판>(법정을 배경으로 하는 게임)의 한 장면처럼 게임을 운영하고 게임 그 자체보다 다양한 규칙의 행간에서 재미를 느끼는 듯 보입니다.

 

규칙에 대한 수많은 질문들에 디자이너들이 직접 답변을 해주는 ‘현자의 조언’ 홈페이지. 이곳에서 새로운 허점과 대응책을 찾아서 공유하는 것은 D&D를 즐기는 또다른 방법이다. (출처 : SageAdvice.eu 웹사이트)

 

몇 가지 사례를 나열하고 보니 던전 마스터에도 즐길 거리들이 더러 있어 보입니다. 던전 마스터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한번 제한해 볼 만하지 않나요? 하지만 이렇게 예를 든 던전 마스터의 ‘재미’라는 것이 어쩐지 모르게 꽤나 ‘마이너’ 스럽고 ‘매니악’ 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저만 느끼는 건 아니죠...?

 

 

Case #2 ‘나는 룰잘알(룰을 잘 아는 사람)이 아닌데요’ 유형

 

람자: 이번 행사에는 진짜 마스터링을 하지 않고 플레이어 하고 싶습니다.

 

타겟2: 아 네. 람자님도 마스터링 많이 하셨으니 이제 같이 플레이 하시죠!

 

람자: 그래서 말인데요. 님께서 이번에 던전 마스터를 맡아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타겟2: 네? 제가요?;;; 아… 저는… 음…. ‘규칙’을 다 알지 못해서요…

 

람자: 던전 마스터라고 해서 규칙을 모두 알지 않아도 됩니다.

 

타겟2: 저는 파이터랑 위저드만 해봤는데 수십 수백 가지의 종족-직업의 조합과 스킬들의 조합을 가진 캐릭터들에게 다 어떻게 대응하나요?!?!?!?

 

람자: 어차피 한 게임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는 4~5명 내외고, 그분들은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규칙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따로 마스터가 열심히 공부할 필요는….

 

타겟2: 그럼 세계관은 어떻게 처리하나요? 누가 드워프의 석상에 역사체크를 했는데 주사위가 20이 나오면 어떻게 하죠? 전 잘 모른다구요.

 

람자: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시나리오 북에 나와 있는 경우가 많고, 불필요하다고 생각된다면 큰 정보가 없다고 처리하면 되지 않을….

 

타겟3: 그러다가 공식 규칙이나 공인 규칙이나 정식 규칙을 놓치거나 오판하거나 이상하게 운영하면 어쩌죠? 마스터 한답시고 규칙도 모른다고 손가락질 당할텐데?!

 

람자: 게임 내에서는 던전 마스터가 운영하는 규칙이 일단은 최우선으로 고려됩니다. 일단 합의하에 운영하시고 끝난 뒤에 조율하셔도… 이 부분도 말씀하신 ‘공식 규칙서’에 나와있긴 합니…

 

타겟3: 거봐요 거봐요! 전 그런 규칙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구요!! 전 안되겠어요. 지금 마스터를 한다면 전 개구린 마스터가 될 거에요.

 

람자: ….


던전 마스터에게 가장 요구되는 덕목 중 하나는 ‘심판의 공정함’입니다. 가장 최초 판본의 <D&D> 서적에서는 던전 마스터라는 용어가 없습니다. 대신에 ‘Referee’ 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심판’의 의미이죠. 

 

'OD&D' 라고 불리는 <D&D> 초판본에는 ‘Referee’ 에대한 언급이 무려 101회나 등장한다. ‘Player’ 라는 단어는 72번 등장한다. 그야말로 엿장수 맘대로 하라는 의미로까지 보인다. (출처 : Original D&D Men & Magic 중)

 

당연하게도 심판은 그 게임에 대한 규칙에 정통해야 합니다. 축구 경기에서 손으로 공을 잡는 행위에 대해서 용인하는 심판은 없습니다. 그것이 그 게임의 중요한 규칙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D&D> 게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공격 굴림을 할 때 20면체 주사위를 굴려야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규칙이며, <D&D> 게임의 심판인 던전 마스터는 이 규칙들을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D&D> 최초 판본에서는, 규칙을 준수하는 공정한 심판이 되라며 ‘Referee’의 명칭을 붙여 놓았으면서도 굉장히 이질적인 역할을 이 ‘Referee’에게 추가적으로 부과합니다. 바로 규칙을 스스로 만드는 역할입니다. 마법사나 성직자가 쓰는 마법의 지속시간이나 범위, 효과 등을 이 ‘Referee’의 재량 (Referee Option)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굉장히 특이하지 않나요?

