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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진심인 민족, ‘한국인 종특’의 시작을 찾아서

1980년대 초, 한국인이 게임을 잘한다는 것을 증명한 사람이 있었다

넥슨컴퓨터박물관(넥컴박) 2021-06-03 18:40:33

 

디스이즈게임은 ‘넥슨컴퓨터박물관’과 함께하는 새로운 연재를 준비했습니다. 넥슨컴퓨터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수많은 소장품의 사연이나 박물관에서 있었던 크고 작은 에피소드는 물론, 컴퓨터와 관련한 IT업계 인사들의 이야기가 담길 예정입니다. / 디스이즈게임 편집국

 

 

# 게임에 진심인 민족, '한국인 종특'의 시작을 찾아서

 

구글 검색창에 ‘why korean’을 입력했을 때

구글에 “Why korean”을 검색하면 “why korean good at game”이 첫 번째 연관 검색어 등장할 정도로 한국인들의 게임 실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스타크래프트 한국 서버 경고문 (출처: 인터넷 커뮤니티)

이러한 ‘종특(종족 특징)’이 발현된 시점을 <스타크래프트>부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그보다 훨씬 이전인 1980년대 초, 한국인이 게임을 잘한다는 것을 증명한 사람이 있다.

바로 1981년 아타리 월드 챔피언십(Atari World Championship)의 여성부 우승자 한옥수(Ok-soo Han)다.  

여성부 우승자 한옥수(Ok-soo Han)와 전체 우승자 에릭 기너(Eric Ginner),

여성부 수상자들과 마케팅 부사장 프랭크 발로우즈(Frank Ballouz)

 

1981년 10월, 총상금 5만 달러를 걸고 아타리 월드 챔피언십(Atari World Championships)이 개최됐다. 비슷한 시기 미국 전역에서 1만 여 명이 참여했던 스페이스 인베이더 내셔널 챔피언십(The Space Invaders National Championship)의 우승 상품이 2,000달러 상당의 게임기였던 것을 비교하면 매우 높은 상금이었다. 

 

하지만 참가자들에 대한 지원은 없었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한 시카고까지의 교통비와 60달러의 대회 참가비는 직접 지불해야 했다. LA에 살고 있었던 한옥수는 집에 있는 아케이드 게임기로 6개월 동안 아타리에서 출시한 게임들을 연습하여 지역 예선을 통과했고 결승전이 열리는 시카고로 향했다.

 

<Centipede>의 플레이 화면 플레이어가 분리된 지네의 몸통을 쏘면 장애물인 버섯으로 변한다.

이 대회의 최종 우승자는 <Centipde>라는 게임 하나로 판가름이 났다. 아타리는 대회 초기부터 운영진들에게 <Centipede>로 결승전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운영진은 아타리에서 출시한 여러 게임을 플레이해서 우승자를 가려야 한다는 이유로 이를 반대하며 결승 종목을 참여자들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 

결국 게임 종목은 아타리 매거진 『Atari Coin Connection』을 통해 뒤늦게 공지되었다. 또한, 결승전의 룰은 짧은 제한 시간 동안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해야 하는 것이었는데, 참가자들은 몇 분의 시간이 할당되었는지도 알지 못한 채 경기가 진행되기도 했다. 덕분에 어떤 참가자들은 낮은 점수가 나오면 다른 참여자의 이름을 입력하여 기록을 조작하는 해프닝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옥수는 3분 동안 53,220점을 기록하며 여성부에서 최종 우승하였고 4,000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그녀와 결승에서 마지막까지 대결했던 줄리 윈코프(Julie Winecoff)는 스스로 처참하게 패배했음을 인정하며 다시는 <Centipede>를 플레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인터뷰하기도 했다. 

(“I’m never going to play another game of Centipede as long as I live. I’ve been whipped bad. I’ve been sure enough tore down”-『Microsoft Arcade: The Official Strategy Guide』, Prime Games, 1994, 111pg) 

 

『The Video Master’s Guide to Centipede』 (1982)

아쉽게도 한옥수의 인터뷰나 관련 자료를 찾기는 어렵지만, 미주 전역에서 참가한 경쟁자들 속에서 아시아 여성이 우승을 차지하였다는 자체가 당시에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후 출간된 『The Video Masters’ Guide to Centipede』에 게임 노하우에 대해 인터뷰를 해준 한옥수에게 감사의 인사가 실리기도 했으니 게임 대회의 역사에 유의미한 족적을 남긴 것은 분명하다. 

e스포츠가 자리 잡기 훨씬 이전, 게임이라는 매체가 낯설었던 시기에 사비를 들여 게임 대회에 참가하고 여성부 우승을 차지한 한옥수의 도전을 보면, 오늘날 게임을 대하는 ‘한국인 종특’이 이미 예견된 것은 아니었을까?

[참고 – Centipede (Atari, 1981)]

 

(왼쪽부터) 1980년대 도나 베일리(Dona Baily)와 에드 로그(Ed Logg) (출처: Atari)

 

<Centipede>는 당시 게임 산업에서는 드물었던 여성 프로그래머 도나 베일리(Dona Bailey)가 개발한 고정형 슈팅 아케이드 게임이다. 그녀 스스로 여성 플레이어들을 위해 만든 게임이라고 언급한 적도 있지만, 실제로 <Centipede>는 1980년대 초 <팩맨>(Pac-Man)이나 <동키콩>(Donkey Kong) 만큼이나 인기가 있었다. 동시에 여성 플레이어들에게도 사랑을 받은 게임이었다. 

그리고 <Centipede>의 그래픽을 디자인한 에드 로그(Ed Logg)는 여성을 위한 게임이라고 해서 편견을 가진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스포츠나 전투 게임에서 사용하지 않는 색상을 통해 매력적인 게임을 만들고자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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