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이즈게임은 ‘게임예술관’을 통해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게임업계 금손 아티스트들을 소개합니다. 작품과 함께 작품의 목적과 작업 과정을 소개함으로써 유저들에게는 흥미로운 읽을거리를, 지망생들에게는 참고가 될 자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동그란 얼굴, 짧은 팔과 다리, 인간을 닮은 쿠키인 진저브레드맨.
이 진저브레드맨에서 따온 ‘용감한 쿠키’와 함께 시작한 <쿠키런: 오븐브레이크>(이하 쿠키런)는 여전히 많은 팬에게 사랑받는 게임입니다. 100개가 넘는 쿠키들이 나왔지만, 여전히 괴도맛 쿠키나 호두맛 쿠키처럼 자신만의 개성을 가진 쿠키가 매력을 뽐내고 있습니다.
이번 게임예술관에서는 <쿠키런>의 쿠키 탄생의 비밀을 듣고자 이은지 쿠키런 아트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만났습니다. 2013년 데브시스터즈에 입사한 이은지 디렉터는 <쿠키런 for kakao> 아티스트로 활동을 시작했고, 3년 뒤 디렉터의 자리에 올라 지금까지 맡고 있습니다. 쿠키런IP와 함께 성장한 셈입니다.
이은지 디렉터는 <쿠키런>의 매력적인 쿠키들은 매년 특정 기간에 열리는 ‘쿠키톤’에서 탄생한다고 밝혔습니다. 심지어 100개가 넘는 새로운 쿠키가 모습을 드러낸다고 하네요. 다른 게임들은 하나의 캐릭터를 몇 개월간 개발하곤 하는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 즐겁게 생각하자! 쿠키런의 곳간 '쿠키톤'
또 아티스트들은 6~7종의 쿠키만을 제출해야 합니다. 쿠키수 제한은 수십 종의 쿠키를 그리기보다는, 소수의 쿠키를 자기 자식처럼 아끼며 설정을 다듬고, 기술도 생각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정했다고 하네요.
무엇보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수의 쿠키가 동시다발적으로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더 매력적인 쿠키가 눈에 띈다고 하네요.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은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X 101'처럼, 참여한 아티스트들에게 자신만의 '원 픽(one pick)'이 생긴다고 합니다. 단 하나의 쿠키만을 개발하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수많은 쿠키가 모이면서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최근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마라맛 쿠키, 괴도맛 쿠키 모두 쿠키톤 기간 동안 아티스트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쿠키라고 하네요.
우리도 지금 당장 그릴 수 있을 만큼, <쿠키런>의 쿠키들은 단순한 선 몇 개와 면으로 이루어진 캐주얼 캐릭터잖아요? 하지만 캐주얼 아트는 그림자처럼 세세한 부분을 부각하긴 쉽지 않습니다. 대신 캐주얼 아트 기반의 쿠키들은 유저들에게 직관적으로 이해됩니다. 쿠키의 스토리를 읽지 않아도, 성격과 매력이 느껴지는 거죠. 그래서 더 <쿠키런> 아티스트들은 아트만큼 쿠키의 설정에도 신경을 씁니다.
# "이토록 다양한 인간, 이토록 다양한 쿠키"
이은지 디렉터는 쿠키를 처음 설정할 때 3가지를 고려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바로 '맛', '성격' 그리고 '직업'입니다. 여기에 맛과 관련있는 음식의 형태, 색감, 물성도 최대한 아트에 반영합니다. 이렇게 준비된 아트와 세 가지 요소를 잘 고려한 설정으로, 새로운 쿠키가 하나의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쿠키만의 '행동 원리'를 넣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인 설정으로, 쿠키의 생명과 개성을 부여하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가장 최근에 나온 <쿠키런: 오븐브레이크>의 3주년을 기념해 출시된 생일케이크맛 쿠키는 상냥한 파티플래너로, 세상을 행복하게 하기 위한 생각으로 가득하고 미소를 잃지 않는 사랑스러운 쿠키입니다. 생일케이크가 주는 행복하고 달콤한 설정을 입힌 것이죠.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한 개성 있고, 통일된 이미지를 가진 쿠키는 유저들에게 살아있는 듯 다가오기 쉽습니다. 덕분에 유저들은 다시 쿠키들과 함께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고요.
"이토록 다양한 인간, 이토록 다양한 쿠키"
또 수많은 쿠키가 있는 만큼, 유저들에게 원하는 쿠키가 단 하나라도 있을 것이고, 마음에 든 쿠키에 공감하고 이입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 쿠키들과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도 있고, 모험을 떠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위로를 받을지도 모르고요. 단순해 보이는 <쿠키런> 쿠키지만, 이런 의도와 디테일한 설정이 있기에 유저들과 우리에겐 단순하지 않은 존재가 될 수 있는 겁니다.
# 놀이충동: 즐길 줄 아는 사람들
이 놀이충동이 충만한, 다시 말해 잘 놀 줄 아는 사람이야 말로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즐거움을 잘 전달하는 거죠. 그리고 이 놀이충동이 있는 아티스트이 남이 더 좋아하는, 더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은지 디렉터는 실제로 쿠키런 아트팀 구성할 때도,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는 것보다 이런 점을 신경썼다고 밝혔습니다.
게임이 기본적인 기능 중 하나는 플레이어에게 큰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에 있습니다. 게임을 통해 즐거움을 잘 전달하기 위해선, 결국 즐거움을 소비하는 것에 그치는 아티스트보다는 자신이 느낀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아티스트가 더 필요합니다.
여기에 하나 더, '오너십(주인의식)'이 필요합니다. 자신이 만든 쿠키에 대한 오너십이 있어야, 새롭게 탄생한 쿠키에 디테일한 설정과 일관된 이미지가 생기고, 단순해 보이는 쿠키에 생명력이 부여될 테니까요.
# "그림은 가장 강력한 이야기다"
<쿠키런>에서 쿠키들은 마녀가 실수로 생강가루 대신 생명가루를 넣으면서 생명을 얻게 됐습니다. 정체 모를 이 생명가루는 결국 디테일 설정이나, 귀여운 이미지보다는, 사실 '쿠키와 유저, 그리고 아티스트 사이의 이야기'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