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 ID/PW 찾기

연재

'프로젝트 윙맨' - 진정한 플라이트 슈팅 팬이 보내는 헌사

[연재] 김승주의 방구석 게임 (15)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주(사랑해요4) 2020-12-22 12:32:37

 

# 원하는 게임이 안 나와서, 직접 만들기로 했습니다

비행기를 조종해 하늘을 날아다니며, 적들을 격추하는 '플라이트 슈팅'이란 장르는 이젠 한 물 간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애초에 '슈팅' 이란 장르 자체가 마이너한데, 여기에 '비행' 이란 요소까지 더했으니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플라이트 슈팅 게임은 현실적인 조종을 그대로 구현하는 '비행 시뮬레이터' 보다는 대중적인 편이지만, 아무리 캐주얼한들 비행기를 조종하며 적들의 꼬리를 잡고 미사일을 쏘는 도그 파이팅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슈팅' 이라는 장르의 한계 상 '적들을 쏘고, 격추한다는' 단순한 양상에서 벗어나기 힘든 점도 크다.

유비소프트에서 개발한 <혹스 2>나, 프로젝트 에이스에서 개발한 <에이스 컴뱃 6>이후로 고전 플라이트 슈팅은 아예 명맥이 끊긴 상태였다. 2019년 <에이스 컴뱃 7>이 발매되기 전 이야기다. 2015년, <에컴>의 광팬이었던 한 게이머가 직접 플라이트 슈터를 개발하기에 이른다. 아비 라마니는 2년 정도의 개발 기간을 거친 알파 버전을 공개했고 높은 퀄리티로 많은 관심을 샀다.

그의 프로젝트는 에픽게임즈의 인디게임 콘테스트에 게임을 출품해 상금을 타기도 했으며, 킥스타터 펀딩을 시도해 하루 만에 목표치를 달성하기도 했다. '험블 번들'로 유명한 험블 게임즈의 후원을 받아 개발팀을 꾸려 안정적인 개발 환경까지 갖췄다. 그렇게 5년이 넘는 개발 기간 끝에 발매된 게임이 바로 <프로젝트 윙맨>이다.

 

 


 

 

# <에이스 컴뱃> 팬이 전하는 플라이트 슈팅에 대한 헌사

이미 플라이트 슈팅 게임을 즐겨본 게이머라면 <프로젝트 윙맨>의 시스템에 대해 구구절절이 설명할 필요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게임 자체가 <에이스 컴뱃>이 보여줬던 플라이트 슈팅이란 개념을 충실하게 구현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에컴> 시리즈에 대한 '리스펙'으로 가득찬 게임이다.

전투기를 하늘을 날아다니며 적 비행기의 꼬리를 잡고, 미사일을 쏴 격추한다. 때로는 함선과 탱크 같은 지상 병기와 파괴해야 하며, 미사일을 수십 발 맞춰야 격추되는 공중 전함과 맞서 싸워야 하기도 한다. 플레이어에 맞서는 상대 에이스 편대가 등장해 라이벌 구도를 형성할 때도 있다.

 

<프로젝트 윙맨>의 플레이 화면. 기본적으론 하늘을 날아다니며 적기를 격추하는 게임이다.

브리핑도 충실하게 만들어 놨다.

플라이트 슈팅에 빠질 수 없는 거대 공중 모함도 등장한다.

 

 

여기서 <윙맨>이 해낸 가장 놀라운 성취는 "적들을 조준하고, 쏘고, 파괴하는" 플라이트 슈팅이라는 요소를 제대로 구현했다는 점이다.

 

먼저 적들을 격추했을 때의 연출이 강한 편이다. 연출이 다소 심심했던 에이스 컴뱃과는 다르게, 이 게임에서 적 기체를 격추하면 커다란 폭발 이펙트와 함께 굉음이 인다. 특히, 적 공중 전함을 격추할 때의 연출이 화려해 난적을 격파했다는 성취감을 더해준다. 신나게 지상을 폭격하다 보면 플레이어로 인해 지상이 황폐해지는 연출도 인상적인 편이다.


