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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같은 한 해를 보낸 'DRX 1기'는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DRX는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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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주(사랑해요4) 2020-11-20 11:19:50

올해 LCK에서 가장 뜨거웠던 팀은 단연 DRX다. DRX는 지난해 스토브리그에서 '데프트' 김혁규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이탈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지만, 이내 김대호 감독을 주축으로 새로운 라인업을 선보이며 많은 팬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많은 러브콜을 받았던 '쵸비' 정지훈의 합류는 DRX의 전력을 급상승시킨 포인트였다. 


이후 DRX는 2020 스프링 시즌을 3위로 마무리하고 서머 시즌 준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비록 롤드컵에서는 8강에 그쳤지만, DRX에게는 희망적인 평가가 따라붙었다. 어린 선수들로 구성된 DRX가 다양한 경험을 쌓은 만큼, 다음 시즌에는 더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었다.


하지만 희망적인 전망도 잠시,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17일, '표식' 홍창현을 제외한 '도란' 최현준, 쵸비, 데프트, '케리아' 류민석 등 주전 선수 전원이 FA를 선언하며 팀을 떠났다. 많은 팬을 웃고 울렸던 DRX 1기는 그렇게 신기루처럼 막을 내렸다. / 편집=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DRX 1기는 다소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출처: DRX)

 

    
# 우려 속에 시작된 'DRX 1기'

 

2019시즌 막바지, 킹존 드래곤X는 흔들리고 있었다. 

 

메인 스폰서가 교체됨에 따라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데프트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FA를 선언하며 팀을 떠났다. 심지어 팀명마저 'Dragon X'(현 DRX)로 변경됐다. DRX는 모든 걸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궁지에 몰린 DRX는 승부수를 던졌다. 2020 시즌, DRX는 팀을 이끌 새로운 감독에 '그리핀 사건'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던 김대호를 선임하며 전권을 위임했다. 김대호 감독이 그리핀을 1부 리그로 승격시키는 등 능력을 증명하긴 했지만, 일련의 사건이 휘말린 걸 감안하면 상당히 과감한 한 수 였다.

 

DRX 1기를 이끌었던 김대호 감독 (출처: DRX)

 

 

DRX는 김대호 감독을 중심으로 선수단 구성에 돌입했다. 

 

가장 먼저 데프트와 연장 계약을 체결했고, 팀 내 유망주였던 케리아를 1군으로 콜업했다. 또한, 그리핀 시절 김대호 감독의 지도를 받은 도란을 데려왔으며 DRX 3군에 속해있던 표식까지 발탁하며 로스터 구성에 박차를 가했다. 탑 라이너 도란, 정글러 표식, 미드 쵸비, 원거리 딜러 데프트, 서포터 케리아로 구성된 DRX 1가 시작된 배경이다.

 

당시 DRX 유튜브 채널을 통해 카메라 앞에선 선수들은 당차게 자신의 포부를 어필했다. 하지만 많은 팬은 로스터가 완성됐음을 반기면서도 팀의 전력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제기했다. 리그를 주름잡은 쵸비와 데프트가 있긴 하나, 표식과 케리아가 백지상태의 신인 선수라는 점은 DRX의 불안요소로 꼽혔다. 

 

다섯 명 중 2명이 '신인' 선수였던 DRX의 로스터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출처: DRX)

 

# '김대호 매직'과 진격의 DRX

 

DRX 1기의 데뷔전은 2019 케스파컵이었다. 당시 DRX는 KeG 충남과의 경기를 무난히 잡은 데 이어 스피어 게이밍과의 16강에서는 쵸비의 하드 캐리로 경기를 가져왔다. 심지어 8강에서는 담원을 만나 2-0 압승을 따내며 많은 팬에게 놀라움을 선사하기도 했다. 비록 아프리카에 패하며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충분한 가능성을 보였던 대회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스프링 시즌, DRX는 초반부터 4연승을 질주하며 새로운 강팀의 등장을 알렸다.

 

개막전에서 주전 탑 라이너 도란이 징계로 인해 자리를 비웠음에도 전통 강호 KT를 손쉽게 꺾었고, 케스파컵에서 패했던 아프리카와의 경기에서는 케리아의 노련한 오더와 쵸비, 데프트 캐리 라인이 폭발하며 역전승을 거뒀다. 잠깐이지만 정규 시즌 1위에 오르는 기쁨도 누릴 수 있었다.

 

2라운드에서 2연패를 기록하며 살짝 휘청거리긴 했지만, DRX는 무너지지 않았다. 2연패 후 7연승을 질주한 DRX는 최종 순위 3위로 포스트 시즌에 이름을 올렸다. 비록 다전제에 약하다는 단점을 극복하지 못한 채 T1에 패배했지만, DRX가 올린 성과는 분명 기대 이상이었다. DRX에 의문부호를 제기했던 팬들의 시선은 어느새 느낌표로 변해가고 있었다.