 

만화책 <Rise of the Dungeon Master>에서 그려진 D&D의 창시자 Gary Gygax. 그가 생각한 이 게임의 궁극적인 모습은 어떤 것이었을까? (출처 : Rise of the Dungeon Master)

 

규칙 준수를 요청함과 동시에 규칙 제정을 요구 받는 이 요상한 ‘Referee’는 다음 판본에서 바로 ‘던전 마스터’의 이름으로 변경됩니다. 그리고 앞서 소개했던 5판 <D&D>의 <던전 마스터 가이드>에서는 ‘규칙’을 어떤 시각으로 보아야 하는 지에 대한 언급이 나와 있습니다. ‘<D&D> 규칙이 당신과 플레이어들이 좋은 시간을 보내도록 도와줄 수는 있지만, 규칙이 그 게임을 책임지지는 않습니다. 당신이 DM이고 당신이 이 게임을 책임집니다.’

 

따라서 던전 마스터는 다음의 과정을 통해 최소한 본인이 그날 운용할 게임 테이블에 대한 규칙을 ‘스스로’ 세워 나가게 되는 것입니다. 수백 쪽의 규칙서를 토시 하나도 안 틀리고 외우는 대신 말이에요. 

 

1. D&D 책에서 제시하는 규칙을 준수해

2. 게임 내에서 스스로의 규칙을 제정하고

3. 그 규칙을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공정하게 적용해 나감


캐릭터가 2층 높이 건물에서 뛰어내리면 어떤 물리 법칙이 적용 될 지, 홧김에 던진 술잔이 주인장의 머리에 맞을 것인지 말지, 여러분들이 소곤대는 소리는 벽을 통과할 수 있을지…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한 ‘공식’ 규칙을 정확하게 알지 못해도, <D&D> 게임의 특성을 지워버리지 않는 한 던전 마스터의 판단은 규칙보다 우선하게 됩니다.

 

플레이어로서 <D&D>를 즐기는 정도의 규칙을 알고 있다면, 마스터링을 위해 너무 많은 규칙 습득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미숙한 판단은 게임이 끝난 뒤 보완해서 그 다음 게임에 적용하면 되는 것이니깐요.

 

 

Case #3 던전 마스터로 꼬시는 온갖 감언이설

 

* 마지막 케이스는 실제 제가 체험했던 사례가 아닌, 여러 문서에서 나타난 ‘던전 마스터를 독려하는 다양한 문구들’을 재구성해 보았습니다.

 

람자: 휴… 정말 누군가를 던전 마스터를 시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네요.

 

D&D 초판본: 심판은 게임에서 모든 짐을 지고 있고 있지만, 만약 주의를 기울이고 또 생각을 깊게 한다면, 그에게는 기대 이상의 보상이 있을 것이야! (실제로 한 말)

 

람자: 오옷! 그 보상이 무엇인가요?

 

D&D 초판본: …아무튼 심판은 지하 동굴에 대한 최소 6개의 지도를 작성하고, 다양한 종류의 몬스터들과 보물들을 잘 배치하고! 각각의 층으로 오갈 수 있는 2개의 열쇠의 위치를 기록하도록 해! (실제로 한 말)

 

람자: …보상은 어디있죠? 왜 뭘 하라고만 하는거에요? 던전 마스터 하면 뭐가 좋다고 해야 하나요?

 

D&D 공식 홈페이지 홍보문구: 아! 던전 마스터가 되면 말이죠~ D&D 모험자 연맹에 나오는 전설적인 괴물이나 악당으로 각광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됩니다!^^ (실제로 한 말)

 

람자: 그건 너무 억지 아닌가요??? 뭐 실제로 받는 것이 없나요?