조작감도 <에이스 컴뱃 시리즈>보단 쉽게 만들어졌다. 가령 '포스트 스톨(받음각)'을 통한 화려한 기동은 개조 시스템을 장착하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간편하게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플레어도 제한 없이 발사할 수 있어, 조금만 움직여 주면 적들의 미사일을 회피하기가 어렵지 않다. 그래도 키보드로 조작하기엔 여러 불편한 점들이 있기에, 가능하면 게임패드로 게임을 플레이하길 추천한다.

인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에이스 컴뱃 6>이후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대규모 전투도 멋지게 구현해 냈다. 몇몇 문제로 전투의 규모를 축소했다는 <에이스 컴뱃 7>과는 꽤 대조적이다. 적들은 정말로 많이 등장하고, 그만큼 미사일 탑재량도 많다. 이는 위에서 언급했던 연출력, 그리고 간편한 조작감과 시너지를 낸다. 플레이어는 원 없이 하늘을 날고 신나게 적들을 격추하면서 공중 파괴의 미학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적기를 파괴할 때마다 나오는 연출이 좋아 성취감이 확실하다.

적들이 레일건을 쏘기도 하는데, 사이사이로 피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적 에이스가 등장할 떄의 연출도 꽤 좋다.

이런 비현실적인 기동도 손쉽게 할 수 있다.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적들의 수만큼 아군 기체들도 많다. 보통 이런 게임에서 아군은 쓸모없는 '병풍' 이란 인식이 강한데, <프로젝트 윙맨>에 등장하는 아군 기체들은 지원 사격을 확실하게 해 준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플레이어가 한 끗 차로 적기를 격추하지 못했을 때 아군이 대신 마지막 일격을 날려 주는 장면이 종종 나오곤 한다. 

 

게다가 항상 적으로만 나왔던 공중 전함이 아군으로 등장하기도 하는데, 화력 지원 하나만큼은 확실해 공중 전함이 아군으로 나오는 미션에선 꽤 든든하다. 덕분에 플레이어 홀로 분투하기보단 아군과 같이 싸운다는 느낌을 게임 플레이 내내 받을 수 있다.

 

이런 전투 양상 덕분에 게임 플레이 내내 아군기와 적군기가 얽혀 화망을 형성하는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이렇게 진행되는 대규모 전투를 보면 "과연 이게 1인 개발로 출발했던 인디 게임이 맞나?" 싶을 정도다. 개발자가 '플라이트 슈팅' 게임의 광팬임을 가장 잘 드러내는 요소다. 이런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한 번쯤 상상해봤을 대규모 전투 양상을 게임 안에 멋지게 녹여냈다. 

 

아군 공중 전함은 꽤 든든하다.

이런 대규모 전투는 인디 게임이란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멋지게 구현해 냈다. 가슴이 웅장해진다.

그래픽도 인디 게임이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미려해서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최적화도 좋다. 게임 플레이 내내 갑자기 프레임이 떨어지거나 하는 구간은 없었다. <에이스 컴뱃 7>에서 나왔던 구름 시스템도 멋지게 구현해 놓았다. 가령 폭풍이 치는 바다에서 작전을 수행하다가, 고도를 올려 폭풍우를 통과하면 맑은 하늘이 나오는 식이다.

후반 보스전에 돌입하면 플라이트 슈팅 게임에 빠질 수 없는 '가상 기체'도 등장하는데, 가히 정신 나간 수준으로 화망을 형성해 오기 때문에 게임의 장르가 '탄막 슈팅'으로 급변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지만, 오히려 '인디 게임'이기에 브레이크 없이 표현한 연출이라고 볼 수 있다.

 


폭풍우 치는 날씨에도, 고도를 올리면 맑은 하늘이 나온다.

후반부에는 게임의 장르가 급변하기도 한다. 그래도 꽤 인상적이었다.

 

다회차를 고려한 요소도 눈에 띈다. 1회차를 클리어하면 최고 난이도인 '용병'모드와, 캠페인에 모디파이어를 적용해 여러 제약을 가한 상태에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그리고 로그라이트적 요소를 결합한 정복(컨퀘스트)모드도 존재한다. 정복 모드는 하나의 목숨만 가지고 미션을 수행하며 적들을 격파해 나가는 모드다. 돈을 벌어 기체를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고, 동료를 고용해 도움을 받을 수 있기도 하다.

