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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랩] 중국내 한국 콘텐츠의 저작권 침해 실태

김두일(모험왕) 2019-07-19 14:23:11

김두일(모험왕) 차이나랩 대표의 페이스북 글을 편집해 다시 소개합니다. 외부 연재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디스이즈게임 편집자

 



 

1.

한국의 IP 콘텐츠 저작권이 중국에서 침해되거나 무단으로 도용되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되었다. ‘저작권 보호’라는 개념이 없던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데 이때의 원조 히트 상품으로 한국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꼽을 수 있다.

(믿거나 말거나) 당시에 이 영화를 무단 복제한 따조판 DVD가 1~2위안에 팔렸는데 누적 1억장이 팔렸다는 소문이 있었다. 이 영화가 시골 마을 회관에서 불법으로 상영되는 것도 당시의 흔한 모습이었다.

이 영화의 제작사이자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는 신씨네에 물어보니 단 한푼의 관련한 저작권 수익을 챙긴 일이 없다고 한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


2.

이 영화의 주제곡은 신승훈이 불렀던 ‘I believe’ 였는데 오리지널 곡이 큰 인기를 끈 것은 당연하고 엄청나게 많은 중국 가수들을 통해 리메이크가 되었다. 내가 아는 것만 30곡 이상의 버전이 있었는데 실제로는 100곡 이상의 리메이크 버전이 나왔다. 내가 쓰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시절 학교에서 이 노래를 불러 학생들에게 갈채를 받은 것은 안비밀..

얼마전 이 곡의 원작자 김형석 작곡가를 볼 기회가 있어서 나는 궁금한 것을 물어 보았다.

“I believe가 그렇게 중국에서 히트를 했는데 중국에서 저작권 수익은 얼마나 받으셨나요?”

“한 푼도 없습니다~”


3.

2001년도 11월은 <미르의 전설2>가 중국에서 OBT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게임은 진짜 중국에서 전설적인 기록을 만들어 가기 시작했는데 동시 접속자, 매출 등 모든 기록을 새로 갱신해 나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사설서버’ 이슈가 터졌다.

사설서버란 온라인게임의 해킹한 클라이언트와 서버를 가지고 정품이 아닌 해킹 버전을 별도로 운영해서 수익을 챙기는 도둑질과 동일한 행위이다. 정품 PC버전의 인기는 2012년을 기점으로 수그러들기 시작했지만 사설서버 버전은 2019년 현재까지도 여전히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중이다.

그 규모는 가히 놀라운 규모인데 만약 사설서버 시장에서 제대로 수익으로 연결 시킬 수 있다면 중국과 한국의 게임회사 랭킹이 바뀔 정도로 큰 규모이다.


4.

한국 온라인게임들의 사설서버 버전은 여전히 변하지 않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상기 언급한 <미르의 전설2> 이지만 그 외에도 우리에게 익숙한 많은 게임들이 있다.

이 중에서 여름 방학 시즌이 오면 맹위를 떨치는 넥슨의 <메이플스토리>의 사설서버 버전은 여전히 2천만명의 사용자를 가지고 있다. 정품 버전은 현재 1만명 정도 이용한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5.

와이디온라인이 운영을 하다가 현재는 마상소프트에서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는 <프리스톤테일>은 2008년 무렵 중국의 모 운영회사가 최초 계약금만 지불하고 단 한번의 RS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 당연히 계약은 자동해지 되었고 기술 운영 지원도 전무하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에서 게임은 운영 되고 있고, 매출도 제법 나오고 있으며 해당 중국회사의 간판게임으로 홈페이지에서 버젓이 올라와 있다.

신규로 글로벌 라이선스를 확보한 후 마상소프트에서는 관련한 내용증명을 중국 운영 회사에 보냈다. 돌아온 답변은 글로벌 버전에 대한 치명적인 '디도스 공격'이었다.

<프리스톤테일>

 

 

6.

2012년 모바일게임 시대가 열리기 시작하면서 한국의 모든 apk들은 중국의 3자마켓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구글에서 다운로드한 apk를 그냥 올려서 이름없는 3자마켓의 유저유입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그나마 양반이고, 그것을 해킹해서 본인들의 결제나 광고를 붙여서 매출은 훔쳐가고 서버는 한국개발사들이 부담하도록 만드는 악질적인 방식도 많았다. 지금도 거의 90%의 해킹은 중국에서 혹은 중국에서 만들어진 어뷰징 툴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우리가 아는 모든 유명 3자마켓들은 글로벌 모바일게임과 한국 모바일게임들을 발판삼아 사용자들을 확보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은 우리에게 ‘갑’이 되었다.


7.

인터넷속도가 빨라지고 온라인이 모바일로까지 발전하면서 한국 영상 콘텐츠에 대한 인기는 더 높아만 갔다. 한국의 드라마, 한국의 예능, 한국 영화 등등… BAT에서 운영하는 3대 메이저 영상 플랫폼들은 모두 한국의 영상 콘텐츠들을 바탕으로 성장해서 현재는 자체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저작권을 지키고 비용을 징수한 콘텐츠들은 극히 드물다.

<태양의 후예>의 정판은 한국의 저작권자는 라이선시 비용 100억 받고 끝이지만 서비스한 아이치이는 월 정액 유료사용자가 2천만명이 늘었다. <도깨비>나 <스카이캐슬>은 중국내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었지만 한국에는 단 한푼의 매출도 건너가지 못했다.


8.

최근에는 한국의 웹툰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4~5년 전에는 주로 남성들이 주 고객으로 <마음의 소리> 같은 경우에는 원작만화가에 대한 팬덤이 생길 정도로 유명했다. 실제 원작자(조석)가 상하이에 왔고 작은 행사를 했는데 엄청난 팬들이 몰려왔고 그 모습은 TV로 방영 되었다.

