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조종해 하늘을 날아다니며, 적들을 격추하는 '플라이트 슈팅'이란 장르는 이젠 한 물 간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애초에 '슈팅' 이란 장르 자체가 마이너한데, 여기에 '비행' 이란 요소까지 더했으니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이미 플라이트 슈팅 게임을 즐겨본 게이머라면 <프로젝트 윙맨>의 시스템에 대해 구구절절이 설명할 필요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게임 자체가 <에이스 컴뱃>이 보여줬던 플라이트 슈팅이란 개념을 충실하게 구현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에컴> 시리즈에 대한 '리스펙'으로 가득찬 게임이다.
여기서 <윙맨>이 해낸 가장 놀라운 성취는 "적들을 조준하고, 쏘고, 파괴하는" 플라이트 슈팅이라는 요소를 제대로 구현했다는 점이다.
먼저 적들을 격추했을 때의 연출이 강한 편이다. 연출이 다소 심심했던 에이스 컴뱃과는 다르게, 이 게임에서 적 기체를 격추하면 커다란 폭발 이펙트와 함께 굉음이 인다. 특히, 적 공중 전함을 격추할 때의 연출이 화려해 난적을 격파했다는 성취감을 더해준다. 신나게 지상을 폭격하다 보면 플레이어로 인해 지상이 황폐해지는 연출도 인상적인 편이다.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적들의 수만큼 아군 기체들도 많다. 보통 이런 게임에서 아군은 쓸모없는 '병풍' 이란 인식이 강한데, <프로젝트 윙맨>에 등장하는 아군 기체들은 지원 사격을 확실하게 해 준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플레이어가 한 끗 차로 적기를 격추하지 못했을 때 아군이 대신 마지막 일격을 날려 주는 장면이 종종 나오곤 한다.
게다가 항상 적으로만 나왔던 공중 전함이 아군으로 등장하기도 하는데, 화력 지원 하나만큼은 확실해 공중 전함이 아군으로 나오는 미션에선 꽤 든든하다. 덕분에 플레이어 홀로 분투하기보단 아군과 같이 싸운다는 느낌을 게임 플레이 내내 받을 수 있다.
이런 전투 양상 덕분에 게임 플레이 내내 아군기와 적군기가 얽혀 화망을 형성하는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이렇게 진행되는 대규모 전투를 보면 "과연 이게 1인 개발로 출발했던 인디 게임이 맞나?" 싶을 정도다. 개발자가 '플라이트 슈팅' 게임의 광팬임을 가장 잘 드러내는 요소다. 이런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한 번쯤 상상해봤을 대규모 전투 양상을 게임 안에 멋지게 녹여냈다.
그래픽도 인디 게임이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미려해서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최적화도 좋다. 게임 플레이 내내 갑자기 프레임이 떨어지거나 하는 구간은 없었다. <에이스 컴뱃 7>에서 나왔던 구름 시스템도 멋지게 구현해 놓았다. 가령 폭풍이 치는 바다에서 작전을 수행하다가, 고도를 올려 폭풍우를 통과하면 맑은 하늘이 나오는 식이다.
후반 보스전에 돌입하면 플라이트 슈팅 게임에 빠질 수 없는 '가상 기체'도 등장하는데, 가히 정신 나간 수준으로 화망을 형성해 오기 때문에 게임의 장르가 '탄막 슈팅'으로 급변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지만, 오히려 '인디 게임'이기에 브레이크 없이 표현한 연출이라고 볼 수 있다.
다회차를 고려한 요소도 눈에 띈다. 1회차를 클리어하면 최고 난이도인 '용병'모드와, 캠페인에 모디파이어를 적용해 여러 제약을 가한 상태에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그리고 로그라이트적 요소를 결합한 정복(컨퀘스트)모드도 존재한다. 정복 모드는 하나의 목숨만 가지고 미션을 수행하며 적들을 격파해 나가는 모드다. 돈을 벌어 기체를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고, 동료를 고용해 도움을 받을 수 있기도 하다.