 

로그라이트적 요소를 결합한 정복 모드

 

 

# 오마주로 가득한 스토리

스토리는 <에이스 컴뱃>에 대한 오마주로 가득하다.

기본적인 스토리는 '시카리오 용병단'이라는 집단에 소속된 주인공이 모종의 이유로 카스카디아 독립군과 연방과의 전쟁에 참여해 거대한 음모에 휘말린다는 이야기다.

세계관 설정도 꽤 꼼꼼하다. <프로젝트 윙맨>은 <에이스 컴뱃>의 '스트레인지리얼(Strangereal)' 처럼 가상 세계관 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전 지구적으로 벌어진 자연재해로 인해 인류 문명은 멸망 직전까지 갔으며, 이를 겨우 복구한 이후 인류는 AC(대재앙 이후)라는 새로운 원년을 정했다.

 

현재 인류 문명은 대재앙 이후 나타난 '코디움'이란 천연자원을 통해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고 있는데, 이 덕분에 코디움을 두고 곳곳에서 수많은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태다.

 

대재앙으로 인해 한 번 멸망의 기로까지 몰렸던 세계관에서의 이야기.

스토리 전개에선 <에이스 컴뱃>을 적극적으로 오마주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이미 수세에 몰린 독립군이 주인공의 개입으로 인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후 종국에는 수도를 수복하며 승리한다는 점도 그렇고, 몇몇 미션은 에이스 컴뱃에서 등장했던 미션을 그대로 차용한 수준이다. 좋은 선례를 충실히 쫓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때문에 스토리적 측면에선 <프로젝트 윙맨>만의 독창적인 요소는 부족하다.

미션 중 등장인물들이 나누는 무전 교신도 가짓수도 적고, 내용도 깊지 않아 아쉽다. 플라이트 슈팅 게임에서의 무전 교신은 등장인물들에게 입체적인 성격을 부여하고 스토리에 대한 몰입도를 늘려 주기 때문에 꽤 중요하다.

하지만 무전 교신 대부분은 뻔하거나 생뚱맞은 느낌이 강했다. 후반부 스토리도 아예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무전 교신이나 연출로 왜 인물이 그런 행동을 했는지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과감하게 진행해 버리니 부담스러운 면도 있었다.

부분부분 한글화가 어설픈 부분도 눈에 띈다. 원문을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이 눈에 띄기도 하고, 게임 시스템을 설명해 주는 부분은 아예 한글화가 되어 있지 않다. 특히, 정복 모드는 거의 번역기를 그대로 옮겨 온 수준으로 번역되어 있다. 다행히 캠페인 번역만큼은 나쁘지 않게 되어 있어 게임 플레이에 큰 지장을 초래할 정도는 아니다.

 

무선 교신이 생뚱 맞을때도 있었다. 주인공은 혼자 죽어라 고생하는 중인데, 이런 대사를 날리기도(...)

연출이 좀 과하다 싶을 때도 있다.

튜토리얼이 번역이 안 되어 있다.


그래도 한 가지 신선한 요소도 있는데, 복좌기(2인승 전투기)를 탈 경우엔 '프레즈'라는 콜사인을 가진 여성 무장통제사가 탑승해 교신에 끼어들기도 한다. 지금껏 플라이트 슈팅 게임에서 이런 요소를 살려낸 게임은 많지 않아 꽤 재미있게 다가왔다. 아쉽게도 필자는 복좌기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아 대사를 많이 듣진 못했다.

 

 

# 플라이트 슈팅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진 못하지만, 그렇기에 아름답다

<프로젝트 윙맨>에 호평 요소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결국 <프로젝트 윙맨>도 플라이트 슈팅이 가지는 한계를 벗어나진 못하기 때문이다. 

장르에 대한 '진정한 팬'의 입장으로써 게이머가 원할 요소들은 멋지게 구현해 냈지만, 결국 윙맨도 <에이스 컴뱃>의 팬 게임으로 출발했다는 한계를 벗어나진 못한 것이다.