 

스프링 시즌, DRX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서머 시즌의 DRX는 더욱 강력했다. 

 

천적으로 꼽힌 T1을 꺾으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린 DRX는, 1라운드 결과 8승 1패의 성적을 거두며 명백한 우승 후보로 자리매김했다. 2라운드에서는 데프트의 허리 부상으로 인해 다소 흔들렸지만, 끝내 쓰러지지 않고 최종 순위 2위를 차지하며 담원, 젠지와 함께 LCK 3강의 자리를 지켰다. 

 

DRX는 중요한 순간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그들은 롤드컵 진출권을 두고 펼쳐진 젠지와의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서버 문제로 인해 장시간 경기를 중단하는 악재가 터졌음에도 3:2 승리를 따냈다. 7시간이 넘는 대혈투 끝에 따낸 결승전과 롤드컵 티켓이었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결과물을 만든 것이다.

 

DRX의 롤드컵 진출이 확정된 순간 (출처: 라이엇 게임즈)

 

# 꿈에 그리던 롤드컵, 그리고...

 

2020 롤드컵, DRX는 TES, 플라이퀘스트, 유니콘즈 오브 러브(이하 UOL)와 D조에 배치됐다. 특히 롤드컵 우승 후보 1순위였던 중국의 TES와 맞붙게 된 건 DRX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정이었다. 

 

하지만 DRX는 차근차근 승리를 쌓아 올렸다. TES와의 맞대결에서는 아쉽게 패배했지만, 플라이퀘스트와 UOL과의 경기를 쓸어 담으며 순항을 이어갔다. 특히 표식의 경기력은 절정에 달해 있었다. 그는 UOL전에서 니달리로 13킬 1데스 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게임을 지배했고, TES와의 경기에서도 리 신을 골라 LCK 킬러로 꼽힌 카사를 상대로 분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표식은 롤드컵에서 눈부신 경기력을 선보였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D조를 2위로 통과한 DRX는 8강 상대로 '담원'이라는 거대한 산을 마주했다. 

 

하지만 DRX는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대진표가 공개된 날, DRX 선수들은 서머 시즌 결승전에서 자신들에게 3:0 패배를 안긴 담원과의 매치가 성사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언제나 자신감 넘쳤던 김대호 감독 역시 다소 위축된 모습이었다.

 

결국 경기는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담원의 3-0 승리로 끝났다. DRX는 미드 벨코즈, 탑 잭스, 탑 블라디미르 등 준비한 카드를 쏟아부으며 경기에 임했지만,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힌 담원을 막을 순 없었다. 그렇게 DRX의 롤드컵도 막을 내렸다.

 

허무하게 끝난 DRX의 롤드컵 (출처: 라이엇 게임즈)

 

# DRX는 이대로 무너질 것인가

 

비록 롤드컵 8강에서 탈락했지만, DRX에게는 희망적인 전망이 가득했다.

 

팀의 핵심으로 꼽힌 쵸비는 여전히 든든한 경기력을 자랑했고, 약점으로 평가된 표식과 도란은 어느새 캐리 역할을 수행해도 될 만큼 빠르게 성장했다. 이에 많은 DRX 팬들은 롤드컵 8강 탈락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다음 시즌에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스토브리그를 지켜봤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DRX는 시즌 도중에도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고 행사에 참여하는 등 강행군을 이어갔는데, 이것이 선수단에 적잖은 부담이 된 모양새다. 덕분에 DRX는 스토브리그가 시작되기 전부터 크고 작은 소문에 시달렸다. 특히, 쵸비의 개인 유튜브에 업로드된 '바보상자 이야기'는 많은 팬의 도마 위에 오르내렸다. 

 

이윽고 소문은 현실로 찾아왔다. DRX의 롤드컵 진출을 이끌었던 도란, 쵸비, 데프트, 케리아 모두가 일제히 FA를 선언했다. 남은 멤버는 시즌 중반에 3년 계약을 맺었던 표식뿐이었다. 도돌이표. '내부 사정'으로 인해 데프트를 제외한 모든 선수진이 FA를 선언했던 19년 스토브리그의 재림이었다. DRX가 쌓아 낸 공든 탑은 그렇게 한순간에 무너졌다.

 

DRX는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모래성처럼 무너진 DRX에게 남은 건 이제 막 신인 딱지를 뗀 표식과 LCK라곤 딱 한 경기 뛰어본 미드라이너 '쿼드' 송수형이 전부다. 물론 아직 스토브리그는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DRX의 미래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안개 속과 같다. 과연 DRX는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DRX가 1년간 쌓아 올린 탑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출처: DRX)

 

  • '미드 라인'은 언제나 협곡의 주인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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