스토리는 <에이스 컴뱃>에 대한 오마주로 가득하다.
세계관 설정도 꽤 꼼꼼하다. <프로젝트 윙맨>은 <에이스 컴뱃>의 '스트레인지리얼(Strangereal)' 처럼 가상 세계관 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전 지구적으로 벌어진 자연재해로 인해 인류 문명은 멸망 직전까지 갔으며, 이를 겨우 복구한 이후 인류는 AC(대재앙 이후)라는 새로운 원년을 정했다.
현재 인류 문명은 대재앙 이후 나타난 '코디움'이란 천연자원을 통해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고 있는데, 이 덕분에 코디움을 두고 곳곳에서 수많은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태다.
스토리 전개에선 <에이스 컴뱃>을 적극적으로 오마주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이미 수세에 몰린 독립군이 주인공의 개입으로 인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후 종국에는 수도를 수복하며 승리한다는 점도 그렇고, 몇몇 미션은 에이스 컴뱃에서 등장했던 미션을 그대로 차용한 수준이다. 좋은 선례를 충실히 쫓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때문에 스토리적 측면에선 <프로젝트 윙맨>만의 독창적인 요소는 부족하다.
그래도 한 가지 신선한 요소도 있는데, 복좌기(2인승 전투기)를 탈 경우엔 '프레즈'라는 콜사인을 가진 여성 무장통제사가 탑승해 교신에 끼어들기도 한다. 지금껏 플라이트 슈팅 게임에서 이런 요소를 살려낸 게임은 많지 않아 꽤 재미있게 다가왔다. 아쉽게도 필자는 복좌기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아 대사를 많이 듣진 못했다.
<프로젝트 윙맨>에 호평 요소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결국 <프로젝트 윙맨>도 플라이트 슈팅이 가지는 한계를 벗어나진 못하기 때문이다.
스토리는 솔직히 말해 진부하고, 전체적인 게임 양상은 '적들을 쏘고, 격추하는' 미션의 반복이다. 체크포인트도 지원하지 않아 마지막 목표를 남기고 사망하면 미션 처음부터 돌아가 다시 해야 하는데, 그만큼 실패했을 때의 '현자 타임'도 강하다.
슈팅 장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게이머라면 호불호를 느낄 수 있는 구간도 많다. 미션을 클리어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격추해야 할 적들이 정말로 많아 수백 발의 미사일이 바닥날 정도로 계속해서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부분이 11번째 미션인 '냉전'이다. 이 미션에서는 등장하는 모든 적기를 격추해야 하는데, 적들과 원 없이 도그파이트를 펼치며 싸울 수 있어 호평하는 플레이어도 많았지만, 적들이 너무나 많아 지친다는 의견도 종종 등장하곤 한다.
하지만, 이 게임은 본래 1인 개발로 출발했던 게임이다. 물론 에픽 게임즈의 게임 콘테스트에 참여해 개발비를 지원받기도 했고, 킥스타터 펀딩, 험블 번들로 유명한 '험블 게임즈'의 후원 등 여러 관심이 모이면서 개발팀이 꾸려지기는 했지만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다. 쉽지 않았던 개발 과정을 생각하면 몇몇 단점은 충분히 용인 가능한 수준이다.
여기에 더해 플라이트 슈팅 장르에 도전했다가 결국 실패했던 몇몇 게임들도 고려해 봐야 한다. 비행 슈팅은 참으로 단순하면서도, 구현하기엔 이외로 어려운 장르다.
<프로젝트 윙맨>은 팬들이라면 원했을 요소를 가득 안고 온 게임이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마니아들을 위해, 한 개인이 만든 헌사(獻詞)"라고 할 수 있다. 플라이트 슈팅 게임을 사랑하는 게이머라면 과감히 필수 구매를 권하고 싶은 게임이다. 이 게임은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 /편집= 디스이즈게임 김재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