 

위저즈 오브 더 코스트 공인매장 홈페이지: 여러분의 던전 마스터가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을 고려해 보세요! (실제로 한 말)

 

람자: …던전 마스터를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뭐 자격증이라도 줄 게 없나요?

 

위저즈 오브 더 코스트 공인매장 홈페이지: 던전 마스터가 되기 위한 공식적인 자격증은 없습니다. 단지 경험과 게임에 대한 사랑일 뿐이에요! (실제로 한 말)

 

람자: 음… 뭔가 솔직 명쾌하지만 이상하게도 기분이 찝찝한 말이네요….

 

던전 마스터 가이드: 게임 세션이 끝난 뒤에, 오랫동안 플레이어들의 기억 속에 캠페인에서 있었던 일들이 남아있을 거에요~

 

람자: 오… 감성적이고 따뜻한 이유네요.

 

던전 마스터 가이드: 운이 좋으면 말이죠. (실제로 한 말)

 

람자: ….


누구도 명쾌하게 던전 마스터가 되면 좋은 점이나 즐거운 점에 대해서 설명하지 못합니다. 짧게는 수 시간, 길게는 며칠 밤을 새서 단 몇 시간의 게임 세션을 준비하는 것은 던전 마스터를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하는 장면일 것입니다. 멋진 맵을 출력하고 미니어처를 구입하고 실제 같은 나무와 돌과 성벽을 세우는 데 월급의 대부분을 쏟는 던전 마스터도 적지 않습니다.

 

“던전 마스터인 여러분은 창조자이자 광활하고 환상적인 모험의 세계의 조물주 입니다!” 10여 년 전의 D&D 광고지에서도 사람들에게 던전 마스터가 의미 있는 일임을 어필하고 있다. (출처 : Dragon 잡지 중)

 

자원봉사도 이런 자원봉사가 없는 셈이지만, 던전 마스터로 게임을 진행하는 것은 굉장히 특별한 경험입니다. 저는 마스터링을 4~5명 가량의 사람들에게 ‘자신이 직조한 작은 우주를 선보이고 이해시키는 과정’이라고 정의하곤 합니다. 살면서 남들이 만들어 둔 것을 이용하고 쓰고 그 안에서 사는 것 말고, 내가 만든 뭔가를 남들에게 납득시키는 기회가 굉장히 적다고 생각합니다. 

 

거창하고 좀 개똥철학 같은 말이지만 그런 기회를 이 <D&D> 게임을 통해서 가질 수 있는 것은 대단한 일일 수 있지 않나요?

 

여러분도 D&D 게임을 플레이어로 충분히 즐긴 뒤 던전 마스터에 도전해 보세요. 그리고 던전 마스터를 할 생각이 드실 때에는 저를 꼭 불러주십시오. 이제는 플레이어도 한번 해보려구요! 

 

 

연재를 마치며

 

짧은 연재물이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연재 기간이 들쭉날쭉 했던 점에 대해 읽어 주시는 분들과 담당 기자 김승현 기자님과 디스이즈게임 편집부에 죄송하다는 말씀 뒤늦게 드립니다. 본 연재물이 TRPG나 <D&D>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거나 조금의 웃음을 드렸다면 그것으로 이 연재물의 목표는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D&D> 한국어판 발매라는 역사적(?)인 이슈가 있기도 하니 더 많은 분들을 만나길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다음 연재 기회가 있다면 영상으로 직접 플레이 하는 모습을 통해 만나 뵐게요!

 

ㅡ 깔깔고블린 카페에서 고블린 라떼를 마시며 

람자가 보냄


람자의 D&D 사건파일 목록

 

람자의 D&D 사건파일 (1) “TRPG? D&D가 뭐죠?”

람자의 D&D 사건파일 (2) “제 캐릭터가 LA에 있을 때 얘긴데요…”

람자의 D&D 사건파일 (3) “저는 00 던전마스터랑만 게임하고 싶어요.”

람자의 D&D 사건파일 (4) “저 플레이어 문제 있어요.” 

람자의 D&D 사건파일 (5) “이런게 D&D의 참 맛 아니겠습니까?”

람자의 D&D 사건파일 (6) “헿 신선한 뉴비가 왔군!” 

람자의 D&D 사건파일 (7) “저도 던전마스터가 하고 싶은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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