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에서 '어떤 챔피언이 활약할 것인가'는 꽤 중요한 주제입니다. 1년 동안 진행되는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인 만큼, 라이엇 게임즈도 롤드컵 직전 패치에서는 항상 솔로 랭크보단 대회에 맞춘 패치를 진행해 왔기 때문입니다. 본지에서도 9월 28일 기사를 통해 롤드컵 챔피언 구도를 예측해 본 바 있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모두가 예상한 대로 '서포터 아무무'는 롤드컵 플레이-인 스테이지(이하 플레이인)에 당당히 등장했습니다. 다만, 예상과는 다른 흐름도 있었습니다. OP일 것 같았던 아무무는 8일 기준 1승 7패로 부진합니다. 함정 카드 아니냐는 말도 있죠.
부푼 기대감으로 롤드컵을 맞이한 서포터 아무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본 기사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 필패 카드가 된 서포터 아무무? 필승 카드 레오나?
"새 친구를 찾아봐야 하나?"
11.17 패치를 통해 Q - 붕대 던지기를 두 번 쓸 수 있게 된 아무무는 솔로 랭크 서포터 1티어로 올랐습니다. 그렇기에 많은 소환사가 '서포터 아무무'가 롤드컵 핵심 카드 중 하나가 되리라고 여겼죠. 그러나 10월 8일 기준 아무무는 1승 7패라는 나쁜 성적표를 받아들였습니다.
반면, 플레이인 조별 리그에서 가장 빛났던 카드는 레오나입니다. 12번 픽됐고, 11번 이겼습니다. 필승 카드라고 할 수 있죠. 게다가 아무무를 상대로만 6번 승리했습니다.
레오나가 이토록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강력한 이니시에이팅'을 가졌다는 점에선 아무무와 비슷하지만, 안정성이 높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서포터 아무무는 딜링 능력이 확연한 반면, 탱킹 아이템을 많이 갈 수 없어 이외로 몸이 약하단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레오나는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을 증폭 시켜 주는 W - 일식을 통해 서포터임에도 독보적인 탱킹력을 자랑하죠.
아무무의 진입 스킬 Q - 붕대 던지기는 미니언이나 챔피언에 가로막히지만, 레오나의 E - 천공의 검은 상대방을 관통한다는 점도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궁극기 '흑점 폭발'도 궁극기 사용을 위해 몸이 들어가야 하는 아무무와 달리 원거리에서 이니시에이팅을 걸 수 있죠. 다소 불안한 카드인 아무무에 비해 탱킹력도 확실하고, 안정성도 높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기습을 버텨내고, 흑점 폭발로 역 이니시에이팅까지 성공한 '비스타' 오효성의 레오나 (출처 : 라이엇 게임즈)
단, 염두에 둬야 할 점은 플레이인에서 서포터 아무무를 사용한 팀입니다. 7일 기준, 4대 리그 팀 중 아무무를 사용한 건 한화생명e스포츠와 C9 뿐입니다. 주로 하위권 팀들이 변수 창출을 위해 서포터 아무무를 기용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죠.
선수들의 아무무 숙련도가 아직 완벽하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현우 해설위원도 이 문제를 지적하며 본선에서는 다른 모습이 나올 수 있다고 언급했죠. 따라서 플레이인 전적만 보고 "아무무는 거품"이라고 단정 짓기엔 약간 무리가 있습니다.
아무무의 무리한 이니시에이팅으로 유리했던 경기를 내준 C9 (출처 : 라이엇 게임즈)
그 외에 바텀 라인에서 강세를 보인 챔피언은 '루시안'과 '미스 포춘'입니다.
루시안은 밴픽률 95%를 달성할 정도로 모든 팀에서 경계하고 있는 픽입니다. 6번 픽됐고, 15번 밴됐습니다. 많은 들이 첫 밴 페이즈에서 루시안을 일단 밴하고 시작할 정도죠.
대신 인기 원거리 딜러로 떠오른 챔피언은 미스 포츈입니다. 루시안과 같이 밴픽률 95%를 달성했죠. 궁극기 쌍권총 난사의 총 난사 횟수가 전 구간에서 2 증가했고, 아무무와 레오나, 라칸 같은 서포터와 궁합이 매우 좋기 때문입니다.
다만, 미스 포츈에 밴카드를 소모하는 건 아깝다고 느껴서일까요? 플레이인에서 미스 포츈이 밴 된 횟수는 3회에 불과합니다. 덕분에 루시안을 먼저 자른 뒤, 미스 포츈과 이즈리얼을 나눠 먹는 구도가 자주 보였죠. 참고로 10월 8일 기준 미스 포츈은 9승 9패, 이즈리얼은 5승 4패를 기록했습니다.
미스 포츈의 궁극기가 제대로 적중하면 한타 구도가 뒤집힌다 (출처 : 라이엇 게임즈)
# "독하다 독해" 또 얼굴 비춘 라이즈, 계륵으로 떠오른 미드 트린다미어
"이래도 대회에 나와? 독하다 독해".