스토리는 솔직히 말해 진부하고, 전체적인 게임 양상은 '적들을 쏘고, 격추하는' 미션의 반복이다. 체크포인트도 지원하지 않아 마지막 목표를 남기고 사망하면 미션 처음부터 돌아가 다시 해야 하는데, 그만큼 실패했을 때의 '현자 타임'도 강하다.

 

죽으면 미션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슈팅 장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게이머라면 호불호를 느낄 수 있는 구간도 많다. 미션을 클리어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격추해야 할 적들이 정말로 많아 수백 발의 미사일이 바닥날 정도로 계속해서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부분이 11번째 미션인 '냉전'이다. 이 미션에서는 등장하는 모든 적기를 격추해야 하는데, 적들과 원 없이 도그파이트를 펼치며 싸울 수 있어 호평하는 플레이어도 많았지만, 적들이 너무나 많아 지친다는 의견도 종종 등장하곤 한다.

 

미션 11은 공중전을 정말로, 원 없이 즐길 수 있다. 그래도 필자는 '호'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 게임은 본래 1인 개발로 출발했던 게임이다. 물론 에픽 게임즈의 게임 콘테스트에 참여해 개발비를 지원받기도 했고, 킥스타터 펀딩, 험블 번들로 유명한 '험블 게임즈'의 후원 등 여러 관심이 모이면서 개발팀이 꾸려지기는 했지만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다. 쉽지 않았던 개발 과정을 생각하면 몇몇 단점은 충분히 용인 가능한 수준이다.

 

2017년에 공개했던 스크린샷. 이때부터 기본적인 시스템은 대부분 완성이 되어 있던 거로 보인다. 이 당시엔 아직 1인 개발이었다.

여기에 더해 플라이트 슈팅 장르에 도전했다가 결국 실패했던 몇몇 게임들도 고려해 봐야 한다. 비행 슈팅은 참으로 단순하면서도, 구현하기엔 이외로 어려운 장르다. 

기체의 조작감, 미사일의 유도 능력, 적들의 AI 등 기본적인 시스템에 조금이라도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플레이어는 플레이 내내 불쾌함을 느낄 수밖에 없고, 결국엔 게임을 그만두게 된다. 아무리 그래픽이 미려하고 스토리가 좋은들 슈팅이라는 기본기가 부족하면 플레이어는 게임에 애정을 가지기 힘들다.

그리고 <프로젝트 윙맨>은 기본기에 매우 충실한 게임이다. 개발자부터 장르에 대한 철저한 이해를 한 팬이고, 그런 팬들의 염원을 담아 만들어진 작품이 <프로젝트 윙맨>이니까. 적들을 조준하고, 쏘고, 추락하는 잔해물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플라이트 슈팅의 기본 골자는 정말로 말끔하게 빚어냈다. 육지, 해상, 하늘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대규모 전투도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멋지게 구현해 냈다.

좁은 터널을 섬세하게 움직여 통과해야 하거나, 플레이어에게 부담을 주는 미션 제한 시간을 삭제하는 등 <에이스 컴뱃>에서 게이머들이 불편함을 토로했던 요소를 제외했다는 점도 돋보인다. 여러 과감한 연출도 오히려 인디 게임이기에 팬이라면 '한 번쯤'은 상상해 봤던 모습을 아낌없이 집어넣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프로젝트 윙맨>은 팬들이라면 원했을 요소를 가득 안고 온 게임이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마니아들을 위해, 한 개인이 만든 헌사(獻詞)"라고 할 수 있다. 플라이트 슈팅 게임을 사랑하는 게이머라면 과감히 필수 구매를 권하고 싶은 게임이다. 이 게임은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 /편집= 디스이즈게임 김재석 기자

 

 

 

  • [리뷰] 데스티니 빛의 저편: 절반의 실패, 절반의 성공

  • ① 사이버펑크 2077, 40시간 해봤더니... "과자 반 질소 반"

  • '프로젝트 윙맨' - 진정한 플라이트 슈팅 팬이 보내는 헌사

  • 과대광고 논란 '노 맨즈 스카이'가 우수 서비스상을 받기까지

  • DLC를 신나게 팔고도 회사가 파산 직전까지 가는 방법

최신목록 1 | 2 | 3 | 4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