최근에 가장 핫한 웹툰은 ‘강남미인’이다. 중국도 고객층이 여성으로 넘어가고 있는 중이라 여성향 웹툰들의 인기가 높다. ‘강남미인’은 중국의 10대~20대 여성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중인데 조회수를 대충 CPM 광고로 환산하면 한국과 비교도 안되는 수준의 매출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다 지하세계의 인기일 뿐이다. 내가 네이버 웹툰에게 가장 답답한 점은 친절하게 번역까지 해서 중국에서 서비스를 하는만큼 불법도 제대로 단속을 하라는 거다. 중국의 네이버웹툰은 중국 불법웹툰시장의 일종의 자양분 역할을 하고 있는 중이다. 양질의 번역까지 해서 말이다. ‘밤토끼’만이 문제는 아니다.

웹툰 <내 ID는 강남미인>


9.

상기의 내용이 그야말로 통째로 가져다가 쓰고 있는 것이라면 이것을 ‘IP 도용’이라는 측면까지 범위를 넓혀서 본다면 저작권의 침해 사례는 더욱 더 엄청난 광범위하게 넓어진다.

대표적으로 <미르의 전설2>의 IP를 무단으로 써서 게임을 서비스 하는 경우는 나와있는 것만 수백개 이상이다. 계약을 하고도 돈을 안 주는 경우부터 계약을 하지 않고 막 가져다 쓰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웃기는 것은 지난 5월 싱가포르 중재소송에서 위메이드가 승소한 <남월전기>의 모바일 버전이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서비스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법이 문제인지 구글이 문제인지 나는 모르겠다.

이것을 다 매출로 환산하면 얼마가 될지 내 머리로는 계산이 되지가 않는데 다행이 어떤 중국 (지하)게임업계 관계자가 나에게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는 미르IP를 활용한 게임들이 전체 중국게임 시장의 1/3 수준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기준으로 치면 규모가 얼추 10조쯤 되는 것이다.


10.

드라마 표절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예능의 포맷을 카피하는 것도 아주 흔한 침해의 실태에 해당된다. <윤식당>을 카피한 <중식당>을 필두로 한국의 <프로듀스 102>를 카피한 버전은 거의 모든 지역 및 온라인 방송국마다 하나씩 다 있고, <나는 가수다> <아빠 어디가> <진짜 사나이> <런닝맨> <복면가왕> <무한도전> <쇼미더머니> <비정상회담> 등 거의 모든 한국의 프로그램이 중국에서 똑같이 나온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묘한 것은 오리지널에 비해 재미는 심하게 없다. 이건 내 반응뿐만 아니라 중국시청자들 반응도 대부분 그렇다.

물론 이 중에는 정식으로 포맷수입을 한 경우도 있다. 실제 한국의 방송국들은 그리 비싸게 요구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인데 내 생각에는 아마도 금액보다는 신속성 때문에 바로 카피를 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다.

중국 예능 <중찬팅>(中餐厅)


11.

그러면 이런 전방위적인 저작권 침해와 IP 도용을 막을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일까? 나는 어려운 일이지만 그리고 완전하지는 않지만 막을 방법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우선 제대로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저작권자들은 본인들의 저작권이 어느정도 침해를 당하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둑질을 당하면서도 모르고 있는 격이니 황당한 일 같지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면 실제로 그렇다.

둘째 가장 중요한 것인데 저작권자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도둑질을 당하는 것은 태풍이나 홍수처럼 자연재해가 아님에도 유독 중국에서의 침해는 자연재해처럼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위메이드처럼 적극적인 저작권 대응을 하는 것은 꽤나 힘들고 지루하고 (심지어 돈도 많이 들어가는) 일이지만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고, 그러다보면 결국 IP를 지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포기하지 말자!!

세째 실리를 추구하는 것이다. 불법으로 도용된 IP나 콘텐츠가 이미 적지 않은 매출을 내고 있다면 훔쳐간 쪽에서도 그때부터는 지불할 의지가 생긴다.

물론 태생이 훔쳐가는 애들인지라 우리가 생각하는 합리적인 비즈니스를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서비스를 내리게 하는 것이 목표인지 그들에게 돈을 받아오는 것이 목표인지 잘 판단해야 한다. 징벌적 배상.. 이런 것은 중국에서 어렵다. 내리게 하고 정품 퍼블리셔를 찾을지 혹은 그들에게 돈을 받아올지 잘 판단하고 합리적으로 협상하자.

네째 정부기관 혹은 정치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정부 관계자들의 제대로 된 실태를 확보해서 중국쪽에 전하는 워딩 한마디는 큰 도움이 된다. 이는 민간기업의 움직임에 큰 명분이 생긴다.

IP 도용 관련한 이슈들, 저작권 침해 관련한 이슈들, 판호와 같은 규제 이슈들을 그냥 다른 현안으로 만났을 때 한 마디만 꺼내주면 된다. 그러면 한국 콘텐츠 산업이 중국에서 더 큰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다. 국회의원들, 정부 관료들, 정부기관들에게 부탁한다. 실태가 궁금하면 연락 주시라. 도움 드릴 수 있으니까 말이다.


12.

내가 보기에 아시아 전체가 오랜 시간 중국의 한자 문화권에서 발전을 해 왔고 한국은 그 중에서도 특히 가장 오래된 자발적인 유교문화를 지키고 있는 국가인데 이 와중에 한국의 콘텐츠가 수천년간 문화적인 영향을 준 중국에 이 정도로 큰 영향력을 발휘한 것은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것 같다.

콘텐츠 제작자들의 창의적인 노력과 더불어 천운이 함께 따랐기에 이 정도의 인기와 영향력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제는 그 인기와 영향력만큼 중국에서 돈도 벌어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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