바로 미드 라이즈를 두고 나오는 말입니다. 라이즈는 11.19 패치에서 "전체적인 피해량을 하향하여 월드 챔피언십을 완전히 압도하지 못하게 했습니다"라는 코멘트와 함께 소폭 너프를 당했죠. 솔로 랭크에서의 성적은 처참함에도, 오직 대회 성능 하나 때문에 너프된 것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프로 팀들에게 라이즈는 경계 대상입니다. 라이즈는 플레이인에 등장한 미드 라인 챔피언 중 밴픽률 공동 3위를 기록했는데요. 세 번 선택됐고 밴만 11번 당했습니다. 이 기세라면 전통의 "대회용 챔피언" 라이즈는 본선에서도 꾸준히 픽밴 화면에 얼굴을 비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롤드컵에서도 라이즈는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드 트린다미어는 난이도 덕분인지 "계륵" 취급을 받는 모양새입니다. 밴픽률 27%로 미드 라인 챔피언 중 8위인 데다, 2승 1패로 성능이 확실히 좋다고 단언하기 힘듭니다. AD 챔피언이기에 다른 라인에서 AP 딜러를 반드시 선택해야 하고, '유체화' 특성을 반드시 들어야 하는 만큼 텔레포트를 통한 로밍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미드 트린다미어가 처음 등장했던 한화생명e스포츠와 LNG와의 경기에서 이와 같은 모습이 나왔습니다. 한화생명이 트린다미어를 선택하자 LNG는 이어지는 두 번째 밴 페이즈에서 칼같이 직스를 밴했습니다. 가져갈 만한 AP 챔피언이 사라진 한화생명은 조합의 한계를 보여주며 패배하고 말았죠. 트린다미어가 패배의 핵심은 아니었지만, 이런 밴픽 흐름이 분명 영향을 끼친 것은 맞아 보입니다.
다만 6일까지 1패만을 기록했던 트린다미어였지만, 10월 8일까지 진행된 경기에서는 '퍽즈' 루카 페르코비치와 '탈리' 제임스 슈트가 미드 트린다미어를 선택해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승리를 가져갔습니다. 조합과 상황이 받쳐준다면 본선에서도 충분히 활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남긴 셈입니다.
상대방에 AP 딜러가 없다는 것을 파악하자, 칼같이 직스를 잘라낸 LNG (출처 : 라이엇 게임즈)
# 암살자 정글의 활약. 조별 리그까지 기세 이어갈 가능성 있다
정글 라인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암살자 챔피언의 강세입니다.
11.18 패치에서 라이엇의 의도는 명확했습니다. "정글 메타에 암살자 역할군의 챔피언을 추가하려 합니다". 대놓고 암살자를 해 보라는 의도였죠. 성공한 것일까요? 플레이인 스테이지에 등장한 정글 키아나는 4승 1패로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궁극기 '여왕의 진가'를 통해 한타에서도 큰 활약이 가능한 암살자기 때문이죠.
능수능란한 궁극기 활용을 보여 준 '타잔' 이승용의 키아나 (출처 : 라이엇 게임즈)
키아나 뒤로는 솔로 랭크에서 핫한 '정글 탈론'이 따라붙었습니다. 정글 챔피언 중 밴픽률 4위에다, 2승 0패로 성적도 준수합니다. 이 정도 성적이라면 본선에서도 정글 암살자 챔피언의 활약을 충분히 예상해 볼 만 합니다.
하지만 울상을 지은 챔피언도 있습니다. 바로 '제드'인데요. LNG와 PEACE 경기에서 조커 카드로 등장했지만, 별 활약을 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사망하는 모습만 보여줬습니다. 리스크가 확실한 픽인 만큼, 제드를 준비하는 팀은 이 경기를 보고 생각을 재고해 보지 않았을까요?
정글 제드의 수난시대 (출처 : 라이엇 게임즈)
# 필밴 챔피언 이렐리아... 그리고 탑 그레이브즈의 등장?
그 외에 강세를 보이는 챔피언은 이렐리아입니다. 밴픽률 86%를 기록했습니다. 총 17번 밴됐고, 두 번 픽됐죠. 루시안처럼 많은 팀이 이렐리아를 먼저 밴하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렐리아가 강세를 보이기 시작한 때는 11.14 패치에서 W - 저항의 춤이 크게 버프됐기 때문입니다. 폭딜에 대처하는 능력이 상당히 향상된 데다가, 최근 메타 아이템으로 떠오른 선혈포식자까지 조합하면 탱커에 준하는 단단함을 자랑하기 때문이죠. 탑 - 미드 스왑이 가능한 챔피언이란 점도 무시할 수 없는 강점입니다.
이렐리아는 본선에서도 밴픽률 상위권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한화생명e스포츠와 인피니티에서의 경기에서 깜짝 등장한 탑 그레이브즈도 주목할 만한 픽입니다.
해당 경기에서 그레이브즈가 큰 활약을 하진 못했지만, 이외로 본선 경기를 준비중인 많은 선수가 일찍이 탑 그레이브즈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연습하고 있습니다. '칸나' 여창동이나 '너구리' 장하권의 유럽 솔로 계정을 확인하면 그레이브즈가 당당히 모스트 1를 차지하고 있으며, 다른 선수들 또한 적지 않게 그레이브르를 선택해 활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탑 그브가 떠오르는 이유로는 강력한 라인전 능력과 탱키함이 꼽히고 있습니다. 그레이브즈는 신화 아이템으로 불멸의 철갑궁을 채용하고, 패시브를 통해 방어력을 챙길 수 있어 최근 유행하는 AD 암살자 상대의 폭딜을 버텨내며 싸울 수 있기 때문인데요. 플레이인에서 정글 암살자 챔피언들이 보여준 모습을 생각해 보면, 본선 무대에서 한 번 쯤은 탑 그레이브즈가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많은 프로 선수들이 탑 그레이브즈를 연습하고 있다. 사진은 '칸나' 여창동의 유럽 서버 계정